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9 01:44:45

하치죠 이쿠코/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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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논의의 시작 배경2. 만화판의 묘사와 논의의 전개3. 가설
3.1. 베아트리체≠하치죠 이쿠코설
3.1.1. 작가의 후기 글3.1.2. 베아트리체 투신 장면3.1.3. 황금몽상곡3.1.4. 하치죠 토오야의 자아3.1.5. 황금향 = 망자의 세계
3.2. 베아트리체=하치죠 이쿠코설
3.2.1. 검은 배틀러가 갖는 작중의 위치 문제3.2.2. 베아트리체≠하치죠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적은 너무 많다3.2.3. 그녀가 자살해야 할 필요성3.2.4. 만화판이 정말로 모든 진실을 드러냈는가?3.2.5. 만화판의 해석 및 동일 인물 부정론에 대한 반론3.2.6. 마법 엔딩3.2.7. 가설 긍정론의 요약

1. 논의의 시작 배경

우선, 아래 논의가 시작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 첫째, KBS 설정의 존재 및 확인: 괭이갈매기 울 적에는 K카논 = B베아트리체 = S샤논 설정을 최대의 수수께끼로서 다룬 작품이다.[1] 그런데 이러한 KBS 설정의 존재는 서로 다른 인물처럼 묘사되는 존재가 실제로는 한 인물의 서로 다른 인격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하치죠 이쿠코라는 인물 역시 어쩌면 작중 이미 등장했던 존재의 다른 인격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 계기가 된다.
  • 둘째, 하치죠 이쿠코의 작중 지위: 만약 하치죠 이쿠코가 작중 주변적인 인물에 불과했다면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그다지 중요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작중 롯켄지마섬 사건의 진상에 접근했다고 여겨지는 위서 작가이자 메타 세계에서 페더린느 아우구스투스 아우로라라는 조물주 격 마녀로 등장하는 점에서 지극히 중요한 인물이다. 따라서 하치죠 이쿠코가 작중 이미 등장했던 존재의 다른 인격일 가능성을 의심한다라면, 그녀가 혹시 롯켄지마섬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기획했던 베아트리체 본인이 아닌지를 최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게 된다.

이처럼 베아트리체=이쿠코설은 본래 원작이 완결 나고 팬들 사이에서 나온 가설이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베아트리체=하치죠 이쿠코설
롯켄지마섬을 떠나면서 야스다 사요는 베아트리체로서의 인격을 스스로의 의지로 소멸시켰으나 하치죠 이쿠코라는 새로운 인격으로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가설
VS
베아트리체≠하치죠 이쿠코설
롯켄지마섬을 떠나면서 베아트리체의 인격은 물론 육신까지도 완전한 죽음을 맞았으므로 하치죠 이쿠코는 전혀 별개의 제3자일 뿐이라는 가설

2. 만화판의 묘사와 논의의 전개

한편 만화판은 괭이갈매기 울 적에의 수수께끼, 즉 고양이 상자를 모두 드러냈다고 여겨지고 있으며, 실제로 베아트리체의 죽음을 그 동기까지 포함시켜서 명확히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만화판 EP8을 본 팬덤층은 다시 이 문제를 두고 다음과 같은 태도를 보인다.
  • 베아트리체≠이쿠코설: 만화판 EP8에서 베아트리체가 투신할 때의 독백을 비롯한 만화판의 여러 묘사들에 비추어 보면 이쿠코=베아트리체설은 신빙성이 떨어졌다고 평가하는 입장이다.
  • 베아트리체=이쿠코설: 만화판에서 하치죠 이쿠코의 정체에 대해 별다른 묘사를 하지 않은 점은 하치죠 이쿠코의 정체를 최후의 수수께끼로 남겨두겠다라는 작가의 메시지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 입장에서는 이쿠코≠베아트리체설에 의할 경우 하치죠 이쿠코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므로 괭이갈매기 울 적에의 작품성 및 용기사07의 작가로서의 능력까지 폄하하게 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하에서 다룰 내용은 이러한 맥락에 놓여 있으므로, 그 어느 쪽이 진실인지 확정 지을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어디까지나 팬들 사이의 가설이라는 점을 유의하며 접근하기 바란다.

3. 가설

3.1. 베아트리체≠하치죠 이쿠코설

3.1.1. 작가의 후기 글

용기사07: 만화판 EP8은 고양이 상자 안의 모든 것을 명확하게 그려주기로 결단했다.
용기사07: 나츠미 선생님(EP8 만화판 작화가)께 고양이 상자 안의 모든 것을 전하였다.
※ 참고 자료 - 용기사07 만화판 EP8 후기 글 번역

원작 EP8은 진상을 고양이 상자 안에 두었고, 열린 결말식의 엔딩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원작과 전개가 달라진 게 만화판 EP8이다. 만화판 EP8의 원작자의 후기 글을 보면 만화판 EP8은 고양이 상자 안의 내용물을 전부 드러내 주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고 한다. 만화판 EP8은 원작의 내용이 보완되어 작품의 수수께끼에 대해서 거의 완전하게 망라하고 있다. 특히 원작에는 없었던 'Confession'에서 범인의 심정을 거의 밝혀 버렸고 스토리의 전제까지 바뀌었다. 용기사07은 만화화를 하면서, EP8의 담당 작화가였던 나츠미 케이와 꼼꼼히 미팅을 했고 나츠미 케이에게 『괭이갈매기 울 적에』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듯이 모든 것을 맡겼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원작자의 EP8 후기 글에 따르면 만화판 EP8에 있는 전개들을 원작처럼 환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는 작품의 전제부터 원작과는 다르게 고양이 상자 안을 전부 들춰낸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작의 결말을 받아들인 팬들에게 "진상을 밝히지 않고 해석의 여지가 있음이 일품이었는데", "해석의 여지를 없애놨다"라는 불평을 듣기도 했다.

※ 참고 자료 - 일본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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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판 EP8은 지금까지 따라온 팬들을 위한 답지 공개이다. 더 이상 해석을 여지를 남기는 작품이 아닌 것이다.

EP8 만화판의 전개도 환상으로 취급할 수 있다면 원작자 용기사07의 만화판 EP8 후기 글을 통해 고양이 상자 안의 모든 것을 명확하게 펼쳤다는 발언, 만화판이 원작과는 전개가 달라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여담으로 만화판에서 진실을 모두 드러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원작 EP8의 열린 결말식 엔딩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따라서 거대했던 팬덤이 에피소드 하나로 산산이 흩어지는 결과까지 불러온다. 만화판 EP8이 원작이랑 다른 방향으로 고양이 상자를 들춰낸 것은 당시 논란의 결과물이다. 고양이 상자 안에 해당하는 이야기인 베아트리체의 최후를 만화판에서까지 환상으로 감출 이유는 없다. 엄연히 만화판은 원작자가 모든걸 드러내 준다는 취지에서 나온 물건이다. 자세한 건 용기사07/비판 항목 참고.

3.1.2. 베아트리체 투신 장면

베아트리체 투신 장면은 엄연히 1986년 고양이 상자 안 이야기이다. → 원작자의 발언대로라면 환상은 배제되었다.[2]

만화판 EP8을 보면 베아트리체가 바다에 투신한 후에 고양이 상자 안에 들어갔다는 내용이 나온다.

※ 참고 자료 - 만화판 E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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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가 바다에 투신하고 고양이 상자 안에 들어갔으니 베아트리체의 최후도 고양이 상자 안의 이야기라는 거다. 원작자의 만화판 후기 글대로 만화판의 베아트리체의 최후는 환상으로 포장돼 있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만화판 EP8을 보면 원작에는 없었던 베아트리체가 자살한 이유가 나온다(베아트리체 = 야스다 사요).

※ 참고 자료 - 만화판 E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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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 "섬을 나간다면 당신은 저의 진실(저주받은 몸)에 대하여 알게 되겠죠. 그것이 저는 무섭습니다."
베아트리체: "그리고 당신이 저를 용서하더라도 제가 저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사요는 배틀러를 탈출시키려고 함께 보트를 탔지만 섬에서 나가면 현실과 직면하게 된다. 자신이 부딪쳐야 하는 현실들이 너무나도 무섭고, 두려웠기에 미래를 포기하고 보트에서 뛰어내린다.

※ 참고 자료 - 만화판 E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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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 "잘 있거라 배틀러. 그리고 고마워."

만화판 EP8에서는 죽어가는 사요를 붙잡은 배틀러는 겉옷을 입고, 투명하게 그려져 있으며 환상으로 표현되었다. 현실 배틀러는 겉옷을 벗고 있으며 위에 만화에서처럼 숨이 차서 사요를 구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만화판 EP8에서 새로 추가된 장면으로 황금향에서 괴로워하는 엔제에게 베아트리체
베아트리체: "나는 선택지를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고, 미래를 포기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현실을 외면한 자에게는 행복도, 미래없다. 너는 살아서 행복을 찾아"
라고 말한다. 이는 사요의 최후를 보여주는 발언이다.

사요가 물에 뛰어들었기에 배틀러도 따라 뛰어든 것이고, 배틀러는 바다에 떠밀려 내려가고, 사요는 발에 황금을 묶었기에 바다 깊이 빠진다. 배틀러는 사요를 구하려고 물에 빠졌기에 후유증을 호소한 것이다.

3.1.3. 황금몽상곡

※ 참고 자료 - 황금몽상곡 대사

용기사07황금몽상곡에서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본편의 진상에 도달할 수 있는 떡밥을 뿌렸다. 황금몽상곡에서 등장하는 검은 배틀러가 대표적인 캐릭터.

황금몽상곡에서 배틀러는 단지 위서 작가들이 창작한 캐릭터는 아니다. 검은 배틀러에바트리체의 공통점은 "고양이 상자 안의 내용물을 알고 있다."

만화판 EP8에서 추가된 장면으로 에바트리체는 고양이 상자 안의 내용물을 엔제에게 숨기려고 한다. 황금몽상곡에서 에바트리체도 마찬가지로 엔제에게 진상을 숨기려고 하는 식의 발언을 한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에바트리체만이 그런 게 아니다. 1998년 현실의 우시로미야 에바도 엔제에게 미움을 받을지라도 고양이 상자 안의 진상을 엔제에게 비밀로 하고 죽었다. 우시로미야 에바처럼 에바트리체도 고양이 상자 안의 내용물을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황금몽상곡에서 검은 배틀러도 고양이 상자 안의 진실을 알고 있기에 베아트리체를 향해 "널 데리러 왔다.", "너의 배틀러가 돌아왔다.", "나만의 황금 마녀."라는 1986년도 진상이 담긴 대사를 한다. 검은 배틀러는 자신을 고양이 상자 안의 주민이라고도 칭하는 대사도 한다.

검은 배틀러, 에바트리체 두 사람의 공통점은 1986년에 생존했으며, 고양이 상자 안의 진실을 아는 인물이 베이스라는 거다. 결국 검은 배틀러가 샤논과 대결 시 하는 대사인 "... 내가 모두 죽였다. 너도 죽였다... 그래, 그날에 죽였지."[3]도 1986년의 진상을 보여주는 네타성 발언이다.

우시로미야 에바, 우시로미야 배틀러1986년 섬에서 생존한 유이한 인물이기에 이런 식으로 황금몽상곡에서 네타 발언을 하는 게 가능한 거다. 에바트리체, 검은 배틀러같은 닮은 존재가 생존자인 이 둘에게만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괭이갈매기 울 적에 羽의 위서 NO.XXX도 사실 이런 진실과 연관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만화판 EP8에서 밝혀진 바로는 하치죠 토오야(배틀러)는 우시로미야 에바와 만났었다. 우시로미야 에바와 만났기에 에바의 일기장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위서 이야기가 성립할 수 있던 것이다.

3.1.4. 하치죠 토오야의 자아

EP8 만화판에서는 우시로미야 배틀러가 하치죠 이쿠코에게 구조되고 나서 하치죠 토오야(배틀러)의 이면을 '우시로미야 배틀러로서의 자아', '1986년 고양이 상자 안의 기억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자아'가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 참고 자료 - 만화판 E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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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죠 토오야: "그것은 내가 아냐"
하치죠 토오야: "그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야."
하치죠 토오야: "그것은 나다"
하치죠 토오야: "배틀러라는 사람의 잘못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 독백이 나올 때 만화판 EP8에서는 물에 빠진 야스의 팔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사요가 죽었음을 보여주는 연출이다.

하치죠 토오야가 배틀러로서의 기억이 서서히 돌아오자 괴로워했던 것도 야스를 구하지 못했고, 혼자 살아남은 죄책감 때문이다.

※ 참고 자료 - 만화판 E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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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에는 하치죠 토오야에게서 분리된 우시로미야 배틀러로서의 자아는 황금향에 있는 배틀러(환상)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육체에는 하치죠 토오야만이 남아서 휠체어를 뒤로 돌리고, 고아원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것은 하치죠 토오야로서의 자아는 복음의 집에서 자신의 기억을 놔줌으로써 기억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우시로미야 배틀러로서의 자아는 황금향으로 돌아가 자신이 원했던 대로 베아트리체와 함께함을 보여준다.

최종적으로 하치죠 토오야는 배틀러로서의 기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이는 만화판 EP8에서 하치죠 토오야우시로미야 배틀러가 서로 분리되는 연출로써 직접적으로 밝혀진 진실이다. 이것은 야스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EP4에서 마녀들의 입으로 말한 "이 이야기에는 해피 엔딩이 주어지지 않는다."라는 붉은 진실에 부합하는 진실이기도 하다.

용기사07이 만화판 EP8 후기에서 말하길 "EP8은 엔제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이야기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써낸 글이므로, 꼭 반드시 그녀의 마지막을 해피 엔딩으로 만들어달라."라고 작화가에게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저 붉은 진실에 해당될 수 있는 주연 인물은 야스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원작자 용기사07이 지금까지 숨겨오던 고양이 상자 안의 내용물이다.

3.1.5. 황금향 = 망자의 세계

코믹스 EP8에서 후루도 에리카의 말에 의하면 황금향 = '망자의 세계'라고 한다.

즉, 죽은 자를 위한 세계가 황금향이다.

EP8 마지막에 황금향이 구현되어 동료, 가족이 나타나는 장면에서 중년 엔제, 17세 엔제가 동시에 등장한다.

17세 엔제의 정체는 바로 현실로 돌아온 엔제가 결별한 과거의 자기 자신이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베른카스텔붉은 진실로 "엔제는 죽었다"고 분명 말하였다. 코믹스 EP8에서 현실로 돌아온 엔제는 이 의미를 미래를 살아가는 것을 포기한 과거의 자기 자신은 이미 죽었고, 지금의 나는 미래를 살아간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즉, 이것은 인격적 죽음을 말한다.

괭이갈매기 울 적에라는 작품은 육체적 죽음만이 아니라 '인격적 죽음'도 사람의 죽음으로 보는 작품이다.

이게 바로 EP8 마지막에 엔제가 2명 나오는 이유이며, 망자의 세계로 지칭되는 황금향에도 엔제가 있는 이유이다(현실의 중년 엔제 - 엔제 본인 / 황금향의 17세 엔제 - 엔제가 결별한 과거의 자신).

결국 EP8 마지막에 하치죠 토오야한테서 분리된 배틀러의 정체는 그가 받아들이지 못한 배틀러의 기억이라는 의미다.

환상을 거두어낸 고양이 상자 안의 진실은 이렇다.

물에 빠진 그녀를 구하고 싶었지만 실패했고, 그래서 그녀를 위한 위서 소설을 작성했고, 자신의 동생을 위한 따스한 소설 EP8을 작성했던 배틀러였던 하치죠 토오야는 EP8 마지막에 저택 안에서 배틀러로서의 기억를 받아들이는 데 실패한다. 이것은 배틀러의 완전한 죽음을 의미하는 결말이다.

진짜 배틀러인 그가 배틀러로서의 기억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안에서 완전히 죽어버린 배틀러로서의 인격은 죽어서 황금향에 간다는 결말이다.

이것은 현실에서 하치죠 이쿠코는 그가 사랑하던 그녀가 아니라는 진실을 의미한다.

3.2. 베아트리체=하치죠 이쿠코설

원작 EP8이 끝나고 베아트리체는 1986년 참극 때 죽지 않았고, 하치죠 이쿠코가 베아트리체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이 제기되었다. 이 가설의 근거들은 다음과 같았다.
1. 이쿠코가 기인이라고는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 그것도 외간 남자를 아무렇지 않게 한집에 들여서 지내게 한 점
게다가 아무리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 해도 배틀러 정도의 인물이면 신상은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곧바로 우시로미야가에 인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 평생 독신으로 지낸 점
그리고 토오야(배틀러)와의 모호한 관계, 이는 사실상 신체적 결함으로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할 수 없는 베아트리체가 바란 가장 이상적인 관계였을지도 모른다.

진상 해독본에 따르면 용기사가 원래 둘은 결혼한 관계로 그리려 했는데 여성 스태프들이 배틀러의 인생을 그렇게 결정짓지 말아 달라고 격렬히 반대해서 그만뒀다고 한다. 용기사는 결국 본편에선 결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남녀가 그렇게 오랜 시간 지내면 어떤 관계에 있을지 생각해 보라고 발언했다.

3. 불분명한 출신 배경
자신을 은거시킨 본가로부터 생활금을 받고 있다곤 하지만 본가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없어 의심스러운 점이 많고 만일 이쿠코가 황금 잉곳의 소유자인 베아트리체라고 가정할 때는 이 말이 꼭 거짓말이라고 할 수 없다.

4. 혈액형
설정집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이쿠코의 혈액형은 O형이다. 그런데 베아트리체(=야스, 샤논, 카논)의 혈액형 또한 O형이다.
참고로 설정집에서는 이쿠코의 생일이 4월 1일이라고 공개되었으나, 야스의 생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베아트리체의 생일은 11월 29일이지만 이는 육체의 생일이 아니라 베아트리체라는 인격이 탄생한 날을 의미한다.

5. 철저한 은둔 생활
이 점은 자신의 얼굴을 분명히 아는 마지막 인물인 에바가 사망한 후에야 세간에 모습을 드러낸 점과도 통한다.

6. 베아트리체와의 공통점
이쿠코는 추리 소설에 조예가 깊은 인물이며 주로 집필 목적이기는 하지만 배틀러(토오야)와 추리에 대한 의견을 활발하게 주고받기도 하는데 이는 샤논과 공통되는 특징이다.
또한 이쿠코(정확히는 하치죠 콤비)는 소설을 집필할 때마다 필명을 바꾸어서 무수한 이름을 갖고 있는데, 베아트리체 또한 야스, 샤논, 카논, 클레르, 리온과 같이 수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애초에 하치죠 이쿠코라는 이름 자체가 본명이 맞는지도 불명이다. 당장 배틀러의 이름이 하치죠 토오야가 되었다고 계속 나오지만 딱히 배틀러가 이쿠코와 결혼을 한 것은 아니기에 배틀러는 하치죠 가문의 호적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즉 배틀러의 현재 이름인 하치죠 토오야라는 이름은 어디까지나 배틀러의 자칭에 불과한데 하치죠 이쿠코라는 이름 또한 이쿠코의 자칭일 뿐인 가능성이 있다.

7. 하치죠 이쿠코의 환상 세계 속 정체가 페더린느 아우구스투스 아우로라라는 점
페더린느는 방관자임에도 현실을 입맛대로 뒤바꾸거나 창조할 수 있고 그냥 '람다델타는 나에게 죽었다'라는 글을 쓴 것만으로 람다델타를 무로 돌려버릴 정도인 대마녀였다. 마치 진짜 그 모든 이야기의 작가처럼. 괭이갈매기 울 적에 안의 클로즈드 서클의 진범인 동시에 롯켄지마섬의 모든 에피소드를 가능성으로서 그려낸 샤논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8. 하치죠 이쿠코의 나이에 대해
하치죠 이쿠코의 경우 EP8에서 배틀러를 구조할 당시 이미 나이를 꽤 먹은 것으로 묘사되지만, EP8 자체가 이쿠코에 의해 작성된 것이므로 실제와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정체를 숨기고 평생 살아야 할 사람이 나이 정도 속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즉 배틀러 구조 당시 이쿠코의 나이는 샤논과 같은 16세이며 이를 미루어 볼 때 그녀는 평소 나이를 최소한 10살 이상 속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십 년 후 엔제와 재회했을 때 그녀가 나이에 비해 굉장히 젊어 보인 이유로도 설명된다.

9. 에바의 일기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
그녀가 대중에 에바의 일기를 공개하려다 갑자기 철회한 것은 롯켄지마 사건의 이슈를 종결지으려는 의도 및 우시로미야 일가를 괴롭힌 여론에 대한 복수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에바의 일기를 공개했다간 자신의 비밀까지 전부 들통나기 때문에 공개할 수가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10. 작중 우시로미야 일가에 대한 묘사의 변화
괭이갈매기 울적에 작품 초반은 화자가 우시로미야 일가의 포악하고 탐욕스러운 모습을 강조하는 반면 후반으로 갈수록 우시로미야 일가를 옹호하는 입장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는 즉 이야기의 작가(작품 내)인 베아트리체 = 샤논 = 클레르 보브 베르나르두스의 심적 변화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예로 EP1과 EP2은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 작성된 작품으로 베아트리체의 우시로미야 일가에 대한 분노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4] 하지만 사건 이후 시간이 지나고 특히 자신이 적은 글로 인해 10여 년을 넘게 고통받는 엔제의 모습을 보며 베아트리체(물론 당시는 하치죠 이쿠코)는 분노를 넘어서는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우시로미야 일가(EP3~7) 그리고 엔제를 위한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이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EP3~7의 내용은 자신이 미워하던 우시로미야 일가 한 명 한 명을 용서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를 줄곧 괴롭히던 고다부터 시작해서 에바, 로자, 킨조, 루돌프 부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나츠히까지도 말이다.

추가로 작중에 묘사되는 우시로미야 일가의 모습(초반부의 포악한 모습과 EP8의 가정적이고 따뜻한 모습) 중 어느 쪽이 진실인가에 대해 말하자면 양쪽 모두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들이 가족과 친족들을 대하는 태도와 생판 남인 고용인을 대하는 태도가 같을 리가 없을 것이고 이 때문에 배틀러가 기억하는 친족들의 모습과 샤논 = 베아트리체가 기억하는 친족들의 모습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샤논의 경우는 우시로미야 일가에 대한 증오 때문에 좀 더더욱 삐뚤어지게 묘사하기는 했고 엔제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었다.

11. 결말 부분
결말 부분의 베아트리체의 죽음은 말 그대로 롯켄지마의 황금의 마녀 베아트리체의 죽음을 말하는 것일 뿐(베아트리체는 롯켄지마 전설과 융합된 존재로 롯켄지마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베아트리체의 본체나 다른 인격들과는 관련이 없다. 예로 작중에서 샤논이 사망하더라도 베아트리체는 멀쩡히 살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카논은 샤논과 직접 연결된 인격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만일 실제로 투신하여 죽었다면 뒤따라 뛰어내린 배틀러가 멀쩡히 살아서 육지까지 옮겨진 것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실은 배틀러의 기억 상실이 보트 사고 때문이 아니라 폭발의 충격이나 내지는 총격 또는 정신적인 충격 때문이고 롯켄지마 사건 이후 야스에 의해 보트에 태워져 무사히 섬 밖으로 탈출하고서 미리 준비해 둔 저택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작중에서 이후 배틀러가 기억이 돌아왔음에도 자신의 기억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것을 볼 때 끔찍한 사건으로 말미암은 정신적 충격으로 기억 상실을 일으켰을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사실 괭이갈매기 울 적에의 결말 부분은 이쿠코 자신의 비밀과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므로 비밀을 숨기려는 의도에 의해 실상을 알기 어렵게 실제 일어난 것과는 매우 다른 묘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롯켄지마를 절대 떠날 수 없는 베아트리체라는 인격을 섬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야스가 소멸시킨 것은 사실이므로 아주 거짓은 아니지만.
이를 미루어 볼 때 97년도에 엔제가 미팅을 요청했을 때 이쿠코가 거절한 것은 상대가 엔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당시의 엔제라면 토오야(배틀러)를 당장에라도 데려가려 할 것이 분명하므로 의도적으로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 설을 바탕으로 결말을 요약하자면 괭이갈매기 울 적에 총 8개의 이야기는 베아트리체의 손에서 시작되어 베아트리체의 손으로 끝마친 완전한 이야기이며 비록 배틀러와 베아트리체는 죽었지만, 이 둘은 또 다른 인격으로서 나름의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 또한, 이를 토대로 샤논, 카논, 베아트리체, 하치죠 이쿠코는 사실상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다는 가설이 성립한다. 이들은 모두 야스라고도 불린 적이 있던 일명 정체불명의 인물 X의 인격일 뿐이라는 것이다.

3.2.1. 검은 배틀러가 갖는 작중의 위치 문제

'과연 황금몽상곡의 검은 배틀러는 하치죠 토오야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배틀러이자, 야스다 사요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보여주는 자아로 볼 자격이 충분한지?'라는 의문점이다.

EP3에 에바트리체가 등장하고 에바가 친족들을 살해하지만, 에바가 진범이 아니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어떤 캐릭터가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사건의 진상과 결부된다고 논할 근거는 부족하다.

하물며 황금몽상곡의 검은 배틀러는 그 설정부터 위서 작가들이 지어낸 차남 일가 범행설에 기초한 캐릭터일 뿐, 메시지 보틀 내지 하치죠 토오야가 작성한 위서 속의 인물조차 아니다.

이것은 검은 배틀러가 말하는 "……내가 모두 죽였다. 너도 죽였다. ……그래, 그날에 죽였지"를 보면 명확하다. 배틀러는 사실 누구도 죽이지 않았으며, 다만 롯켄지마섬에서 발생한 사건의 계기를 제공한 인물에 불과한데, 너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가 아니라 너도 죽였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는 것은 검은 배틀러가 사건의 진실과 오히려 괴리된 존재임을 명확히 드러낸다. 그래서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그는 에바트리체와 같은 존재인 셈이다.

3.2.2. 베아트리체≠하치죠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적은 너무 많다

베아트리체≠하치죠설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의 일이 동시에 발생해야 한다.

첫째, 사요는 자살하고 배틀러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해안가에 남겨진다.
둘째, 하치죠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배틀러를 우연히 발견해서 구해낸다.
셋째, 기억을 잃은 배틀러를 구한 바로 그 하치죠가 진범이 남긴 Confession of the Golden Witch를 우연히 습득한다.
넷째, Confession of the Golden Witch를 기억을 잃은 배틀러가 읽게 된다.

하지만, 이 4개의 단계들은 매우 우연적이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일종의 기적임을 알 수 있다. 아무리 괭이갈매기 울 적에 그 자체가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기적적인 일을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아트리체=하치죠설이 진실이라면 이 부분은 매우 간단히 풀린다.

첫째, 베아트리체가 배틀러와 함께 섬을 탈출한다.
둘째, 사건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배틀러에게 베아트리체가 진실을 적은 Confession of the Golden Witch를 작성해 준다.
셋째, 배틀러가 그것을 읽고 괴로워하고 베아트리체 역시 배틀러의 모습에 괴로워한다.
넷째, 배틀러는 배틀러로서의 인격을, 베아트리체는 베아트리체로서의 인격을 각각 포기하고 하치죠 토오야, 하치죠 이쿠코로서 살아가게 된다.[5]

만화판 EP8의 베아트리체가 바다에 투신한 후에 고양이 상자 안에 들어갔다는 묘사와 기억을 잃은 배틀러와 추리 게임을 하며 배틀러가 기억을 찾기를 기다린다는 묘사도, 현실에서는 베이트리체의 인격을 버린 사요(이쿠코)가 토오야가 배틀러로서의 자아를 찾기를 기다리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하면 설명이 된다.

EP4까지의 시간이 흐르고 절대적으로 그런 기적이 찾아 오지 않을 것임을(EP4 다과회의 붉은 진실) 깨달은 사요는 EP5에서 희망을 포기하고 베아트리체로서의 인격을 완전히 유기하였으며, EP6 이후의 이야기는 영원히 고양이 상자 속에 남게 된 베아트리체와 배틀러에게 마술 속에서나마 행복한 꿈을 꾸게 하고, 나아가 현실 세계 엔제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if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EP5 이후의 전개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2.3. 그녀가 자살해야 할 필요성

배틀러는 섬을 떠나면서 베아트리체를 데려가겠다고 말한다.
따라서 사요로서는 자신이 물에 빠져 자살할 경우 배틀러가 자신을 구하러 뛰어들 것임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고, 심지어 그러다 둘 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것까지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배틀러가 보는 앞에서 자살했을까?

이것은 사요가 배틀러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가정할 때에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자신의 비밀을 배틀러가 알게되는 것이 두렵더라도, 섬을 탈출한 후 진실을 고하는 메시지를 남겨두고 모습을 감추었다는 쪽이 설득적이며, 섬을 탈출하는 바로 그 순간에 굳이 자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배틀러를 위험에 끌어들일 이유는 전혀 없다.

3.2.4. 만화판이 정말로 모든 진실을 드러냈는가?

더 이상 드러내 줄 것이 없다고 공언한 만화판에서조차 결국 이쿠코의 정체는 정확히 드러내지 않았다.

따라서 베아트리체≠이쿠코와 베아트리체=이쿠코가 모두 가능한데, 여기서 베아트리체≠이쿠코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하치죠 이쿠코는 갑툭튀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고 말지만 베아트리체=이쿠코라고 한다면 하치죠 이쿠코의 행적이나 발언들, 그리고 EP1~EP8에 이르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연결된다.

여기에 더해서 EP6에서 와르갈리아가 미각성 상태의 베아트리체를 데리고 페더린느에게 찾아가 베아트리체의 각성을 시도하려는 장면이 나오는데, 와르갈리아는 쿠마사와의 메타 세계적 표현인 점에서 메타 세계의 와르갈리아가 페더린느를 안다는 것은 현실 세계의 쿠마사와와 이쿠코가 서로를 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이쿠코는 오히려 사요 이외의 존재이기 어렵다.

3.2.5. 만화판의 해석 및 동일 인물 부정론에 대한 반론

"그것은 내가 아냐", "그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야."
"그것은 나다", "배틀러라는 사람의 잘못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
ㅇ 이 독백이 나올 때 만화판 EP8에서는 물에 풍덩 빠진 베아트리체(야스다 사요)의 팔이 그려져 있다. 야스다 사요=하치죠 이쿠코라면 할 수 없는 연출이다.
▶ 배틀러라는 사람의 잘못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진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에 야스다 사요가 포함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며, 물에 풍덩 빠진 팔의 주인공은 베아트리체이지 사요가 아니다. 즉 야스다 사요=하치죠 이쿠코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연출은 문제 되지 않는다. 왜냐면 배틀러의 잘못 때문에 사요는 베아트리체를 만들어냈고, 그 베아트리체가 만든 죽음의 룰렛이 돌았으며, 결국 베아트리체는 롯켄지마섬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로서 결국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다.

만화판 EP8에서는 황금향에서 괴로워하는 엔제에게 베아트리체자신은 선택지를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고 미래를 포기해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현실을 외면한 자에게는 행복도 미래도 없다며 너는 살아서 행복을 찾으라고 말한다. 베아트리체의 이 말은 현실을 외면해서 행복도 미래도 전부 잃어버린 자신처럼 살지 말고 너는 계속 현재를 살아가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건 야스의 최후를 보여주는 발언이다.
▶ 베아트리체=토오야에 의하더라도 야스다 사요는 결국 베아트리체도, 샤논도, 카논도 되지 못했다. 게다가 배틀러도 배틀러로서의 삶을 살지 못한 채 토오야로서만 존재하게 됐다. 베아트리체=토오야에 의한다면 어쨌든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게 된 것이 되므로 베아트리체의 엔제에 대한 조언은 성립할 수 없다는 반론을 하기에 야스가 꿈꿨던 사랑의 미래는 토오야-이쿠코의 동거 생활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3.2.6. 마법 엔딩

애초에 엔제가 토오야, 이쿠코를 만나는 엔딩은 진엔딩, 즉 마법 엔딩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마법 엔딩이라는 말에 부합할까?
  • 베아트리체≠이쿠코설에 의하면 사요는 자살하고 배틀러는 표류하다 기적적으로 이쿠코에게 구출되었고, 그 이쿠코가 기적적으로 Confession을 습득해서 결국 배틀러에게 읽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 반면 베아트리체=이쿠코설에 의하면 사요는 배틀러와 함께 탈출해서 상륙하고 Confession을 적어서 건네며 그것을 읽은 배틀러가 오로지 사요와 함께하기 위해 자신의 인격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전자가 기적적인 요소로 가득하니 더 마법 엔딩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후자는 배틀러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에도 기꺼이 자신이 자신의 종전 인생을 포기한 채 오로지 사요와 함께하는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는 것으로서 그야말로 기적에 어울리는 말이 된다. 전자가 단순한 확률상의 기적이라면 후자는 모든 시련과 장애를 이겨낸 사랑의 성취라는 점에서 마법이라는 말에 부합하지 않을까?

이렇게 볼 때 미디어 믹스를 포함하더라도 베아트리체=이쿠코설이 폐기되었다고 논하기는 성급하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과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것이 거의 모든 진상을 공개한 만화판에서조차 이쿠코의 정체만은 이야기하지 않은 용기사07의 진의가 아닐지?

3.2.7. 가설 긍정론의 요약

1. 검은 배틀러는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존재일 때에만 성립하는지
검은 배틀러의 발언들에 불구하고 그가 고양이 상자 안의 내용물을 알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왜냐면 검은 배틀러가 말하는 대사들은 EP4~EP6만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즉, 베아트리체가 배틀러의 귀환을 기다려 왔다거나, 배틀러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이미 EP6 이전에 드러난 사실이기 때문에 사요가 롯켄지마섬을 무사히 탈출했는지 아니면 자살하고 말았는지와는 전혀 관계없다.
오히려 작중에서는 직접 살해간접 살해살해로서 논하지만, 자살과는 구별하는 편이기 때문에[6], 검은 배틀러가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존재라고 가정하면, 검은 배틀러가 샤논을 향해 너도 죽였다라고 말하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결국 검은 배틀러는 ...내가 모두 죽였다. 너도 죽였다... 그래, 그날에 죽였지.라는 발언은 단순히 자신이 살인 사건이 원인이 되었다는 정도의 죄책감을 넘는 것이며, 위서 작가의 차남 일가 범행설로서 배틀러가 직접 가담하여 직접 살인, 간접 살인을 자행한 경우를 상정하여 만들어진 이미지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2. 베아트리체 = 하치죠가 되기 위해서는 야스가 초인이어야 하는지
베아트리체 = 하치죠설은 야스가 롯켄지마섬을 빠져나오다가 물에 빠져 자살한 것 자체가 환상 혹은 황금의 진실이라는 해석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베아트리체 = 하치죠설이 성립하기 위해 야스가 초인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베아트리체 ≠ 하치죠설이 타당하기 위해 필요한 기적들(샤논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 배틀러가 우연히 살아남았고, 우연히 샤논처럼 추리 소설에 취미가 있는 여성이 그 부근에 있어서, 우연히 배틀러를 발견해 거두었고, 우연히 Confession을 습득했다, 라는 수많은 우연의 연속들)을 생각하면 베아트리체 ≠ 하치죠설이야말로 하치죠를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만들어 괭이갈매기 울 적에 그 자체를 망가뜨리는 최악의 설정이 되고 만다.
3. 사요의 비밀이 그녀가 자살할 이유가 되는지
만화판 EP8 제37화에서 베아트리체가 깨어나 배틀러를 발견한 후, 배틀러가 패닉 상태에 빠져 그녀를 떠나려고 했을 때, 베아트리체는 배틀러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저를 두고... 가지 마세요... 혼자 놔두면 안 돼요... 배틀러 씨...″
그리고 그 후 베아트리체가 배틀러에게 최소한의 진실들을 고한 후에는 이런 지문이 나온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말하기 곤란한 부분은 꺼내지 않았다. 그도... 굳이 캐물어 보지 않았다
심지어 베아트리체가 자신은 롯켄지마섬에 남겠다고 했을 때에도 배틀러는 그녀를 반드시 데려가야겠다고 말하면서, 끊임없이 베아트리체를 향해 그래도 살아, 살아남아라고 말한다.
이러한 근거들에 비추어 보면 EP8에서 물에 빠진 신이 나오는 장면은 그 맥락상 어색하며, 진상을 가리기 위해 환상으로 덧칠된 것으로 해석할 틈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베아트리체 = 하치죠설에서는 이것이 야스가 이쿠코로, 배틀러가 토오야로 살아가게 된 진상을 가리는 환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7]
4. 만화판은 모든 진실을 드러냈는가?
우선 만화판에서 이쿠코의 정체가 명확히 나타나지 않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음으로 베아트리체가 물에 투신하는 장면이 1986년 롯켄지마섬의 진실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가정한다면, 만화판은 배틀러가 그 후 어떻게 무사히 생존했는지, 어떻게 이쿠코에게 발견되었는지, 어떻게 이쿠코가 Confession을 습득했는지 등등에 관해 보여주지 않은 점에서 되레 모든 진실을 명확하게 드러냈다는 말과 상당한 거리가 있게 된다.

게다가 고양이 상자 속의 진실이란 작중에서 '그날'의 진실이라고 표현되곤 하는데, 이것은 정확히 말하면 1986년 10월 4일부터 10월 5일의 1박 2일을 말한다. 그런데 배틀러와 베아트리체가 롯켄지마섬을 탈출하는 것은 1986년 10월 6일에 일어난 사건이다. 다시 말해서 고양이 상자 속의 진실을 명확히 드러냈다 하더라도 고양이 상자 속의 포함되지 않은 1986년 10월 6일의 일은 환상으로 덮는 것이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5. 황금향에서 베아트리체가 엔제에게 해준 말의 해석
사요는 샤논으로서 죠지와 맺어지는 삶도, 카논으로서 제시카와 맺어지는 삶도, 베아트리체로서 배틀러와 맺어지는 삶도 선택하지 못한 채 자신의 미래를 그냥 죽음의 룰렛에 맡겼다. 그래서 벌어진 것이 롯켄지마섬의 참극이다.
엔제에게 스스로 선택하고 현실과 미래와 행복을 취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사요가 자살해서 죽어야만 성립하는 말이 아니라 사요가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비문의 수수께끼 풀이에 모든 것을 건 도박을 시도한 시점에서 이미 성립하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베아트리체 = 이쿠코에 의할 때, 이쿠코로서 살아가는 사요에게 허락된 미래란 결국 참회와 속죄의 나날이다. 만약 배틀러가 이미 죽고 베아트리체만 생존했었다면 베아트리체 또한 자살하고야 말았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참혹한 현실이다.[8] 이걸 두고 베아트리체 = 이쿠코설에 의하면 그래도 미래는 있는 것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사요가 꿈꿨을 아름다운 미래, 행복한 미래는 없어져 버린 게 아닐까?

아름답지 않은 미래도 미래라지만, 그런 미래를 엔제에게 조언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다.
6. 마법 엔딩
엔제가 사쿠타로의 대모험을 써내는 극작가로서 활약하는 것은 마법 엔딩의 연장선에 위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만화판 EP8의 마지막 화에서는 복음의 집에서 아마쿠사와 비슷한 외모의 인물이 등장할뿐더러, 토오야가 복음의 집에서 베아트리체의 초상화를 대하는 장면에서는 엔제 또한 환상을 본다. 이것은 마술 엔딩과는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
7. 최종적으로
이 이야기를 내가 사랑하는 마녀 베아트리체에게 바칩니다라는 글귀는 베아트리체=이쿠코설을 방해하지 않는다.
베아트리체는 자살로 죽었다.
그러나 이것이 인격의 소멸만을 의미하는지 육신의 죽음까지 포함하는지가 문제 되고 있고, 베아트리체 ≠ 이쿠코설이 내세우는 핵심 논거는 결국 EP8에서 베아트리체가 자살한 것으로 묘사되었다는 것뿐이다. 본편에서도 일찍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카논이란 존재의 '죽음'을 붉은 글씨로 긍정해 온 바 있으며, 이는 현실에서는 육신의 죽음이나 존재의 소멸이 아니라 베아트리체가 카논으로서의 자아를 완전히 단념하고 두 번 다시 되살리지 않게 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더구나 저 묘사는 만화판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이미 게임 본편에서 등장한 것이었으므로 미디어 믹스들에 의하여 베아트리체 = 이쿠코설이 폐기되었다고 결론짓는 것은 부당해진다.


[1] KBS는 '가설'이 아니라 원작 게임에서 이미 확정된 '설정'이었고, 만화판은 이를 좀 더 친절하게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2] 있다고 하더라도 겉옷을 입은 배틀러에게 투명 효과를 준 것처럼 독자가 환상을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게 만들었다.[3] 실제로 죽인 건 아니지만 배틀러가 그녀와의 약속을 잊어서 살인 사건이 시작된 거니깐.[4] 대표적으로 카논이 나츠히와 에바에게 지옥에나 떨어지라며 저주하는 장면.[5] 하치죠는 킨조의 과거사에서 나온 롯켄지마 근처의 섬이기도 하다. 결국 우연이라고 치부하기는 더욱 힘들어지는 것.[6] 가령 EP8에서 엔제를 예배당에 묶어두려고 베아트리체는 자신이 엔제를 밀실에서 살해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트릭은 작중에서 엔제가 풀이한 대로 밀실에서 아사시킨 것이었다. 간접 살인을 직접 살인과 혼용하고 있는 증거이다. 그러나 살인과 자살을 혼용하고 있는 증거가 있는가?[7] EP1~4까지 이미 죽어있는 킨조가 살아있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을 두고 킨조가 생존한 것이 현실이라고 논할 수 없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인데, EP8에서 베아트리체가 자살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을 두고 야스가 자살한 것이 반드시 현실이라고 논해야 할까? 오히려 킨조의 생존이라는 황금의 진실에는 많은 담합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야스의 생존에는 야스 본인과 배틀러 두 사람의 담합만으로 충분하다.[8] 애초에 베아트리체 = 이쿠코설은 배틀러가 토오야로서 생존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