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15 14:43:07

하누카

1. 개요2. 유래3. 의식 절차
3.1. 촛불 점화3.2. 축복
4. 전통
4.1. 음악4.2. 음식4.3. 놀이
5. 이름
5.1. 로마자 표기
6. 여담

1. 개요

하누카(חֲנֻכָּה/חנוכה)는 유대교의 축제로, 히브리력의 키슬레우의 25번째 날부터 8일간 치르는 축제다. 대체적으로는 율리우스력 기준으로 11월 말이나 12월 사이에 이루어진다. 하누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봉헌을 의미한다. 하누카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유대교의 상징물이기도 한 메노라(촛대)가 있다.

크리스마스랑 날짜가 비슷하기 때문에 같이 즐기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의미로 하누카+크리스마스+콴자까지 아예 합쳐서 Happy Holidays라고 축하하며 아예 저 셋을 합친 Chrismahanukwanzakah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미국 유대교에서는 기독교의 캐럴에 대응해 '드레이들 노래(Dreidel Song)'이란 노래를 같이 부르며 축하하는데 'Dreidel, Dreidel, Dreidel, I made you out of clay~'로 시작한다.

2. 유래

바빌론 유수를 떠났던 유대인들은 바빌로니아를 무찌른 아케메네스 왕조 치하 아래에서 유대로 돌아왔지만 마케도니아 왕국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등장은 그리스와 서아시아 지역을 헬레니즘 세계로 바꾸어 놓았고 유대인들의 운명도 다시금 급격히 흔들리게 되었다. 알렉산드로스 사후 디아도코이로 분열된 헬레니즘 세계에서 유대 이스라엘은 우선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통치를 받게 되었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비교적 유대교와 유대인의 전통에 관대하였으며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를 제치고 들어온 셀레우코스 왕조셀레우코스 1세 시대에는 비교적 호의적인 정책을 내걸었다.

그러나 안티오코스 4세 시대부터 유대교에 대한 관용 정책은 사라지고 유대인들을 동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었다. 이에 제사장 맛다디아와 그의 아들들이 마카베오 전쟁(마카베오 혁명)을 일으켜 유대의 독립 왕조인 하스몬 왕조를 세우고 성전을 수리하고 예루살렘을 정화하여 다시 야훼에게 봉헌하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봉헌'이라는 뜻의 하누카라는 축제가 생겼다. 이를 한국어로는 성전을 수리했다는 뜻에서 수전절(修殿節)이라고 번역하기도 하고 봉헌절, 또는 성전 봉헌 축제라고 번역하기도 한다.[1]

3. 의식 절차

3.1. 촛불 점화

하누카 첫날에는 가장 높은곳에 위치한 초[2]을 점화한 뒤 오른쪽 가장자리에있는 초에 불을 붙인다. 둘째 날에는 첫번째 초의 왼쪽에 위치한 초에 불을 붙이고 이런 식으로 하루에 하나씩 안쪽을 향해서 초를 점화한다. 8일 동안 지속되므로 초는 총 8개다.[3] 하누카 때 점등한 초는 적어도 어두워진 뒤 30분 가량은 불이 켜져 있다. 원래 전통은 해가 진 뒤 어둑해질 즈음에 점화를 하는 게 맞다.

금요일이 조금 걸리는데 금요일 저녁에 안식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인 이유는 고대 히브리인들은 하루의 시작을 해가 진 직후로 봤기 때문이다. 안식일에는 하누카의 초를 점화할 수가 없는데 이 때문에 안식일이 시작하기 전에, 즉 해가 아직은 떠 있지만 어둑해질 즈음에 점화하면 된다.

모종의 이유로 해가 지기 전에 초를 밝히지 못했다면 나중에라도 불을 붙여야 한다.

3.2. 축복

이 축복의 말은 적어도 2명이 같이 촛불 앞에 있을 때만 해야 한다. 즉, 다들 자고 있는데 혼자 촛불을 켜고 축복을 낭송한다던가 하는 건 좀 그렇다는 소리다. 축복은 3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째 날에는 3개의 축복문을 모두 낭송하지만 그 뒤의 날들은 하나만 낭송한다. 각자의 전통에 따라 촛불 점화 전 혹은 후에 축복을 낭송하게 된다.

아래는 두 축복문의 히브리어 원문과 로마자로 표기된 발음, 영문 위키백과의 영어 해석, 그리고 간단한 한국어 해석이다. 히브리어 원문이 굉장히 시적이어서 번역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완벽한 번역은 불가능하다.
ברוך אתה ה' א‑לוהינו, מלך העולם, אשר קדשנו במצותיו וצונו להדליק נר של חנוכה
Barukh ata Adonai Eloheinu, melekh ha'olam, asher kid'shanu b'mitzvotav v'tzivanu l'hadlik ner shel Hanukkah
Blessed are You, Lord our God, King of the universe, Who has sanctified us with His commandments and commanded us to kindle the Hanukkah light
우리를 당신의 계명으로 거룩하게 하시고, 하누카의 초를 밝히라고 명하신 만물의 왕, 우리 주 하느님은 복되십니다
ברוך אתה ה' א‑לוהינו, מלך העולם, שעשה נסים לאבותינו בימים ההם בזמן הזה
Barukh ata Adonai Eloheinu, melekh ha'olam, she'asa nisim la'avoteinu ba'yamim ha'heim ba'z'man ha'ze
Blessed are You, Lord our God, King of the universe, Who performed miracles for our ancestors in those days at this time
그 옛날 이맘때에 우리의 조상들에게 기적을 행하신 만물의 왕, 우리 주 하느님은 복되십니다

점화의 과정을 모두 마치고 나면 하네롯 할랄루[4]라는 찬양을 낭송한다. 아래는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의 버전이다.
הנרות הללו אנו מדליקין על הנסים ועל הנפלאות ועל התשועות ועל המלחמות שעשית לאבותינו בימים ההם, בזמן הזה על ידי כהניך הקדושים. וכל שמונת ימי חנוכה הנרות הללו קודש הם, ואין לנו רשות להשתמש בהם אלא להאיר אותם בלבד כדי להודות ולהלל לשמך הגדול על נסיך ועל נפלאותיך ועל ישועותיך
우리는 그 시기 이 맘때에[5] 당신의 성스런 선지자들을 통해서 행하신 기적들과 놀라움들을 위해, 구원과 우리의 조상들을 위해 치루신 싸움들을 위해 촛불을 밝힙니다. 우리는 당신의 기적들과, 당신의 놀라움들과 당신의 구원들에 대해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하누카의 8일 동안 이 불빛들은 신성하게 하며,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다른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의 전통 중 하나는 이 모든 과정이 끝난 후에 마오즈 추르(Ma'oz Tzur)라는 찬양을 낭송하는 것이다. 이 찬양은 6개의 스탠자[6]로 이루어져 있으며 유대인들의 역사에 관한 것들, 출애굽기, 바벨론 유수, 부림절 등등의 비극을 등을 견뎌내게 하신 하나님에 대한 찬양, 그리고 로마와의 싸움에 대한 내용들이 있다. 여담이지만 이 노래는 13세기 쯤에 작곡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전통

4.1. 음악

하누카와 관련해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음악[7]은 Ma'oz Tzur[8](מעוז צור), Latke'le Latke'le[9], Hanukkiah Li Yesh[10](חנכיה לי יש), S'vivon Sov Sov[11](סביבון סוב סוב), Ocho Kandelikas[12] 등이 있겠다. 기타 유대계 전통 민요, 하누카와 관련된 유대교 찬양 등도 많이 불린다. 축제인데 음악이 빠지면 섭하지

4.2. 음식

하누카에는 기름(특히 올리브유)으로 굽거나 튀긴 음식을 먹는 전통이 있다.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을 중심으로 대표적인 음식은 감자부침 라트케 등이 있고 세파르디 유대인들이나 폴란드계 유대인들이 즐겨먹던 음식으로는 잼으로 채워진 도넛(수프가니요트)[13], 부뉴엘로가 있다.

4.3. 놀이

하누카에 하는 전통 놀이로 드레이들(Dreidel)이라는 팽이주사위를 돌려 하는 놀이나 카드놀이인 크빗레흐 등이 있다.

5. 이름

하누카는 히브리어로 ח נרות והלכה כבית הלל 의 약자이기도 한데 대충 8개의 초, 그리고 힐랄의 집과 같은 할라카라는 뜻이다. 이것은 두 랍비들이었던 힐렐(הלל)과 샤마이(שמאי)의 메노라 점화에 대한 사상적인 차이점에서 유래된 것인데 샤마이는 8개의 초를 첫날 밤에 모두 점화해서 매일매일 하나씩 줄여야 한다고 했고[14] 힐렐은 하나로 시작해서 매일매일 하나씩 점화해야 한다고 했다.[15] 할라카는 힐랄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때문에 메노라를 점등할 때는 매일매일 초의 갯수를 늘려간다. 참고로 할라카는 유대교종교법이다.

하누카라는 이름은 חנו와 כה로 나누어질 수 있다. 이렇게 나누어진 "חנו כ"ה"는 "25째 날에 (그들이) 쉬었다"라는 정도로 번역되는데 하누카가 키슬레우의 25째 날부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러모로 복잡한 의미가 담긴 이름이다.

5.1. 로마자 표기

로마자 표기법이 매우 많다(...). 예를 들자면 Hannukah, Channukah, Hanukkah, Chanukkah, Hannukkah, Channukka, Hanuka, Chanuka, Hannuka, Channuka, Hannukka, Channukka 정도.

파일:external/saraegoodman.files.wordpress.com/happyhanukkahchanukah.jpg

하도 표기법이 많아서 아예 이런 짤도 등장했다(...).

이렇게 표기법이 다양한 이유는 우선 히브리어 특유의 발음들 때문이다. 특히 첫번째 글자인 헤트(ח)는 유럽의 대부분 언어들에 존재하지 않는 발음인 [χ](구개수 마찰음) 발음이다.[16] 중동의 언어들이 유럽으로 음역되어 들어갈 때 구개수 마찰음은 대부분 H로 표기되었으나 독일어에서는 이 발음을 Ch로 표기한다. 잘 알겠지만 독일에는 유대인들이 많이 몰려 있었고 많은 유대인들이 미국으로 건너가거나 이스라엘이 건국되어 이스라엘로 이주할 때 이 표기법을 그대로 지킨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영어에는 이 발음이 당연히 없었는데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17] 더불어 오랜 세월 동안 정형화된 표기법이 등장하지 않고 개인마다 다른 표기법을 사용한 덕분에 이같이 많은 표기법이 생기게 되었다.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와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하면 된다.

6. 여담

댄스 합성 어플인 'Elf Yourself'에 하누카 컨셉의 댄스가 존재하며 심지어는 크리스마스와 하누카를 섞어 놓은 댄스인 'Chrismukkah'도 있다. 하누카 테마답게 요정들이 크리스마스 옷이 아닌 푸른 하누카 옷과 모자를 착용하고 테이블 위에서 팬케이크를 던지거나 움직이는 팽이를 피하는 등의 연출이 나온다.

영화 나 홀로 집에 2에서 해리 라임마브 머친스가 뉴욕의 덩컨 장난감 가게를 털면서 현금으로 가득한 금고를 발견했을 때도 해리는 '메리 크리스마스 해리'라고 하지만 마브는 담당배우가 유대계라는 것을 반영했는지 '해피 하누카 마브'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와 날짜가 겹치다보니, 타 종교 문화에 개방적인 유대인 집안의 경우에는 유대교 장식들로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기도 하는데, 이를 하누카 트리 혹은 하누카 부시라고 부른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 영화 파벨만스에서 하누카 명절 파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The Lonely Island의 노래 'Dick In a Box'에서도 언급되는데 크리스마스가 됐든 하누카 같은 명절이 됐든 그녀에게 상자 속 거시기를 선물하자는 내용이다(...).

부림절과 함께 하레디들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다.

대한민국에는 유대교를 믿는 사람이 매우 적기 때문에 하누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1] 신약성경에서도 언급된 곳이 있다. "그때에 예루살렘에서는 성전 봉헌 축제(τά ἐγκαίνια)가 벌어지고 있었다. 때는 겨울이었다."(요한의 복음서 10:22) 라틴어로는 encaenia.[2] 봉사의 초라고도 불린다.[3] 다만 봉사의 초도 있기 때문에 따지면 9개가 맞다.[4] 할렐루야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면 정답이다. 같은 어원을 갖고 있는 말이다.[5] 로마인들과의 전투를 얘기하는 것 같다.[6] 4행 이상의 각운이 있는 시구[7] 모든 제목의 히브리 문자 표기법을 찾지 못한 관계로 우선 로마자로 표기를 했다.[8] 세월의 바위[9] 이디시어로 된 노래로, 라트케라는 감자 요리를 만드는 것에 대한 노래다.[10] 나는 하누카를 갖고 있다.[11] 드레이들아 돌아라 돌아라[12] 라디노어로 된 노래로, 8개의 작은 초라는 뜻이다.[13] 이디시어로 폰트슈케스라고 부른다.[14] 야훼의 기적들이 첫째 날에 가장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15] 야훼의 기적들이 매일매일 커져가기 때문이라고 한다.[16] 반드시 성대를 울리지 않아야 한다. 성대가 울리는 유성음 [ʁ\]은 현대 히브리어에서 레시ר(r)에 해당한다.[17] 다만 현대 프랑스어로 옮긴다면 Ch보다는 H로 표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