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나라 국(國) + 격식 격(格)(또는 품격(品格))을 합친 말로, 한 나라가 갖추어야 할 격식을 이르는 말.사전적으로 '나라의 격'으로 해석한다면 사실 현 국제 질서에서 각 독립국들의 격은 동등하다.[1] 과거에는 제국과 제후국, 조공책봉관계 등 상하위 관계로 규정된 국가 관계가 많았으나 오늘날에는 사라졌다.[2] 물론 국력에 따른 위세의 차이는 있으나 표면적으로는 동등하게 취급한다.[3] 그렇기 때문에 각종 국제 행사에서 주최국은 각각의 국가들이 홀대받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의전을 잘 맞춰주어야 한다. 실용주의가 대세가 된 오늘날에도 국제 의전은 이러한 경향성에서 다소 벗어나있다. 비슷한 의미에서 국력이 아무리 차이가 나더라도 불평등 조약은 배제되는 것이 현 국제정세의 원칙이다.
아래의 의미는 '나라의 격식, 품위' 등의 의미로 쓰인다. 비슷한 단어로 국위(國威)가 있으며 사실 이쪽이 이전까지 더 많이 쓰던 단어였다.
2. 유래
정부수립 이래로 언론지상에서 이따금 사용되었으나, 인격에 대응하는 비유어나 신조어로서 사용되었다. 이명박 前 대통령이 연설등에서 국격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다시금 유행을 타게 하였다.국격이란 단어가 빈도가 높아진 시초는 2000년대 중반이다. 최인호 작가는 2005년 6월 펴낸 유림의 서문에서, “한 사람의 개인에게는 인격이 있듯이 한 국가에도 국격이 있는 것이다”라는 말로 국격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다. 2006년 1월 1일자 경향신문 기사에 정운찬 전 국무총리(당시 서울대 총장)가 사용한 것이 제6공화국 이후 거의 처음 언론에 등장한 용례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설이 있는데, 정화태 전 라오스대사는 자신이 만든 단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 뉴스라이브에서 확인되는 것 중에 국내 언론이 '국격에 대해 언급한 첫 기사는 1948년 7월 4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된 '배달 한국 고려의 비교'라는 기사로 국명을 무엇으로 정하는 것이 좋을까를 논한 글이다.
이후 국가의 품격 혹은 '인격'을 국가로 확장해서 사용한 의미로 이 국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례는 드문드문 확인되며, 보다 적극적으로 용어 자체를 파고들어쓴 사례로는 1986년 12월 3일자 김진현 당시 동아일보 논설실장이 작성한 '만들어가고 있는 나라'라는 글을 찾을 수 있다.
김진현은 이후 과학기술처 장관으로 재직하던 1993년 '한국은 어떻게 가야하는가/(부제)국격 국력 선진화를 위한 제2독립운동'이라는 단행본에서도 다시 국격에 대해 전면적으로 언급했다. 1992년 대선 하루전인 12월 18일에는 한국일보 김성울 논설위원원이 '선택의 길목'이라는 고정칼럼 코너 "자랑스러운 우리 대통령을"이라는 칼럼에서 국격에 대해 논하기도 했고, 1994년 1월 6일자 경향신문에 성정홍 편집국 부국장이 데스크칼럼 '100대 7.3의 기술격차'라는 글에서 과학기술력이 국격의 척도라는 주장을 펼쳤다.
상술했듯 전근대 시절부터 쓰던 말 중에서는 국위(國威)라는 말이 제일 동의어에 가깝지만 기본적으로 국격이라는 개념은 한국어와 다른 한자문화권에서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가령 중국어사전들 중 대부분이 국위(国威)라는 말은 국력(国力)과 동의어인 것으로 기술한다.
3. 비판
이 단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첫째, 국가는 절대적인 가치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격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국가가 존립하는 한, 국가는 절대적인 가치이다. 물론 국가가 그 구성원들에 의해서 해체되고 다시 세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 "격"을 따지기 이전에 그 국가의 구성원들이 이미 피부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므로 격을 운운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결국 국가가 구성원들에 의해 유지되고 존립하는한 국가는 각국의 국민들에게 절대적 가치이며 따라서 국격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 반론: 국가는 영원불멸 하지 않다. 김씨왕조나 독재정권도 아니고, 국가는 절대적인 가치의 기준이 되기보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필요에 따라 유지되고 발전하는 공동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므로 인간의 '격'이 존재하는 것처럼 국가에도 격이 존재할 수 있다.
- 둘째, 국격이란 것은 국제 사회에의 배려, 양보, 관용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지 자국에서 뭘 유치했느니 대통령이 외국에서 연설할 때 박수를 몇 번 받았느니 하는 걸로 오르거나 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UN의 총의를 무시하고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미국의 막강한 국력과 위력에 국제사회가 놀라 미국의 국격이 상승했는가? 절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해도 이상 또한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며 그 둘을 합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실은 현실이고 이상은 이상이다. 국격이라는 것은 배려, 영보, 관용과 같은 인간의 이상을 추구하는 것에서도 베어나올 수 있는 것이다. 넬슨 만델라와 같은 세계적인 지도자가 존경을 받는 것과 그 인물 때문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라는 국가의 국격도 함께 상승한 것이 이에대한 근거 중 하나이다.
4. 등재
2011년 2월자로 국립국어원에 의해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었다.5. 타 한자문화권에서
중국어문화권에서 국격(国格)은 주로 국가의 위신이 실추되었을 때 사용된다. "국격 인격의 손상", "국격의 실추" 등인데, 한 언론사에서 대만과의 단교 당시 한 대만 관료의 말을 인용하면서 "국격(국가의 품격)의 손상"이라고 주석을 단 것이 이채롭다. 바이두 백과에도 등재 되어 있는데, 국가의 위신과 국력이 중요하다며 민족성과 의식을 강조했다. #80~90년대에 쓰이기는 중국에서 먼저 쓴 용례가 있으나, 실추의 반대 개념인 "국격을 높이다"라는 용례는 2000년대 후반에 한국에서 사용된 것이다.
일본의 경우, "국가의 품격(후지와라 마사히코, 2005년 10월)"이라는 책이 그 시초에 가깝다.[4] 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이 제목을 줄여서 '국격'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는다.
[1] 가령 아래에서 지적하는 것과 같이 국가의 품격이 떨어지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국제관계에서 국가의 격을 낮게 대우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북한은 돈을 빌려놓고 갚지도 않고 적반하장으로 나서는 등 (그들 입장에선 "주체적 외교"로 포장하는) 국제적 망신을 많이 사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을 한 단계 낮은 격으로 대우하지는 않고,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면 동등한 조약을 맺는다. 그저 돈을 빌려주지 않거나 거래를 끊는 등으로 상대를 안 할 뿐이다.[2] 따라서 의전 역시 상하위 관계로 이루어졌다. 제후국 왕이 황제를 알현할 때 무릎을 꿇는 등의 예가 있다. 대항해시대가 시작되고 중국은 서구 국가에게도 이러한 의전을 강요했으나 많은 국가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장사만 하면 그만이다' 식으로 그런 예의를 수용한 경우도 있다.[3] 물론 적국에서 조롱의 목적으로 "사실상의 속국, 괴뢰국" 식으로 깎아내릴 때는 있다.[4] 2006년 국내에도 번역, 소개되었다. 오상현 번역, 광문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