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6-08-15 17:14:14

미네이랑의 비극(2016)

* 상위 문서 :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축구/남자축구, 흑역사/목록/축구, 신태용호

경기장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 미네이랑
경기일 2016년 8월 14일 07:00 (한국시각)
국 가 대한민국 온두라스
득 점 0 1
득점자 알버트 엘리스 (59')

독일에게 3골이나 넣었던 팀이란게 믿어지지 않는 골 결정력.
신태용의 호구딜.

충격적이게도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한국 팬들이 원하던 대한민국-온두라스라는 최고의 8강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하지만 지난 6월에 열린 4개국 친선 대회 당시 온두라스가 참가했는데 한국은 홈에서 열린 경기였음에도 온두라스에게 2골이나 내주고 끌려가다가 후반 막판에 박인혁의 동점골로 간신히 비겼다. 여전히 대량실점의 우려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는데 반해, 온두라스는 수비와 조직력이 강하다.

거기에 온두라스의 감독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를 8강으로 이끈 그것도 강력한 우승후보인 우루과이와 이탈리아를 가둬놓고 줘팬 데다가 그 8강 조차 또다른 우승후보인 네덜란드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몰고 간 호르헤 루이스 핀투라는 것도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때문에 온두라스가 아르헨티나보다 쉬운 상대라고 장담할 수 없으며 여차하면 연장전,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뭐 나머지 7개 팀 중에서 그나마 상대해 볼만한 팀이 온두라스이기는 하지만...그래도 덴마크나 콜롬비아 따위보다는 빡센 상대이다.

거기에 경기장이 미네이랑이다. 별로 관련성은 없지만 왠지 징크스를 불러오는 경기장이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석현준 의 발목부상도 우려되는 점이다. 또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멕시코전 에서의 경기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 게다가 8강에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준결승 대진은 브라질 - 콜롬비아전 승자이다. 준결승에 진출하더라도 득점력이 살아나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홈팀 브라질을 2012 런던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준결승에서 만날 수 있다.그리고 그 때의 복수를 위해선 일단 이겨야... 복수하고 흉흉한 나라에서 살아서 돌아가야 하는 퀘스트도 추가된다

다행히도 석현준의 발목부상은 그다지 심하지 않다고 한다. 석현준의 8강전 출전을 기대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경기 결과

전반전은 0-0으로 끝낸 것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후반전에 한국이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59분 알버트 엘리스에게 선제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한국은 이후 나름 노력하고 있으나 71분 박용우가 경고를 받는 등 계속 상황이 안 좋아졌고, 이후 4분 여의 추가시간이 있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패했다.

경기가 끝난 마당에 소용없는 주석이긴 하지만, 주심 재량의 추가시간이 못내 아쉬웠다. 엘리스는 정규시간 43분 즈음 공격자 파울을 범하고도 밀리는 척 넘어지더니 침대를 시전하였고 온두라스 쪽 벤치에서도 들것은 고사하고 의료진 몇만 들여보내 시간을 끌었다. 정규시간이 끝날때까지 일어나지 않아 추가시간 산정은 3분이 되었고 추가시간 1분이 지날때쯤에야 들것에 실려 나갔다. 주심의 재량이라지만 추가시간의 추가시간을 1분 가량밖에 주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

이번 온두라스전은 후반전 실점 이후 멕시코전의 데자뷰였다. 구성윤 골키퍼가 멕시코전 때 그랬던 것처럼 온두라스의 루이스 로페즈 골키퍼가 시간지연으로 옐로카드를 받았고, 정승현 선수가 온두라스의 엘리스 선수를 밀쳐 옐로카드를 받았다. 황희찬이 멕시코전에서 멕시코 선수에게 쓰러졌을 때는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안 된다고 했다가, 엘리스가 정승현에게 쓰러지자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침대축구라고 비난하는 내로남불식 중계가 백미.

일부 네티즌들은 엘리스의 인스타그램에 한국어로 욕을 하고 엘리스의 부모 욕을 하는 등 나라 망신을 제대로 했다. 멕시코에게 경기도 지고 매너도 졌다고 비웃은 게 불과 며칠 전인데... 결국 엘리스의 인스타그램은 팔로우한 이용자만 볼 수 있게 했다.

온두라스 침대축구 비난에 반박하는 일부 네티즌들은 멕시코전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의 모습을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0:1 패배로 4강 진출이 좌절되었다. 인저리 타임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신태용호의 원래 목적인 8강에 안착한 걸로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

사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영표 해설위원이 지적한 대로 역습의 위험이 그렇게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수비가 슬금슬금 올라와 뒷공간을 쉽게 내준 점이 패인이다. 그럼에도 신태용불필요하게 대중을 의식해[1] 적이 좋아할 만한 공세 작전을 택했고 그것이 악수로 작용하여 역습을 허용하고 패배로 작용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전 경기 멕시코 전을 보자. 축구에서 경기 내용 수치가 그리도 중요하던가? 아니다. 단적으로 축구는 딱 하나만 필요하다. 골. 그거 하나 들어가고 상대팀을 무실점으로 막으면 우리팀 점유율이 10%든 패스 성공률이 10%든 슈팅숫자가 1개든 우리가 이긴 거다. 그리고 한국 축구가 상대를 압도할 만큼의 아름다운 플레이를 보여줄 클래스의 팀이 아니란 걸 명심하면, 그런 선택은 너무나도 바보 같았다

심지어 연장 및 승부차기를 염두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90분 이내에 승부를 보려는 대표팀의 조급함 역시 화를 불렀다. 애초에 수비불안이 문제인 팀에게 공세적 작전 그것도 역습을 주무기로 하는 팀에게 시전하는 것은 맞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경기였다. 홍명보 의문의 1승

사실 전반과 후반에 수많은 골찬스가 있었다. 그 중에 한 개만 넣었어도 승리를 노릴 수 있었지만 대부분 골키퍼 정면으로 가는 슈팅으로 선방 조공만 해줬다. 솔직하게 디스는 못하고 없는 찬스 억지로 우기기까지 하는 영표형이 불쌍해 보일 지경 특히 손흥민은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차례 날려먹은 것도 모자라 사실상 패배의 크나큰 원흉인 패스미스로 인해 결승골을 내주며 역적이 되었다. 논산아, 기다려라! 슛! 와일드카드로 뽑은 이유가 결정력 때문인데, 본인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걸로 박주영도 의문의 1승 추가 또한 문창진삽질도 패배의 원흉이 되었다. 모든 일의 원흉의 원흉

그리고, 2년 전 핀투 감독이 어떤 전술을 취했는지를 전 세계가 똑똑히 목격했음에도 거기에 말려들었다는 점은 분명히 아쉬운 점이다. 핀투 감독이 월드컵 때 썼던 전술을 잊었던가? 2년 전 핀투의 코스타리카는 지공보다 역습에 초점을 맞춰서 공격을 진행시켰고, 이번 온두라스 역시 강팀을 상대로 기죽지 않고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을 진행시켰다. 또한, 2년 전의 코스타리카는 폼이 절정을 달린 아르연 로번이 이끄는 네덜란드를 패배시킬 뻔 했고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팀이다. 그리스 전때의 무승부는 주전 수비수 오스카르 두아르테의 퇴장 탓이 컸다. 쉽게 말해 수비를 강화시킨 역습 위주의 핀투 감독의 팀이라면, 수적 열세에 몰리지 않은 11 : 11의 싸움일 경우 절대로 쉽게 패하지 않을 팀이란 거다.

거기다 온두라스 올림픽 대표팀은 4년 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했을 정도로[2] 그 나이대 선수들이 경쟁력이 있는 선수다. 그런데도 그걸 간과하고 전방에 격수 4명을 넣는 미친 전술을 쓰다니. 아무리 골이 급하다고 하더라도 한국 역사상 공격수를 4명이나 둘 정도로 강력한 미들진 조합은 나오지 않았고, 심지어 이번 대회는 수비와 3선에서 취약점을 보인 한국이다. 따라서 정규시간 내에 승부를 보려면 공격진이 찬스를 확실히 마무리짓거나, 아니면 승부차기까지 고려해야했지만, 온두라스가 승부를 길게 본다고 억장이 바작바작 탈 팀이 아니고 그럴 수준이면 우린 그 이상 억장이 탄다는 게 문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앞서 언급한 그리스 vs 코스타리카의 경기를 복기하면, 그리스도 코스타리카처럼 수비적인 팀이기 때문에 코스타리카에게 우린 절대 너희들의 수에 말려들지 않을 거다하고 수비적으로 나섰지만, 코스타리카 역시 ...우리도 그럴 건데? 식으로 나온 바람에 억장이 탄 쪽은 코스타리카보다 수적 우세를 가졌음에도 골을 넣지 못한 그리스였다. 이처럼, 온두라스의 골 성공률과 골키퍼의 선방을 고려하면 승부차기까지 가면 지는 건 우리가 된다. 온두라스의 경우 메달을 따야 할 당위성도 우리보다 적고, 이미 승부차기까지 고려했으므로 승부차기까지 끌면 이길 수 있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우리가 온두라스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아봤자 온두라스는 4강전에 매우 불리해지는 것 말고는 손해볼 게 없다. 그래서 승부차기는 우리가 선택할 차선이었지만, 그 지루해보이는 차선책 피하겠다고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낸 건 비난받아 마땅하다.

총체적으로 문제점을 요약하자면 1. 골결정력 부족, 2. 멘탈 붕괴로 압축할 수 있다. 골 결정력 부족이야 온두라스가 밀집방어, 우주수비를 보여준 측면도 있지만 슈팅이 약하거나 골키퍼 정면으로 가는 등 이른바 센스가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 그 다음은 멘탈 문제인데, 실점 직후 시간에 쫓기면서 공격에 나서고 또 온두라스가 침대축구를 시전하다보니 선수들의 멘탈이 무너지면서 전체적으로 시야가 좁아져 넓은 공간의 선수를 냅두고 눈 앞에 보이는, 수비수가 마크중인 선수에게 패스한다던지, 상대방의 침대축구에 지나치게 흥분하여 불필요한 경고를 받고 오히려 시간만 더 지체시킨다던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과거 아시안게임이나 아시안컵때 대표팀과는 사못 다른 모습인데, 물론 아시아 대회서도 침대축구에 당하면 상대방에게 거칠게 항의도 하고 조급해지는건 똑같았지만 그래도 상대를 밀어내서 불필요한 경고를 받는다거나 오히려 시간을 더 지연시키는 일은 하지 않았다. 멘탈붕괴는 경기가 끝나고도 이어졌는데, 이미 경기종료 휘슬이 불렸는데도 손흥민은 한참동안 주심을 붙잡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멘탈의 문제는 이번 대표팀이 예전부터 드러낸 약점이었는데 대표적으로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에게 2:0으로 앞서다가 1골 실점하더니 멘붕해서 순식간에 2:3 역전패당한 일이 있다. 그런데 그때 대표팀에 없었던 와일드카드인 손흥민도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그리고 올림픽은 아니지만 인천아시안게임에서의 이광종호가 왜 토너먼트에서 홈 어드벤티지임에도 무리하게 공격을 하지 않는지도 알 수 있다. 비록 공격력은 비판을 받긴 했어도 어떻게든 막는 늪축구를 구사했고 승리에 필요한 골은 넣되 실점을 하지 않는 수비 축구가 먹혀 들면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거기에 이광종 감독은 AFC U-19 선수권 대회, U-20 월드컵, AFC U-23 선수권 대회를 통해 토너먼트에서의 생존 방법을 파악을 했으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준비가 되어 얻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4강 진출은 이렇게 좌절되었지만 그래도 올림픽 출전 사상 최다 골과 조별리그 무패 및 최다 승점 기록이라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긴 했다. 그리고 손흥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공격 자원에서도 권창훈이나 황희찬, 그리고 류승우 등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도 마냥 낙담할 점은 아닌 것이 조금 희망적인 부분.

이 경기에서 한국이 패배하면서 아시아는 8강에서 완전히 전멸했다.
[1] 그 브라질조차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해 미네이랑의 비극을 초래한 걸 보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2] 그나마 이 패배도 퇴장 탓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