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소녀종말여행
少女終末旅行 |
등장인물 | (치토) (유리) | 줄거리 | 애니메이션 |
1. 개요
소녀종말여행의 줄거리를 정리한 문서.문명이 붕괴한 미래 세계에서 치토와 유리는 궤도차량인 케텐크라프트라트를 타고 생명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폐허를 떠돈다. 거대한 도시의 최상층을 향해 이동하며 식량을 찾아다니는 나날. 여행 도중에 주위에 가득한 옛 문명의 흔적을 탐색하거나, 둘처럼 아직 살아남은 채 자기만의 목표에 충실한 사람들을 만나며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2. TVA 방영분
- 1화: 별이 뜬 밤하늘/전쟁
케텐크라프트라트(이하 차량)를 타고 정처없이 헤매며 최상층으로 올라갈 길을 찾던 두 소녀는, 거대한 전쟁터의 폐허와도 같은 곳에 도착한다. 온 사방에 탄약과 전차, 비행기의 잔해들이 보이고, 유리는 이곳에서 사격 연습을 하며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다. 두 소녀는 어째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일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비행기 잔해에 오르고, 그곳에서 상당량의 레이션을 발견한다. 5개들이 1포장인 레이션을 둘이 먹고 나서, 치토는 마지막 남은 하나는 유리와 반씩 잘라 먹을까 생각하지만, 그 순간 유리가 치토를 총으로 겨눈 채 마지막 레이션을 빼앗아간다. 그리고 치토는 어째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인지 비로소 깨닫는다. 마지막 레이션을 먹어치운 후, 유리는 화가 난 치토에게 잔뜩 두들겨 맞는다.
- 2화: 목욕탕/일기/세탁
극심한 눈보라 속에서 몸을 녹일 곳을 찾던 중, '제72지상발전소'라 적힌 건물을 발견한다. 다행히 설비는 작동 중이었고, 치토와 유리는 아직 온수가 흐르는 파이프 하나를 총으로 쏘아 온수를 획득한다. 밖에서 낡은 파이프 하나를 차량으로 끌고 온 뒤, 이것을 적당히 개조하여 일회용 욕조로 삼은 채 따끈한 목욕을 즐긴다. 눈보라가 그칠 때까지 밖으로 나갈 수 없어서, 둘은 모닥불을 피우고 잠을 청하기로 한다. 치토는 자신의 책들과 일기장을 애지중지하지만, 유리는 글도 못 읽고 치토의 동기도 이해하지 못한다. 유리는 아무 생각 없이 '캇파'라는 책을 모닥불 속에 집어넣었다가 일부분을 태워먹고(…) 치토는 제대로 토라져 버린다. 눈치를 보던 유리는 치토가 잠든 사이에 일기장에다 삐뚤삐뚤하고 틀린 글씨로 '미언해' 라고 써 놓는다. 날씨가 좋아진 뒤, 둘은 밖으로 나가서 눈 녹은 물로 세탁을 하고, 그 와중에 발견한 물고기 한 마리를 구워서 맛있는 한 끼를 해결한다.
- 3화: 만남/도시/가로등
갑자기 건물을 폭파해서 길을 내던 낯선 남성, 카나자와와 만난 소녀들.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카나자와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한 소녀들은 그와 동행하기로 한다. 카나자와가 이곳저곳의 지도를 만든 덕택에, 소녀들은 수월하게 연료도 재충전하고 상층 계층으로 올라가게 된다. 카나자와는 지도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한 삶의 보람이라고 말하지만, 상층으로 올라가는 승강기가 갑자기 고장나는 바람에 기껏 만들던 지도들을 전부 까마득한 아래로 떨어뜨리고 만다. 삶의 의미를 잃은 카나자와는 크게 상심하지만, 상층 도시에서 밤이 되며 아름답게 커지는 가로등들을 보면서 유리가 위로한다. 기운을 낸 카나자와는 다시 직접 걸으며 지도를 만들기로 다짐하고, 자신이 휴대하던 디지털 카메라를 치토에게 건넨 뒤 작별한다.
- 4화: 사진/사원 (3230년 8월 6일 ~ 8월 7일)[1]
소녀들은 밤에 환하게 빛나는 한 건물로 향하기로 한다. 동네에 여기저기 세워진 석상들을 보며 신기해하던 소녀들은, 카나자와가 남긴 카메라로 이것저것 찍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유리가 억지로 치토의 사진을 찍으려다 그만 석상에 차량을 들이받기도 한다. 치토는 다이얼로 대기시간을 조정하는 법을 깨닫고, 그날 밤에 처음으로 둘이 함께 담긴 사진을 찍는다. 환하게 빛나는 건물로 막상 도착했지만, 실내는 어두컴컴하고 알 수 없는 그 석상들만이 가득하다. 설상가상으로 휴대용 전등조차 꺼져 버리자, 암흑 속에서 유리는 이것이 사후세계일까 생각한다. 뒤늦게 건물에 불이 들어오고, 치토는 글을 읽어내어 이곳이 사원, 즉 종교 시설임을 알려준다. 아름다운 인공 정원은 소녀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고,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신이 아니라 곁을 지키는 친구의 존재를 통해 해결되었다. 이내 둘은 서로가 신인가 아닌가로 투닥거린다.[2]
- 5화: 주거/낮잠/빗소리
주거지역을 지나가면서도 별다른 생존 물자를 확인하지 못하는 소녀들은 집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문이 달린 그럴듯한 집을 발견한 둘은, 이곳에 이것저것 놓고서 살고 싶다며 행복에 젖은 몽상(…)에 빠진다. 그 집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피로에 지친 치토가 졸음운전을 하다 위험한 지경에 이르기까지 하자, 일행은 잠시 낮잠을 자고 가기로 한다. 잠든 사이 치토는 돌 쌓기 놀이에서 유리에게 졌던 기억 때문에 악몽을 꾸게 된다. 쌓여올려진 돌 위에서 크고 아름다운 유리가 입김을 불어대어 그만 추락하게 되는 꿈이었다. 그리고 예전에 먹었던 물고기의 기억 때문인지, 이번에는 거대한 물고기 형상의 유리에게 먹히는 꿈을 꾸고서 간신히 잠에서 깬다. 이후 여행을 이어가던 둘은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나게 되고, 적당한 은신처에서 비를 피하는 동안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통해 음악의 기쁨을 깨닫게 된다.
- 6화: 고장/기술/이륙
치토가 혼자서는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차량 결함으로 인해 좌절하는 동안, 유리는 느긋하게 누워서 얄밉게도 절망의 노래를 불러댄다(…). 그러다가, 시제기를 날리던 여성 이시이와 우연히 마주친다. 이시이는 소녀들의 차량을 고쳐주는 대신, 자신의 공군기지에서 진행 중인 비행기 제작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협력한다. 샤워와 식사를 마친 후, 이시이는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데도 안 가면 그거야말로 이 도시와 함께 죽어가는 거라고 말한다. 셋의 노력으로 마침내 비행기는 완성되었고, 멋지게 이륙하는 이시이를 소녀들이 배웅한다. 하지만 새 비행기는 얼마 못 가서 산산이 부서져 추락하고, 이시이는 낙하산으로 탈출한다. 유리는 이시이가 웃고 있다고 말하며, 절망과 친해진 것 같다고 생각한다.
- 7화: 미로/조리 (3230년 11월 7일)
이시이가 알려준 대로, 서쪽의 식량 생산 설비로 향하는 소녀들. 커다란 파이프 길 위에서 헤매다 결국 길을 잃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해도 저물게 되지만, 우연히 낡은 파이프가 부서지면서 파이프 내부의 안전한 길로 빠지게 된다. 파이프의 화살표를 따라가다 마침내 만난 생산 설비에는 감자가 단 하나 남아있을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으며, 치토는 자신이 우연히 올라선 기계를 유리가 아무 생각 없이 작동시키는 바람에 죽을 뻔하기도 한다. 다행히 감자 가루와 오븐, 소금, 설탕을 발견한 소녀들은 수제 레이션을 만들기로 하고 직접 가루를 반죽해서 구워 낸다. 갓 구워진 수제 레이션을 배불리 먹은 뒤, 소녀들은 남은 반죽으로 대량의 레이션을 추가로 굽는다.
- 8화: 기억/나선/달빛 (3230년 12월 8일 ~ ?)
공동묘지로 사용되던 대규모 로커 지대에 들어선 소녀들. 과거에 만났던 카나자와와 이시이를 회상하다, 치토는 이 로커가 죽어 헤어진 사람들과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깨닫는다. 마침내 소녀들은 유리가 제멋대로 가져온 물건들을 원위치로 돌려주기로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라디오는 유리가 계속 갖고 있게 된다. 이후 '08'이라고 적힌 거대한 기둥 내부의 나선형 램프를 올라가는데, 끝이 안 보이던 램프의 일부가 부서져 있어서, 부득이 외부에 가설된 잔도(?)를 이용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 고소공포증이 있던 치토는 이곳을 차량을 끌고 지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패닉에 빠지려 하지만, 무게를 못 이기고 무너져 버리는 가설 통행로를 아슬아슬하게 돌파하는 데 성공한다. 상층에 도착한 뒤, 저소득층의 달동네로 보이는 지역을 탐사하던 소녀들은 개봉하지 않은 맥주 세 병을 발견한다. 맥주 세 병을 유리와 함께 비운 치토는, 보름달에 이미 잔뜩 취해 알딸딸해진 유리만큼이나 한껏 달아오른다. 두 소녀는 술김에 서로 끌어안고 만지작거리다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 9화: 기술/수조/생명 (3230년 12월 24일 ~ 12월 25일)
살아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야기하며 거대한 시설 내부를 통과하는 소녀들. 거대한 건설 기계가 지나간 뒤, 이들은 수조 속 물고기 한 마리와 함께 관리 로봇과 마주친다. 관리 로봇이 시설을 설명한 뒤, 로봇과 치토는 물고기를 보고 군침을 흘리는 유리를 제지한다(…). 로봇의 안내를 받아 물이 채워진 수조로 이동한 뒤, 유리는 누가 보건 말건 발가벗은 채로 신나게 수영을 즐긴다.[3] 빨래를 하며 로봇과 대화를 나누던 치토도 수영을 하기로 하지만, 그만 익사할 위기에 처하고 유리가 치토를 구해 준다. 이후 소녀들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면서 물고기와 친해지지만, 그날 밤에 갑자기 건설 기계가 이 수조를 해체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다급해진다.[4] 유리는 물고기를 구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로봇의 작전에 따라서 건설 기계 등 뒤로 올라탄 채 폭탄을 설치한다. 성공적으로 파괴된 건설 기계를 바라보며, 두 소녀는 생명이란 끝이 있기에 생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로봇은 끝 이후에 새로운 창조가 없다면 그것은 진화가 아니라 그냥 끝이라고 말하고, 소녀들은 로봇과 작별한다.
- 10화: 전차/파장/포획
'A-5'라고 적힌 역에서 작동 중인 전차를 잡아타는 소녀들. 이 전차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 곳까지는 가 보자고 한다. 그 동안 열차 위에서 차량으로 움직이면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인가, 지구의 자전을 생각하면 둘은 가만히 있더라도 매우 빨리 움직이는 것인가를 고찰한다. 그때부터 갑자기 유리의 라디오에서 이상한 음악이[5] 간헐적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간간이 들리는 음악에, 둘은 음악이 사람을 슬프게도 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우여곡절 끝에 실외로 나온 후, 비로소 그 음악이 제대로 수신되고, 두 소녀는 음악과 함께 붉게 타오르는 저녁 노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을 받는다. 이후 거대한 구덩이처럼 생긴 또 다른 전쟁터의 폐허에 도착하고, 이곳에서 구덩이 최하층으로 내려가 본 소녀들은 뜻밖의 생물을 발견한다. 둘은 유리의 라디오를 통해 이 생물이 말을 배워 의사소통한다는 걸 알고 놀란다. 그 외에는 더 볼 것이 없어서 소녀들은 짐을 챙겨 떠나려 하지만, 이 생물은 이상하게 졸졸 따라왔고, 치토는 고민 끝에 합류를 결정한다. 유리는 생물을 귀여워하고, 치토는 살짝 무서워한다.
- 11화: 문화/파괴/과거 (3231년 3월 2일 ~ 3월 12일)
두 소녀는 새로 얻은 생물, '누코'가 총탄 등을 먹어치울 수 있음을 알고 놀라워한다. 전차 기지에 방문한 뒤, 실내를 탐사하면서 두 소녀는 문화가 무엇일까에 대해 나름대로 의견을 나눈다.[6] 오후에 다시 밖으로 나온 두 소녀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복잡한 구조물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문제의 음악이 수신되는 방향을 누코를 통해 명확히 확인한다. 둘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접촉해 보기로 하고, 치토는 잘 모르는 것에 재미를 위해 대뜸 접촉하는 유리 같은 사람들을 통해 문화가 만들어졌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후, 이동하던 도중에 갑자기 거대한 로봇이 굉음을 내며 쓰러지고, 둘은 로봇을 탐색하다 조종실에 오른다. 우연히 미사일 하나를 발사시킨 뒤 재미를 느낀 유리는 아무 생각 없이 어마어마한 빔 병기로 도시를 불바다로 만든다. 유리는 재미있어하며 웃어대지만, 치토는 파괴된 도시를 바라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후 12일, 차량이 풍력발전 단지로 진입하고, 그곳에서 소녀들은 문제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장소, 웬 잠수함을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선다.
- 12화: 동료 (3231년 3월 23일)
실내를 한동안 이곳저곳 탐색한 뒤, 전원이 들어와 있는 조종실에서 사진을 찍으려던 소녀들은 누코가 카메라와 잠수함을 동기화시키는 것을 발견한다. 곧이어 허공에 자신들이 찍어 왔던 사진들, 그리고 카나자와가 찍어 왔었던 사진들을 보게 되고, 유리의 조작을 통해 그 이전의 먼 과거에 있었던 조상들의 삶이 담긴 동영상까지 전부 시청하게 된다. 동영상에는 먼 옛날의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며 소소한 행복을 경험하는 모습, 그리고 그 행복이 처참히 파괴되는 전쟁의 모습들이 담겨 있었고, 이들이 교차하면서 치토와 유리는 과거 사람들의 기억과 만남으로써 쓸쓸하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던 뒤, 잠에서 깨어난 유리는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누코'에 의해 잡아먹히고, 이를 목격한 치토는 패닉에 빠진 채로 흐느끼면서 뒤쫓는다. 잠수함 해치 밖으로 올라왔을 때, 유리는 무사히 구해졌고, 거대한 누코처럼 생긴 '에린기'들과 대화한다. 이들이 핵미사일을 잡아먹은 뒤, 소녀들은 누코와 작별하게 되고, 곧이어 하늘로 승천해 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이후 다시 짐을 챙기며, 두 소녀는 서로가 함께라는 사실에 행복해하고, 최상층에 간 후에는 달까지 가자고 약속한다.
3. 이후 줄거리
38화에서 일행은 제6번 주탑의 통제 AI를 만난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서 기뻐하는 AI는 그 동안 다른 주탑의 자매들과 대화할 기회가 없었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가고 싶은 곳은 없어서 심심했다고 한다. AI는 둘을 상부로 올려보내는 대신 단말기를 조작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런데 AI의 도움으로 유우가 입력한 것은 AI가 그 동안 작성해온 자기파괴 코드의 실행 권한 허가였다. 자기파괴를 하려면 인간의 허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AI는 망각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영겁에 가까운 시간을 더 이상 보내고 싶지 않아했고, 유우는 기억은 거추장스러운 것이라면서 이에 동의한다. 마지막으로 AI는 여행자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것은 신에게 무언가를 비는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고찰한 뒤 파괴된다. 이후 엘리베이터는 미리 설정한 명령대로 둘을 탑 위로 올려보낸다.42화에서 둘은 태양계를 묘사한 홀로그램을 발견한다. 지구 홀로그램에서는 3개의 선이 뻗어나온다. 첫번째 선과 두번째 선은 지구로부터 얼마 가지 않아 끊어지지만, 세번째 선은 홀로그램의 출력 범위를 넘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 치토는 자신들이 있는 곳은 로켓 발사 기지라고 생각한다. 유우는 식량을 찾아 근처에 있는 기둥으로 들어갔다가 기둥이 무너져 죽을 뻔하는데, 무너지는 과정에서 눈이 쓸리면서 04라는 숫자가 드러난다. 치토는 이 것이 발사되지 못한 네번째 로켓이고, 세번째 우주선은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외우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고 추측한다. 유우는 그렇다면 우주선은 얼마나 날았을지, 얼마나 멀리까지 갔을지를 생각한다.
43화에서 건물 전체에 가득 차고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야 할 정도로 거대한 장서고를 발견한다. 치토는 이 정도 규모의 장서고라면 사람들이 지금까지 했던 생각이 모두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경외감을 느낀다. 그래서 이 곳에서 계속 있고 싶어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할아버지가 책을 수집했던 것과 비슷한데, 할아버지가 책을 수집하고 누군가 장서고를 만들게 된 동기는 단순한 목적 의식이 아니라, 카나자와가 지도를 만들고, 이시이가 비행기를 만들고, 둘은 도시의 최상층으로 올라가려 하고, 누군가가 거대한 도시를 지은 것처럼, 종말이 다가오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있는 대신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일종의 갈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토가 하루 종일 케텐크라트 수리를 시도한 후)
치토: 저기, 유우… 목욕하고 싶지 않아?
유리: 어, 하고 싶긴 한데… 이렇게 보면 욕조처럼 보이네.
치토: 이걸 욕조로 만들까 싶어서.
유리: 어… 엔진은 괜찮아?
치토: 실린더는 갈라졌지 샤프트는 구불구불하지, 저쪽을 고쳐 봤자 이쪽이 망가져. …벌써 수명이 다 된 거야.
치토: 저기, 유우… 목욕하고 싶지 않아?
유리: 어, 하고 싶긴 한데… 이렇게 보면 욕조처럼 보이네.
치토: 이걸 욕조로 만들까 싶어서.
유리: 어… 엔진은 괜찮아?
치토: 실린더는 갈라졌지 샤프트는 구불구불하지, 저쪽을 고쳐 봤자 이쪽이 망가져. …벌써 수명이 다 된 거야.
"지금까지 고마웠어…"
치토
치토
44화에서 둘의 이동수단이자 짐꾼이었던 케텐크라프트라트가 최상층 입구 도달 전 망가진다. 치토가 하루종일 고쳐도 수리가 불가능할만큼 노후화된 탓에 버리고 가기로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욕조로 개조해 목욕하는 데 쓴다. 떠돌이 생활을 반복하는 둘에게 집이나 다름없었던 케텐크라프트라트를 잃게 된 현실에 치토는 울면서[7][8] 수고했다며 케텐크라프트라트와 작별하고, 직접 배낭을 멘 채 길을 떠난다. 그 후로 차량을 찾지 못 해 여자아이 둘이 먼 길을 계속 두 다리로 걸어가야 하는 상황. 작중 케텐크라프트라트를 다룬 부록에서 원작자가 '케텐크라프트라트로 옮길 수 있는 잡다한 짐들 덕분에 생존율이 올라갔다.'고 설명한 적 있는데[9], 다시 말해 케텐크라프트라트를 잃은 치토와 유리에게는 거대한 사망 플래그가 세워진 셈이다. 이 부분을 기점으로 작품 분위기가 급격하게 어두워지고, 슬슬 진정한 종말이 머지 않았다는 암울한 전조가 짙게 드리운다.
45화에서는 케텐크라프트라트가 멀쩡했어도 끌고가지 못할 만큼 가파르고 험난한 지형이 나온다. 짐의 무게에 워낙 지쳐서 유리는 늘 가지고 다니던 총도 '무거운 데다 탄약도 얼마 없는 짐'으로 판단하여 차후 총을 찾으면 쓸 탄약 몇 개를 제외한 총과 탄약을 장례식 치르듯이 버린다. 치토도 애지중지하며 가지고 다니던 책들이 너무 무겁다는 걸 인정하고 물 끓이고 통조림[10]을 데울 연료용으로 태우기 시작한다.[11] 끝내 치토가 쓴 일기마저 찢어서 써야 하는 상황까지 오는데, 유리와 치토에게 있어 총과 책의 의미를 생각하면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에게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버리고 있는 셈이다.
46화에서는 마침내 최상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마주한다. 마지막 일기를 태워가며 끓인 커피를 마시고 계단을 오르던 중 랜턴마저 끊어지자 눈앞이 캄캄해진 상태 그대로 서로 손을 잡은 채 계속 걸어나가기로 한다. 끝이 안 보이는 계단을 암흑속에서 걷던 둘은 피로와 추위를 느끼기 시작하여 맨손을 맞잡고서 유리의 주머니 속 온기에 의지하게 된다. 치토는 차량도 총도 책도 일기도 모두 잃어버리고 마침내 빛마저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며 삶은 암흑에서 나와 암흑 속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는 감상을 느낀다. 거기에 어둠을 무서워하던 유리의 손도 점점 떨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그녀를 안심시키고자 손을 꼭 부여잡는다.
'우린 이미… 한 생물이 되어버렸어. 처음부터 그랬을지도 몰라. 그런 거면… 정말로 그런 거라면… 내 손… 유우의 손… 피부에 닿는 찬 공기… 그 외측에 있는 건물… 도시… 그 위에 널린 하늘… 이렇게 맞닿아있는 세상 모든 것이… 우리들 그 자체 같아……'
그런 상상에 빠져있던 중 드디어 빛이 보이기 시작하고, 둘은 맞잡은 손을 더욱 세게 움켜쥔다.2018년 1월 12일 47화, 최종화가 나오면서 완결되었다. 마침내 치토와 유리는 최상층에 도달하고,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설원을 눈에 담게 된다. 둘은 건물 폐허조차 없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커다란 검은 돌에 몸을 기댄 채 얘기를 나눈다. 여태까지 거의 벗지 않던 치토의 헬멧도 위에서 떨어질 물건도 없으니 벗어버린다.
치토: …있지, 우리는 이러는 게 옳았을까?
유리: 무슨 의미야…?
치토: 좀 더 일찍 포기하고 되돌아가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어서. 여기 말고 다른 장소를 향하는 게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훨씬 따뜻하고 먹을 것도 있는 장소에 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 좀 더…
유리: 무슨 의미야…?
치토: 좀 더 일찍 포기하고 되돌아가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어서. 여기 말고 다른 장소를 향하는 게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훨씬 따뜻하고 먹을 것도 있는 장소에 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 좀 더…
치토가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한 걸까'라고 후회하는 기색을 보이며 자조하자 다짜고짜 유리가 치토의 얼굴에 눈덩이를 던진다. 유리가 계속 눈덩이를 날려대자 치토도 마주 눈덩이를 던지기 시작한다 눈싸움을 벌이며 유리는 소리친다.
"나도 몰라! 어떻게 하는 게 나았을지, 왜 이런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산다는 건 최고였어…."
그저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유리 곁에서 치토는 가만히 천장 없는 밤하늘의 별을 올려본다. 하늘에는 별이 쏟아져내리는 광경이 보이고, 치토는 그런 별하늘을 함께 보고 있는 유리에게 여태껏 품어왔던 불안을 털어놓는다. 세상은 이렇게 넓은데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이 사라져버리는 게 불안했지만, 어두운 계단을 유리의 손을 잡고 올라가며 자신과 세계가 하나가 된 기분을 느꼈고, 보고 닿고 느껴지는 게 세상의 전부라는 걸 알았다고 고백한다. 치토는 어차피 이런 말 해도 모를 거라 말하지만 유리는 자신도 그런 걸 말하고 싶었단 느낌이 든다고 답한다.
서서히 떠오르는 해를 본 치토와 유리는 도시의 가장자리로 다가가 아래 펼쳐진 경치를 구경한다. 저기 보이는 구름 아래에도 아무도 없겠지 하며, 그렇다면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사람이라며 실없이 웃는다.
이후 치토와 유리는 마지막 남은 짐을 확인한다. 치토에게 있는 건 나이프와 랜턴, 로프에 와이어, 그리고 하나만 남겨둔 폭약. 그걸 보고 유리는 자기한테도 폭약이 있다면서 상자 하나를 꺼내는데, 자세히 보니 폭약이 아니라 우연히 남아있던 식량이었다.[12] 둘은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얘기한다. 그런 건 일단 조금 자고 나서 생각하기로 한 둘은 침낭 속에서 꼭 붙은 채 조용히 잠을 청한다.
유리: 저기… 이제 어떡할까?
치토: …글쎄. 일단은 먹고… 조금만 잤다가… 그 다음에 생각하자.
치토: …글쎄. 일단은 먹고… 조금만 잤다가… 그 다음에 생각하자.
이제까지의 작품 분위기에 걸맞은 잔잔한 결말. 열린 결말로 끝났지만 여행의 종착지엔 아무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되돌아갈 수도 없는 가혹한 상황에서 둘이 맞게 될 결말은 정해져있을 것이다.[13]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둘이 크게 동요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평범한 일상을 보냈던 건, 유리가 종종 언급한 '절망과 친해진' 사람들 중에 둘 역시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일지도.
이 결말은 애니메이션에서 복선을 깔아둔 것이기도 하다. 원작자가 직접 제작한 애니메이션 엔딩 영상에서 치토와 유리가 눈싸움을 하고 침낭 속에서 잠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원작 42화에 나온 장면과 구도가 똑같다. 다만 함께 엔딩 영상에 나왔던 의문의 폭발[14]과 번개, 부서지는 카메라[15]는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2018년 3월에 후일담이 나왔는데, 대사 한 마디도 없고, 마지막화에서 자고 있는 두 사람에게서 시선이 멀어지더니 지금까지 거쳐온 도시의 전경을 보여주고, 치토와 유리가 기대서 자던 그 벽이 무너진 채 둘의 모자만 놓여있는 장면[16]과 함께, 마지막에는 도시의 최하단[17]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그리고 '끝'이라는 작은 글자가 나오고 다음 페이지에 밀밭에 서 있는 치토와 유리가 서 있는 장면과 작가의 후기가 나온다.
후일담에서 좀 말이 많은데, 두 사람이 마침내 도시의 최하단까지 도착해 지상에서 곡식이 자라는 장소에 도착하여 생존했다는 해석[18]이 존재하는 반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밀밭은 천국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둘은 끝내 사망해서 사후세계에 도달했다는 해석도 있다.[19] 이 경우 둘은 작품의 주제에 걸맞게 죽음 앞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안식을 찾았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해석이다.
[1] 카메라 디스플레이 기준. 이하 계속.[2] 싸운 이유는 신에게 먹을것을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3] 이때 유리가 알몸으로 아예 배영을 하기도 하며, 이런 부분 때문에 방영 등급이 올라갔다는 이야기가 있다.[4] 이 건설 기계는 게임 프로스트펑크에서 오토마톤 디자인의 모티브가 되었다.[5] 본편의 사운드트랙 중 하나인 〈끝의 노래(終ワリノ歌)〉 이다.[6] 이때 치토가 고대 문자로 적힌 책을 발견하는데, 책의 제목은 문명과 전쟁이다.[7] 이 부분은 작중 주인공이 처음으로 진심으로 우는 장면이다. 작중 치토가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많지만 전부 머리를 부딪히거나 넘어지면서 눈망울에 맺히는 만화적 연출이고, 연출이 아니라 정말로 눈물이 나온 것도 4권에서 노을을 보며 '넘어져서 아픈 것' + '노을과 음악이 아름다워서'라는 이유에서였다. 유리는 이마저도 없다.[8] 언제 정신이 망가져도 이상하지 않을 작중 상황에서 어린 소녀 둘이 정신을 부여잡고 꿋꿋이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여행 중간중간에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들 때문이다. 작품 내내 '여행 속의 소소한 행복'과 '예정된 종말이라는 절대적 운명이 주는 절망'이라는 두 테마가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케텐크라트의 상실은 이 균형을 결정적으로 파괴한다. 여기서 소녀들의 울음은 부분적으로는 여행을 떠난 이후로 처음 겪어보는 규모의 거대한 상실감에서 오는 슬픔에 기인하며, 부분적으로는 더 이상 자신들의 생존이 담보되지 않음으로써 죽음이 임박해 왔다는 두려움에 기인한다. 두 감정 모두 절망으로 해석될 수 있다.[9] 그러나 겨우 '생존율이 올라갔다'고 하는 것은 케텐크라프트라트에 대한 과소평가일 것이다. 작중 상황을 보면, 치토와 유리는 생존을 거의 전적으로 이 이동수단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0] 열량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웠기 때문에 먼저 먹기 시작했다. 케텐크라트가 있었을 당시에는 비상용으로 식량을 1인당 1달치씩 싣고 가는 것이 가능했으나, 걸어가는 경우에는 불가능함을 알려주는 장치이다.[11] 결국 옛날 책부터 하나씩 연료로 써버리기로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전에 유리가 조금 태워먹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갓파였다.[12] 사실 유리의 식성과 의외로 어른스러운 면, 꺼내기 전에 운을 띄우거나 꺼내고 눈치를 보는 듯한 눈모양을 생각하면 정말 식량이 남은 줄 몰랐다기보단 마지막까지 아끼던 식량을 꺼냈을 가능성이 크다.[13] 에린기의 말에 따르면 도시 전체가 언젠가 정지할 거라고 하지만, 탑의 AI는 예비동력의 예비동력의 예비동력이 있어서 자신이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하였으므로 전력을 비롯한 기반시설은 둘의 수명보다 오래 유지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식량인데, 케텐크라트가 없고 기온까지 겨울처럼 추운 상황에서는 식량이 있는 다음 장소를 찾을 때까지 걸어가기만 해도 많은 식량이 소모되고, 식량을 찾는다고 해도 중량 문제 때문에 많은 양을 지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 장소까지 이동하는데 필요한 식량이 없거나, 식량이 충분해도 다음 장소가 자신들이 지고 갈 수 있는 식량 한계를 넘을 정도로 지나치게 멀다면 둘의 여행은 끝나게 된다.[14] 유리가 거대 로봇을 작동시키며 일으킨 대폭발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15] 카메라는 에린기가 먹어버렸으므로 직접 부서지지는 않았다.[16] 만약 이 장면이 치토와 유리가 죽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면 치토와 유리가 죽은 이후 에린기에 의해서 먹이가 되며 시체조차 전부 사라지게 되었다는 묘사라고 볼 수 있다.[17] 모래사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인공사장이 아닌 이상 최하단일 것이다.[18] 다만 케텐크라프트라트로 며칠씩 걸리는 엘리베이터까지 걸어서 기적적으로 어찌어찌 도달한다 하더라도, 둘을 아래층으로 내려보낼 엘리베이터를 통제할 AI와 엘리베이터의 단말기는 이미 파괴되었으므로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이 해석은 가능성이 낮다.[19]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주인공이 죽음을 앞두고, 먼저 죽은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밀밭을 환상 속에서 보는 장면에서 그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포탈 2에서도 수백~천 년 뒤에 홀로 애퍼처 사이언스를 탈출한 첼 앞에 나타난 한없이 펼쳐진 밀밭 때문에 첼이 죽었으니 살았으니 말이 좀 많았다. 터릿으로부터 프로메테우스 같은 신화 관련 떡밥이 나왔던 탓도 한 몫했었지만, 이 경우 제작진이 첼이 무사히 탈출했다고 인증하여 겨우 논란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