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24 14:00:20

트랜스 지방

트랜스지방에서 넘어옴
Trans-fat

1. 개요2. 구조3. 생성 과정4. 문제점5. 국립국어원 언어 순화 논란
5.1. 옹호론과 반박5.2. 관련 문서

1. 개요

불포화 지방산기하 이성질체로 이루어진 지방이다. 자연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매우 적고[1] 사람이 필요에 의해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중결합을 가진 지방은 시스-(같은 쪽에 수소가 존재하는), 트랜스-(반대편에 수소가 존재하는) 의 두가지 이성질체가 존재하게 되며 이중에 한가지인 트랜스 이성질체를 트랜스 지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trans 란 접두사가 옮기거나 변화시키거나 하는 의미로 많이 쓰이고 더 익숙하기 때문에 마가린처럼 식물성 지방을 고체화 시키는 변화 과정을 거친 지방을 트랜스 지방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명백한 오류로 실제 마가린은 트랜스 지방이 0% 로 표기될 만큼 극소량의 트랜스 지방만 함유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가공기술이 발달한 현재의 일일 뿐 과거에는 마가린을 가공하면 트랜스 지방이 폭증했는데 그 생성량이 정말로 위험한 수준이었다.

2. 구조

지방은 원래 3개의 지방산(fatty acid)이 1개의 글리세롤에 결합되어 있는 구조이며 이 지방산을 이루는 탄화수소 사슬에 단일 결합만이 존재하는 경우에 포화 지방산, 그렇지 않고 이중결합이 존재할 경우[2] 불포화 지방산이라 부른다. 불포화 지방산의 경우 이중결합의 위치에 따라 오메가-3, 오메가-6 등의 명칭을 추가하는데, 이 숫자는 탄화수소 사슬 맨 마지막 탄소부터 탄소수를 세어서 결정한다.

한편, 같은 분자량을 갖는 불포화 지방산에는 시스(cis-)와 트랜스(trans-) 두 가지 이성질체가 존재한다.[3] 이 이성질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화학적인 지식이 필요한데, 화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 간단하게 이성질체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자면 아래 이성질체 그림에서 이중결합이 있는 탄소(C=C)에 결합되어 있는 수소(-H)가 같은 쪽에 있으면 시스, 반대쪽에 있으면 트랜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파일:external/www.lop.parl.gc.ca/prb0521e-3.jpg
지방의 구조. 녹색 구조가 글리세롤이고 붉은 색 구조는 지방산이다. 즉 지방은 글리세롤에 지방산이 3개 결합한 형태이다.

파일:external/authoritynutrition.com/unsaturated-fat-cis-vs-trans.jpg
탄소수가 17개인 포화 지방산과 시스/트랜스 이중결합이 있는 불포화지방산의 예.

그리고 상기한 규칙에 따라 불포화 지방산에 오메가 숫자를 붙여보면 시스 지방산은 오메가-6,9, 트랜스 지방산은 오메가-9가 된다.

그림에서 보다시피 불포화 지방산은 화학 결합 구조의 특성상 지방산의 일부 지점이 구부러져 있으며 이 때문에 불포화 지방은 포화 지방에 비해 분자 배열이 상대적으로 불규칙하게 되기 때문에 녹는점(지방이 굳는 온도)이 낮아진다.[4] 그래서 불포화도가 높은 지방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3. 생성 과정

포화 지방은 주로 동물성 기름(고기류, 유제품)에 많이 들어있다. 이 포화지방은 대체로 상온에서 고체 상태인 반면, 식물성 기름은 대개 불포화 지방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상온에서 주로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돼지기름이 굳는 반면에 콩기름은 굳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예외도 꽤 있는데, 동물성 기름 중에도 생선 기름은 불포화 지방[5]인 경우가 많고 오리기름도 불포화지방 대 포화지방이 8:2 정도이며 식물성 기름 중에 팜유(5:5) 등은 포화 지방이다.[6]

기존의 불포화 지방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며 장기간 보관할 경우 산패가 일어나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7]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지방산의 구조가 밝혀진 이후 불포화 지방산에 수소를 첨가하여 포화 지방산으로 만들어 녹는 점을 높이는 공법이 개발되었다.

이런 공법을 통해 만들어진 식품들을 정제유지식품 또는 가공유지식품이라 한다. 대표적인 가공유지가 바로 마가린[8]쇼트닝. 이런 가공유지가 널리 사용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격 때문이다. 유통이 쉽고 장기 보존이 가능해지니까 당연히 싸질 수밖에. 게다가 포화지방산은 불포화 지방산에 비해 끓는 점이 높기 때문에 가공유지로 요리를 하면 음식을 더 높은 온도에서 조리할 수 있어서[9] 특유의 바삭바삭한 식감과 감칠맛이 나온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라면이나 과자 등의 유제품에 이런 가공유지식품이 널리 쓰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구조가 안정적이라 산패되는 경향이 덜하므로 그걸 사용해 만든 식품의 보존기간, 유통기간이 늘어난다. 공장제 빵과 과자가 오래도록 맛이 변하지 않고 식감이 살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우리 나라에서 조금 꺼리게 된 지금도 수입 과자는 쇼트닝이 들어갔다고 표시된 게 많다.

여기까지만 보면 가공유지는 인류 역사상 혁명적인 발명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거의 1세기를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현재에 와서는 섣불리 그렇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가 하나 있는데, 바로 가공 과정에서 몸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트랜스 지방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상적으로는 수소를 대거 첨가하면 불포화 지방산 내의 이중결합이 모두 단일결합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가공 과정에서 지방산에 수소가 첨가되지 않고 대신 시스 이성질체가 트랜스 이성질체로 바뀌는 현상이 많이 일어나게 된다. 즉, 의도하지 않은 반응이 일어난 셈. 다만 최근에는 유지 가공기술이 좋아져서 현재 생산되는 가공유지에는 트랜스지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트랜스 지방은 전술한 유지의 가공과정 외에도 시스형 불포화 지방을 고온에서 계속 가열하거나 장기간 보관할 경우에도 소량 발생할 수 있다. 트랜스 지방은 자연계에도 존재하는데, 반추동물의 장에서 소량 만들어지며, 따라서 고기와 유제품 등에 약간이지만 포함되어 있다. 1990년대 미국 조사 데이터에서, 총 트랜스지방 섭취의 20% 정도가 자연계 합성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10]

과자나 라면보다 소고기 섭취가 트랜스 지방에 더 노출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출처 이는 과자나 라면에는 십중팔구 팜유를 쓰는데 팜유는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의 비율이 거의 반반이라 동맥경화나 콜레스테롤 문제가 있는 대신 트랜스 지방 문제에서 자유롭다. 반면 소기름은 비율이 47:53으로 불포화지방이 좀 더 많은데 위에서 언급한 반추동물의 구조적 문제가 더해져서 그렇다.

4. 문제점

트랜스 지방의 문제점이 본격 대두되기 이전에는 단순히 포화 지방과 불포화 지방 두 가지로만 유제품을 구별했고 불포화 지방에 비해 포화 지방이 몸에 더 해롭다는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점점 관련 연구가 진행되면서 트랜스 지방이 포화 지방에 비해 건강에 훨씬 더 나쁘다는 결과가 나왔다. 몸에 축적된 잉여 포화 지방은 적절한 식이 요법과 운동으로 분해시키거나 배출시킬 수 있는 반면, 트랜스 지방은 포화 지방보다 분해와 배출이 잘 되지 않기 때문.

중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우듯이 지방은 인체에 필요한 3대 영양소중 하나이며 체내에 들어오면 각종 효소에 의한 대사과정을 거쳐 에너지원이나 신체조직 생성에 활용되고 분해되지 않은 잉여의 지방은 추위를 막고 유사시에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피하나 복부 등에 저장된다.

그런데 자연에서는 시스 형태의 불포화 지방산이 대부분이기 때문에[11] 체내에 존재하는 지방 대사와 관련된 효소들은 시스 불포화 지방산만 효과적으로 대사하고 트랜스 불포화 지방산을 제대로 대사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체내에 들어온 트랜스 지방은 몸에서 분해 또는 배출이 잘 되지 않고 계속 축적만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놈이 계속 몸에 쌓이는 것.[12]

이러한 특성때문에 체지방 증가와 더불어 체지방을 복부로 재배치, 축적하는 데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당뇨병학회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5년간 총 급여 열량의 6%를 불포화지방산으로 공급받은 원숭이(대조군)는 체중이 실험 전보다 1.8%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트랜스지방으로 급여받은 원숭이는 체중이 7.2% 늘어났으며, 대조군에 비해 복부 지방량이 30% 더 많은 것으로 관측되었다.

이 외에도 트랜스 지방이 몸에 축적되어 나타나는 증상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대체로 "LDL 수치를 증가시키고 HDL을 감소시켜 심장병 발병률을 높이고, 그 외에도 복부 비만, 뇌졸중, 암, 치매, 당뇨병 등의 가능성도 높인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온갖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6년 말부터 미국에서 퇴출 바람이 불었고, WHO에서는 전체 열량 섭취에서 트랜스 지방의 섭취 비율을 1% 미만(하루 2,000kcal를 섭취할 경우 트랜스지방은 약 2.2g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일일 트랜스지방 섭취량을 2g으로 제한하고 있다.[13]

국내에서도 2006년 이후로 트랜스지방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14] 트랜스지방을 기피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하지만 영양성분표시를 보면 트랜스지방이 있는 제품을 간혹 볼 수 있다.[15]다만 식품에 표기할 때 100g당 0.2g 미만 또는 1회 제공 기준량 당 0.2g미만이면 0g으로 표기할 수 있고, 1회 제공량은 30g이 최저이다.[16] 트랜스지방이 0g으로 표기되어 있다 하더라도 안전하지 않다.[17][18]

또한, 전술했듯이 설령 트랜스지방이 없이 출시된 기름이라도 높은 온도로 가열하거나 장기간 재사용을 할 경우, 트랜스 지방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에 포장마차에서 파는 핫도그나 햄버거 등은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포도씨유들기름 그리고 카놀라유가 트랜스 지방 생성률이 특히 높으며 이들 기름은 재사용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또한 유제품의 경우 전체 지방의 1-5%가 트랜스지방인데, 이는 최근 트랜스지방을 줄인 마가린의 트랜스지방 함량보다 높다. 버터의 경우, 통상적인 양(약 60그램)을 섭취하는 것으로도 트랜스지방 하루 제한량에 도달할 수 있으니 과자 영양성분표의 0표기까지 의심하며 트랜스지방 섭취를 제한하는 사람은 참고하기 바란다.

2013년 11월 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트랜스 지방을 퇴출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보고 자료를 발표하였다. 이것이 발효되면 미국 내에서 트랜스 지방은 식품 첨가제로 분류되어 별도의 허가 없이는 더이상 식품에 첨가할 수 없게 된다. 미국 내 한정이라지만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트랜스 지방을 없애야 하므로 국내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 트랜스 지방을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식품 목록에서 제외한다고 밝히며 2018년 6월까지 미국내 트랜스지방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 그 뒤부턴 승인을 받고 제한적으로 사용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결정은 과학자 프레드 커머로우 교수의 끊임없는 청원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는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것은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트랜스 지방이라고 밝혔다. 또한, 혈관을 막는 주범으로 알려진 LDL 콜레스테롤은 심장질환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출처기사

5. 국립국어원 언어 순화 논란

파일:트랜스 지방_국립국어원.jpg

국립국어원에서 '변이 지방' 또는 '전이 지방'으로 순화해서 사용하자고 권유하는 바람에 뉴스 등에서 그렇게 순화해 사용한 적이 있다. 여기에 대해 대다수의 이공계 전공자들이 비판을 가했고, 일부 옹호하는 의견이 존재했으나 결국 아무도 쓰지 않게 되었다.

'변이(전이)'라는 말은 기하 이성질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비과학적인 표현이다. 트랜스 지방에서의 trans는 기하 이성질체에서 화합물의 연결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즉 cis - trans의 trans)에서 딴 말이기 때문이지, 국립국어원이 순화한 것처럼 수소화 처리로 변이되었기 때문에 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처럼 순화시키면 이중 결합으로 인해 기하 이성질체가 생기는 모든 화합물의 trans- 이성질체를 '전이(변이) xxx'라고 불러야 한다. 예컨대 'trans-azobenzene'을 '전이(변이) 아조벤젠'으로 부른다고 해 보자. azobenzene의 기저상태는 trans 구조로서, cis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는 열이나 자외선을 계속 조사해서 변이(transformation) 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위 정의에 모순된다.

trans-, cis-는 화학 용어로, 화학 용어를 포함한 과학 용어 및 기술 용어에는 정의의 엄밀함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되지, 언어의 사회성 같은 건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전혀 필요 없다. 따라서 국립국어원이 제시한 순화어는 과학적 엄밀함을 담보할 수 없으며, 심지어 완전히 틀린 번역이므로 대한화학회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 옳다. 아직까지 대한화학회에서 제시한 cis - trans의 적절한 번역이 없는 상태이므로, 트랜스 지방이라 쓰는 것이 맞다.

이성질체의 구조에 대한 얘기를 넘어가서 수소화 변이에 대한 부분에서만 봐도, 트랜스 지방은 수소화 변이를 통해 생성된 경화유 성분 중 일부에 불과하고, 트랜스지방은 인공적인 변이를 통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계에서 통상적으로 생성될 수 있고, 조리를 통해서도 소량이나마 자연스럽게 생성된다는 점을 비추어 봤을 때 괴이한 표현이 맞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변이 지방이지만 변이되지는 않았다' 는 얘기다.

차라리 이 정의에 부합하는 순 우리말 어휘는 맞-(마주하는 방향)/엇-(어긋난 방향)이라는 접두사이다. 즉 시스 지방산은 '맞지방산', 트랜스 지방산은 '엇지방산'이 되는 식. 오오 그럴 듯하다 cis- 나 trans-가 라틴어 어근이니 그대로 쓰는 게 맞단 의견도 있으나, 영어는 이런 고급, 학술 어휘 중 라틴어나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지 않은 단어 찾기가 더 힘들기 때문에 의미 없는 주장이다.

트랜스젠더 사이에서도 트랜스 지방이 변이 지방이면 트랜스젠더는 변이된 성별이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cis-와 trans-라는 표현은 트랜스젠더 담론에서도 쓰이는데, 트랜스젠더 담론에 의하면 성 정체성이 지정성별과 다른 사람을 트랜스젠더, 성 정체성이 지정성별과 같은 사람을 시스젠더라고 부르며, 물론 시스젠더와 트랜스젠더 모두 동등하게 인간의 한 모습이지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에서 변이해서 생긴 비정상 인간인 것이 아니다.

5.1. 옹호론과 반박

옹호론에서는 언론과 학계, 정부에서 대중에게 트랜스지방을 소개할 때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더해 변형시켰다. 변이(transformation)된 안 좋은 지방이다." 라고 설명하였기에 트랜스지방을 보는 대중들의 인식 속에 '변이된 안 좋은 지방'의 이미지가 자리잡은 것이라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19]

이는 언어의 사회성이 반영된 것으로, 트랜스 지방을 변이 지방으로 순화하자는 것도 대중들의 제안과 투표로 이뤄진 것이다. 트랜스 지방을 변이 지방으로 순화할 때 트랜스 구조를 의식한 게 아니라 조리과정에서 변이되어 몸에 안 좋게 된 지방이라는 전문가들의 설명과 대중들의 인식이 깃든 것이다.

이처럼 많은 매체와 전문가들이 변형과 변이를 언급하면서 트랜스지방을 설명하고 있다.[20]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국립국어원이 과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잘못 순화했다고 오해하고 비난 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 당장이라도 트랜스지방과 변형(또는 변이)를 검색하면 많은 기사와 전문가들의 설명을 찾을 수 있다. 정진철 포스텍 명예교수가 이를 인지하고 트랜스 지방과 트랜스 구조의 지방산을 구분해서 설명한 글[21]에 따르면 트랜스 지방과 트랜스 구조의 지방산은 혼동되지만 서로 다른 것이며, 수소화라는 변형과정을 거친 지방을 대중들은 트랜스 지방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정진철 교수의 설명은 상당히 자의적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트랜스"는 영어의 transformation(변환)에서 유래한 준말이라고 하는데, 영어 transform의 어원이 라틴어 접두어인 trans에서 유래한 사실과 과학용어의 상당수가 라틴어에서 유래한 점을 봐도 trans의 유래는 trans 그 자체이다. 1800년대 중후반에 이미 이성질체가 발견되고 cis- trans- 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1900년대 초에 독일에서 화학자에 의해 개발된 '부분적으로 수소화 된' 오일 중 포함된 반고체 지질에 명칭을 부여할 때 굳이 영어 어휘의 준말을 접두어로 붙여 명명했다는 정교수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어떤 논문이나 기사에서도 transformed oil이나 그와 유사한 표현으로 트랜스지방을 표현한 적이 없으며, 개발과 상업화 된 초창기에는 "fat hardenning"이나 "solid fat"과 같이 경화 또는 고체화라는 표현을 썼다.

변환이라는 모호한 해석과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은 트랜스지방이 건강에 위협을 준다는 문제가 제기된 1950년대 이후 정확한 어휘에 대한 학문적 이해가 부족하고 사회적 합의가 안 된 시점 이후이며, 이미 학계에서는 트랜스지방이 시스지방에 대비되는 것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때였다.

trans는 어원에 따라 "the other side of"라는 의미이며, 이는 cis가 "this side of"라는 의미를 갖는 것에 대비된다. 용어를 확장하여 사용하는 과정에서 trans에 이동의 뜻을 부가하여 '(저쪽으로) 건너가다'는 across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굳이 물리적 이동의 의미를 담은 넓은 의미의 '변환, 변이, 변형'으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cis의 '이'에 대응되는 '저'에 해당하는 담백하고 좁은 의미의 trans라고 봐야한다. 트랜스지방 중에 인공적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자연상태의 지방이 명백히 존재하는데 '변환'이라는 의미를 억지로 집어넣는 것은 트랜스지방에 대한 세계인의 이해도가 나날이 높아지며 국제적 보건기구에서 해마다 규제를 갱신하는 현시점에서 부적절한 주장이다.

2016년 현재 cis - trans에 대해 공식 채택, 사용되는 한글 용어는 시스-트랜스(트란스)이다. 중국에서는 cis-를 순식(順式), trans-를 반식(反式)으로 번역해서, 트랜스지방은 반식지방(反式脂肪)이라 한다. 기하이성질체에서 trans는 변화·변이의 뜻이 아니라 횡단·건너편·반대편의 뜻이므로 제대로 번역한 것이다.

과학계에서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쓸 만 한 좋은 말을 만들어내는 취지는 좋게 생각하나, 전이지방이라는 말이 기하 이성질체의 특성을 잘 담아내지 못하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고 볼 수 있다. 이성질체로서의 특성을 잘 설명하며 사람들의 머리에 쏙 들어오는 말의 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 할 수는 있으나, 십 년 가까이 지나도 대체어가 나오지 않을 상황에 트랜스지방이라는 명칭이 이미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라면 쓸데없이 언어순화를 하려는 억지 노력을 포기할 시점은 지났다고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5.2. 관련 문서


[1] 자연산의 경우 대체로 반추동물의 생리활동에서 만들어진다. 이것은 매우 소량이어서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양이다. 그래서 소고기, 버터 등의 식품에 트랜스 지방이 극미량이 포함되어 있다.[2] 이론적으로는 2중결합 뿐만 아니라 3중결합도 존재 가능하지만 자연이나 실생활에서 접하는 지방산 중에 3중결합이 있는 지방산은 거의 없다.[3] 사실 두 가지라는 표현은 엄밀하게 말하면 틀린 표현이다. 하나의 불포화 지방산 내에 두 개 이상의 이중결합이 존재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가능한 이성질체의 수가 크게 증가한다.[4] 분자량이 비슷할 경우 분자의 배열이 일정하고 분자간 간격이 짧을수록 유기분자 사이에 '분산력'이라고 하는 화학결합의 힘이 더 강해진다. 이 분산력이 강할수록 녹는점과 끓는점이 높아진다.[5] EPA, DHA[6] 앞서 설명했듯이 지방(fat)과 지방산(fatty acid)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포화지방이나 불포화지방은 엄밀히 말하면 올바른 표현이 아닌데, 편의상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지방을 불포화 지방이라고 표현하고 불포화 지방산이 전혀 또는 거의 없는 지방을 포화 지방이라고 표현한다.[7] 화학적으로 산패는 지방산의 이중결합 중 결합 하나가 끊어지면서 해당 부위에 -OH 등의 작용기가 부착되는 현상이다. 미생물이나 직사광선, 장기간의 습기 등에 의해 발생한다.[8] 공법의 개선으로 최근 판매되고 있는 마가린 제품 대부분은 트랜스지방 함량이 0.2% 미만이다.[9] 중학교 1학년 과학에서 배웠듯이 액체가 끓는 점에 도달하면 완전히 기화될 때까지 온도가 오르지 않는다. 우리가 음식을 조리할 때 물이나 기름과 같은 액체를 이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식재료를 액체에 넣고 가열하면 적정한 조리온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식재료를 그대로 불에 얹으면 음식이 모두 타버리게 된다. 한편으로 액체의 끓는 점이 높을수록 당연히 조리온도도 높아지게 된다.[10] 출처 #1 #2[11] 지방은 세포막을 만드는 구성성분이다. 세포막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동성을 가져야 한다. 이 때 시스형태의 지방산은 그 구조때문에 잘 쌓이지 못하기 때문에 녹는점이 낮고 액체로 존재하기 쉽다. 반면 트랜스지방산과 포화지방산은 잘 쌓이기 때문에 녹는점이 높고 고체로 존재하기 쉽다. 따라서 세포막은 시스 지방산과 포화지방산을 이용해서 적절한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며(콜레스테롤이 쓰이기도 한다) 온도에 따라 세포막의 지방산 비율이 변하기도 한다(온도가 높을수록 포화지방산 비율 증가, 온도가 낮을수록 시스 지방산 비율 증가). 하지만 트랜스지방산은 포화지방산과 구조, 기능면에서 다른 점이 없기 때문에 굳이 만들어 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자연에서 존재하는 불포화지방산은 시스 형태가 대부분인 것으로 생각된다.[12] 디민 트랜스 지방이라고 해서 체내에서 분해되면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시스 지방에 비해 사용 우선순위와 대사 효율이 크게 떨어져서 축적되는 비율이 높다는 게 문제이다. 따라서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굶주리는 상황이라면 트랜스 지방이라도 섭취하는 것이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13] 지방이 1g당 9kcal를 내므로, 2000kcal 섭취 기준 트랜스지방으로 인한 칼로리가 20kcal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정확히는 20/9=2.2222...g이다. 하루 섭취 열량 900kcal당 트랜스지방 1g까지 허용하는 셈. 물론 전체 열량 대비 트랜스 지방으로 인한 열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같더라도, 트랜스 지방의 섭취량 자체가 많으면 당연히 더 건강에 해롭다.[14] 특히 동년 3월 8일 방송된 KBS2 추적 60분 '과자의 공포, 우리 아이가 위험하다' 편이 파급력을 높였다.[15] 오리온 다이제, 에이스, 허쉬초콜릿드링크 등이 해당되며, 일부 버터 및 우유 제품에도 볼 수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포장 단위나 제조 시기 등에 따라 표시 여부가 차이가 있다. 서울우유(흰우유), 오뜨, 롯데 카스타드, 칙촉, 촉촉한 초코칩, 칸초, 마가렛트 등에도 표시되어 있는 경우를 드문드문 볼 수 있다.[16] 다시말해 0g이 아니라 0.5g 미만 이라고 쓰여있는 것들은 1회 제공량 기준을 줄여서도 0.2g 미만으로 낮추지 못했다는 뜻이다.[17] http://hqcenter.snu.ac.kr/archives/jiphyunjeon/%ED%8A%B8%EB%9E%9C%EC%8A%A4%EC%A7%80%EB%B0%A9-%EC%95%8C%EA%B3%A0-%EB%93%9C%EC%8B%9C%EB%82%98%EC%9A%94[18] 예를 들어 1회 제공량 30g인 비스킷에서 0g 표기인데 실제로는 0.15g이 들어있다면 300g 한 봉지를 다 먹으면 1.5g을 먹는 셈이다. 0g으로 표시할 수 있는 최대 기준이 높다고 볼 수 있다.[19] 정진철 교수, '트랜스 지방, 정확히 알자' 관련 정책기사 관련 학생백과[20] 관련기사1 관련기사2 관련기사3[21] ​트랜스 구조의 지방산과 시스 구조의 지방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