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05 08:58:23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1. 개요2. 쓰임3. 불분명한 기원
3.1. 처칠이 한 말이다?
4. 유사 표현
4.1. 박은식의 한국통사
5. 기타 사례6. 오남용에 대한 비판 및 주의점7. 관련 문서

1. 개요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2010년대 초 경 한국의 인터넷에서 전파된 가짜 명언. 누구의 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1]

간혹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나라는 없다'라고도 한다. 출처가 불분명하기에 무엇이 원문인지는 따지기 어렵다.

2.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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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일본의 과거사 왜곡, 부정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그 설득력과 당위성을 높이는 목적으로 제시된다. 아래에도 있듯이 출처가 불분명한데도 굳이 신채호라 한 것은 신채호가 유명한 독립운동가이자 역사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2000년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었다는 말은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다. 1960년대생으로 1970년대 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 시절에 이미 선생님들이 하신 말씀인데 그 선생님들도 남에게서 배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2000년대 무한도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누가 한 이야기를 퍼 나른 것일 뿐인 셈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무한도전 329, 330화에서 단재 신채호의 발언이라고 언급한 무한도전 TV특강 특집에서부터. 그런데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에서는 윈스턴 처칠이 한 말로 다시 나왔다. 자꾸 중언부언 말이 바뀌었으니 무한도전 각본가가 창작한 말로 추정될 수밖에 없는데, 그 당시는 떠도는 말로도 이런 말은 없었다. 국가보훈처 블로그에서도 언급되었으며, 지금은 링크가 없다. MBC에 해당 발언의 출처가 어딘지 문의해도 그 당시 담당 스태프가 퇴사하여 확인이 어렵다는 답변만 매크로식으로 반복할 뿐이다.

이 말은 기본적으로 자국의 잘못된 과거를 잊거나 되풀이 하지 말자는 의미이며, 타국이 저지른 것뿐만 아니라 자국의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 경계의 뜻도 함께 담은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주로 타국, 특히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부분에 주력으로 사용된다(예시: 이재명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3. 불분명한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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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believe everything you read on the Internet just because there's a picture with a quote next to it.
인터넷에서 본 글에서 사진 옆에 인용문이 있다고 해서 다 믿지는 말아라.
에이브러햄 링컨[2]

하지만 신채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이런 말을 했다는 기록 역시 어디에도 없다.

출처랍시고 나오는 조선상고사는 물론이거니와, 독사신론, 조선혁명선언, 조선사연구초 등 단재의 저작을 다 뒤져봐도 비슷한 말이 없다. 간혹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는 말에서 왔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것도 단재가 언급한 적 없는 말로서 출처가 불분명하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말로는 독사신론에서 나오는 '역사를 버리면 민족의 국가에 대한 관념이 클 수 없다' 정도가 있으나, 흔히 아는 그 명언과는 조금 다르다. 자신에게 지식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 지식이 진실인지 확인할 생각은 하지 않는 사람들을 확인시켜주는 좋은 증거다.

신채호의 역사관에 따르면 역사는 역사 자체를 위해서 연구되어야 한다. 역사를 기억한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그걸 확인하지도 않은 채로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이나 신문에서 인용하는 일은 도리어 신채호의 정신에 역행하는 짓이다.


1999년 기타노 다케시가 진행하던 일본 TBS 테레비여기가 이상해요 일본인이란 예능 프로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당일 프로그램의 주제는 일본의 식민 지배에 관했던 내용이고, 패널로는 아프리카 출신 흑인 유학생과 한국인 유학생, 중국인 유학생이 출연하였다. 토론이 달아올랐을 때 아프리카 유학생이 '우리는 700년이나 식민지배를 당했는데 사과받지 못했다. 그에 비해 일본의 식민지배는 별거 아니지 않냐?'라는 발언을 하자, 중국인 유학생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어!'라고 말하며 반박하기 시작했다.

3.1. 처칠이 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가 원문이며 이 말을 윈스턴 처칠 경이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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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Mexico State Records Center and Archives 홈페이지

뉴 멕시코 주립 도서관에 보면 저게 처칠이 한 말이라고 보란듯이 간판을 달아놨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몬테카시노 전투 관련 자료에, 영국의 국방부 차관이자 재향군인 장관이었던 아이버 캐플린조차도 저 말을 처칠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3]

하지만 실제로 처칠이 한 말인지는 불분명한데, 어느 연설이나 저서에서 나온 말인지 분명하지 않아서 위의 사례만으로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처칠이 남겼다는 말과 굉장히 유사한 말을 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미국의 작가인 데이비드 매컬러이다. 그가 한 말은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can function no better than an individual with amnesia."(과거를 잊은 국가는 기억을 잃은 사람보다 나을 게 없다)인데, 이것이 원문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 말조차 그가 언제 어디서 한 말인지는 불분명하다.

그 밖에도 비슷한 문장이 쓰인 사례가 존재한다. 1909년 휴버트 칼턴이 쓴 'St. Andrew's cross' 24호에는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lost its future; and the Church which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 to it ...'(과거를 잊은 민족은 미래를 잃은 것이며, 과거를 잊은 교회에 미래는 없다)라는 비슷한 문장이 있으며, 문장의 출처는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신문을 검색해 보면 1913년 7월 13일자 Omaha daily bee.에서 'The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will never have much of a future.'라는 비슷한 문장이 보인다. 시기적으로 따져보면 처칠이 처음에 이 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20세기 초에 존재했던 말일 가능성이 높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유래를 찾아보면 신명기에서 야훼를 잊지 말라고, 잊어버리면 다른 민족들처럼 멸망할 것이라고 한 것과도 연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처칠은 오히려 의미가 상반되는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식의 말을 남겼다.[4]

4. 유사 표현

비슷하지만 다른 말로 \'Those who fail to learn from history are doomed to repeat it.'(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 사람은 그것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도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긴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면이 다르다. 이 말도 처칠이 한 말로 오인되지만 미국의 처칠박물관 답변에 따르면, 처칠은 이 말을 전혀 한 적이 없다.

대신은 스페인의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가 자신의 저서 In the Life of Reason(이성의 삶 속에서)에서 언급한 \'Those who cannot remember the past are condemned to repeat it.'(과거에서 배우지 못한 사람은 과거를 되풀이한다)가 좀더 비슷하다. 해당 어록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추모 현장 등에도 새겨져 있다.

'수전망조'라는 고사성어가 있는데, 유래를 생각하면 이 문서의 제목과 알맞다.

4.1. 박은식의 한국통사

옛사람들이 이르기를 나라는 멸할 수 있으나, 역사는 멸할 수 없다고 했다. 대개 나라는 형체와 같고, 역사는 정신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형체는 허물어졌으나 정신만큼은 남아 존재하고 있으니, 이것이 통사를 서술하는 까닭이다. 정신이 존속해 멸망하지 않으면, 형체는 부활할 때가 있으리라.
- 『한국통사』 中
박은식은 한국통사에서 언급한 \'역사는 신(神)이요, 나라는 형(形)이다'라고 하여 이 말과 문장은 일치하지 않지만 같은 의중에서 나온 말을 한 바 있다. 언제고 다시 만들어질 수 있는 형체보다는 정신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역사만 잊지 않으면 망한 나라도 다시 세울 수 있다는 뜻으로 사용하며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더더욱 강조하는 말이다.

5. 기타 사례

2017학년도 수능부터 국사가 필수 과목이 되면서 역사를 모르면 대학 입시에 치명적이게 되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기준으로 대학 합격자의 대부분이 교과전형으로 갔고, 그 다음이 학종, 정시였다. 교과전형은 각 고교간 내신 수준 차이를 1:1 비교한다 하는 것에 공정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수능최저학력기준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즉, 국사 공부를 안 하면 말 그대로 대학도 못 가는 것이다. 특성화고 학생들도 대학 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특성화고에서도 국사는 배우는데, 고졸취업시에는 내신 역시 중요하다. 수험생 입장에서 역사를 모르면 미래가 없는 셈이다.

6. 오남용에 대한 비판 및 주의점

일단 비판의 주요 요지는 어디까지나 해당 표현을 역사를 논할 자리 밖에서 지나치게 남발하거나, 내로남불처럼 남에게만 엄격하고 자기한테는 관대하게 적용하는 등의 오남용이다. 이 글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할 만한 대상은 과거사를 애써 모르는 척하거나, 아예 안 생긴 것인 양 역사를 왜곡하려고 하는 것이며, 이 문장 자체가 잘못된 문장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유튜브의 여러 공식 뉴스들에서의 댓글상으로 이 글귀가 남용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볼 수 있다. 남용하는 사람의 문제점은 인류사가 곧 전쟁사라는 말이 있듯이 대개 제2차 세계 대전 등 전쟁사에 국한하는 것으로, 특히 일본과 관련 있는 뉴스 동영상들마다 댓글상으로 일본을 어느 정도로 옹호하려고만 하면 자꾸만 이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와 같은 댓글이 달리는 현상을 볼 수 있고, 한일관련 역사나 정치이슈 영상에 비슷한 취지의 댓글들이 좋아요 수를 가득 받고 메인 댓글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자칫하면 혐일, 혐중 등의 혐오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나친 민족주의적 관점이라는 말도 있다. 과연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본인이 태어나기도 전의 일로 역사의식을 강요하는 것이 옳은지 개인주의, 자유주의적 시각에서는 의문이 들 수 있다.[5] 이 관점에서 생겨난 표현으로는 '전범국'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위 비판은 오남용을 자제하자는 뜻에서 의의가 있지, 과거사에 대해 깊게 알아보거나 파헤쳐보려는 시도를 방해하면서 위 비판을 인용하려는 행위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7. 관련 문서


[1] 비슷하게 출처가 불분명한 명언으로 마치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가 있다. 괴테가 한 말로 알려져있으나 확실치 않다.[2] 당연하지만 링컨 생전에는 인터넷은커녕 전화도 없었다(링컨 암살 직후에 대서양 해저 케이블을 상시는 유지했으되 모스식 유선전신을 썼다). 이 짤방은 그 메시지에 해당되도록 수정한 것으로서 이 짤방조차 믿지 말라는 뜻이다.[3] 표지 포함해서 3번째 장과 마지막 장에 언급되어있다. Ctrl + F 누르고 'a nation'만 쳐도 바로 나온다[4] 1948년 1월 23일 영국 의회 연설.[5] 같은 민족인데 누구는 모르고 누구는 알고 있는 것은 종교로 따지면 이단이 섞여 있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민족'은 집단이니 '역사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로 고치는 게 알맞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