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7:47:05

용골(배)


1. 개요2. 중요성3. 구조4. 기타

1. 개요

용골(龍骨, keel)은 선박 하단의 중앙부를 앞뒤로 가로지르는 배의 중심 축을 말한다.

영어 (keel)은 ''과 무관한 단어이다.

2. 중요성

배의 척추, 기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의 크기가 곧 배의 크기를 결정한다.

웬만한 선박은 어지간한 곳은 망가지더라도 어떻게든 수리해볼 가망이 있지만 용골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경우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셈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척추가 박살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부러진 용골을 교체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용골을 교체하려 뜯어내기도 힘들고, 어떻게어떻게 뜯어내더라도 용골을 뜯어낸다는 건 곧 배를 완전히 해체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1] 가령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에 의해 항공모함으로 개장중이던 아마기급 순양전함 1번함 아마기가 관동 대지진에 의해 용골이 대파되어 수리 불가 판정을 받아 폐기된 바 있다.[2]

용골은 배의 중심이며 그래서 나머지 모든 부품이 용골로부터 비롯되어 조립이 되는 만큼, 용골을 뜯어내느니 차라리 똑같은 스펙의 배를 새로 만드는 게 더 쉽기에 용골이 작살나면 그 배는 폐함 처리된다.

3. 구조

예전에는 배의 재질이라고 해 봤자 전부 나무였기 때문에 용골로 쓸 수 있는 각재의 크기의 한계상 주로 긴 나무 축에 좌우로 갈비뼈를 붙이듯이 건조하는 형태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먼저 선저에 긴 용골을 설치한 뒤, 이 용골에 늑골과 뱃전을 붙이는 방식으로 선체를 만드는 것. 서양선뿐만 아니라, 중국 정크선이나 일본의 화선도 이러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선에는 용골을 쓰지 않았다. 주로 평탄한 형태의 저판(低板)을 만들고 그 위에 담 쌓듯이 배를 만들었다.(그리스 시대 트리에레스도 용골이 없이 나무를 쌓아가며 배를 만들었다)[3] 이러한 형태의 배는 선회력이 좋다는 장점(판옥선 같은 경우에는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했다!!)이 있지만, 대신 능파성이 떨어지며 조파저항으로 인한 속도 저하가 용골을 사용한 첨저선보다 크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한선의 경우 균형을 잡기 위해 선체 아래에 돌과 바닥짐을 적재해 밸러스트로 사용하고 키를 유달리 크고 길게 만들어 현대 요트의 센터보드의 역할을 하도록 했으며(한선 문서 참조), 정크선 중 한선과 구조가 비슷한 사선의 경우 배의 좌우에 별도의 날개 모양의 피수판을 달아 안정성을 높였다.

현대에는 주로 배 밑판을 금속을 이용해 통짜로 만들고, 그 위로 모듈공법으로 벽을 쌓듯이 배를 만든다. 선체 자체가 용골 역할을 하는 셈. 일부 외양선의 경우에는 흔들림을 막기 위해 아래로 길게 판 형태의 용골(센터보드)을 내리기도 하며, 특히 크기는 쥐톨만 하면서 대양으로 잘도 나가는 요트가 대부분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4. 기타


대항해시대에는 '용골쓸기'(Keelhauling)라는 형벌이 있었는데, 죄인을 밧줄에 매달아 바다에 던진 뒤 선체에 밀착시키고 용골을 넘어서 반대쪽에서 끌어올리는 형벌이다. 말로만 들으면 그냥 물에 넣었다 빼기만 하는 평범한 물고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가혹하고 잔인한 형벌이다. 당연히 물 속에 빠뜨렸으니 숨을 쉬지 못 하는 질식의 고통도 느끼겠지만, 그와 더불어서 배 밑에 붙은 따개비로 인해 온 몸의 살점이 찢겨나가[4] 엄청난 고통을 유발하며, 설령 익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출혈감염, 혹은 죄인이 아직 물 속에 있는 사이에 피냄새를 맡고 찾아온 상어의 공격에 의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심지어는 죄의 무게에 따라서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번 반복하거나, 선수부터 선미까지 끌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이런 형벌을 당하면 당시의 선상 의료 수준을 생각해 볼 때, 사실상 살아남을 수 없었다. 형벌 자체는 어떻게든 버텨냈다 하더라도, 심각한 전신 열상으로 인한 출혈과 감염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 테니 결국, 그 말로는 패혈증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인한 사망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 당연히 이런 끔찍한 형벌을 아무에게나 내리는 것은 아니었고 살인, 방화, 선상반란 등의 중죄를 저지른 선원을 처벌할때 쓰이는 형벌이었는데, 험악하고 거칠기로 유명한 당시의 선원들이 보더라도 너무 잔혹했는지 실제 시행되었다는 기록은 얼마 없다. 영국 해군에서 시행되었다는 기록이 있긴 하다. 또한 중죄에 대한 본보기이기 때문에, 일벌백계의 사례로서 형벌을 행할때는 함대의 모든 선박의 인원이 참관하였다.

원피스에서 고잉 메리 호는 워터세븐에서 용골이 망가졌다는 사망 선고를 받았다. 때문에 아무리 추억이 많이 쌓인 배였어도 배를 버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다른 부분이었다면 세계 최고의 조선공이 있는 워터세븐의 실력으로 어떻게 고칠 수도 있었겠지만 용골이 망가진 건 워터세븐으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용골을 포함해 배를 통째로 새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은 당시 워터세븐의 조선공으로 위장 취업 중이던 로브 루치가 "새로 만들 수 있다 한들 그 배(고잉 메리 호)는 지금껏 너희와 함께 해온 그 배가 아니게 되며 그걸 가장 잘 아는 건 너희 자신들이다." 라며 테세우스의 배 역설을 들어 거절했다. 이후 고잉 메리호는 아이스버그에게 부탁하여 마지막 항해를 할 수 있도록 최후의 수리를 받고, 루피 일행을 에니에스 로비에서 구출한 후 용골이 완전히 부러져 최후를 맞게 된다.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주연 함선 갤럭티카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긴급 초공간 도약 후 구조 전체가 뒤틀리고 부러지고, 부함장 사울 타이에 의해 등이 부러졌으니 다시는 도약을 못한다는 사망 선고를 받는다. 갤럭티카는 주인공 일행을 지구에 내려준 후 태양으로 날아가 최후를 맞는다.

고전부 시리즈로 유명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추리 소설로 부러진 용골(折れた竜骨)이 있다. 작중 사건과 깊게 연관된 제목은 아니다.

현대의 선박들은 밸러스트(평형수) 조절이나 벙커(연료유) 측심에 even keel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용골 및 선체가 수면과 평행하게 된 상태를 의미한다. [5] 균형이 선미로 기울어져 있으면 by the stern, 선수로 기울어져 있으면 by the forward로 표현하며 선미와 선수의 흘수 차이를 함께 병기한다.


[1] 여담으로,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해군의 카이오 두일리오급 전함이 대개장공사 당시에 용골을 교체했다는 기록이 있다. 어떻게 했냐 하면 정말로 그냥 배를 싹 해체한 뒤 새로운 용골을 가져다 두고 다시 조립한 것. 당연한 말이지만 개장 비용은 엄청나게 많이 들어갔다.[2] 아마기가 폐기되면서 아마기를 개장할 때 사용될 예정이었던 자재를 가지고 카가급 전함 1번함 카가가 대신 개장을 받게 되었다.[3] 일부 화선도 용골이 없는 식으로 만들지만, 한선에 비해 훨씬 바닥이 좁아 한선과 같은 선회력은 보여주지 못하는 첨저선이다.[4] 여기에 더해서 소금기가 가득한 바닷물이 고통을 가중시킨다.[5] 여기서 유래된 영어 숙어 중에 evenkeeled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균형 잡힌'이라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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