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11 01:11:44

벌크

1. 선박 용어2. 파생된 의미3. 카본 블랙 공장에서

1. 선박 용어

Bulk. 선박 용어로 부두에서 화물을 내린 직후 아무런 구분없이 왕창 쌓여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를 따서 대량생산한 제품에 포장 등의 아무런 부가가치가 붙지 않은 생산된 그대로를 벌크라고 한다. 예를 들어 공시디나 프린터 잉크 같은 제품군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렇게 벌크로 나오는 제품들은 말 그대로 제품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포장만이 있을 뿐 종이로 2차 포장을 한다던가 하는 형태가 아니다.

곡물이나 광석을 포장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싣고 가는 화물선을 벌크선이라고 한다. 조선업에선 입문단계의 선박이다. 말 그대로 철판 용접만 할 줄 알면 만들 수 있다 보니 진입 장벽이 낮아 선당 제조 단가나 이익률은 낮은 편이다. 그래서 한국의 대기업 계열 대형 조선사들은 이미 초대형 유조선이나 LNG선으로 주력 선종을 갈아탄지가 오래되었다. 단, 기술력과 자금 동원력이 낮은 중소 조선사들에서는 여전히 주력 선박 중 하나이다.

2. 파생된 의미

부가 노동이 전혀 없는 원상태 그대로인 제품만을 벌크라고 해야 하나, 이후 '원래 상품에서 부가 가치를 제거한채 판매하는 제품' 역시 벌크의 의미에 포함되고 있다. 백화점의 떨이 세일이나, 동대문 인근의 의류 노점, 용산 전자상가소모품 떨이 장사 등이 해당된다. 어떤 부가가치도 없기 때문에 품질 검사는 물론이고 A/S 역시 배제된다.[1] 애초에 생산 후 아무런 조치가 없는 상태기 때문에 가성비 보고 가는거지 품질이 정품이랑 100% 동일하다고 기대하긴 어렵다. 한마디로 뽑기.

전자기기 관련 시장에서는 리퍼 역시 벌크 시장으로 들어온다. 균일한 품질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뽑기운을 기대하던가 싼 맛에 사는 사람들로 시장이 형성되며, 점차 정품이 아닌 복제품들도 벌크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주로 가격이 비싼 Apple 정품 악세서리에서 많은 편이다. 충전기, 케이블, EarPods에서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으며, 정품과 가격차가 너무 크게 나는 벌크는 조심할 것.

오픈 마켓에서 흔히 벌크라고 표기된 제품들은 병행수입(직수입) 제품인 경우가 많다.

레고, 옥스포드의 특정 블럭을 대량으로 사거나 할 때도 쓰이는 단어이다.

물리학에서는 우리의 우주가 있는 초공간을 뜻한다. 즉 2차원 존재들이 사는 평면우주에서의 벌크는 그 2차원막이 존재하는 3차원 공간이다.

철도 쪽에서는 시멘트 화차를 주로 벌크라고 칭한다.

금융에서도 쓰이는데, 개별 증권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을 한꺼번에 묶어서 매매하는 것을 벌크 세일이라고 한다.

보디빌딩과 관련해서는 벌크업을 줄여서 벌크라고 말하기도 한다. 근육의 발달에 대해서 그 양을 일컬을 때 쓴다. 쉽게 말해 덩치를 키우기 위해 근육과 체지방을 함께 늘릴 때 벌크업을 한다고 표현한다.[2]

소위 인간사료라고 불리는 대용량 푸대에 담겨 팔리는 kg 단위의 과자도 벌크라고 부른다.

야구용어이기도 한데, 벌크 가이라고 하며 오프너 다음에 나와서 많은 이닝을 먹을 목적으로 등판시키는 투수를 의미한다. 이 투수는 릴리버라기보다는 많은 이닝을 먹는게 목적이지만 선발이 아니기 때문에 롱 릴리버와는 존재의의가 약간 다르다.

3. 카본 블랙 공장에서

비를라카본코리아,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 등 카본 블랙을 취급하는 공장에서는 출하팀 및 벌크팀이 있다. 출하팀은 포장된 제품을 지게차로 들어 화물차나 컨테이너 박스에 상차하는데, 벌크팀은 포장하지 않은 카본 블랙을 출하한다. 고객은 포장된 쌀(쌀 포대)을 받느냐, 자신이 뒤주를 가져와서 쌀을 받느냐 하는 차이다. 사실상 출하팀과 벌크팀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출하 및 벌크'로 분류하고 있다.

벌크팀이 카본 블랙을 출하하는 법은 둘로 나뉜다. 벌크장의 천장에 있는 탱크를 이용해 벌크차량 상부에 있는 구멍에 카본 블랙을 붓는다. 또는 지게차 기사가 포장된 제품(※ a jumbo bag)을 올려주면, 벌크팀 작업자는 호이스트로 이를 받아 제품 아래에 있는 밀봉을 열어 벌크차량 상부에 있는 구멍에 카본 블랙을 붓는다. 이 작업을 '백 깐다'고 한다. 벌크팀 담당자가 제품의 위치를 알려주면, 지게차 기사는 창고에 들어가 담당자가 원하는 제품을 가져온다. 출하팀에서 근무하는 지게차 기사들은 벌크팀에 지원 나가는 셈이다.


[1] 다만 인텔 CPU 계열에서 말하는 벌크의 경우 박스 형태의 정품보다 기간이 짧을 뿐 A/S가 가능하다. 좀 더 정확하게 따지면 제조사에서 해주는게 아니라 벌크를 파는 업체 측에서 하는 모양이다만. 이마저도 12세대에서 정품과 동일하게 A/S기간이 보장된다.[2] 참고로 벌크업을 해서 덩치를 키운 후 근육은 남긴채 체지방을 줄여서 근육의 밀도와 질을 올리는 작업은 데피니션이라고 흔히 부른다. 줄여서 데피라고도 한다. 보디빌더들의 일상은 평상시 벌크업을 하다가 대회가 다가오면 데피니션에 들어가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