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탐정 푸아로에서 휴 프레이저가 분한 헤이스팅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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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Captain Arthur Hastings, OBE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의 등장인물. 에르퀼 푸아로의 베스트 프렌드[1][2]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존 왓슨 역할로, 사실상 왓슨의 오마주라고 볼 수 있다.
데뷔작은 크리스티의 데뷔작이자 푸아로의 데뷔작이기도 한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본래 로이드에서 일하고 있었으나 제1차 세계 대전 때 영국 육군 소속으로 참전, 부상을 입고 의병 휴가를 신청[3]했다가 옛 친구와 우연히 만나 스타일스 저택으로 와서 지내던 도중 푸아로와 만나 환상의 콤비를 이루게 되었다.[4] 작중 묘사로는 짧은 콧수염을 기르고 체격이 건장한 인물로 묘사된다. 프링글스 콧수염을 선호하는 푸아로에게 콧수염이 그게 뭐냐고 타박받는 장면도 나온다.[5]
2. 소개
적갈색 머리에 일종의 모에를 느끼고 있으며, 이로 인해 푸아로에게 놀림을 받을 때가 많다. 본인은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적발에 사족 못쓰는 장면은 여러 소설에 걸쳐 꽤 많이 묘사된다. 주로 헤이스팅스가 젊고 아름다운 어떤 여인이 범인일 리 없다고 주장하면 푸아로가 “그 여자 혹시 적갈색 머리인가?” 하고 놀리는 식. 그런데 결혼은 정작 흑발 여인과 했다(...). 《골프장 살인사건》에서 그의 로맨스가 묘사되며, 부인이 된 여인은 극단에서 만담과 곡예 등의 쇼를 하던 덜시 듀빈이라는 프랑스 처녀. 헤이스팅스는 그녀를 '신데렐라'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이후의 작품에서는 직접적인 등장은 없고 간접적인 언급으로만 나온다. 2남 2녀를 두었는데 딸들의 이름은 그레이스와 주디스. 아들들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 막내딸 주디스는 마지막 작품인 《커튼》에서 조역으로 등장한다.결혼 후 아르헨티나로 건너가[6] 농장을 경영하며 가족과 함께 살게 되며, 푸아로와는 영국을 방문할 때 간간이 만나는 정도이다. 헤이스팅스가 결혼하는 《골프장 살인사건》이 푸아로 시리즈의 2번째 소설이기 때문에 사실상 등장하자마자 아르헨티나로 가버린 격이며, 왓슨 역할로 유명한 것과는 달리 의외로 그다지 많이 등장한 게 아니다.[7] 출연하지 않는 작품에서 푸아로가 '내 친구 헤이스팅스가 그립다'는 등의 간접적 언급을 많이 하기 때문에 실제보다 많이 등장한 것처럼 보이는 효과도 좀 있다. 그렇다고 헤이스팅스 대신 다른 캐릭터가 파트너로 개근해서 등장하는 것도 아닌지라 크리스티의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많이 파트너로 등장했고, 특히 푸아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커튼》에 나온다. 이 시점에서는 아내는 병으로 떠나보내고 20대가 된 막내딸 주디스와 함께 영국에 돌아와 살고 있는 모습.
3. 작중 모습
전통적인 영국의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 기본적으로 마음씨도 착하고 정도 많으며 매우 신사적이지만 살인 사건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푸아로가 용의자의 열쇠 구멍을 들여다 보라고 시키자 비신사적이라고 뻗대는 등, 답답한 행동을 종종 한다. 그리고 푸아로에게 여러 번 속고 놀림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가끔 푸아로의 행동을 의심하기도 한다. 매번 푸아로에게 바보 취급당하다보니 자격지심에 그러는 것인데, 실제로 작중 추리실력은 영 아니다. 그래도 별 생각없이 은연중에 한 말이 푸아로에게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 준 적이 몇 번 있다.그런 작품은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ABC 살인사건》, 《에지웨어 경의 죽음》 등을 들 수 있다. 한마디로 감은 좀 있는데, 그걸 추리로 이어가면 망치는 타입. 문제는 본인은 자기가 좀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푸아로는 헤이스팅스를 '바르고 선량한 인물', '가장 상식적인 인물의 표본'[8]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헤이스팅스가 속는 꼴을 보면 범인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면서 칭찬 아닌 칭찬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건 해결에는 도움이 되었을지언정 온갖 사고를 치는 트러블 메이커이기도 하다. 《골프장 살인사건》에서는 자신이 호감을 품은 여자를 멋대로 사건 현장에 들여서 현장을 훼손시키고 증거를 분실하는 초대형 사고를 친다(!) 이후 이는 여자가 의도적으로 한 행동이었다는 게 드러나기 때문에 사실상 미인계에 넘어간 것이다. 《에지웨어 경의 죽음》에서는 부주의한 행동을 해서 피해자가 1명 더 늘어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물론 온전히 헤이스팅스의 잘못이라 하긴 그렇고 푸아로도 헤이스팅스를 위로해주지만, 처신을 좀 더 깔끔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9] 하지만 여태까지의 사고 정도는 따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초대형 사고를 치는 작품은 바로 마지막 작품인 《커튼》이다.
커튼에서 헤이스팅스는 자신의 예비 사위가 될 것 같은 남자에게 큰 불만을 품고 그를 살해하려 한다. 즉 살인미수범이 된다. 관대한 푸아로는 모든 사람들은 잠재적 살인범이며 범인의 심리적 유도에 걸린 결과일 뿐이라고 헤이스팅스를 용서하지만 이용을 당한 것이든 뭐든 딸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와 사귀려 한다는 이유로 남을 죽이려 하는 모습은 푸아로가 그간 내린 평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푸아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에서 이런 병크를 터뜨린 탓에 어떻게 이런 살인미수범이 푸아로의 파트너가 될 자격이 있냐면서 헤이스팅스를 혐오하는 안티들도 있다.[10] 다행히 헤이스팅스의 살인은 푸아로가 헤이스팅스에게 수면제를 먹임으로써 일어나지 않았지만 만약 푸아로가 억지로 수면제를 먹이지 않았다면 헤이스팅스는 사람을 죽이는 데 성공했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커튼은 단순히 푸아로가 흑막을 처리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푸아로의 대표적인 파트너 헤이스팅스 또한 살인자가 되어서 경찰에 붙잡힌다는, 비극적인 결말로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헤이스팅스는 범죄가 실패로 돌아가자 반성하고 계속해서 범죄를 일으키려 하지 않았다. 크리스티의 작품에서 조금 늦게라도 의지를 다잡아 살인을 그만두는 캐릭터는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헤이스팅스가 근본적으로 악인 설정은 아니며 오히려 강한 의지력을 가진 캐릭터인 게 여기서 드러난다. 크리스티 작품의 다른 살인범들은 범죄가 실패로 돌아갔더라도 자신이 노린 목표물을 반드시 죽이기 위해, 혹은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살인을 일으킨다. 물론 헤이스팅스가 순간적으로 악의에 휩쓸려서 살인을 저지르려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기에 이는 헤이스팅스가 평생 짊어지고 다녀야 할 십자가이기도 하다.
4. 여담
- 과거 히스토리 채널에서 틀어주던 영국 ITV의 드라마 <명탐정 푸아로>에서는 왠지 '얼리 어답터'의 모습을 보여 줬다. 그런데 툭하면 새로 산 물건들은 박살나기 일쑤고, 돈 투자를 잘못해서 아내에게 쫓겨나질 않나, 기껏 투자한 식당이 식중독 사건으로 문닫는 등[11] 고생길을 걸었다. 그 외에도 아침으로 늘 풀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를 싹 다 먹어치우고, 헤이스팅스가 먹는 것을 보고 푸아로가 '내가 그렇게 먹다간 침대로 실려가겠다'며 고개를 내젓는 등[12] 많이 먹는 이미지도 있다. 본작에서의 헤이스팅스는 일반적으로 영국인하면 떠오르는 스테레오 타입에 고루 충실한 캐릭터.
-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탐정 포와로와 마플에서도 푸아로의 조수로 등장한다. 다만 주인공인 메이블 웨스트에게 비중을 빼앗겨서, 역할이 줄어들었다.
5. 등장 작품
-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1920)
- 골프장 살인사건 (1923)
- 포와로 수사집 (단편집, 1924)
- 빅 포 (1927)
- 블랙 커피 (희곡, 1930)
- 엔드하우스의 비극 (1932)
- 에지웨어 경의 죽음 (1933)
- ABC 살인사건 (1935)
- 벙어리 목격자 (1937)
- 빅토리 무도회 사건 or 패배한 개(단편집, 1951)
- 커튼 (1975)
[1] 에르퀼 푸아로는 종종 아서 헤이스팅스를 mon ami라고 부른다. 그런데 친구라고는 하지만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대략 30살 이상이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당시 헤이스팅스는 곧 30이 되는 젊은이고 푸아로는 이미 60이 넘어 은퇴한 경찰이기 때문. 그러나 2차 창작 영상물에서는 대략 10살 정도 나이차로 보이도록 조정된다. 원작 설정을 무시하고 아예 동년배로 묘사되는 경우도 많은데, ITV판 드라마인 명탐정 푸아로에서 헤이스팅스를 연기한 휴 프레이저는 푸아로를 연기한 데이비드 수셰이보다 오히려 한 살 많다.[2] 이렇게 둘이 나이 차이가 심하게 나는지라 헤이스팅스가 60대로 들어서는 '커튼'에서는 간단한 산술만으로도 푸아로는 100살 가량이 되어버리고, 출판 년도 등으로 기준을 다르게 잡아서 계산하면 130살 가까이 먹는 작품도 있다. 이렇게 된 건 애초에 본 시리즈가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가 이렇게까지 장기 연재를 할 계획이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 훗날 본인이 만든 탐정이 너무 나이먹게 만들어버렸다며 후회한다는 발언을 한 적도 있다.[3] 이후 대위로 전역한다. 대영제국 4등급 훈장도 받았다.[4] 사실 푸아로는 사건 이전에도 만났던 사이인데, 푸아로가 아직 벨기에에 있을 적에 한번 만났었다.[5] 하지만 그 푸아로도 정작 다른 사람들에겐 웃기게 생긴 콧수염을 기른 남자로 기억되는게 함정...[6]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20세기 초반의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상위권의 선진국이었고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나라보다 부유했기 때문에 유럽인들의 이민이 흔했다. 19세기 말 출간된 엄마 찾아 삼만리에서 이탈리아인인 주인공 마르코의 엄마가 돈 벌어 오겠다고 아르헨티나로 가정부 일 하러 떠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7] 골프장 살인사건 이후로 헤이스팅스가 등장하는 작품은 빅 포, 엔드하우스의 비극, 13인의 만찬, ABC 살인사건, 벙어리 목격자, 커튼(이상 장편), 포와로 수사집, 패배한 개(이상 단편집)으로 전부 합쳐서 10권도 안 되며 패배한 개와 커튼을 제외하면 모두 1940년대 이전에 발표한 작품들이다.[8] 이 대목은 홈즈가 왓슨에게 내리는 평과 일맥상통한다. "(재판에서) 배심원 역을 하기에 자네보다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걸세."[9] 헤이스팅스 본인도 푸아로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격려해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커다란 자책감을 품는다.[10] 사실 커튼이라는 작품 자체가 오직 모든 범죄를 조장한 흑막 단 1명만이 나쁘고 정작 실제로 누군가를 살해한 살인범들에게는 죄가 없다는 논조를 가진 작품이다. 헤이스팅스 또한 이러한 살인범들 중 1명으로, 다른 살인범들과의 차이점은 그저 범죄에 성공했냐, 실패했냐는 것뿐이다.[11] 이 때 푸아로가 식중독에 걸려서 요양차 가는 전개가 있었다.[12] 푸아로는 드라마에서 대단한 미식가로 나오지만 식사량 자체는 적어서 아침은 크래커 몇 개로 때우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