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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테세우스가 첫 번째 아내 힙폴뤼테 혹은 안티오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당대의 현자였던 증조부 피테우스 밑에서 수학했던 수재였고 부친을 닮아서 외모 역시도 뛰어났다.
유명한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주인공 중 한명이다.
2. 일대기
힙폴뤼토스는 사냥을 좋아했고 달과 사냥의 여신이자 처녀신인 아르테미스를 숭배하고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를 싫어했는데, 그래서인지 그 역시도 순결을 지키면서 평생 독신으로 살아가리라고 맹세한다. 힙폴뤼토스는 아르테미스를 따라다니며 사냥을 도왔고, 아르테미스도 순결 맹세와 동시에 그걸 철저히 지키는 힙폴뤼토스를 누구보다 아꼈다. 그러나 불행히도 미모가 출중했던 그에게 수많은 여자들의 구애가 쏟아졌으나, 힙폴뤼토스는 아르테미스와의 신성한 교제를 강조하며 그들을 거절했다.이 소식을 들은 아프로디테는 격노하여 에로스를 불러 힙폴뤼토스의 계모 파이드라에게 금 화살을 쏘게 했고, 금 화살을 맞은 파이드라는 화살을 맞은 후 처음 본 남자인 힙폴뤼토스에게 반해 열렬히 구애한다. 하지만 계모의 사랑을 받아줄 힙폴뤼토스가 아니었고[1] 거절당한 파이드라는 이에 앙심을 품고 의붓아들을 무고하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다. 스스로 자신의 옷을 갈가리 찢고 그 차림 그대로 생을 마감하여 거짓 증거까지 남긴 건 덤.
의붓아들에게 치욕을 당했다는 아내의 유서(거짓말이었지만)를 본 테세우스는 격분했고, 힙폴뤼토스를 미친듯이 추궁하는 건 물론, 히폴리토스가 해명할 새도 없이 그를 추방한 것도 문제인데, 더 나아가 무려 3대신 중 한 명인 포세이돈[2]에게 아예 아들을 죽여달라고 빌었다. 테세우스의 기도를 들은 포세이돈은 파도로 큰 괴물 소를 만들어 마차를 몰고 있던 힙폴뤼토스에게 보냈고, 놀란 말들이 달아나버려 마차를 바위에 부딪히게 해 힙폴뤼토스는 즉사했다. 그의 사후에 힙폴뤼토스의 사연과 그의 억울한 죽음을 당했음을 알고 있는 아르테미스가 테세우스에게 그의 결백을 밝혀주고 테세우스는 후회한다.
이후 아르테미스의 부탁을 받은 아스클레피오스에 의해 되살아났다가 다시 저승으로 돌아갔다는 설도 있고,[3] 아르테미스에 의해 정령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히폴리토스》에서는 아프로디테를 '가장 사악한 여신'이라고 부를 정도로 싫어한다. 여기서는 파이드라의 유모가 파이드라가 힙폴뤼토스를 사랑한다는 걸 알리지만, 매우 분노하며 파이드라의 유모를 꾸짖는다. 절망한 파이드라는 목을 매 자살하고, 테세우스는 파이드라가 남긴 거짓 유서에 속아 포세이돈에게 힙폴뤼토스를 죽여 달라고 빈다. 결국 힙폴뤼토스는 포세이돈이 보낸 괴물 황소에 의해 사고를 당하고, 아르테미스는 테세우스에게 진실을 알려주며 그를 꾸짖는다. 힙폴뤼토스는 죽기 전 아르테미스에게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이가 아프로디테인 걸 알게 되고,[4] 테세우스를 동정하며 죽는다.
되살아났다는 전승에서는 이후 아르테미스가 비르비우스(Virbius)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고, 그를 라티움 지방의 도시 아리시아 근처의 신성한 네미 숲에 보내어 살게 했다고 한다. 라티움이라는 이름을 듣고 짐작했을지도 모르지만 라티움은 로마. 그렇다. 이 전승은 로마 신화다. 참고로 저 아리시아라는 지방도 지금까지 남아 있는 로마의 코무네 아리차다.
로마 신화에서의 히폴리투스는 디아나 여신과만 사랑을 나누고[5] 다른 여신들의 구애를 단호하게 거부했는데, 이 때문에 베누스의 미움을 사 깔려죽었던 걸 디아나가 되살린다. 이후는 상술한 대로.
따지고 보면 엄청 불쌍한 청년. 일국의 왕자가 아프로디테의 증오와 여신에게 이용당한 계모의 무고와 아버지의 오해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었다. 이후 진실을 알게 된 테세우스는 사람들의 신망을 잃으면서 왕위에서 쫓겨났고 방황하다가 여생을 홀로 외롭게 보냈다.
3. 그 외
- 힙폴뤼토스의 이야기를 다룬 극 작품으로는 장바티스트 라신의 고전 비극 <페드르>와 라신의 극을 바탕으로 대본을 쓴 장필립 라모의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가 있다.
|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구판 |
-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7권과 9권에서 등장한다. 7권에서는 자기를 좋아하던 여자에게 고백받자, "사랑? 귀찮아. 난 사냥이 좋아"라 말해서 아프로디테의 노여움을 샀다. 그리고 에로스의 금 화살을 맞은 파이드라를 거부했다가 모함을 받고 쫓겨난 뒤, 포세이돈이 몰던 마차에 치여 죽자 아르테미스가 직접 테세우스 앞에 나타나서 누명을 벗겨 준다. 이후 9권에서 아르테미스의 명에 따라 아스클레피오스가 부활시키지만 제우스의 벼락을 맞고 다시 저승으로 보내졌다.
-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 7권에서도 잠깐 등장했고, 아스클레피오스가 되살린 사람들 중 하나로 언급됐다.
- 사실, 힙폴뤼토스는 저주받은 가문인 아트레이드의 피가 흐르고 있다. 자기 아버지 테세우스는 펠롭스의 증손자이고, 할머니 아이트라는 펠롭스의 손녀이자 피테우스의 딸이며 메넬라오스, 아가멤논, 아이기스토스 등의 사촌이다. 즉, 뮈르틸로스의 독기 서린 저주 때문에 힙폴뤼토스 인생이 희생양으로 당첨되듯이 불행해졌다.
- 신화 내에서 힙폴뤼토스와 비슷하게 계모의 유혹을 거절했다가 누명을 쓴 채로 쫓겨난 행적을 가진 인물이 또 있다. 그는 바로 테네도스의 왕 테네스인데, 테네스는 본래 콜로나의 왕 키크노스의 아들이자 콜로나의 왕자로, 누이동생으로는 헤미테아가 있었다. 남매의 어머니 프로클레이아가 죽자, 상심에 빠진 키크노스는 아내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필로노메라는 젊은 여자와 재혼을 하였다. 그러나 필로노메는 나이 든 늙은 남편에게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나이 차도 많이 안 나는 젊고 잘생긴 의붓아들에게 욕정을 품어 테네스를 유혹해댔지만 당연히 테네스는 계모의 유혹을 거절하였다. 결국 앙심을 품은 필로노메는 키크노스에게 테네스가 자신을 겁탈하려고 했다며 누명을 씌우고, 필로노메의 거짓 누명에 넘어간 키크노스는 진상을 제대로 알려하지 않은 채 테네스는 물론, 애꿎은 헤미테아까지 상자에 가두어 바다에 던져버린다. 억울하게 추방당한 남매를 불쌍히 여긴 포세이돈이 남매를 무사히 레우프리코스 섬에 닿게 도와주었고, 테네스는 그 곳의 왕이 되면서 레우프리코스를 자신의 이름을 따 테네도스로 바꾸었다. 한편, 나중에서야 진상을 알게 된 키크노스는 필로노메를 산 채로 묻어 죽였으며, 자식들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테네도스 섬으로 향해 그 곳에 상륙하려는 순간, 테네스는 도끼로 배의 닻줄을 끊어 과거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대로 키크노스를 표류시키는 것으로 복수한다. 자식이 부모에게 복수를 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테네스의 도끼'라는 말도 여기서 유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힙폴뤼토스는 테세우스의 저주의 기도를 들은 포세이돈이 일으킨 사고로 절명하였지만 테네스는 오히려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구조되었다.
4. 관련 문서
[1] 힙폴뤼토스가 독신주의자가 아니었다고 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애초에 피는 섞이지 않았어도 어머니와 남녀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곧 패륜이었으니까. 패륜이라는 점을 무시하더라도, 만약 구애를 받아들이면 이번에는 아르테미스에게 원한을 살 것이다. 감히 자신에게 순결을 맹세하고도 저버렸으니까. 힙폴뤼토스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재앙을 피할 수 없는 외통수에 걸린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계모를 거부하는 편이 낫다. 두 여신에게 원한을 사느니, 한 쪽만이라도 자기 편을 들어주도록 하는 선택이 훨씬 유리하다.[2] 테세우스의 친아버지가 포세이돈이라는 설도 있다.[3] 운명의 세 여신과 하데스의 항의를 들은 제우스에 의해 아스클레피오스와 벼락을 맞아 저승으로 돌아갔다는 설로,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선 이 설을 택했다.[4] 아르테미스는 복수로 아프로디테가 사랑하는 사람을 화살들로 손수 죽이겠다고 다짐한다.[5] 참고로 디아나는 원래 아르테미스와 다른 여신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일시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