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05 15:25:29

주사위는 던져졌다

알레아 약타 에스트에서 넘어옴
1. 개요2. 유래3. 용법4. 번역과 출처5. 유사 표현/상황6. 기타

1. 개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와 함께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상징하는 그의 대표적인 명언. 주사위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주로 매우 도박성이 짙고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난 뒤 스스로 납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주 인용된다.

2. 유래

파일:attachment/카이사르의 내전/italy.jpg

당시 카이사르는 갈리아 키살피나, 갈리아 트란살피나, 일리리아의 총독 임기가 끝나가고 있었는데 카이사르를 냅두면 긴 공화정의 역사를 지녔던 로마가 독재정치에 물들 것을 염려한 원로원은 폼페이우스와 짜고 카이사르를 몰아내려 하고 있었다. 원로원 측에서는 폼페이우스도 걱정스럽긴 매한가지였지만 '둘 다 상대하기는 힘드니까 일단 폼페이우스를 이용해서 카이사르를 몰아내고, 이후에 폼페이우스도 토사구팽하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한 뒤 카이사르가 돌아오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1][2]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진짜로 원로원과 전면전을 벌이며 내전할 생각까지는 없어서 "그럼 폼페이우스 군대랑 내 군대 둘 다 해산할 테니 집정관 피선거권과 신변만 보장해줘" 정도의 제안을 했는데 원로원이 무시했다. 사실 원로원에서 카이사르 측과 원로원파의 중재안인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는 군대를 동시에 해산한다.'는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었으나, 원로원은 기본적으로 자문기관에 불과했고 폼페이우스, 스키피오(+카토), 집정관들이 강력하게 반대하여 카이사르의 군대만 해산하는 것으로 결정해버렸다. 이렇게 되면 임기가 끝난 카이사르는 민간인 신분으로 정적들의 무수한 공격을 감당해야 할 테고, 히스파니아 총독 임기가 남아있는 폼페이우스는 여전히 군권을 가지게 될 것이었다. 이에 분노한 카이사르는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 강을 도강하게 된다.

카이사르의 입장에서 원로원의 권고를 어기면 쿠데타를 의미하는 셈이고, 그렇다고 따르자니 자살에 가까운 진퇴양난스러운 상황이었다. 결국, 한참을 고민한 카이사르는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입성하면서 역사적인 명언을 외친다.
이 강을 건너면 인간세계가 비참해지고, 건너지 않으면 내가 파멸한다. 가자! 우리의 명예를 더럽힌 적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신들의 땅으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후, 카이사르는 군대를 이끌고 로마 시내로 난입, 내전 끝에 원로원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고 승리하면서 로마의 패권을 잡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 원로원이 스스로 해산한 폼페이우스의 군대에게 토지 배분도 제대로 안 해주는 등 이기적이고 못돼먹은 짓을 보여줬기 때문에 군단병들과 로마 시민들은 압도적으로 카이사르를 지지했다. 다만 카이사르가 폼페이우스와 기타 핵심 인물을 체포하는 데에는 실패했기에 로마인들은 카이사르 지지파와 폼페이우스 지지파로 갈려 내전을 수행했고, 승자가 된 카이사르는 로마의 정치를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꾸는 초석을 닦는다.

3. 용법

지금이야 주사위를 던져서 어떻게 되었는지 이미 알고 있으므로 카이사르처럼 뭔가 엄청 비범한 인물이 숙고 끝에 마지막 결단을 내리면서 읊을법한 간지폭풍 명언처럼 들리지만, 실제 카이사르는 "씁, 어쩔 수 없지. 낙장불입이다, 될 대로 되라" 정도의 심경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보듯 카이사르의 당시 상황은 별로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아무리 대단한 인물이어도 미래를 읽을 수는 없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적 비장미가 어디 가진 않았고, 선택의 기로에서 뭔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에 이만큼 어울리는 대사도 없기 때문에 예로부터 각종 문학작품부터 서브컬처에 이르기까지 두고두고 우려먹는 말이기도 하다. 하도 여기저기 많이 인용되어서 이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대표적인 어록이라기보다는 그냥 일종의 관용구에 더 가까워졌으며, 때문에 카이사르는 모르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말은 아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4. 번역과 출처

카이사르가 말했기에 라틴어가 원문일 것 같지만 의외로 그리스어로 말했다고 한다. 메난드로스의 희극에 나오는 구절을 그리스어 그대로 말했다고 플루타르코스가 밝힌 바 있다. 라틴어로 전해진 'Ālea iacta est.'는 수에토니우스의 번역이라고 한다.영문 위키백과

그리스어 'Ἀνερρίφθω'가 3인칭 중동/수동태 완료 명령형이기 때문에 'iacta est'에서처럼 'est'라고 'sum'의 현재 직설법을 쓸 게 아니라 미래 명령법 'esto'를 썼어야 더 적절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렇게 되면 'let the dice be cast.', '주사위를 던져지게 두어라'로 풀이되며 이 쪽을 따르면 '돌이킬 수 없다'보다는 '에 맡기자'는 의미가 더 강해진다.

Ālea iacta est는 '(그것은) 던져진 주사위다.'라고 번역할 수도 있지만, 주어가 증발한데다 남 일마냥 얘기하는 것 같아서인지 다소 부자연스럽다.

교회 라틴어로는 iacta를 jacta로 써야 한다. 하지만 말한 사람이 고대 로마 사람인지라 고전 라틴어 식으로 i로 쓰는 편이다. 종종 Ālea와 iacta의 자리가 바뀌기도 했다. 어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굴절어인지라 그런 도치는 별 문제가 없다.

카이사르가 직접 쓴 갈리아 전기나 내전기에서는 이 말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카이사르가 말한 것이 아니라 수에토니우스 혹은 플루타르코스가 덧붙인 문장이었다는 설이 있다.

독일에서는 이 문장이 잘못 번역되어서 "주사위들이 떨어졌다."로 알려져 있는 경우가 꽤 된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한국어 번역판에서는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로 의역했다.

5. 유사 표현/상황

같은 상황에서 나온 또 다른 말로 루비콘 강을 건너다/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다(Pass the Rubicon / Cross the Rubicon)라는 표현도 있다. 속뜻은 동일하다.

한국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이라 하면 죽음을 의미하는 요단 강 내지 스틱스 강이 언급된다.

위화도 회군도 어떻게 본다면 '주사위는 던져졌다' 유형이다. 이 배경인 것까지도 같다. 강을 건너려다 돌아가면서라는 상황이 차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기호지세, 낙장불입, 이판사판과도 유사한데, 이 표현들은 상황은 비슷할지 몰라도 상당히 다르다. '낙장불입'은 어떤 결정을 내리고 나서 후회하더라도 "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돌이킬 수는 없다(혹은 결과에 토 달지 마라)"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인데 비해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는 (결과야 어찌되건) 결정을 내렸다는 것 자체를 명확히 하는 표현으로 주로 사용된다. 카이사르가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하던 그 순간에야 "에라... 낙장불입이지!" 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했더라도, 이후 카이사르가 내전에서 승리하면서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용법으로는 "성공을 기대하고 중대하지만 위험 역시 따르는 결정을 내렸다" 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 또 '기호지세'는 어떤 결정 그 자체보다는 그 결정이 계기가 되어 이후 위태로운 처지임에도 발을 뺄 수도 없이 묶여 있어야 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주사위는 던져졌다>나 <낙장불입>보다는 오히려 계륵이나 백척간두와 가까운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 면에서 차라리 <주사위는 던져졌다>와 유사한 숙어를 찾아본다면 모 아니면 도, 운칠기삼, 못 먹어도 고, 혹은 끝까지 간다가 더 적절할 것이다. 배째

6. 기타

  • 이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고대 로마 당시에도 주사위가 있었다. 아스트라갈로스(Astragalos, 복사뼈)라고 불리는 주사위인데 말 그대로 의 복사뼈를 사용해 만든 것이었다. 이 '알레아'(Alea)라는 단어는 이후 로제 카이와의 <놀이와 인간>에서 '운을 이용한 놀이'를 지칭하는 단어로 쓰였다.
  • 스파르타쿠스 : 저주받은 자들의 전쟁에서는 스파르타쿠스의 부하 네메테스가 카이사르한테 이 대사를 던진다. 극중의 카이사르는 스파르타쿠스 토벌군의 수장인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에 비하면 아직 젊은 나이로 극중 로마군인 중 가장 불쌍하게 굴러다니는 캐릭터라서인지 자기 명언을 시간을 거슬러 빼앗기는 굴욕도 겪는다. 얼마나 불쌍한지는 드라마를 보면 안다.
  • Alea jacta est!라는 제목의 리듬게임 수록곡이 있다. 문서 참조.
  • 붕괴: 스타레일어벤츄린의 필살기 사용 대사로 나온다. 정확히는 "주사위는 던져졌어. 전부 잃거나, 아니면 전부 얻거나!"


[1] 다만 시민들은 갈리아 정복이라는 업적을 이룬 카이사르를 몰아내는 행위는 명백한 토사구팽 행위라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쯤 되면 카이사르가 집정관 시절에 펼친 개혁 때문에 민중파의 최고 거물이 되어서 원로원이 카이사르를 공격하는 행위를 민중파를 공격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수준까지 온다.[2] 사실 틀린 곳이 많은데 폼페이우스는 비록 삼두정치로 크라수스, 카이사르와 연합하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술라의 부관을 지낸 적도 있는 원로원파인 데다가 정치적인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숙청할 이유가 별로 없었지만 카이사르는 민중파 출신으로 원로원파가 독점하고 있는 라티푼디움을 해체하여 로마 평민들에게 나눠주는 이른바 농지법을 통과시키려 하는 등 명백하게 원로원파와 적대관계였기 때문에 원로원파 입장에서는 엄청난 명성과 군대를 이끌고 있던 카이사르는 반드시 꺾어야 할 존재였다. 그리고 사실 로마에서 독재정치 자체는 합법적이었고(독재관이라는 반년 임기의 임시 직위가 존재했다.) 불법적인 독재정치는 이미 원로원파에서 먼저 실행했던 적이 있어서[3]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사실 엄밀히 말해 독재정치가 문제가 아니라 카이사르가 왕이 되는 것을 경계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이건 정말로 카이사르가 왕이 되려 했고 원로원에서 이를 막았다기 보다는 실제로는 원로원파에서 카이사르가 왕이 되려 한다는 흑색선전을 통해, 농지법을 통과시키려는 민중파 정치인들을 숙청하는데 실컷 써먹었던 방법을 카이사르에게도 적용하려 든 것에 불과했다. 오히려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는 이런 식으로 원로원파에게 죽어나간 민중파 정치인의 전철을 밟기 싫어서 황제가 되는 수순을 밟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