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14 14:27:48

엘로이즈 드 빌포르

1. 개요2. 작중 행적3. 기타

1. 개요

Héloïse de Villefort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인물.

2. 작중 행적

제라르 드 빌포르의 후처이자 재산에 관심이 많은 여성. 제라르 드 빌포르와의 사이에서 에두아르 드 빌포르라는 아들을 낳았다. 남편 빌포르가 전처 르네 드 상메랑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신의 의붓딸 발랑틴 드 빌포르를 그녀 때문에 자신과 아들 측이 재산을 물려받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박대했고, 시아버지 누아르티에 드 빌포르가 발랑틴에게 본인의 전재산을 상속하려고 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복수를 위해 엘로이즈 드 빌포르에게 접근하는데 그를 위해 폭주하던 마차를 멈춰주고 기절한 에두아르를 구해줘 에르민 드 당글라르와 마찬가지로 백작을 신임했다. 물론 마차의 폭주는 백작의 계산된 작전이었다. 정확히 무슨 수를 썼는지는 작중에 나오지 않으나, 하인 알리에게 '몇 시쯤 길거리에 미친 듯이 날뛰는 마차가 달려올 것이니 반드시 우리 집 앞에서 멈추게 해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아 손을 쓰긴 썼다는 것은 확정이다. 이후 백작에게 독살에 쓰이는 독에 대해서 귀띔받고[1]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연쇄독살사건을 벌이게 된다.

가장 먼저 발랑틴의 외조부모인 생메랑 후작 부부가 차례로 세상을 떴다. 뒤이어 레모네이드에 독을 타 시아버지 누아르티에도 독살하려 했으나, 누아르티에가 중풍 치료에 쓰던 약에는 빌포르 부인이 쓴 독과 같은 성분이 있었기 때문에 내성이 생겨 실패했다. 대신 목이 말라서 독이 든 레모네이드를 마셨던 누아르티에의 하인 바루아가 억울하게 독살당한다. 처음 생메랑 후작 부부의 사망은 후작은 노환, 후작부인은 남편이 죽은 뒤 슬픔을 못 이겨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건강한 하인 바루아가 죽었고 누가 봐도 그 표적은 누아르티에였다. 그래서 가문 주치의 다브리니는 이게 연쇄 독살 사건임을 알아채고 '백 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인물이 집 안에 있다'고 언급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사망했을 때 이들의 유산을 물려받는 큰딸 발랑틴이 범인으로 의심받으나, 아버지 누아르티에가 '발랑틴은 그럴 아이가 아니다'라고 딱 잘라 부정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발랑틴을 독살[2]하려고 하나, 이미 낌새를 알아챈 누아르티에가 이전부터 발랑틴에게 자신이 먹는 약을 먹이면서 독에 대한 면역을 길러준 탓에 미수로 그쳤고, 이후에도 몇 번 더 시도했으나 발랑틴을 사랑하는 막시밀리앙 모렐이 몽테크리스토 백작에게 애원해[3] 백작이 남몰래 그녀를 구해낸다. 이후 아버지 누아르티에로부터 범인이 자신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된 남편이[4] 법정으로 출근하는 날 아침에 엘로이즈의 방으로 와 그녀를 추궁하고, 엘로이즈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하며 용서해달라고 애걸한다. 그런 아내를 냉정하게 뿌리친 빌포르는 "우리 집안과 당신 아들의 명예를 생각해서 조용히 죽음으로 죗값을 치르든지, 싫으면 내 손으로 당신을 고발해 유죄 판결을 내릴 테니 콩시에르주리 감옥[5]으로 갈 준비를 하든지 하시오"라고 명령하고는 집을 나선다.

그런데 하필 그 법정에서 베네데토와 관련된 빌포르의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나조차 이런 죄인인데 내가 어찌 아내를 심판한단 말인가'라고 생각한 빌포르는 급히 돌아오지만 이미 아내는 독을 마신 뒤였다. 빌포르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상태였지만 "이제 끝났어요. 무슨 할 말이 더 있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빌포르의 앞에서 쓰러져 사망한다. 빌포르는 아들 에두아르를 찾고자 급히 아들의 방으로 가지만, 이미 엘로이즈가 어린 아들인 에두아르에게마저 강제로 독을 먹여 죽게 한 뒤였다.[6]

이 참상 앞에 빌포르는 결국 글자 그대로 미쳐버리고, 빌포르 가문에서 생존자라고는 엘로이즈의 시아버지 누아르티에와 의붓딸 발랑틴만이 남게 된다. 빌포르 가문을 말아먹은 일등공신. 물론 굳이 엘로이즈가 아니더라도 빌포르 가문은 빌포르가 저지른 불륜 + 존속(영유아) 살해 + 시신 유기라는 막장 범죄 때문에 망할 운명이긴 했다. 빌포르는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물리적인 의미로 목이 안 잘리면 다행이고,[7] 빌포르가 몰락하면 그 외 별다른 인물이 없는 가문이 폭삭 주저앉을 것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그나마 외가가 빵빵하고 막시밀리앙도 있어 딱히 앞길이 막힐 우려는 적은 발랑틴에 비해, 빌포르에게 기대는 거 외엔 별 길도 없는 엘로이즈나 에두아르의 앞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을 것이다. 다만 엘로이즈는 실제로 그렇게 앞길이 막히기도 전에 자신과 아들의 목숨을 끊어버려, 사실상 빌포르 가의 단절을 가져왔으며 심하게는 생물학적 멸족까지 부를 뻔 했다.

3. 기타

빌포르가 아내와 아들의 죽음에 끝내 미쳐버린 것이 본작에서도 손에 꼽히는 충격적인 분기점이라서 간과되는 점이 있는데, 이 여자는 사실 본작에 등장하는 악한들 중에서도 단연 최악의 연쇄살인마다. 이 소설 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게 바로 이 사람. 당테스의 원수들은 페르낭이 알리 파샤를 죽인 걸 빼면 의외로 누군가를 직접 살해한 적이 없고,[8] 조연까지 합쳐도 베네데토가 2명을 죽인 데 그쳤다. 그러나 엘로이즈는 네 명[9]을 죽이려 시도했으며, 실제로는 누아르티에와 발랑틴 살해에 실패한 대신 하인 바루아, 자기 자신, 그리고 자기 아들까지 다섯을 죽였다. 누아르티에는 평소 쓰던 약 성분이 엘로이즈가 사용하던 독 성분과 같아 내성이 생겨서 미수에 그쳤고, 대신 그 옴료를 마신 하인 바루아가 억울하게 죽었다. 이후 계획을 바꾸어 의붓딸 발랑틴을 독살하려 했으나 누아르티에의 예방 조치로 1차는 실패했고, 2차로 시도했을 때는 막시밀리앙의 부탁을 받은 백작이 발랑틴에게 가사 상태에 드는 수면제를 주어 빼돌리면서 목숨을 건져주었다. 그리고 범행이 들통나자 아들을 독살하고 본인도 음독자살했다.

그래서 백작은 복수를 진행하며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간에 크게 관심이 없었으나[10], 엘로이즈와 그녀의 아들이 동반자살한 것에는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원수인 빌포르에게 동정을 표하고, 이 사건 이후로 복수심이 약해질 정도.

작중 최악의 살인마이지만, 의외로 엘로이즈 드 빌포르가 가진 불만 자체는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한 면이 없진 않다. 전처 소생인 발랑틴은 이미 외가인 상메랑 후작 부부의 재산을 상속받을 예정이었다. 반면 누아르티에의 재산은 발랑틴과 에두아르 모두에게 상속 권리가 있는 재산이었다. 그런데 누아르티에가 대놓고 발랑틴을 편애하니, 엘로이즈 입장에서는 '내 아들은 밖에서 데려온 자식이냐'면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11] 실제로 백작이 충동질해 본격적으로 연쇄 독살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엘로이즈는 "발랑틴은 외가의 재산만으로도 에두아르보다 몇배나 더 부자인데, 할아버지(누아르티에)의 재산은 (그 일부라도) 에두아르에게도 상속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상식적인 수준의 불만을 토로해왔다. 그런데 이후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며 점점 그 욕망도 괴물처럼 부풀어올라 생메랑 후작 부부의 재산까지 집어삼키려고 하게 된 것. 물론 백작이 독에 대한 지식을 살짝 전수해 주기는 했지만, 그것을 바로 활용하여 독살을 벌이는 시점에서 결코 정상은 아니다.

욕심에 눈이 먼 탓인지 엘로이즈가 벌인 연쇄살인은 꽤나 멍청하게 진행했는데, 발랑틴까지 독살하고 딱 연쇄살인이 멈췄다. 다른 사람들도 이게 유산상속을 목적으로 한 범죄고 범인이 엘로이즈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고, 빌포르는 의식적으로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누아르티에가 직접 빌포르에게 알려주자 이를 바로 인정했다.

애니메이션 암굴왕에선 와타나베 쿠미코가 맡았다. 작중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밀회하면서 나눈 대화는 개구리 중사 케로로에서 같은 성우들이 맡았던 케로로기로로의 성우장난성 이벤트로 재연되었다.


[1] 물론 복수 과정에서 대외적으로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일은 하나도 안 하는 백작이니만큼 직접 '이 독으로 독살하십시오' 하는 식으로 말한 건 아니고 '약과 독은 한 장 차이입니다, 일전에 제가 드린 각성제도 많이 쓰면 독이죠' 하는 식의 대화를 나눈 후 빌포르 부인의 요청으로 그 각성제 제조법을 알려주었다. 요컨대 만일 백작이 의심받으면 "난 분명히 각성제 용도로 쓰라고 알려준 겁니다. 독약으로 쓴건 빌포르 부인이고요." 라고 빠져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애초에 독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도 고의로 알려주거나 한 것이 아니라 약병을 가지고 놀려는 에두아르를 말리면서 자연스럽게 흘렸다.[2] 당시 발랑틴은 프란츠 데피네와 혼담이 오가는 와중이었다. 그런데 발랑틴이 결혼하는 순간 발랑틴의 재산은 데피네 가문에게 넘어가니, 엘로이즈로서는 발랑틴이 결혼하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려고 했던 것이다.[3] 물론 막시밀리앙은 빌포르 부인에게 귀띔해준 사람이 백작임은 몰랐고, 그저 자신이 존경하는 백작이 때마침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초인적 존재라는 예감에 애원한 것이다. 그리고 백작은 그것을 실제로 일어나게 해 버렸다. 근데 발랑틴이 독살당할 뻔한 원인을 제공한 것도 백작이라는 게 함정[4] 사실 당시 빌포르 가에 남아 있었던 사람이라곤 누아르티에, 제라르, 엘로이즈, 에두아르뿐이었는데 이미 한 차례 독살당할 뻔한 데다가 눈밖에 움직일 수 없는 누아르티에는 물론이고 어린 에두아르가 계획적인 독살을 저지를 수 있을 리 없으니 남는 건 엘로이즈 하나뿐이다.[5] 사형수들이 주로 수감되던 감옥이다.[6] 엘로이즈가 제발 용서해달라고 매달릴 때 빌포르는 "당신을 이대로 살려두고 넘어가면 다음번엔 우리 아들까지 죽일지도 모른다"며 내치는데, 결과적으론 말이 씨가 된 셈이다. 여담으로 에두아르의 시신 옆에 빌포르 부인이 써 놓은 유서의 내용이 가관. (민음사 번역본 기준으로)"당신은 제가 좋은 어미였는지 아닌지 아시겠죠. 좋은 어미는 자식을 두고 먼저 떠나지 않습니다!" 에두아르만 억울하게 되었다[7] 이에 한참 앞서서 백작이 오퇴유의 별장에 당글라르 부부, 빌포르 부부, 베네데토 등을 초청한 자리에서 오퇴유 별장 뒤에 있는 나무 밑을 팠더니 아기의 백골이 나왔다는 말에 카발칸티 후작(백작이 베네데토의 아버지로 행세시킨 가짜 귀족)이 당글라르에게 프랑스에서는 산 아기를 묻은 자에게는 무슨 벌을 주냐고 묻자 당글라르가 단두대로 보낸다고 말했다. 다만 산 아기를 묻은건지 사산된 아이를 묻은건지는 증명하기가 어렵긴 하다. 빌포르 본인도 아이가 죽은줄 알고 묻었다고 하는 대목이 있다.[8] 카드루스는 보석상 조아네스의 살인죄로 수감되었지만 실제로 조아네스를 살해한 것은 아내 카르콩트였다.[9] 생메랑 부처, 누아르티에, 발랑틴. 본인과 아들은 동반자살(정확히는 살해 후 자살)에 가까우니 제외.[10] 물론 결과적으로는 그 주변인물들도 자신의 행동에 걸맞는 결말을 맞게 되지만, 백작의 기본 스탠스는 주변 혈육들을 복수를 위해 이용하는 것일 뿐이지 그들을 벌한다던가 구원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외제니는 이부남매와 결혼할 뻔했고, 발랑틴은 독살당할 뻔했으며, 알베르는 아예 직접 죽여버리려 했다.[11] 다만 누아르티에가 발랑틴을 편애하게 된 것은 엘로이즈 드 빌포르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누아르티에가 늙고 전신 불수가 된 뒤로 자신을 챙겨주는 가족은 발랑틴 뿐인데, 엘로이즈는 원래부터 발랑틴을 박대했고, 제라르는 이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으니, 누아르티에로서는 자신이라도 발랑틴을 챙겨줘야 했을 것이다. 즉, 엘로이즈가 누아르티에에게 불만을 가질 수는 있어도, 애초에 본인도 누아르티에를 전혀 챙겨주지도 않고, 자신이 평소에 발랑틴을 박대한 것부터 지적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