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1 07:37:34

하느님의 어린양

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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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의미3. 띄어쓰기4. 기도문5. 미사 때의 사용
5.1. 하느님의 어린양을 바치기 전 순서와 빵 나눔5.2. 하느님의 어린양을 바친 후
6. 여담

1. 개요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은 가톨릭 미사 성찬 전례의 영성체 예식 중 사제가 영성체를 위해 축성된 빵을 쪼개는 동안 교우들이 노래하거나 낭송하는 기도를 말한다.

2. 의미

이튿날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중략)

요한은 또 증언하였다. “나는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하늘에서 내려오시어 저분 위에 머무르시는 것을 보았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물로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그분께서 나에게 일러 주셨다. '성령이 내려와 어떤 분 위에 머무르는 것을 네가 볼 터인데, 바로 그분이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다.'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다.”
이튿날 요한이 자기 제자 두 사람과 함께 그곳에 다시 서 있다가,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눈여겨보며 말하였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요한 복음 1장 29절과 32-36절. 원문 링크.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세례자 요한은 죄인들에게처럼 예수님께도 세례를 베풀기로 하고 나서, 예수님을 알아보고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표현한다. 요한은 예수님이 묵묵히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같이 고통을 당하고,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진 고난 받는 종이시며, 동시에 첫 파스카 때 이스라엘의 속량을 상징하던 파스카 어린양이시라는 것을 드러낸다. 그리스도의 전 생애는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오신 그분의 사명을 표현한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608항. 원문 링크.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요한 복음에 나온 대로 성경에서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라는 말을 처음 쓴 이는 세례자 요한이며, 그 시점은 예수 그리스도가 세례 받은 후이다. 세례자 요한은 '엘리야로부터 시작된 예언자들의 시대를 마감'하는 예언자요,[1] '모든 예언자를 능가하는 마지막 예언자이며 복음의 시작이다.'[2] 세례자 요한이 예언자이기에, 우리는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의 '성령께서는 ……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나이다.'라는 고백으로부터 성령을 함께 떠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위에 인용한 요한 복음에서도 성령이 언급된다. 이런 점에서 '하느님의 어린양'이라는 세례자 요한의 고백 역시 성령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호칭이 예수 그리스도가 세례를 받은 후 나왔음에 주목하자. 곧, '세례' 받은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으로서 인류 구원 사업을 위한 속죄 제물이 됨을 의미한다.
세례를 받으실 때 예수님께서는 "고난 받는 종"이라는 당신의 사명을 수락하시고 그 사명을 수행하기 시작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죄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셨으며, 이미 그분께서는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요한 1,29)으로, 피 흘리는 죽음의 '세례'를 미리 받으셨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모든 의로움을 이루시기"(마태 3,15) 위하여 오신다. 곧 아버지의 뜻에 온전히 따르신다. 몸소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하여 사랑으로 죽음의 세례를 받아들이신다. 이러한 수락에 성부의 목소리가 당신 아들이 마음에 든다고 응답한다. 예수님께서 잉태 때부터 충만하게 지니셨던 그 성령께서 내려와 그분 위에 "머무르신다." 예수님께서는 온 인류를 위한 성령의 원천이 되실 것이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아담의 죄로 닫혔던 "하늘이 열리고"(마태 3,16), 예수님과 성령께서 내려오시어, 물이 거룩하게 되었다. 이는 새로운 창조의 서막이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536항. 원문 링크.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이 구원 사업은 오늘날에도 희생 제사[3]이자 미사인 성체성사를 통하여 계속된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을 통해서 인류의 결정적인 속량을 완성하는 파스카의 희생 제사이며, 동시에 인간을 하느님과 화해시키고 일치시키는 새로운 계약의 희생 제사이다. 신약의 이 제사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신 성자의 피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613항. 원문 링크.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이렇듯 미사 중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이라고 기도할 때와 이 기도 후 사제가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라고 말할 때, 그 속에는 위 613항이 풀이하는 두 가지 희생 제사의 의미가 녹아있다.

3. 띄어쓰기

어린양2
명사
1. 기독교 자기 자신을 희생의 제물로 삼아 인류의 죄를 대신한 구세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를 이르는 말.
2. 남을 위하여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어린양3
명사
1. (농업) 젖 뗀 후 쌍붙임하기 전까지의 양.
『표준국어대사전』.
국어사전에는 띄어쓰기 없이 표기하는 '어린양'이라는 단어가 이미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발행하는 모든 전례서에도 '하느님의 어린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한국 천주교의 여러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필요없는 띄어쓰기를 추가하여 '어린 양'이라고 쓴다. 미사곡 작곡가들이 제목을 '하느님의 어린 양'으로 표기하는 사례들도 제법 많다. 그러나 '하느님의 어린양'이 올바른 표기이다.

4. 기도문

라틴 말 한국어
Agnus Dei, qui tollis peccáta mundi: miserére nobis.
Agnus Dei, qui tollis peccáta mundi: miserére nobis.
Agnus Dei, qui tollis peccáta mundi: dona nobis pacem.

Quod etiam pluries repeti potest, si fractio panis protrahitur. Ultima tamen vice dictur: dona nobis pacem.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위의 기도는 축성된 빵을 쪼개는 동안 되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평화를 주소서.로 한다.
예전에 죽은 이를 위한 미사에서는 'miserére nobis'와 'dona nobis pacem'가 각각 'dona eis requiem'과 'dona eis requiem sempiternam'으로 치환된 기도문을 활용했다. 지금은 그러한 차이를 두지 않고, 장례 미사를 포함한 죽은 이를 위한 미사 때도 동일한 기도문을 활용한다.

5. 미사 때의 사용

5.1. 하느님의 어린양을 바치기 전 순서와 빵 나눔

빵을 쪼개는 동작은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에서 행하셨던 것인데, 큰 빵을 나눈다는 실천적인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이신 오직 하나의 생명의 빵을 나눔으로써 영성체에 참여하는 모든 이가 한 몸을 이룬다는 데에서 의미를 지닌다.
『한국 천주교 예비신자 교리서』(제3판, 2018년) 291면. 전자책 링크.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하느님의 어린양은 '빵 나눔(「미사 통상문」 제129항 참조)'에 대한 부수적 기도이다. 마치 입당 행렬에 대한 부수적 기도로 입당 노래가 있는 것과 같다. 한편 빵 나눔 앞 순서가 '평화 예식(「미사 통상문」 제126~128항 참조)'이다. 그러므로 '평화 예식'이 온전히 끝나고 이어서 하느님의 어린양을 포함한 '빵 나눔'을 진행해야 한다.
전례문들 가운데
ㄱ) 대영광송, 화답송, 복음 환호송(알렐루야와 복음 전 노래), 거룩하시도다, 기념 환호, 영성체 후 노래와 같은 것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예식 또는 행위를 이룬다.
ㄴ) 입당 노래, 봉헌 노래, 빵을 쪼갤 때 부르는 노래(하느님의 어린양), 영성체 노래와 같은 것들은 해당 예식과 함께 해야 한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7항. 전자책 링크. 전례문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여기서 한국 교구의 일부 미사, 특히 청소년 미사나 청년 미사 때 아래의 '거행이 산만해지지 않도록 사제는 언제나 제단에 머문다.'를 기억해야 한다.
사제는 봉사자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할 수 있다. 이때 거행이 산만해지지 않도록 사제는 언제나 제단에 머문다.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사제는 신자 몇 사람과도 평화의 인사를 할 수 있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154항. 전자책 링크. 전례문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공동체 의식을 다지려는 의도로 사제가 모든 교우들 일일이 찾아다니며 평화의 인사를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어떤 사제는 성가 봉사자에게 이때 하느님의 어린양을 먼저 연주하라고 지시한다. 어차피 인사는 길게 할 것이고 노래는 노래대로 연주 시간이 있으니(평화의 노래를 부를 수도 없고#) 서로 윈윈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앞 문단의 언급처럼 평화의 인사는 '평화 예식'에 속하고 하느님의 어린양은 '빵 나눔'에 속한다. 또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154항은 사제는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평화의 인사 때도 제단에 머물도록 해야 하며, 합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신자 몇 사람과'만 인사하라고 지시한다. 그러므로 보통 미사라면 평화의 인사는 간단히 하고, 바로 '빵 나눔'과 그에 따른 하느님의 어린양 순서를 진행해야 옳다.

아래의 규정도 명심해야 한다.
(빵 나눔은) 불필요하게 길게 끌어서는 안 되며 어울리지 않게 과장해서도 안 된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83항. 전자책 링크. 전례문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비록 83항은 빵을 쪼개는 사제와 부제에 대한 지시이지만, 교우들에게도 한 가지 시사한다. 일부 공동체에서 미사(특히 청소년 미사나 청년 미사) 중 하느님의 어린양을 노래할 때 율동 찬양을 곁들인다. 그런데 이 문단 초입에 언급한 37항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하느님의 어린양은 빵 나눔이라는 예식을 위한 부수적인 순서이기에 그 중요도가 자비송, 대영광송, 거룩하시도다 등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렇듯 미사 중 바치는 여러 기도 중 하느님의 어린양보다 중요도가 높은 기도가 많은데, 하느님의 어린양에서 율동 찬양을 하게 되면 자칫 지나치게 하느님의 어린양이 과장되는 수가 있다. 더구나 사람이 둘 이상의 행위를 동시에 하기는 어렵다. 율동 찬양의 동작에 집중하게 되면 정작 하느님의 어린양 본문을 충실히 노래하거나 낭송하는 일에 소홀해지기 쉽다.

따라서 율동 찬양은 미사 밖에서 따로 시간을 마련해서 행하기를 권한다. 미사 중 율동 찬양이 사목적으로 이득이 있다는 확실한 근거도 없다. 가령 미사 때 율동 찬양을 한다고 신자가 늘어나고, 율동 찬양을 하지 않는다고 신자가 줄어든다는 통계는 없다.
하느님의 어린양같이 「미사 통상문」에 제시된 노래는 다른 노래로 대신할 수 없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66항. 전자책 링크. 전례문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제가 「미사 통상문」에 제시된 기도문을 이른바 '커스터마이징'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혹은 전례 음악 작곡가들이 편의에 따라 기도문을 그렇게 변형시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커스터마이징에 경종을 울리는 규정이 바로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66항이며, 그 대표 사례로 하느님의 어린양을 제시한다. 물론 한국 성당에서 대영광송이나 주님의 기도와 달리 그나마 커스터마이징을 가장 덜 타는 기도가 하느님의 어린양이다.

5.2. 하느님의 어린양을 바친 후

한국 교구들에서는 신자들이 하느님의 어린양을 노래한 다음 성체 분배 전까지 무릎을 꿇는 관습을 유지한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43항. 전자책 링크. 전례문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하느님의 어린양을 바친 후 모든 교우들은 무릎을 꿇고 이어지는 순서에 참여한다. 한국 가톨릭은 다른 나라 가톨릭과 달리 유독 미사 중 무릎 꿇는 행위(장궤)에 인색하다. 그건 전례가 바뀐 결과도 아니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이를 한국 실정에 맞게 바꾼 적도 없다. 그저 각 본당의 편의와 현실 속에 무릎을 꿇지 않고 선 채로 진행하던 관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졌을 뿐이다. 공식적으로는 위 43항이 지시하는 대로 무릎을 꿇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미사/성찬 전례 문서의 무릎 꿇는 행위를 보존해야 문단 참조.

하느님의 어린양을 바친 후 사제는 「미사 통상문」 제131항에 있는 기도를 조용한 목소리로 바친다. 이어서 바치는 기도가 2017년 『로마 미사 경본』 시행 당시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와 더불어 바뀌어 유명해졌던 다음의 기도이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6. 여담

  • 한국 지역에서 예전에는 '어린양' 대신 '고양(羔羊)'이라는 말을 썼다. 『천주성교공과제2편 미사경 제二규식에서 천주의 고양(하느님의 어린양)과 '보라, 천주의 고양'('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을 볼 수 있다. 오늘날 이 흔적이 남아있는 노래가 『가톨릭 성가』 497번으로 첫 가사가 '천주의 고양이며'이다. 노래해보면 알겠지만 곡조가 『가톨릭 성가』 160번 '하느님의 어린양'과 완벽히 똑같다. 두 곡 모두 통상곡이 아닌 창작 찬미가를 가사로 삼는 대중 성가이며, 497번 가사의 현대어 버전이 곧 160번인 셈이다.
  • 1996년 「미사 통상문」 개정 전까지 사용했던 기도는 다음과 같다. 참고 동영상: #1#2.
천주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천주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천주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1. '천주의 어린양'과 '주여'가 지금은 각각 '하느님의 어린양'과 '주님'으로 바뀌어 있다. 여기는 변경 전후의 음절 수 차이가 딱 하나이기에 1996년 변경 때도 무난히 넘어갔다.
  2.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와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는 각각 '자비를 베푸소서.'와 '평화를 주소서.'로 바뀌었으며, 음절을 넘어서서 어절 수가 줄었다. 이러면 기존 사용중이던 미사곡 개작 작업 난도가 올라간다. 『가톨릭 성가』 309번을 보면 '자비를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어절 반복이 있으며, 후반부 가사는 '저희에게 평화를'로 시작한다. 『가톨릭 성가(수정판, 수정보완판)』 319번, 『가톨릭 성가(수정판, 수정보완판)』 328번에도 '자비를 자비를 베푸소서.'와 '평화를 평화를 주소서.'가 있다. 모두 첫 작곡이 예전 기도문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흔적들이다.


[1] 『가톨릭 교회 교리서』 719항.[2] 『가톨릭 교회 교리서』 523항.[3]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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