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12-17 17:18:24

CS복

파일:attachment/yk01.jpg
파일:external/c2.staticflickr.com/8022413241_32e6513f92_z.jpg
유격훈련을 하는 병사들이 CS복을 입고있다.
대한민국 육군에서 흙바닥을 박박 기어야 하는 강도 높은 훈련[1]을 받을 시에는 전투복이 아무래도 상하는데, 이 때를 대비해서 대신 착용케 하는 것이 CS복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전역자들이 입던 낡은 전투복을 반납받아 모아놓은 뒤, 험한 훈련에 쓰기 위해 부대 피복으로 보관하다 완전히 못 쓰게 될 때까지 굴리는 것이다. 그럭저럭 멀쩡한 상태로 반납된 전투복들이 여생을 보내는 방법이라 보면 된다. 대한민국 공군에서는 '재활용 전투복'이라고 부른다.

CS란 대한민국 국군이 사용하는 보급기호중 하나로서 '폐기 대상이지만 아직 사용가능한 물품'을 뜻하는 기호다. 비슷하게 A급의 A는 신품, B급의 B는 사용가능품의 기호이다. 또한 미군측에서는 CS가 Combat Service란 뜻으로, 훈련용 기재를 통칭하는 용어다.
  1. CS가 최루가스의 일종인 CS를 뜻한다는 추측이 있다. 아마도 유격과 항상 병행되기 마련인 가스 실습과 연관을 지어서 이런 추측이 나온 것 같다.
  2. Combat Suit의 약자라라는 설도 있다.
  3. 받아봤을 때의 상태를 근거로 X발 쓰레기의 약자라는 소리도 있긴 하다.
  4. C급 스페셜(폐급 중에서 최상품)의 약자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요런 민간어원설도 있다.

부대에 따라 CS복이라는 호칭 대신 침투복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며 그냥 '폐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놈을 입을 때는 상의를 하의에 넣지 않고 빼는데, 그렇게 하면 포복할 때 흙이 바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활동이 편해지므로 비단 훈련 때만이 아니라 보통 때에도 이렇게 상의를 빼 입게 해 달라는 요청이 한국 국방부에 오래 전부터 올라갔었다. 덕분에 규정이 바뀌어 이제는 전투복 상의를 바지 밖으로 빼 입는다.

보통 부대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유격 훈련 직전에 부대원들에게 임시 지급되며, 해당 훈련이 끝나면 세탁해 반납한다. 세탁은 원래 유격 훈련 담당 부대에서 일괄적으로 하야 하는데, 예전 방위병의 경우 유격훈련도 출퇴근이라 매일 흙덩이가 된 입은 옷을 가져와서 세탁해 밤새 말려 입고 훈련을 받고, 퇴소일에만 그냥 반납하기도 했다. 다만 유격장 부대에서 숙영하는 현역병이나 퇴근은 하지만 집에 세탁할 형편이 안 되는 이들은 그냥 털어서 대충 말려 다음날 또 입고 훈련을 했다. 지금의 상근예비역들은 유격 훈련기간 등에는 영내 거주하므로 해당없다. 3일차 쯤만 되면 훈련 중 흘러내린 땀, 물 웅덩이에 들락거린 탓에 옷에서 쉰 냄새가 진동을 했다. 매일 아침 덜 말라 몸에 감기고 냄새 나는 CS 훈련복을 입는 게 유격 훈련의 또다른 고역이지만, 금방 흙에 구르고 물웅덩이에 처박히고 땀에 절게 되니 냄새와 촉감은 잊게 되었다.

어차피 낡은 것이니 구르다 찢어져도 상관없는 옷이라고 볼 수 있다. 대개는 민무늬, 경우에 따라 얼룩무늬, 디지털 전투복이 있다. 무릎, 엉덩이, 팔꿈치, 어깨 등 닳기 쉬운 곳에는 다른 폐 전투복에서 나온 천이나 질긴 캔바스천을 덧붙이기도 했다. 당연히 예쁘게 재단해 붙인 게 아니라 그냥 옷 위에 천을 덧대고 재봉틀로 드르륵 박은 거라, 입으면 여지없이 누더기 거지꼴이 된다.

민무늬의 경우 오래된 것은 베이비 붐 세대~86세대들이 현역병 때 제식으로 입고 구르다 전역할 때 반납한 의류라서 매우 낡았으며. 그간 대한민국 남성 평균 체형의 변화로 인해서인지 몰라도 현재 청년들이 입어보면 전반적으로 좀 작고 꽉 낀다는 느낌이다. 특히 바지통이 현용 군복에 비해 상당히 좁다. 1990년대 이전에는 기능성 개념이 부족하여, 전투복도 바지 통이 좁고 상의가 몸에 꽉 끼는 핏이었다. 정복 아닌 전투복까지 항상 다림질도 해서 입으라 했다. 단추를 실이 아닌 철사(...)로 묶어 버린 경우도 종종 보인다. 이걸 입고 하는 훈련이 거의 다 혹독하기도 하고, 옷을 털다 보면 단추가 잘 떨어져서 계속 달기 귀찮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흙이 좀 많이 묻으면 아예 옷을 땅에 내리쳐서 털기도 하니 오래 버틸 수가 없기 때문에 별 수 없는 듯하다. 부대마크계급장 등을 부착했던 흔적이 선명한 옷들도 많고, 아예 계급장이 제거되지 않아 이병이 영관급 장교 계급장을 단 CS복을 떡하니 입고 있는 경우도 어쩌다 보인다. 민감한 부대라면 발견 즉시 커터칼 주고 떼라고 할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86세대들이 현역 시절 입고 굴렀고, 그 후로도 수십 년간 유격훈련 등에 사용되며 혹사당했을 터인데도 외양이 좀 많이 너덜너덜한 점을 빼면 옷으로서의 기능은 훌륭히 하고 있는 점이 놀라운 물건이다. 누가 입든 전쟁포로 혹은 장기수용 죄수를 연상케 하는 탁월한 효과는 덤이다. 하지만 세월은 못 이기는 탓인지 가끔 가다보면 엉덩이 부분이 해져서 실밥이 풀려 속옷이 노출되는 옷도 있다. 보통 지급받은 뒤 이 정도의 하자가 있다면 재지급받을 수 있고, 반납받은 하자품은 폐기 처분된다.

최근에는 한국군이 신형 디지털 픽셀 전투복(통칭 화강암 패턴 전투복)을 만든 덕분에 이전에 사용하던 얼룩무늬 전투복, 자이툰 부대 파병 종료로 악성 재고가 된 구형 사막 전투복이 CS복의 대세가 되었는데,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재활용 민무늬 전투복 재고가 거의 소진되어 얼룩무늬와 사막무늬가 CS복의 대세였다가 그마저도 대부분 소진, 지금은 재활용 디지털 픽셀, 물결무늬 전투복(대한민국 해병대 한정.)을 CS복으로 사용한다. 대한민국 해병대해병대교육훈련단에서 신병들의 유격 훈련 및 과실자 훈련용 부대피복으로 쓰기 위해 아직도 민무늬 전투복을 수시로 구매한다고 한다.


[1] 예를 들어서 신병, 임시입교생도, 부사관후보생 기초군사훈련(군인화 훈련), 유격훈련, 각개전투훈련, 정예수색교육 등이 있다.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