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03 09:46:32

에보시 고젠

파일:모노노케 히메 로고.png
등장인물 아시타카 · · 에보시 고젠 · 모로 · 옷코토누시 · 시시가미/데이다라봇치 · 재앙신 · 나고
줄거리 · 아시타카 전기 · 주제가
파일:attachment/에보시 고젠/에보시_고젠_2.jpg
에보시 고젠[1]여사, 혹은 에보시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한국 더빙에서도 '에보시 님'으로 번역했다. 영어 더빙판에선 Lady Eboshi로 번역했다.]
エボシ [ruby(御, ruby=ご)][ruby(前, ruby=ぜん)]
나이 불명[2]
성별 여성
시대 무로마치 시대
성우 파일:일본 국기.svg 타나카 유코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강희선
파일:미국 국기.svg 미니 드라이버

1. 개요2. 특징3. 작중 행적4.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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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철의 마음.
불같은 의지, 약자에 대한 동정과 적에 대한 무자비.
새하얀 목덜미와 가는 팔과 강한 힘.
스스로 정한 길을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여자.
수하들의 숭배를 한 몸에 모으면서도
너는 머나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 눈동자는 미래를 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일찍이 보았던 지옥을 지금도 보고 있는 것인가...
아트북에 수록된 에보시 고젠의 시
모노노케 히메의 등장인물.

2. 특징

타타라 마을의 지도자이자 수장인 젊은 여성이다. 나이는 많아 보이지 않지만 관록이 느껴지며, 강인하고 당당한 여걸이자 지도자로서 외부 세력에 대항해 타타라 마을을 지켜낸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로 떠도는 남자들과 노인들, 아이들을 시작으로 빚에 쪼들리거나 가족을 잃고 가난으로 인해 생계가 막막하여 유곽으로 팔려갈 처지의 여자도 보는 족족 데려가서 일거리를 제공하고 마을에서 자유로이 살게 해줬으며, 환자들(아마도 한센병)[3]사회적 약자를 마을 내부로 거두었고, 나병으로 썩어 들어가 건강한 사람은 근처에도 가기 꺼려 하는 환자를 직접 치료해 줄 뿐 아니라 이들에게 상당한 고급 기술인 화기 제작술을 가르쳐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끔 해 주었다.[4] 이렇게 모범적인 리더십과 비전을 갖추어 모든 마을 사람으로부터의 인망이 매우 높은 이상적인 지도자이다.

무예도 훌륭하고 배짱도 두둑해서 어지간한 전투 상황에서 야전 지휘관으로서 선두에서 총포를 쏘고 지휘하며 직접 싸우고, 이 죽일듯한 기세로 덤벼들 때도 전혀 굴하지 않고 미소를 띤 채 칼을 뽑아들고 1:1로 대등하게 싸웠으며, 총포 사격 솜씨도 우수해 조준기도 없는 총으로 일격 필살을 선보인다. 무사들이 쳐들어올 때 대장급을 연이어 명중시켜 단번에 죽임으로써 물리칠 정도이다.

지도자 에보시의 성향 덕분에 타타라 마을은 병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없을 뿐 아니라, 그 시대에 결코 흔하지 않은 성평등 사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습적으로 여자가 참여하지 못하는 제철 공정이[5] 마을 여자를 주축으로 이루어진다.[6] 또한 타타라 마을 여성들 중에는 총포를 쏘는 법을 배운 여성들이 많으며[7], 몇몇 뜻있는 여성들에게는 글쓰기와 읽기까지 가르친다.

전염병 환자의 처우 또한 당시의 시대는 물론, 수백 년 후 미래와 비교해 보아도[8] 훌륭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9][10] 작중 후반부에서 재앙신의 폭주 탓에 마을이 위기에 빠졌을 때, 토키를 포함 마을 사람 모두가 나병 환자를 업거나 부축하며 탈출하는 것으로만 봐도 약자를 배려하는 수준이 놀랍다고밖에 할 수 없으며, 주민들의 인식이 그런 경지에까지 이른 것은 에보시의 노력이 주된 원인임은 분명하다.

이렇듯 현대 관점에서도 더 바랄 것이 없는 탁월한 지도자이나, 안타깝게도 그와 대립하는 숲의 짐승에게는 숲을 태우고 땅을 파헤치고 동족을 닥치는 대로 죽이는 한없이 원망스럽고 저주스러운 적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악인으로 볼 수 없는 게 그러한 피해는 다른 목적이 아닌 생존과 필수적인 번영을 위한 행위의 결과였다. 그 역시 한 무리를 이끄는 수장이자 자신이 살고 자신의 사람도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전술하였듯 마을 사람을 챙기는 덕목 있는 사람이지만, 다수를 택하는 단호한 냉철함도 갖춘 인물로 책임자의 위치에서 인정에 휘둘려 다수를 희생시키는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극의 초반부에 에보시가 인솔하는 보급 행렬이 심한 비바람과 험한 산길에 가로막힌 채 산과 모로 일족에게 공격받자, 마을 남자 4명이 절벽으로 떨어졌을 때 그들을 찾으러 가기보다 주저 없이 바로 마을로 갈 것을 명령하는 단호한 면도 있다. 일견 냉혹해 보일 수 있는 결단이나 악천후와 지형 조건, 추락자의 생존 확률과 잔존하는 모로 일족의 위협을 고려한 최선의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아시타카에 의하여 다른 1명과 같이 무사히 살아 돌아온 코로쿠에게는 미안하다는 말과 살아 와서 다행이라는 위로도 하고, 코로쿠 본인도 이에 원망하지 않고 에보시의 결정을 이해하며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모습을 볼 때 감정을 절제하기는 해도 죄책감도 느끼는 듯하다.

그러나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이러한 공리주의적인 모습의 부정적인 면도 점점 크게 드러나는데, 대표적으로 옷코토누시를 비롯한 멧돼지 총력군과의 싸움에서 전방의 타타라 병사들을 미끼로 삼아 멧돼지들을 유인하고, 거기에 지뢰를 박아 넣어 멧돼지와 함께 같은 편들도 날려버리는 무자비한 작전을 묵인하기도 한다.[11]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멧돼지들과 정면 승부를 하는 것에 비해 적은 사상자를 냈을 지 모르겠으나, 작중에서는 아무런 언질도 못 받고 같은 편에게 폭격을 당해서 PTSD에 시달리는 타타라 남성의 모습을 통해 그로 인해 주민들이 받은 충격과 슬픔이 그려지며, 도의적으로는 에보시를 믿고 목숨걸고 싸우러 나온 타타라 병사들에 대한 심각한 배신 행위이다.[12] 그나마 "마을 주민들까지 같이 날려버린 에보시는 나쁜 놈!" 이라는 식의 대사도 없고, 이러한 부분이 작중에서 딱히 강조되지는 않기는 한다.

타타라 수비보다 사슴신 사냥을 우선한 것도 지금 당장의 위기보다 나중에 천황을 적으로 돌리는 위험이 훨씬 크기 때문에 소를 버리기로 한 것이기에 이러한 공리주의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결과만 보면 모든 일이 최소한의 희생만을 대가로 잘 풀린 듯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에보시의 판단이 모두 적절했기 때문은 아니고 아시타카의 도움 등 많은 운이 따라줬기 때문이다. 만약에 아시타카가 없었으면 에보시가 폭주한 다이다라봇치에게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고 설령 살아남더라도 타타라 주민들은 궤멸했을 것이며, 에보시는 사슴신의 목을 대가로 천황에게 인정받더라도 정작 그 힘으로 지켜야 할 타타라와 주민들은 전부 잃었을 수도 있다.

3. 작중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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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시작 이전 시점에, 본래 타타라 마을의 사람은 사철을 캐내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산 아래에 파낼 수 있는 것들은 죄다 파냈고, 결국 높은 산과 그 숲에 들어가 나무를 베고 땅을 파헤쳐 사철을 캐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그 산의 주인이자 숲의 신인 멧돼지 나고와 그 일족에게 공격받았고, 마을 사람은 불화살과 창과 칼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보시가 화기 부대를 이끌고 저항하며 여기에 마을에 화기 제작 기술을 보급하면서 전세가 역전되었다.[13] 에보시는 마침내 인간에 저항하던 숲의 신 나고 대장을 물리친다. 이 일은 결과적으로 중상을 입고 도주하던 나고신은 타타리가미(재앙신)으로 폭주하며 에미시 마을까지 덮치려 했기에 아시타카가 여정을 떠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 모든 사건의 방아쇠를 당긴 인물.

에보시의 행적은 숲의 신과 인간 간에 벌어진 전쟁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비등했던 전세의 균형을 깨뜨렸으며[14], 에보시는 인간들의 개간 사업에 대항하는 신들을 물리치고 마을을 키우고 산을 개간하며 제철소를 만들었다.

이렇게 에보시가 타타라 마을을 번영시켜 부강[15]해지게 되자, 그곳에서 나는 대량의 철에 눈독을 들인 아사노 영주 휘하의 사무라이 세력들에게 좋은 먹잇감으로 여겨지게 되어 수차례 공격을 받았고, 여기에 더불어 숲의 급속한 개간은 신들과의 싸움을 심화시켜 끝내 먼 규슈 지방 친제이산의 주인 옷코토누시마저 불러오게 되었다.

결국 에보시는 외부 세력들에 대항하기 위해 지코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제안에 따라 천황[16]에게 사슴신의 목을 바치는 댓가로 마을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행렬을 이끌던 중 숲의 들개신 모로 일족에게 습격받아 낙오된 부상자를 구해준 외부인 아시타카에게 감사의 뜻으로 호의를 베푼다. 에미시의 복장인 아시타카를 꺼리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마을의 중요 시설인 제철 시설이나 총포를 만드는 나병 환자 격리 구역을 견학시켜 준 행동으로 미루어, 아시타카를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생각도 있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17] 아시타카가 가져온 총알을 보고 전후 사정을 들은 뒤 마을의 총이란 것을 밝혔고 아시타카에게 사과한다. 다만 죽어가면서 엉뚱한 사람에게 저주한 멧돼지가 어처구니없었는지 비웃다가 나고의 원념이 잠시 폭주하기도 했지만 당당하게 노려보는 패기를 발산한다.

이후 자신을 노리고 마을을 습격한 과 대립하던 중 아시타카에게 저지당하고, 산의 신병을 인도할 것을 요구하며 더 이상 증오와 원한을 키우지 말라고 호소하는 아시타카에게 그까짓 팔 하나 가지고 엄살 부리지 마라, 저 들개 소녀를 아내로 맞을 셈이냐며 비웃은 뒤 아시타카를 공격하려 하지만, 아시타카에게 제압당하고 기절한다.

이후 마을을 습격한 사무라이 무리들을 화승총으로 크게 격퇴하고, 조정을 위해 사슴신의 수급을 가져가겠다며 지코가 데려온 사냥꾼들과 함께 숲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동안 마을은 군대에게 습격당하고,[18] 여자들만 남아 마을에서 저항하지만 이내 위기에 봉착한다. 아시타카가 남자들에게 마을의 위급한 상황을 알리지만, 지코 일행은 사슴신의 목에만 집착하여 타타라 마을을 나 몰라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지코 일행은 타타라 마을과 아무런 관계 없는 외부인이다.

그러다 아시타카가 모로의 자식인 들개가 멧돼지 시체에 깔려 살아있음을 알고 에보시를 찾기 위해 모로의 아들인 들개를 구하려 한다. 이걸 본 지코의 부하들은 독침으로 아시타카를 공격하는데 보다 못한 마을 남자들이 지코의 부하들을 두들겨 패고 아시타카를 도와 모로의 자식을 구해준 뒤 마을을 지키러 돌아간다.[19]

그러나 에보시는 아시타카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고, 아시타카가 사슴신 사냥을 중지하게 만드려 술수를 부리고 있다고 믿었다. 에보시는 조정과의 약속을 신뢰하여 자신이 외부인들의 힘을 이용한다는 착각하에 사냥을 재개했는데,[20] 이 부분에서 에보시는 마을이나 조정과의 문제를 떠나 숲과의 대결에 집착하는 모습을 강하게 내비친다.[21]

에보시는 결국 자신의 총으로 사슴신의 머리를 쏘아[22] 그 목을 얻었으나, 죽은 줄로만 알았던 모로의 머리가 에보시를 공격해 오른팔을 잃은 채 혼절한다.[23] 설상가상으로 사슴신의 몸통이 잃어버린 머리를 찾기 위해 폭주해 온 산을 돌아다니며 깽판을 쳐 타타라 마을까지 쑥대밭이 되지만, 에보시는 결국 아시타카와 산이 사슴신의 머리를 돌려주어 폭주를 멈추게 한 후 그들의 도움을 받아 마을로 살아돌아오게 되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며 아시타카를 불러와 보다 살기 좋은 마을로 재건하겠다는 목표를 밝힌다.

4. 기타

  • 비록 아시타카의 말을 듣지 않고 마을에 남아있던 사람까지 위험에 빠뜨리며, 산을 두고 아시타카와 대립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작중에서는 굉장히 높은 수준의 인품과 지성을 갖춘 인물이며, 아시타카와 들개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후, 자기 잘못을 반성하여 뉘우치고 마을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며 성장한다. 아시타카에게 "원령공주" 에 대해 이야기해 줄 때 그녀의 가치관이 드러나는데 신들이 평범한 가축이 된다면 "원령공주도 인간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라고 말한다. 적대관계인 원령공주(산)조차 반드시 죽이겠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것.
    즉 숲과 신들은 죽이려고 하면서도 정작 그 신들과 같은 편인데다 자신을 죽이려 하는 산을 먼저 죽일 생각은 품고 있지는 않는데, 이는 에보시가 아시타카와 마찬가지로 산을 같은 인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하자면 에보시는 산을 "들개에게 혼령을 빼앗긴 불쌍한 계집"[24] 이라고 지칭한다. 이를 보면 에보시는 철저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일 뿐 결코 악인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25] 주인공 측의 반동 인물 포지션 정도로 보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 다만 작중 에보시도 결국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 탓에 결국 "자기편만 챙기는 악인"이라고 규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산을 "들개에게 혼령을 빼앗긴 불쌍한 계집" 취급하는 것이 대표적인데, 산은 들개 무리와 엄연히 가족과의 정도 있고 모로도 산에게 모정이 있지만 이를 모두 무시하고 그저 자신이 좋을 대로만, "인간중심적인 관점"에서만 보고 있다. 인간 외의 다른 것을 인정하지도 이해하지도 않고 할 생각도 없는 에보시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이런 에보시의 편협한 시각의 또다른 예는 바로 시시가미를 모든 것의 원흉: 짐승들의 몸집을 키워 인간에게 대적시키고, 산이 동물에게 홀리게 하는 원인이라고 단정짓는 것이다. 여기서 짐승들은 독자적인 지성체에 문화를 가지고, 산은 알다시피 홀린 게 아니라 자기 의지로 들개 무리의 일원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 시시가미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중립을 고수하고 있었다. 자신이 먼저 시시가미의 숲을 침범하면서 극도의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
      결국 이에 대한 인과응보인지, 자신이 결국 시시가미를 사냥하는 바람에 자신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타타라 마을은 파괴되고 만다.[26] 그나마 완전한 악인은 아닌지라 결말에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된다.
  • 출신지가 어디인진 불분명하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저서 '반환점'과 인터뷰에서 밝혀진 설정에 의하면사진, 에보시 고젠의 직접적인 모델은 타테에보시(立烏帽子) 스즈카고젠이고, 과거 왜구(倭寇)에 의해 외국에 팔려나가던 중 두목의 아내가 되었지만, 무예를 닦고 조직을 장악한 끝에 두목을 죽이고 금품을 챙겨 일본으로 돌아와 마을을 세웠다고 한다.
  • 같은 지브리 계열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크샤나와는 묘하게 비슷한 듯 다른 이미지가 눈에 띈다.[27]


[1] 이름 뒤에 붙은 "고젠(御前)"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한국어의 "여사"나 영어의 "Lady"에 해당하는 경칭으로 지체 있는 여성을 지칭하는 존칭이다. 토모에 고젠 등이 그 예시다. 그러니까 에보시 고젠이라고 하면 대략 에보시[2] 외형을 보면 20~30대로 추정된다.[3] 작품에서 명시적으로 나병이라 언급한 적은 없으나 묘사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이 환자들은 에보시의 정원 한쪽에 기거하며 총기를 제작하는 일을 하는데, 다들 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으며, 손발이나 팔꿈치 무릎 아래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상당수 있다. 에보시는 그 정원을 '모두가 두려워하는 곳'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직접 마을 내 의사와 가끔씩 와서 그들의 상처를 씻기고 옷을 세탁해 주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4] 타타라 마을은 이 덕에 작품 중반부터 당대의 화기 기술을 매우 앞서나간 매치락 비슷한 차세대 총을 쓰게 된다.[5] 일본 신화에서 제철을 관장하는 신인 카나야코 신(金屋子神)이 여성 신격이기 때문에 제철장과 대장간 안에 여성이 들어오면 여신의 질투를 받고 부정을 타 철이 제대로 제련이 안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후술하겠지만 제철 과정 외에도 작중 타타라 마을의 운영은 당시 중세 일본의 관습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6] 주인공이 제철소를 방문했을때, 마을의 여자들이 교대로 용광로에 바람을 넣고 있었다.[7] 아시타카에게 나병 환자들이 총기 개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때 이들에게 지시한 것이 "새로 만든 총이 좋기는 한데, 여자가 쏘기에는 너무 무겁다" 라는 것이었으며, 여자가 총을 쓰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내린 지시일 수밖에 없다. 또작중에서 에보시와 산이 처음으로 만났을 때 에보시는 "이 마을에도 산짐승들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있다" 라며 총으로 무장한 사람들과 함께 나타나는데, 이들은 과부들이다. 본의 아니게 아시타카에게 총을 쏘아 부상을 입힌 것도 이 과부. 심지어 사슴신을 잡으러 마을을 떠날 때는 여자들에게 마을을 방어하라고 지시하는데, 어떻게 우리들끼리만 싸우라는 말이냐며 반발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묘사도 따로 없고 실제로도 아사노 가문이 보낸 무사들에 맞서 마을을 지키는 데 성공하는 걸 보면 별로 무리한 명령이 아니었다. 나중에 폭주하는 데이다라봇치에게 마을이 파괴되기는 하지만 이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8] 근현대 한국에서도 한센병 환자들을 소록도에 가둔 역사가 있다.[9] 나병(한센병)이 어쨌든 어느 정도 전염성은 있고 특히 당시에는 가까이 가기만 해도 옮는 병이라고 여겼던 것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격리 구역을 만들어 준 것은 나름대로의 적절한 위생적 조치이자 배려다. 게다가 실제로 나병이나 여러 병자들의 격리 구역은 환자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건강한 이들과 떨어뜨려 두기 위한 목적이 컸으니, 낮은 절벽 밑이나 섬 등 외딴 곳이라 환자가 먹고살기가 어려웠다. 반면이 이쪽은 마을 구석이기는 하지만(격리를 하겠다면 구석에 배치하는 게 오히려 맞기도 하다) 깨끗한 물이 있으며 채소도 재배하고 가축도 기르며 먹을 것 등이 여러모로 부족하지 않으며, 총포수까지 배치되어 외침과 들짐승 기습에 대비하게 하는 것이 다른 마을 주민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이래서인지 나병 환자들도 성한 몸이 아님에도 팔 하나라도 멀쩡하면 스스로 나서서 일하여 마을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에보시가 이들 구역으로 아시타카를 데리고 갈 때 봐도 나병 환자가 소총수를 맡고 불침번을 서고 있거나 팔 하나라도 움직일 수 있는 다른 환자들은 병기 개발도 하고 스스로 만들고 개량하며 새로운 화승총(정확히 보자면 화승총은 아니고, 자포를 분리하여 장전하는 불랑기포에 가까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 작품 내 호칭도 불랑기포의 일본식 명칭인 이시비야. 다만 격발 방식은 화승총과 같은 매치락 방식.)을 개발하고 있었을 정도다. 21세기 기준으로도 한센병 환자들이 한 축을 이루는 총기 제조 업체가 타인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마케팅 같은 것을 펼치지 않고 오로지 제품의 품질만으로 번성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파격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10] 멀리 갈 필요 없이 일본에서는 나병 환자에게 강제로 불임 수술을 시키고, 격리시켜 보호 시설에서 감금하던 법인 우생보호법이 이 영화가 개봉되기 1년 전인 1996년까지 있었다.[11] 극 중 묘사로 보면 작전을 수행한 인간들도 그리고 아마도 고안한 인간들도 미카도의 명령만을 최우선하는 지바시리들일 가능성이 높지만, 에보시 역시 표정만 어두웠을 뿐, 결국은 타타라 주민들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지는 꼴을 현장에서 똑똑히 보면서 항거하지 않고 묵인하고 있었다. 애시당초 지면도 전부 폭발했다는 말을 보면 지뢰를 매설하고 그 위에 타타라 주민들을 배치했다는 말이다. 처음에 코로쿠를 버린 것처럼 상황이 여의치않아 포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처음부터 아예 미끼로 쓸 작정으로 데리고 간거다.[12] 특히 최전선에 있었던 주민들은 대부분 죽은 걸로 보이며, 동료들의 시체를 묻어주고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던 남자는 최전선에서 산이 돌격해오는 것까지 목격했으나 갑자기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었다며 무릎을 감싸안고 흐느낀다.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에보시 님을 지키겠다면서 저 무서운 멧돼지의 파도와 싸우겠다고 나갔더니 그 에보시 님이 등뒤에서 폭탄을 떨군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에보시를 누구보다 신뢰하던 이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이고 인지부조화를 일으켜 미칠 지경일 것이다. 차라리 정면에서 싸워 동료들이 멧돼지들에게 밟혀죽고 살아남는게 정신적인 충격은 덜할 듯. 직접 피폭당하지 않은 주민들은 당연히 지바시리 놈들이 에보시님을 속인거라 여기고 에보시가 이걸 용인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다. 진실은 참혹하다고 말할 수 밖에...[13] 후에 언급된 바로는, 에보시가 홀연히 이끌고 온 40명의 병사는 천황이 내려준 병사로, 불로불사를 얻기 위해 시시가미를 잡는 대가로 얻은 병사로 여겨진다.[14] 엄밀히 말해 에보시로 인해 싸움이 '시작'되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나고 대장'과 타타라 마을간의 싸움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제시되지 않는데, 이는 숲과 인간 간의 영역 다툼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싸움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적어도 나고가 그 산의 주인이었고 사람들이 쟁탈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먼저 그 산을 탐내지 않았으면 싸움도 타타리가미의 출현도 없었을 것은 분명하다.[15] 철을 팔아서 잔뜩 번 돈으로 먹을 것을 두둑히 사 오고 팔려 나온 여성도 많이 사 와서 타타라 마을로 데려와 살게 하며 철 제조 기술을 가르친다. 자세히 나오지 않으나, 이 여자들을 마을 남자들과 맺게 하여 인구도 늘리는 듯하다. 아시타카가 타타라 마을로 처음 와서 같이 먹게 된 저녁 식사를 봐도 쌀이나 고기 같은 식사를 골고루 차별 없이 먹을 정도였다.[16] 작중에서 분명히 미카도, 즉 일본천황이라 밝히고 있다.[17] 실제로 마을에 남아 자신을 돕는 게 어떠냐는 제의도 한다.[18] 이 마을의 철에 눈독 들이던 아사노 영주 휘하의 군대인 듯싶다. 사실, 화승총 부대로 여러 번 이겨냈지만 오랜 내전으로 전투에 도가 튼 군대가 언제나 당할 리 없었다. 굵직한 나무 방패로 결국 화승총 공격도 막아내면서 거침없이 돌격해 온다.[19] 그렇게 오랫동안 들개들과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아시타카를 신뢰하기 때문에 아시타카가 들개를 구하는 걸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모로의 자식도 그런 마을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는 모습은 싸움을 막으려는 아시타카의 노력과 진심이 양측에게 닿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시타카의 애마 야쿠르도 그와 편하게 재회하였다.[20] 사실 작중 묘사를 보면 착각한 게 아니라 사슴신의 목을 따면 저들이 본색을 드러낼 것이니 경계하는 게 좋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걸 보면 서로 간 이해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게 옳다. 사슴신 목 따는 것도 애초에 계약의 일부였으니. 근데 조정에서 밀명을 받은 세력이었던 지코 일행이 타타라 마을이 영주에게 공격받아도 나 몰라라 한 걸로 봐선, 조정 측에선 그냥 이들을 이용해서 사슴신의 목만 얻은 후 어찌 되었든 알 바 아니라고 간주했던 걸지도 모른다.[21] 하지만 사슴신을 사냥함으로써 마을의 안전과 숲의 훼방 모두를 제거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결정이다. 또한 작중에서 멧돼지들과의 전투가 있던 것도 그 결정에 힘을 실어준다.[22] 처음에는 아시타카가 총을 향해 칼을 던져 적중시켰고 덤으로 데이다라봇치로 변해가던 시시가미가 총구에서 식물이 자라나게 하여 쏘는 것을 막았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 어거지로 쏴서 결국 기어이 사슴신의 머리를 땄다.[23] 작중 마을을 습격한 산을 저격하려는 주민들에게 "들개는 목만 남아도 공격해 온다"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것이 복선이었다.[24] 이후에 모로는 "자신의 이빨을 피해 달아나는 인간에게 버림받은 불쌍한 아이"로 표현한다.[25] 나병 환자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면모 등 인간적 면모도 있고. 어떤 책에서는 단순한 선악의 잣대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표기되기도 했다.[26] 작중에서도 지바시리의 계획으로 다수의 타타라 병사들이 희생되는 작전을 묵인한 바가 있다. 에보시의 인간중심주의에서 비롯된 공리주의의 부정적인 면모가 확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27] 코믹스판보단 애니판의 크샤나가 에보시와 꽤 비슷하다. 유능하고 젊은 여성 지도자, 강인한 무력의 소유자, 각자의 이유로 자연에 적대, 주인공 입장에서 악역, 그리고 둘 다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다만 크샤나는 과거에 왼쪽 팔을, 에보시는 후반부에 모로에게 오른쪽 팔이 뜯겨지는, 장애를 갖는 시점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