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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방송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1]하기 전에 가능성을 평가하고자 미리 시범적으로 제작하는 일회성 에피소드로 방송계의 베타 테스트 내지 로케테스트라 보면 된다.2. 특징
2.1. 영상 매체
미국에서는 특히 TV 시리즈와 애니메이션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용어이다. 매년 여름 메이저 방송국들에서 새로운 쇼의 아이디어를 검토하며 대본 투고를 받고 새로운 배우들을 오디션하는데, 이때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심지에서는 가장 바쁜 때이기도 하다. 특히 방송국이 아닌 제작사 차원에서 벌이는 일이라, 파일럿을 만들었다고 해도 방송국에서 단칼에 거절당할 수 있는 엄청난 도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트 같은 경우에는 파일럿 한 화 제작에만 천만 달러가 넘는 돈을 들이기도 했다.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계에서도 새로운 시리즈에 대한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차원에서 시범적으로 파일럿 에피소드들을 제작한다. 각 방송국마다 이런 컨셉 단편들을 모아 방영하는 프로그램들이 따로 있을 정도. 어드벤처 타임의 경우 애니메이터 펜들턴 워드가 니켈로디언 재직 시절 단편 모음 코너를 위해 만들어 방영되었지만, 오히려 카툰네트워크에서 그 가능성을 보고 그를 영입해오면서 대히트를 쳤다. OK KO처럼 파일럿/단편 모음 단계에서만 수 년을 보내며 변신을 거듭하다가 겨우 정규 편성된 작품들도 많다. 이런 파일럿 에피소드들은 시리즈가 구상 단계에서 막 벗어난 초창기에 제작되기에, 훗날 시리즈가 인기를 얻고 발전한 이후의 팬들이 보면 작붕과 캐붕을 넘는 이질감을 느낄 수가 있다.
드물게 보글보글 보물선의 사례처럼 파일럿판이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되는 경우도 있다. 보글보글 보물선은 접근 방법이 매우 까다롭고 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끝으로 차기 시리즈를 만들지 못한 작품이라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니다.
이와 같은 파일럿이 해당 TV 시리즈의 1화인 경우가 많으므로 티비 시리즈의 1화를 관행적으로 파일럿(Pilot)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규 편성이 된 후 1화를 새로 작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파일럿과 1화가 반드시 동치된다고 볼 수는 없다.[2] 배우가 교체되어 새롭게 1화부터 다시 촬영하는 경우도 있고 배우는 그대로이지만 구체적인 연출과 촬영을 달리하거나 각본까지 새로 작업해서 1화를 다시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간혹 NBC 드라마 콘스탄틴처럼 예산 문제로 파일럿을 그대로 1회로 삼았는데 히로인을 맡았던 배우의 갑작스러운 하차가 결정되어 극중 억지로 다른 배역의 히로인을 새롭게 설정하는 경우도 생긴다.
한국 방송계에서는 보통 설날과 추석 연휴 동안 각 방송국들이 기존 정규방송 결방에 따른 제작진들이 휴식기를 가질 때, 명절 특집이라는 이름으로 새 예능 프로그램 기획들의 파일럿을 자주 방영한다. 실제로 복면가왕, 골 때리는 그녀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 파일럿으로 편성된 이후에 인기를 바탕으로 정규 편성이 되어 히트를 친 작품들이 많다. 쉽게 말해 시청자들과 파일럿 프로그램의 '소개팅'을 명절이 주선하는 셈이다. 달콤한걸이 시초가 된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도 있으며,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부터 시작한 명절 특집 콘서트도 계속 이어오고 있다. 다만 2020년대부터는 지상파 방송의 하락세가 극심해서인지, 파일럿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어지고 있으며 정규방송 특집이나 영화로 채워지고 있다.[3]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원래 ABC 드라마 파일럿이었다가 취소되고, 스튜디오카날 측의 지원을 받아 결말을 추가해 극장용 영화가 된 사례다.
참고로 특정 시리즈의 중간에 한 에피소드를 할애해 새로운 인물을 게스트로 등장시키고 파일럿 구성을 한 다음 다른 스핀오프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보는 경우는 백도어 파일럿이라고 부른다.[4] 애로우버스의 플래시가 애로우의 한 에피소드를 통해 백도어 파일럿으로 데뷔했다.
2.2. 출판 매체
일본의 만화 역시 기본적으로 파일럿 형식으로 출발한다. 단편 만화를 그리더라도 대부분 연재를 위한 기획 파일럿 단편인 경우가 많고 창작하는 쪽이나 독자나 그런 방식이 익숙하다 보니 처음부터 연재 만화로 시작하더라도 1회 구성 자체는 단편 파일럿 형식인 경우가 많다. 단행본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초기 3권을 묶어 파일럿 형식으로 구성하는 편이고, 그 때문에 인기가 없는 작품인 경우 3권에서 완결이 나거나 인기 있는 작품의 경우 반대로 3권에서 완결이 날만한 이야기인데 그대로 이야기의 스케일이 확장되면서 권수가 늘어나게 된다.[5]라이트 노벨도 대개 1권은 파일럿 형식으로 기획하고 출간한다. 일본 만화의 3권 법칙과 마찬가지로 라이트노벨 1권의 판매고가 좋지 않을 경우 2권을 내지 않고 그 즉시 완결하는게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라이트 노벨 1권들은 대부분 권수 표시가 붙지 않고, 1권 내에서 기승전결이 다 갖춰진 단권완결 포맷을 지향한다. 판매량이 안 나온다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고 만약 판매가 많다면 1권에서 나온 배경 설정이나 떡밥들을 발전시켜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일본 만화와 비슷하지만 문학 장르의 특성상 문장으로 모든 것이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만큼 창작의 자유도 측면에서는 조금 더 빡빡해서 차후 확장을 염두에 둔 설정의 경우 실제로 구체적인 설정을 해놓고 떡밥으로 삽입하게 된다.[6]
[1] 업계에서는 흔히 레귤러라고 표현한다.[2] 일례로 암호명: 이웃집 아이들는 원래는 "케니와 침프"라는 애니메이션이 파일럿으로 내놓아졌지만 이후 새 캐릭터들로 계획되었던 이웃집 아이들 5인방을 주인공으로 아예 다른 애니메이션으로 바꾸어 다시 파일럿을 내놓은 뒤 정규편성이 되었다.[3] 또한 시간이 갈수록 파일럿의 정규 편성 사례가 줄고 있고, 웹예능과 시즌제가 지상파에도 정착된 것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4] 기존에 등장하던 인물을 다른 작품으로 분화시키는 경우와는 다르니 주의.[5] "원래 계획은" 같은 분석이 의미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창작 방식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일본 연재 만화는 미국 드라마 지상파 방송국 업계와 마찬가지로 "인기 있다면 절대 끝내지 않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작가가 원래 생각한 엔딩 형태나 끝낼 시점 같은건 그야말로 초기 기획에 불과하다.[6] 만화의 경우 영상 매체에 가깝기 때문에 배경이나 소품 등을 통해 분위기나 기세로 떡밥을 넣는 것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