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6 20:08:49

빠구리

1. 성관계를 뜻하는 비속어
1.1. 어원
2.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 땡땡이를 뜻하는 은어3. 힌두교 수도사 모자의 한 종류

1. 성관계를 뜻하는 비속어

바구리: 성교(性交)의 방언 (고려대학교 한국어대사전)
바구리: 비역(남성간 동성 성교)의 방언 (우리말샘)
빠구리: 성교를 속되게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사전상 '바구리'는 섹스나 동성 성교를 가리키는 방언, '빠구리'는 은어·속어로 서술되어 있다. 사실상 빠구리는 바구리가 경음화된 것으로 같은 어원으로 본다.

표준어에서 제일 어감이 비슷한 것은 이지만 씹은 여성의 성기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비해 빠구리에는 섹스라는 의미만 있을 뿐 여성의 성기라는 의미는 없다. 그렇다고 경상도에서 '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표준어와 동일한 의미로 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따로 빠구리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발음이 유사한 892는 이 은어 때문에 69처럼 네이버 검색 시 한때 성인인증이 필요했다. 5844를 덧붙이기도 한다.

빠구리 뒤에 동사 '뜨다'를 붙인다.[1]

1.1. 어원

학교나 군대, 직장, 단체, 감옥이나 범죄조직 등에 신참하거나 전근 전속하면 고참자가 그 신참자에게 곤욕을 가하고 주식(酒食)을 제공받는 관습이 있는데, 이를 점잖게는 '신참례'라 불렀지만 속어로는 '차례'를 치른다 했던 것이다. 이를 테면 외지에서 새로 드는 머슴이 있으면 그 신참자는 그 마을 고참자에게 동성애, 곧 호모를 감당해야 했다. 이것을 바구리 차례라 했다. (이규태, '설움과 질서와 화해의 의식', 조선일보 1981년 1월 31일)
과거 고참이 신참을 갈구는 소위 신고식을 바구리라고 불렀는데 이때 동성 성교를 강요하기까지 하여 바구리가 동성간 성행위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 이것이 방언으로 남아 일반 성행위로 의미가 확장되고 경음화를 거쳐 '빠구리'가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요새도 알음알음 남은듯 하다.

일본어에서 성행위 자체를 의미하는 동사 파코루(パコる)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있으나 성행위 시 몸이 부딪치는 것을 나타낸 의성어 파코파코(パコパコ)의 일부에 る를 붙여 동사화한 이 조어법[2]은 비교적 근래에 젊은 세대 위주로 쓰기 시작한 것이라 어원이 될 수 없다. 파코루라는 단어는 하마다 브리트니라는 여자 연예인이 쓰던 말에서 나타난 것이 유래이므로 적어도 2005년부터 사용되었다. 일본어에는 발음이 매우 흡사한 파쿠리라는 말도 있지만 이것은 표절을 의미하므로 전혀 관련이 없으며 파쿠루(ぱくる, 표절하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이다.

2.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 땡땡이를 뜻하는 은어

말 그대로 학교 수업이나 근무를 빼먹고 노는 것을 빠구리라고 하는 지역이 있다. 서남 방언에 속하지만 전라도 중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쓰이는 은어로, 절대다수의 지역에서는 1번 문단의 의미로 쓰이므로 배웠다고 함부로 써먹지 말고 주의하자.

현재로서는 거의 사어나 다름없는데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의 증언을 참고하면 사용 지역이 전라도의 일부 지역, 그것도 비연속적으로 흩어져 있으며 심지어 같은 시·군 에서도 쓰이는 지역과 안 쓰이는 지역이 공존하는 경우도 있고 사용 시기도 거의 국민학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지 그런 뜻으로 썼다는 사용 증언이 나올 정도로 옛날 은어로 보인다. 덕분에 대략 90년대생 이후 세대는 전라도 사람이어도 이런 뜻이 있다는 것 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해당 지역 거주민이 다른 지역에서 사용되는 의미를 모를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지식문답 사이트인 디비딕 닷컴에서 출판한 책에도 해당 내용이 실려 있다.[3] 여기 실린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모 대학 커플이 수업을 듣던 중 질린 여자친구가 남친에게 대뜸 "오늘 빠구리나 하자!"는 폭탄 선언을 한다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내 여친이 헤플리가 없어!' 라며 번민하던 남자 친구[4]가 고심 끝에 빠구리를 하기로 결심하지만 정작 여친은 기대와 달리(?) 영화 보고 밥먹자는 식으로 수업을 빼먹고 땡땡이를 친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뜻의 빠구리냐고 묻기도 애매한데 2번 문단의 의미였는데 1번 문단의 의미냐고 물었다가는 변태로 찍힐 테고 반대의 경우에는 어긋나서 무산돼 버릴 수도...이 사례들만 봐도 국민학교 유머 감성이 물씬 풍긴다

1번 항목과는 다르게 뒤에 붙이는 동사로 '뜨다'를 사용하는 일은 없고 '치다'가 주로 쓰이지만 떡치다의 영향인지 1번 항목의 빠구리에도 '치다'를 많이 쓰기 때문에 여전히 헷갈린다.

유사한 사례로 경상도에서의 딸딸이가 있는데 경상도에는 슬리퍼를 딸딸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딸딸이는 전국적으로 경운기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도 중간에 언급된다.

3. 힌두교 수도사 모자의 한 종류

파일:external/upload2.inven.co.kr/i11813946610.jpg

요리사 모자나 터번 비슷하게 생긴 길쭉하고 흰 모자.

로마자로 'pagri'이며 국립국어원 기준 표준 한글 표기법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만약 힌디어라면 무기음과 유기음을 구분하는 음운체계를 고려해서 아마 '빠그리'일 듯하다.


[1] 빠구리 뜬다, 빠구리 떴다 등[2] 영어 fuck을 일본어식으로 표기하면서 변형되어 만들어진 말이라는 설도 있다. 특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국 버츄얼 유튜버 계통에서는 이쪽을 정설이라고 여긴다.[3] 디비딕 닷컴은 한겨레에서 개설했으며 네이버 지식인이 개장한 후 망해가다가 엠파스에 인수되어 '엠파스 지식거래소'가 되었다가 엠파스가 SK에 인수된 후 '네이트 지식'이 되었다.[4] 당시는 2000년대 극초반으로 여성은 성적으로 조신해야 한다는 성차별적인 문화가 상당히 짙게 남아있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불법촬영물 유출 피해자백지영이 오히려 매장당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