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Live recording
독일어: Konzertmitschnitt (또는 뎅글리시 식으로 Live-Mitschnitt나 Live-Aufnahme)
프랑스어: Enregistrement public
이탈리아어: Registrazione dal vivo
1. 개요
공연의 실황을 그대로 녹음하는 녹음 방식. 흔히 라이브 앨범이라고 불리는 음반들이 이러한 방식의 녹음을 담고 있다.2. 역사
녹음 기술이 발명된 때와 거의 맥을 같이 하는 유서깊은 녹음 방식인데, 애초에 소리를 기록한다는 개념이 생겼을 무렵에는 전문적인 스튜디오 개념 같은 게 아예 없었기 때문에 공연장에 녹음기를 가져가서 녹음을 해오거나 하는 방식도 일상적이었다. 실제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녹음들 중에는 1888년에 런던의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열린 헨델 음악제에서 공연된 오라토리오 '이집트의 이스라엘'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다. 들어보기다만 이런 극초기 녹음들은 시험용으로만 제작되었고, 또 녹음 가능 시간이 극히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1] 최소 1시간은 걸리는 공연의 실황을 녹음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게다가 마이크와 앰프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그냥 커다란 나팔을 연주하는 곳에 놓고 그 소리를 직접 녹음용 금속 원판을 돌려 바늘로 새기는 원시적인 어쿠스틱 녹음 기술을 썼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든 커다란 소리가 갑툭튀할 경우 바늘이 튀어버려 원판을 망가뜨리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실황녹음이 자리잡기 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마이크와 앰프가 미국에서 실용화되어 소위 전기 녹음이 시작된 1920년대 중반에도 실황 녹음은 매우 드물게 제작되었고, 1930년대에 들어서 녹음 기술이 좀 더 개량되고 두 대의 녹음기를 번갈아가며 돌려서[2] 녹음을 할 수 있게 되자 공연 전체의 실황 녹음도 서서히 제작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제작된 녹음은 이후 그 당시 방송 프로그램이나 음반의 수록 가능 시간에 맞추어 편집되어 방송이나 상업용 음반 제작에 쓰였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도 결국은 여러 장의 원판을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잘 겹쳐서 하나로 이어야 했기 때문에 무척 번거롭고 힘든 사후 편집이 필요했고, 결국 실황녹음이 보편화된 시기는 오픈릴 테이프가 녹음 장비로 도입되고 나서였던 1940년대 후반이었다. 나치 독일에서 방송국 용으로 상용화된 이 테이프는 2차대전 종전 후 연합군이 압류해 갔고, 이 테이프의 제작과 녹음 기술이 개량되고 상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 1940년대 후반~1950년대 중반 동안의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웬만한 음반사들과 방송국들도 이 시기 동안 금속 원판에 녹음하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오픈릴 테이프를 도입해 녹음과 방송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테이프는 원판 녹음 방식보다 훨씬 길게 녹음할 수 있고, 또 더빙이나 편집도 훨씬 쉬웠기 때문에 음반이 봇물 터지듯 엄청나게 찍혀 나오면서 음반 업계의 리즈 시절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오랜 시간을 요하는 실황녹음도 더 많이 제작되었고, 이런 실황녹음을 기반으로 한 실황음반 제작도 활성화 되었다. 또 1940년대 후반에 LP가 도입되면서 음반의 수록 시간이 면 당 30분 약간 넘는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자 청취자 입장에서도 더 자연스러운 청취가 가능해진 것도 중요한 변혁이었다.
다만 영화 등 영상 쪽에서는 아직 녹음 장비들의 크기가 크고 갯수도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가능한한 녹음 장비가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어서 도입이 좀 늦은 편이었고, 주로 후시녹음이나 선녹음 등의 방법이 쓰이다가 1970년대 들어 장비들의 경량화와 촬영 기술의 향상 등으로 동시녹음 작업도 활성화된 시점에서 영상과 소리가 동시에 녹음되는 실황녹화 작업이 일상화 되었다. 물론 후시녹음이나 선녹음 기법도 비슷한 비율로 사용되고 있다.
1990~2000년대 들어 오픈릴 테이프가 하드디스크 등에 녹음하는 테이프리스 시스템의 도입으로 녹음 장비의 주류에서 자리를 내준 뒤에도 실황녹음의 가능성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테이프리스 시스템의 도입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공연이나 행사의 녹음 때마다 수천~수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의 테이프를 준비할 필요가 없어졌고, 또 테이프가 늘어나거나 씹히거나 끊어지는 등의 사고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방송국 뿐 아니라 음반사, 영화사들도 테이프리스 시스템으로 음반과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다.
3. 장단점
스튜디오에서 여러 차례의 세션을 거쳐 최대한 정제된 연주와 음질을 뽑아내는 스튜디오 녹음과 달리, 실황녹음에서는 연주자와 청중이 한 데 모여 있는 상황을 그대로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즉흥성과 현장감이 극대화 된다. 관중의 환호와 박수 갈채가 들리므로 진짜 현장에서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주로 어쿠스틱 악기로 연주하는 클래식이나 일렉트릭 악기가 아직은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재즈 외에도 수많은 전기/전자 장비와 그것들의 치밀한 세팅이 요구되는 록 음악이나 팝 음악에서도 실황녹음으로 만들어진 음반들은 스튜디오 녹음으로 만들어지는 정규 앨범들과 함께 음반 시장에서 한 축을 이루고 있다.다만 아무리 관록 있는 연주자나 뮤지션일지라도 결국 사람인 지라 삑사리 등의 실수를 할 수도 있고,[3] 연주를 아무리 멋지게 해냈더라도 공연장의 음향 환경이 아무래도 녹음 스튜디오보다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4], PA에 사용하는 장비와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장비의 퀄리티 차이도 무시할 수 없으며[5], 심지어 스탭의 어벙함 덕에 녹음 상태가 시망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실황녹음을 한다고 하면 공연하는 사람이나 녹음하는 스탭이나 상당한 긴장감을 갖고 임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클래식 같이 청중의 표현 욕구가 상당히 억제되는 음악의 경우 연주와 녹음의 질 뿐 아니라 객석의 조용함과 매너도 요구되기 때문에, 사전에 중요한 녹음이 예정된 공연의 경우 시작 전 미리 안내 방송을 통해 최대한 정숙해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6][7]
이렇게 손이 많이 가기는 하지만, 여러 날 동안 스튜디오나 공연장을 빌려서 수 없이 많은 세션과 리테이크를 필요로 하는 스튜디오 녹음 보다는 제작비가 저렴한 편이라 클래식 쪽에서는 실황녹음으로 제작하는 음반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다만 이런 음반의 경우 공연 당일의 실황을 그대로 담은 경우는 드물며, 보통 같은 곡목으로 2~4일 가량 계속 열리는 공연을 계속 녹음한 뒤 가장 좋다 싶은 부분들을 잘라서 이어붙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루만 열리는 단기 공연의 경우에도 공연 시작 전의 최종 리허설을 같이 녹음해 본 공연의 실황과 접붙이거나, 청중들이 실수로 친 박수나 이런저런 불필요한 소음들이 많았다 싶으면 공연 종료 후에도 그 부분만 따로 녹음해 패치하는 식으로 편집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 제작된 실황녹음은 스튜디오 녹음과 다를 바 없이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공연 때의 감동을 음반으로 체험하고 싶다며 라이브 앨범을 사는 사람의 기대와 최대한 완벽에 근접한 연주를 최상의 조건으로 담고 싶어 하는 음반사의 의욕이 아이러니하게 엇갈리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유럽과 미국 각지의 방송국들이 방송용으로 녹음해 둔 테이프들이 쌓여 있는 자료실에서 엄선한 편집 없는 당일 공연의 실황 녹음이 음반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런 녹음들은 연주의 실수나 녹음의 미숙함, 청중들의 소음 등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감수해야 한다.
사실 실황녹음이라고 해도 믹싱 정도는 다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용 기기 환경과 PA 환경이 크게 달라서 공연장의 믹스를 그대로 음반에 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PA믹스를 그대로 쓴다면 가정용 오디오에서는 듣기 거북한 소리가 난다.
스튜디오 라이브라는 녹음 기법도 있다. 스튜디오 안에서 라이브를 진행하는 것으로, 실황녹음의 한계를 해결하면서도 라이브 공연과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다.
[1] SP 항목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당시 음반들의 수록 가능 시간은 기껏 해야 장당 AB면 합쳐 9분이 최대였을 정도로 용량이 작았다.[2] 먼저 한 대에 원판을 걸어놓고 돌려서 녹음을 한다→그 원판이 다 돌아가기 직전에 다른 한 대에 원판을 걸고 녹음을 한다→이하 계속 반복. 이 때문에 각 원판의 끝과 시작의 녹음이 살짝 겹치면서 녹음이 끊기는 문제를 막을 수 있었다.[3] 이렇기에 스튜디오에선 보통 악기 세션별로 각개로 녹음, 노래를 파트로 나눠 녹음 후 합치는 방법으로 삑사리로 곡을 통으로 날려먹는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한다. 허나 단체 원테이크 방식이 강요되는 실황녹음에선 불가능한 이야기.[4] 녹음도 주변으로부터 반사/흡수되는 소리의 파동을 세밀하게 신경써야 하기에 녹음하는 주변 환경 또한 중요하다. 방음 부스가 갖춰진 스튜디오와는 달리 넓은 강당이나 야외라는 장소는 녹음에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5] PA는 생각보다 좋은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 PA는 기본적으로 물기나 충격에 노출되기 쉬운 야외 환경이라 장비가 고장이 나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어차피 야외 공연장에선 느낄 수도 없는 미세한 음질 차이를 약간 포기하고 싼 가격과 큰 음량, 다양한 기능, 내구성에 몰빵한 것이다. PA에서 최고급으로 치는 믹서를 레코딩 엔지니어들은 음질이 구리다고 취급도 하지 않는 정도.[6] 서울시향이나 수원시향 같은 경우에도 자신들의 상업용 음반을 위한 실황녹음을 하는 공연에서 이렇게 사전 고지를 하고 있다. 그래도 악장 사이의 박수가 터질 때도 있고 휴대폰 벨소리가 울릴 때도 있어서 녹음 스탭은 딥빡친다[7] 대중음악의 콘서트에서는 이렇게 하기보다는 녹음 뜰 공연을 몇개 정한 후에 녹음을 뜨고, 그 중에 가장 녹음이 잘 된 공연을 추려서 발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