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대 유다 왕국에서 인신공양이 벌어지던 곳
야훼 신앙을 저버리고 우상 숭배에 빠진 남유다 왕국의 왕들이 몰렉과 바알에게 인신공양으로 어린이들을 바치던 곳. 어원은 불확실하지만 대체로 '불타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여긴다. 토펫은 예루살렘의 게힌놈(Gehinnom), 즉 '힌놈 골짜기'에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게헨나이다. 게힌놈을 그리스어로 음역한 단어가 게헨나.전통적으로 기독교에서는 지옥의 은유로 사용되기도 했다.
2. 고대 가나안계 종교의 성소
유래는 1. 신전은 아니고, 어린이들을 불에 태운 뼈가 담긴 항아리를 묻은 곳이다. 담장으로 둘러친 공간 안에 몰렉이나 바알, 타니트를 상징하는 기호를 새긴 비석을 세우고 그 주위에 항아리를 묻는 식으로 조성했다.카르타고 시에 남은 토펫.
가장 유명한 것은 페니키아인들이 지중해 서부로 이주해 가서 건설한 카르타고의 토펫이다. 카르타고의 세력이 미쳤던 북아프리카, 시칠리아, 사르데냐 등에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현재 카르타고 시에 있는 토펫이 가장 유명하다. 아무래도 중심도시다 보니 크기도 크고, 아래에서 설명할 이유로 보존도 잘 되었기 때문이다.
2.1. 인신공양이 실제로 벌어졌는가?
토펫은 오래 전부터 인신공양된 어린이들이 묻힌 곳이라고 알려졌다. 카르타고의 토펫이 잘 보존된 이유도 기원전 146년 제3차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로마군 병사들이 저주를 받을까봐 손도 대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후 로마 치하에서 재건될 때도 토펫만은 건드리지 않아서 2천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었다.고대 로마인과 그리스인들이 남긴 기록이 하도 악의적인데 이는 로마인들이 '카르타고인들은 이렇게 사악한 풍습을 유지하는 놈들이었으니 멸망당해도 싸다'라는 프로파간다로 해석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펫을 두고 인신공양된 어린이들이 묻힌 곳이 아니라, 영아사망률이 높던 고대에 어려서 죽은 아이들이 묻힌 묘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설을 주장한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토펫 유적을 발굴하고 연구를 실시한 뒤로는 실제로 인신공양으로 죽은 어린이들을 묻은 장소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에는 몇 가지가 있다.
1. 항아리에서 동물의 뼈가 함께 나왔다는 점: 토펫에서 발견된 항아리에는 생후 반 년이 안 된 아이들의 뼈가 가장 많이 나왔지만, 양과 같은 짐승의 뼈도 함께 나왔다. 전세계의 어떤 무덤도 죽은 사람과 제물로 바치는 동물을 한 납골함에 담지 않는다.[1]
2. 발굴된 어린이의 뼈에서 질병의 흔적이 없다는 점: 고대에 영아 사망률이 높았던 주된 이유는 질병 때문이다. 그런데 발굴된 어린이들의 뼈에는 질병의 흔적이 없다. 만약 병사했다면 질병의 흔적이 어느 정도는 남기 마련인데, 발굴된 인골에는 하나같이 질병의 흔적이 없었다. 이는 토펫에 묻힌 어린이들이 질병이 아닌 '다른 이유'로 죽었음을 암시한다.
만약 인신공양이 이뤄졌다면 신에게 짐승을 제물로 바칠 때에도 병에 걸리지 않고 사지가 온전하며 살이 잘 오른 것을 고르듯 같은 이치로 잘 먹고 깨끗하게 양육되었으며 건강한 이를 제물로 바쳤을것이다. 온전치 않은 것이나 나쁜 것을 제물로 바치는건 오히려 신을 우롱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토펫의 정체가 인신공양의 증거라고 볼수 없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상술하였듯 기록들이 페니키아와 적대하던 로마와 이스라엘인의 기록들은 존재하지만 정작 페니키아인들의 기록은 부재한다는 편파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고고학적인 발굴도 불에 태워진 유골은 인신공양이 아닌 화장으로 볼수도 있기 때문에 해석에 따라 관점이 극단적으로 바뀐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후속 연구에선 다른 카르타고의 토펫에서 항아리에서 동물 제물의 흔적이 같이 발견되지 않는 사례도 있었으며 2번의 경우 2018년 시카고 대학의 제프리 슈워츠 교수와 연구진이 재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유산되었거나 혹은 2~5개월내에 사망한 탓에 치아도 제대로 나지 않은 신생아의 비율이 높았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이는 토펫이 관점에 따라선 인신공양이 아니라 요절한 아이들의 공동묘지일수도 있다는 분석도 되기 때문이다.[2]
결국 토펫이 정말로 인신공양의 희생제물들을 위한 성소인지 혹은 요절한 아이들의 무덤인지는 페니키아인의 기록이 발견되지 않는한 확답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2. 미디어에서
토탈 워: 로마 2에서 카르타고의 최종 테크 신전으로 등장한다. 아이콘에 묘사된 것은 타니트. # 실제로도 카르타고의 토펫에 가장 많이 새겨진 것이 바알과 타니트의 문양이니 적절한 고증. 페니키아인의 특성에 맞춰 전 지역의 해운 수입을 증가시켜 준다.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도 '토페'라는 이름을 달고 고고학 발견물로 등장한다. 아무래도 옛날 게임이다보니 당시에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상황인데다가, 아무래도 게임 심의상 아이를 제물로 바쳤다는 내용이 좀 그래서인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구체적인 조사 퀘스트는 이러하다. 토페가 인신공양의 산물이라는 설이 있는데, 이를 주장한 플루르타르코스가 제정로마 시절 사람이니 아무래도 기록이 의심된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실제 조사 결과 아이의 뼈가 다수 출토되긴 했지만, 동물의 뼈가 있으니 제물로 바쳐진 건 아이가 아니라 동물 쪽이지 아닐까 하면서 이견의 여지를 남긴 채로 종료한다. 흥미롭게도 아이의 뼈와 동물 뼈가 함께 출토되었다는 이 역사적 사실을 보고 인게임 퀘스트와 실제 역사가들의 연구들은 서로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개발 당시 토펫에 대한 해석과 오늘날의 해석의 차이를 알 수 있다.
[1]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 먹으라고 음식이나 동물을 같이 묻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 경우에도 묻힌 사람과 그 사람이 먹을 음식은 엄격하게 구분해서 묻는다. 즉 이 항아리에서 나온 어린이들과 동물 모두 제물이었다는 것.[2] 슈워츠 교수와 연구진은 또한 묘비와 토펫등에 새겨진 문양이 몰렉이나 바알이 아닌 카르타고의 여신인 타나트의 상징이란 점을 지적했는데 이는 지모신인 타나트의 축복을 빌어 죽은 아이들의 안녕을 비는 행위로 볼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