최근 수정 시각 : 2024-06-13 05:16:36

누명(소설)

애거서 크리스티 선정 10대 작품 (최초 발행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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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크로이드 살인사건 화요일 클럽의 살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움직이는 손가락 0시를 향하여 비뚤어진 집 예고 살인
누명 끝없는 밤
※ 이 목록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1972년에 일본인 번역가에게 보낸 답장의 내용을 기반으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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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eal by innocence

1. 개요2. 줄거리3. 등장인물4. 결말5.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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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an idea I had had for some time before starting to work upon it.
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해뒀던 아이디어다.
1972년, 애거서 크리스티가 자신의 10대 작품중 하나로 선정한 이유.

1958년 발행된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에르퀼 푸아로제인 마플도 등장하지 않는다.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추리소설이기도 하지만, 사건을 대하는 관련자들의 복잡한 내면묘사가 뛰어난 심리소설이기도 하다.

2018년도엔 BBC에서 3부작 드라마로 영상화 되기도 했다. 꽤 많은 부분의 설정이 바뀌긴 했으나[1] 원작 특유의 분위기는 잘 살려내어 평은 좋은 편.

2. 줄거리

자산가이며 자선가인 레이첼 아가일.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그녀는 고아들을 입양하여 아낌없는 모성을 베풀지만, 어느 날 밤 부지깽이로 머리를 맞고 살해당한다. 유력한 용의자로 양아들인 재코 아가일이 지목되고, 그는 평소의 행실과 사건 당일 돈 문제로 어머니와 말다툼이 있었다는 정황 때문에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되어 재판을 기다리던 중 감옥 안에서 사망한다.

그리고 사건 발생 2년 후(작중 시점), 아서 캘거리라는 학자가 아가일 가(家)를 찾아온다. 아서는 사건이 발생했던 시간에 자신이 재코 아가일을 차에 태웠었다는 결정적인 알리바이를 뒤늦게나마 증명한다. 이로써 재코의 결백은 증명되었지만, 고요하고 평화롭던 집안에는 불신과 불안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2년 전 사건은 정황상 외부의 소행이라고 볼 수 없었기에 살인이 가능했던 것은 집안사람들 외에는 없었다. 결국, 재코가 범인이 아니라면 이제 다른 가족 구성원 중에 살인범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내놓은 자식이었던 재코가 범인으로 지목되었을 때, 아가일가 사람들은 충격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재코가 사망한 현재는 ‘살인범’을 용서하고 참극으로 인한 상처를 가족애로 극복해나가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모두 끝난 것 같이 보였던 사건은 갑자기 나타난 아서로 인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가족들은 공포에 빠져 서로 의심하고, 재코의 알리바이를 증명한(즉, 이로써 평화로운 집안에 혼란을 부른) 아서를 원망하기까지 한다.

누명을 썼던 가족 일원의 결백이 증명되었으니 다른 가족들이 기뻐하리라 기대했던 아서는 이들의 반응에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야기된 혼란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끼고 2년 전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다.

3. 등장인물

  • 아서 캘거리
    지질학자. 2년 전 사건 당일에 재코와 만났지만, 개인 사정으로(후술) 사건의 증인이 되지는 못했다. 이후 우연히 이 사건을 알게 되고 아가일 가로 찾아와 진실을 밝힌다. 이 소설에서 탐정의 역할.
  • 레이첼 아가일
    2년 전 살인 사건의 피해자. 세계 여러 곳의 가난하고 불쌍한 아이들을 입양하여 친자식처럼 길렀다. 남편의 회상에 따르면 아내보다는 어머니로 태어난 여자로,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면 더없이 좋은 어머니가 되었겠지만 불임인 나머지 그 채울 수 없는 본능이 지나치게 표출되었다고 한다.
  • 레오 아가일
    레이첼의 남편. 비서인 그웬다와 재혼을 앞두고 있다.
  • 메리 듀란트
    아가일 가의 맏딸.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부모님 집에 살고 있다. 남편 필립이 부르는 애칭은 '폴리'. 남편에 대한 애착이 크다.
  • 마이클
    아가일 가의 큰아들. 양어머니의 지나친 보호와 애정을 혐오 수준으로 싫어했다. 현재는 자동차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티나와 묘한 썸씽을 탄다.
  • 재코
    풀네임은 잭으로 재코는 애칭이다. 아가일 가의 둘째 아들. 큰 삐걱거림 없이 반듯하게 자란 다른 남매들과는 달리 불량한 인물이었다. 2년 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렸을 당시 끝까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였고 감옥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
  • 헤스터
    아가일 가의 막내딸. 친어머니는 아일랜드계 미혼모였다고 한다. 상당한 미녀로 묘사된다. 레이첼에 대한 반항심으로 가출해서 연극배우 생활을 한 적도 있다. 재코의 결백을 밝혀준 아서에게 당신이 오히려 원망스럽다는 반응을 대놓고 표출한다. 약혼자가 있지만 사건 재수사가 진행되면서 사이가 삐걱대기 시작한다.
  • 티나
    아가일 가의 둘째 딸. 창녀와 인도인 선원을 친부모로 둔 혼혈이다. 도서관에서 일한다. 레이첼 아가일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다른 남매들과 달리 그녀가 제공한 편안한 삶에 만족감을 느끼고 고마워했다.
  • 필립 듀란트
    메리의 남편.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개별적으로 조사한다.
  • 그웬다
    레오의 비서. 곧 그와 결혼할 예정이다.
  • 커스틴 린드스톰
    아가일 가의 가정부.

4. 결말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레이첼 부인은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지나친 나머지 남편인 레오와는 껍질뿐인 부부가 되어버렸다. 또한, 자식들에 대한 레이첼의 애정은 일방적인 것으로 자식들은 집착에 가까운 애정공세를 족쇄처럼 느끼고 있었다.

레이첼 부인의 자선과 사랑은 지극히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것이며 결국 자기만족이 아닌가 하는 불만이 가족 구성원 전원에게 있었다. 레이첼 부인에 대해 반항심과 살의를 느끼고 있었던 것은 재코만이 아니었다. 그것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사람이 재코였을 뿐.

이렇게 가족들의 숨겨 두었던 속내가 서서히 드러나는 와중에 범인과 범행 동기가 결국 밝혀진다.

범인은 가정부인 커스틴이었다. 2년 전 레이첼 부인을 살해한 그녀는 재코가 유력 용의자가 되며 용의선상에서 벗어났지만, 아서의 등장으로 사건이 원점에서 재조사되자 불안감을 느낀다. 커스틴은 집안 내부의 조사로 진실에 접근하려는 필립을 살해했으나 결국 아서에 의해 모든 범행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녀가 레이첼을 살해했던 이유는 재코의 사주였다.

재코는 커스틴을 유혹하여 레이첼을 살해하도록 하고 자신은 그 시각에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재코에 대해 누군가를 직접 죽이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그렇게하게 만드는 부류라는 평은 이 복선이었다. 하지만 재코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주어야 했을 아서는 공교롭게도 재코와 헤어진 직후 교통사고를 당해 그날의 기억을 잃었다. 게다가 재판이 진행될 당시에는 연구차 남극에 있었기에 기억을 떠올릴 계기도 없었다.

방탕한 재코가 자신을 이용했을 뿐이란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커스틴은 그를 위해 자수할 것을 포기했고 이로서 재코는 아이러니한 누명을 쓴 것.

5. 여담

BBC One 드라마판의 전개와 결말은 꽤 다르다.

우선 탐정 역할을 해야 할 아서 캘거리는 남극을 탐험한 지질학자가 아니라 맨하튼 프로젝트에 참가한 물리학자로 원자폭탄 투하로 인해 정신질환을 얻어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가 퇴원한 후 우연히 재코의 수감 사실을 접하고 알리바이를 증명하러 아가일 일가를 찾아왔다. 레이첼 아가일 살인사건 당일 정신병원에서 탈출 후 차량도주를 하다가 우연히 재코를 태워주는 바람에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었으나 바로 정신병원에 재입원되는 바람에 나중에서야 알리바이를 증명하려고 했던 것이다. 원자폭탄 투하로 인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것에 대한 죄책감 속에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누명을 벗겨야 한다는 마음에서 아가일 일가의 냉대와 조롱, 협박을 이겨내고 자신의 정신병원 입원경력을 밝히면서까지 끝내 알리바이를 증명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등장인물들의 심리도 꽤나 어둡게 재해석되었다. 메리는 어머니에 대한 과도한 애착 때문에 마이클에게 그웬다를 유혹해서 아빠가 재혼을 무르게 만들라고(...) 제안을 하는가 하면 ‘난 어머니가 가장 사랑하던 자식이었다’라며 남매들 앞에서 격하게 감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필립은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된 뒤 성격이 상당히 뒤틀려서 주변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해 갖고 노는 것으로 내적 분노를 해소하고, 게다가 처제 헤스터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드라마판의 살인범은 하녀 커스틴이 아닌 남편인 레오 아가일이다.

사건 당일 비서인 그웬다와 불륜을 저지르다 레이첼과 재코에게 발각된 레오는 이혼을 통보받았다. 이혼하면 빈털터리가 될 것을 우려해 레이첼을 살해한 후, 평소 재코에게 악감정을 지닌 굴드 반장을 부추겨[2] 재코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그런데 사실 재코는 레오가 커스틴을 강간해 낳은 친아들인데, 레이첼이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몰래 입양해 키웠다. 하지만 자녀들이 여러모로 속썩인 탓에[3] 레이첼이 정줄을 놓은 나머지 그만 비밀을 재코에게 말해 버린 것[4]. 레오가 재코를 접견했을 때 재코가 모든 비밀을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선포하자 레오는 (굴드 반장의 도움으로) 재코마저 재소자 간의 싸움으로 위장해 감옥에서 죽여버려 입을 닫았었던 것이다. 그리고 유일한 증인인 아서 캘거리마저 정신병원에 연락해 강제입원시켜 입을 영원히 닫고자 했으나, 레오가 범인인 것을 알아챈 커스틴이 재코의 남매들에게 사실을 실토했다. 어머니에 이어 친아들마저 죽인 레오에 분노한 자녀들은 레오가 집 근처 호수에서 익사한 것으로 위장한다. 하지만 사실 레오를 죽이지 않고 그간 커스틴만 오가던 집안 깊숙한 곳에 감금시켰다.


[1] 아서 캘거리의 인물 설정, 살인 동기 및 결말[2] 굴드의 아내가 잭과 불륜 관계를 맺은 뒤 돈을 주고 있었고, 잭은 그걸 따지러 온 굴드를 면전에서 모욕했다.[3] 의붓남매지간인 티나와 마이클은 몰래 연애를 하고 있었고, 가출한 헤스터는 동거하던 애인의 아이를 가졌다. 레이첼은 티나와 마이클에게는 욕을 퍼붓고, 헤스터는 그녀의 동의 없이 낙태시키기까지 했다.[4] 화가나서 한 일이긴 하지만 레이첼도 후회했는지 재코에게 왜 자신이 엄마라는 사실을 이야기 했느냐며 화를 내는 커스틴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한다. 평소와 다른 그녀의 모습에 커스틴은 놀라서 일단 화를 거두며 그녀의 상태부터 살피는 데 레이첼은 이 시점에서 남편인 레오에게 치명상을 입어 죽어가는 상태였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재코에게 비밀을 폭로한 것을 후회하며 커스틴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