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7 22:38:02

Get me off Your Fucking Mailing List

약탈적 저널에서 넘어옴
1. 설명2. 단순 해프닝?3. 유사 사례
3.1. 안나 올가 슈스트3.2. iPhone 자동 완성으로 논문 쓰기3.3. 포켓몬 논문
4. 관련 문서

1.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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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 me off your fucking mailing list.
그 좆같은 당신네 메일링 목록에서 내 이름 좀 빼 주쇼.

WMSCI의 스팸메일에 질려버린 어느 과학자가 쓴 논문. 논문의 모든 텍스트는 저게 전부이다. 더 뒤져봤자 다른 내용은 없다. 이 논문(?)은 총 10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꼴에 논문이랍시고 요약(Abstract)에서 참고문헌(References)까지 실제 논문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모든 내용은 "Get me off your fucking mailing list."의 무의미한 반복일 따름. 저자에 대한 정보도 공개되어 있으며, 역시나 딴에는 논문이랍시고 그림 자료도 포함되어 있다.쓸고퀄 저자(?)인 Mazières와 Kohler가 이런 식으로 비아냥이 뚝뚝 묻어나는 시니컬한 장난을 친 이유는, 지난 2005년에 그들의 메일함으로 'WMSCI 2005'라는 학술회의에 참가해 달라는 메일이 폭주하는 것을 보다 못 해서 만들었던 것이다. 이 학회는 스팸메일도 그렇지만 논문 평가 기준이 엉터리라는 점에서도 악명이 자자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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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술한 바와 같이, 다른 논문들이 다 그렇듯이 이 이면지 논문도 역시 참고문헌을 명시하고 있는데, 아래에 기록된 두 개가 전부. 각각 인터넷 이메일과 관련된 표준 규격이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은 2014년에 호주연합대학 공대 컴퓨터공학 전공인 P. Vamplew 교수에 의해 다시 활용되었다. Vamplew 교수가 이 비장의 무기(…)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IJACT 또한 그의 메일함에다 "심사료만 내면 당신의 논문도 저널에 게재!" 같은 메일을 뿌려대는 탓에 머리 끝까지 분노했기 때문이다. 그는 스팸 폭탄에 항의하는 뜻에서, 욕설로 가득한 이 가짜 논문을 재탕해서 답장으로 발송했다. 물론 그는 "설마 이게 게재되겠어?"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스팸을 뿌려대는 저널 담당자가 이걸 읽고 일말의 죄송함이라도 느끼길 바랐다. 답장 메일에는 이 문서를 첨부한 것 말고는 아무런 내용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 이면지가 논문이 덜컥 게재 승인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그냥 승인이 아니라 다시 회신된 답장에는 "Excellent"라는 평가와 함께 납부해야 할 심사료가 쓰여 있었다. 이 논문의 평가 기준은 "Excellent / Very Good / Good / Fair / Very Poor" 의 다섯 단계였는데 그중에서 "Excellent" 를 받았으니, 한마디로 말해서 10점 만점에 10점(…). 즉 내용은 커녕 제목도 읽어보지도 않고 그냥 바로 게재 승인을 때려버렸단 얘기다.

물론 해당 저자(?)는 미치지 않고서야 150달러의 심사료를 삥뜯길 리가 헌납할 리가 없었고, 그 때문에 이 비범한 논문(?)도 게재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는 뒷얘기가 전해진다.

2. 단순 해프닝?

이것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실제로 학계에 이런 의심스러운 저널이나 학술대회, 학회 등이 꽤나 많이 있다는 것이다.

먼저 정상적인 오픈액세스 저널들은 엘스비어등 과학자 사회에 기생하는 학술 출판사들에 반발해 지식의 자유로운 접근을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 정상적인 동료평가를 거치며, 설립 목적이 목적인 만큼 완전 무료로 제공하거나 처음부터 투명하게 공지된 게재료에 바탕해 운영한다. 근래에는 오픈액세스 확대를 요구하는 각국 정부들의 추세에 맞춰 엘스비어나 스프링어같은 기성 학술 출판사들이 운영하는 오픈 액세스 저널도 있고, 이쪽은 수익 창출이 목적인 만큼 비영리 및 독립 오픈액세스 저널들에 비해 몇 배의 게재료를 받아가지만 이들 역시 어쨌든 평판 유지를 위해 정상적인 동료평가를 거친다.

하지만 이와 달리 오로지 영리 목적으로 평판은 개나 주라는 식으로 창설된 '약탈적 오픈액세스 저널(predatory open-access journal)'이라 불리는 저널들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사방팔방에서 연구자들의 이메일 주소를 구해다가 마구잡이로 스팸을 발송하면서 어리숙한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심사료 돈벌이를 한다. 몇몇은 아예 구글 광고에 나오기도 한다.

이들이 멀쩡히 기세를 펴고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세상에 논문을 저널에 게재하고 싶어서 혈안이 된 과학자들이 많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 이들은 이런 "수요자"들을 위해 저널을 만들었고, 아무런 동료평가(peer-review)[1] 없이 그 논문을 게재해 주는 대신, 마치 합당한 심사를 거친 것처럼 꾸미고 심사료를 받아내는 사기를 치는 것이다. 애초에 심사 따위는 없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이들의 사기 행각도 뻔히 밝혀진 셈.

이처럼 비겁하게 운영되는 저널의 신뢰성이 좋을 리 없으니, 이들은 학술논문 사유화의 선봉장인 엘스비어가 하던 짓을 그대로 베껴 바닥을 치는 자기네들 임팩트 팩터(영향력 지수)를 허위로 조작하기도 하고, 권위 있는 다른 유명 저널의 웹사이트 로고 디자인을 고스란히 베껴서 유사하게 사이트를 만드는 짓거리를 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보이스피싱이 연상될 정도(…). 보다 못한 한 학술 논문 전문 사서 제프리 빌(J. Beall)이 "Beall's List"라는 목록을 만들어서 이와 같은 유사 저널들을 동료 과학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는 송유근 논문 표절 사건 때 개입하면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리스트에 오른 저널로부터 고소하겠다는 협박도 받은 적이 있다고. 결국 압박을 못 이기고 해당 리스트를 자기 블로그에서 내렸다고 한다.

이들의 강력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동료평가나 논문의 질적인 통제가 거의 혹은 아예 없이 게재가 승인된다. 설령 그 논문이 왜곡이나 넌센스로 가득하더라도. 이쯤에서《Social Text》가 떠오르더라도 넘어가 주자 약탈적 저널들의 황당한 행태를 보자면 소셜 텍스트는 오히려 견주어 볼 수도 없을 정도이다.
  • 당사자의 허락 없이 연구자들을 마음대로 편집진에 포함시키며, 탈퇴도 못 하게 막는다(…).
  • 편집진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지명하기도 한다.
  • 발행 및 출판 작업에 대해서 허위로 안내한다.
  • 국제표준 일련번호(ISSN)를 잘못 사용한다.
  • 영향력 지수를 허위로 조작한다.

그 외에도 다음 특징들을 의심해 볼 수 있다.
  • 논문 게재가 승인된 이후에만 심사료가 안내된다.[2]
  • 공격적으로 스팸메일을 뿌리면서 연구자들에게 논문을 제출하거나 편집진으로 일해 달라는 권유를 한다.
  • 유명 저널의 이름을 흉내내서 저널 이름을 짓거나, 그들의 웹 디자인을 모방해서 온라인 사이트를 만든다.

한 학술출판 단체에서 만든 체크리스트도 존재한다. 아래 질문들에 모두 '예' 라고 답할 수 있는 저널에만 원고를 투고하라는 것.
  • 귀하나 귀하의 동료들이 그 저널을 알고 있습니까?
    (Do you or your colleagues know the journal?)
  • 출판인과 쉽게 연락할 수 있습니까?
    (Can you easily contact the publisher?)
  • 그 저널의 동료평가 체계나 과정이 웹사이트에 명확하게 안내되어 있습니까?
    (Is the journal's peer review system/process clearly mentioned on its website?)
  • 그 저널에 출판된 논문들이 당신이 사용하는 잘 알려진 데이터베이스나 서비스에서 색인되어 있습니까?
    (Are the articles published in the journal indexed in a well-known database or service you use?)
  • 그 저널이 요금을 청구합니까? 그 요금의 구체적인 사항들을 명시하고 있습니까?
    (Does the journal charge any fees? Does it mention details about the fees?)
  • 그 저널의 편집진 구성원들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습니까?
    (Do you recognize the editorial board members of the journal?)
  • 출판인이 출판윤리위원회 또는 오픈액세스 저널 디렉토리 등의 잘 알려진 출판산업 단체의 일원입니까?
    (Is the publisher a member of a well-known publishing industry initiative, e.g., COPE, DOAJ?)

일각에서는 논문의 출판량을 전적인 기준으로 삼는 대학의 가혹한 성과주의가 저자들을 약탈적 저널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 이런 저널에 투고하는 연구자들이 순진한 피해자가 아니라 동조자 내지 공범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결국 현실적으로는 학자들과 일종의 공생관계적인 의미의 시장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동아사이언스 관련기사

숭실대학교 배명진 교수가 이런 곳을 GESTS라는 이름으로 운영한 바 있다.

어떤 이들은 약탈적 저널과 소위 '정상적' 저널들을 나누는 게 의미가 있냐는 회의론을 펴기도 한다. 즉, 양쪽은 서로 거의 똑같거나, 잘해봐야 뻔뻔스러움의 정도의 차이만이 있다는 것이다. 중앙대 고부응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메이저 학회들도 발표용 논문은 대충 통과시키며, 학회 발표장에서 의미 있는 토론이 나올 여지가 없고, 영리목적(돈벌이)로 운영하는 건 제도권도 똑같은 데다 지식산업의 생리일 따름이며, 제도권 학회들이 관광지에서 개최되어 반 학술 반 관광을 조장하는 것 역시 공공연하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오히려 유일한 차이는 학술컨벤션 기획사와 손잡고 일하지 않는 비주류성에 있을 뿐이기 때문에 이들이 소위 가짜 학회니 뭐니 하며 여론의 포화 타깃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학계의 관심이 부족하거나, 신생 분야이거나, 돈이 되지 않는 분야의 영세한 학회들은 때로는 가짜 학회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저조한 인지도와 영향력으로 인해 고전하기도 한다.

물론 이에 대응되는 '진짜 학회', '진짜 저널'들에서도 상기한 특징들이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기에, 이런 지적도 일정 부분은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학계가 자체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엄격한 저널 논문의 동료평가 여부와 사실관계가 명확한 저널계량 지표의 제공 여부, 편집진에게 접촉할 수 있는 유효한 연락망의 공유 여부, 스팸메일성 홍보 여부, 학회 내 인선의 절차적 적절성 여부 등 실제로 양자 간에는 여러 분명한 차이가 나타나므로, 지나친 비관론 역시 지양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3. 유사 사례

3.1. 안나 올가 슈스트

2015년에 영국 서섹스 대학교 심리학과의 카타르지나 피산스키(K. Pisanski) 및 동료 연구자들은 가상의 연구자 안나 올가 슈스트(Anna Olga Szust)라는 인물을 허구로 구성하고, 인터넷에서 누군가의 사진을 구입하고는 가짜 개인 홈페이지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이 사람의 가상의 이력서(CV)를 JCR 등재지, 오픈액세스 저널, 약탈적 저널 380개소에 무작위로 발송했다. 여기서 그녀(?)는 "귀 저널의 편집진에 합류하고 싶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포함시켰고, 알려진 그녀의 커리어는 다음과 같았다.
  • 폴란드 포즈난시의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교(Adam Mickiewicz University)에서 조교수로 근무 중.
  • 과학사에서 인지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음.
  • 학회에서 몇 건의 발표와 강의를 하고, "봄에 태어난 여성이 더 매력적이다" 라는(…) 내용으로 핸드북의 한 챕터를 썼음.
  • 그 외에 저널 출판 논문이나 저널 편집자, 심사위원 경력은 전무함.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말이었지만 놀랍게도 거의 50여 곳에 달하는 오픈액세스 저널 및 약탈적 저널에서 곧바로 편집자로 초빙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그 중 40여 곳은 제프리 빌의 리스트(Beall's List)에 올라 있는 악명 높은 저널들이었고, 심지어 일부는 "편집장(Editor-in-Chief)이 되어 주신다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라고 한 술 더 뜨거나, 또는 "새로 간행을 준비할 저널에서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등의 제의까지 왔다고 한다. 이 놀라운 현실을 목도한 연구진들은 이를 곧바로 《네이처》 에 알렸다. 네이처 기사 피산스키 교수는 그녀의 커리어가 실제로 학계에서 인정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마도 편집자로서는 끔찍한 선택지(terrible option)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뉴요커 관련기사 한국경제 번역보도

참고로 Anna O. Szust에서 'Oszust'는 폴란드어로 '사기(fraud)'(…)라는 뜻이다. 가짜 홈페이지는 연구가 끝난 뒤인 지금도 열려 있어서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지만, 대신 "이 사람은 허구의 인물입니다"라는 안내문이 상단에 붙어 있다.

3.2. iPhone 자동 완성으로 논문 쓰기

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교의 정보공학 조교수 크리스토프 바트넥(C. Bartneck)은 2016년에 《국제 원자 및 핵물리학 학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Atomic and Nuclear Physics)라는 영 뜬금없는(…) 학회로부터 유사한 스팸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이 학회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그는 곧장 SCIgen[3] 및 이미 업계의 전설이 된(…) 바로 이 문서의 주제인 이면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Nuclear', 'Physics'의 두 단어만 입력한 후 나머지는 iOS에서 추천하는 자동 완성 기능으로 단어들을 계속 입력해 나가서 논문을 만드는 것. 바트넥의 관련 포스트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이 비범한 논문 역시 회신 3시간 만에 게재 승인 판정을 받았다! 이 학회의 주최자인 OMICS라는 단체는 결국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로부터 고발당한 후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3.3. 포켓몬 논문

마탄 셸로미(Matan Shelomi) 국립타이완대학 곤충학 교수는 이런 약탈적 저널에 포켓몬을 소재로 한 장난성 논문들을 다수 게재하였다. 공저자나 레퍼런스 등에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등장인물이나 다른 작품의 캐릭터를 넣고, 중간에 \'이런 논문을 실어 주다니 약탈적 저널이구나\'(...) 하는 문구를 넣어서 독자가 포켓몬을 몰라도 문제를 알 수 있게 했다고. [4]

물론 포켓몬을 소재로 한 진지한 논문도 여러 편 썼다. 이는 이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장난성 논문에는 Mattan Schlomi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4. 관련 문서



[1] 설사 거친다 하더라도 유명무실한 수준.[2] 정상적인 오픈액세스 저널들의 게재료는 논문 투고 전에 알 수 있도록 명기하는 것이 원칙이며, 상당수는 게재료가 어디에 사용되었는지도 공개한다. 오픈액세스의 취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것.[3] 저자 이름을 입력하고 생성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논문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들을 무작위로 조합해 컴퓨터공학 논문 하나를 만들어주는 웹사이트. 제대로 된 내용은 커녕 문법조차 고려하지 않고 완전 무작위로 조합하므로 결과물은 당연히 비문투성이 뻘글일 뿐이다. MIT에서 개발했다. 이걸 심사 요청해서 뚫린 저널들은 사이트에서 따로 관리하고 있는데, 국내 저널 GESTS도 뚫린 적이 있다.[4] '더 사이언티스트' 지와의 인터뷰[5] 저자 연락처에 일본 전화번호가 있는데,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며 Pallet Town과 이름이 비슷한 '팔레트 타운'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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