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현대 수류탄의 주종. 안전핀(안전클립)과 안전손잡이라는 이중 안전장치를 갖고 있으며, 안전손잡이가 풀리면 해머가 신관을 때리고, 이때 지연신관이 작동하여 일반적으로 4-5초 후에 폭발한다.제1차 세계 대전 중반인 1915년에 개발되었으며, 그 전까지 사용되던 충격신관식 수류탄이나 도화선식 간이 수류탄에 비하여 신뢰성과 안전성이 우수하고, 신뢰성과 안전성이 비슷한 수준인 막대형 수류탄에 비해 휴대성과 휴대량이 우수하여 현대 수류탄의 주종이 되었다.
2. 유사품과의 차이점
막대형 수류탄도 일종의 지연신관형 수류탄이지만, 신관 작동 방식이 다르며, 안전손잡이가 없어서 일단 발화하면 바로 투척해야 하는 등 차이점이 많으므로 다른 종류의 수류탄으로 구분한다.그리고 막대형 수류탄처럼 모양이 일반적인 수류탄과 다른 수류탄을 언급할 경우에는 일반적인 지연신관식 수류탄은 외형을 따라서 계란형/파인애플형 수류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3. 역사
최초의 지연신관/계란형 수류탄은 영국의 밀즈 수류탄이나, 이후의 수류탄에 미친 영향은 프랑스의 F1 수류탄(F1915)쪽이 더 많다. 일례로 미국의 유명한 "파인애플 폭탄" Mk.2 수류탄은 프랑스의 F1915를 참고로 하여 만들어졌다.영국의 밀즈 수류탄 | 프랑스의 F1915(F1)수류탄과 미국의 Mk.2 수류탄 |
형상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계란형 수류탄 외에 막대형 수류탄 모양을 가지면서도 안전손잡이가 있어서 지연신관식 수류탄으로 분류되는 물건이 있었다. 특히 이런 종류의 수류탄은 소련과 중국에서 사용했으며, 주로 대전차용 수류탄으로 이용되었다. 하지만 부피와 중량이 모두 큰 막대형 수류탄의 단점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데다가, 안전손잡이의 신뢰성이 떨어져서 가끔 폭발이 일어나는 등의 문제점이 있어서 21세기 기준으로는 대부분의 지연신관식 수류탄은 계란형 수류탄이며, 투척거리 증대와 휴대성 증진을 위해 크기를 작게 줄이고 탄체를 공 모양에 가깝도록 개량한 수류탄이 개발돼서 널리 보급된 상태다.
제2차 세계 대전 때까지는 이러한 수류탄들은 외부에 홈이 파여져 있었는데, 이는 파편 효과와 미끄럼 방지의 효과를 예상한 것이었으나, 실제 실험 결과 외부 홈은 파편의 형태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현대의 수류탄은 폭탄외피 내측에 "조정 파편" 이라 불리는 홈이 파인 일종의 코일을 감아놓거나 균등한 크기의 파편 조각을 심어 넣고 있다. 이렇게 하면 수류탄이 터질 때 파편이 균등하게 발생하면서 최대의 파편효과를 얻게 된다.
4. 장점
지연신관식 수류탄이 수류탄의 주종이 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안전성 확보
충격이 조금만 감지되더라도 폭발하는 충격신관이나, 화약뭉치에 도화선을 연결한 후 불을 붙이는 간이형 수류탄은 사용시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지연신관식 수류탄은 신관 자체가 충격을 받기 힘든 수류탄 내부에 있으며, 안전핀과 안전손잡이라는 2중 안전장치를 가지므로 사용하기 직전까지 매우 안전하다.
- 신뢰성 확보
충격신관은 부드러운 곳에 수류탄이 떨어지면 불발될 확률이 높고, 도화선을 연결한 물건은 도화선의 불이 꺼지거나 적이 도화선을 신속하게 잘라버리면 안터질 확률이 있다. 하지만 지연신관식 수류탄은 신관이 수류탄 본체 내부에 있고,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안전하도록 밀폐되기 때문에 일단 지연신관이 작동하면 거의 대부분은 확실하게 폭발을 보장한다.
- 사용편리성 증대
충격신관을 가진 수류탄은 안전보관케이스에서 꺼낼 때부터 주의깊고 세심한 동작으로 천천히 꺼내야 하며, 안전핀을 뽑은 후에는 그야말로 던질 때까지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심지어 투척하려다가 수류탄이 참호의 벽등에 부딪치면서 폭발하는 막장상황도 있다. 도화선식 수류탄은 사용할 때마다 본체에 신관을 꼽고 도화선을 지연시간에 맞춰서 적당한 길이로 절단한 다음에 불을 붙여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들어간다. 이에 비해 지연신관식 수류탄은 안전손잡이를 잡은 상태에서 안전핀을 뽑은 후, 그냥 목표를 향해 투척하면 끝이다. 당장 사용방법이 압도적으로 편리한데다가 악천후등 기상상황을 감안할 필요가 없다.
- 휴대성 증대
충격신관식 수류탄은 안전보관케이스등이 추가되므로 거추장스럽고, 도화선식 수류탄은 급조한 물건이 많은데다가 따로 신관, 도화선과 불을 붙일 도구를 휴대해야 한다. 이에 비해서 지연신관식 수류탄은 수류탄만 가지고 있으면 끝이다. 게다가 대부분 계란형 수류탄이므로 크기도 작고 무게도 가벼워서 1인이 휴대할 수 있는 수량도 많다.
- 공격중지 가능
전쟁을 하다보면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는 등 투척 직전의 상황이더라도 전황의 변화에 따라 공격기회를 놓쳤다는 것등으로 인해 수류탄을 던지지 못하고 다시 재보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경우에 이미 들고 있는 수류탄을 던져서 버리는 행위도 가능하지만 불필요하게 탄약을 낭비하는데다가 적군이 몰려올 가능성도 높고, 아군을 오인공격한다던지 하는 각종 문제점이 발생하므로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안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이런 경우가 닥치면 충격신관식 수류탄은 다시 안전핀을 재삽입하는 것부터가 대난관이다. 툭 쳐도 터지는 위험한 물건에 다시 안전핀을 넣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다. 도화선식 수류탄도 일단 도화선에 불을 붙인 후에는 도화선 길이가 짧기 때문에 바로 도화선을 절단하거나 신관을 뽑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만일 이 기회를 놓치면 그냥 투척해야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지연신관식 수류탄은 안전핀을 뽑더라도 안전손잡이를 놓지 않는 한 절대로 발화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생기면 그냥 안전손잡이를 잡은 채로 안전핀을 다시 끼우면 원상복구된다. 따라서 수류탄을 투척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언제든지 다시 안전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이다.
5. 단점
다만, 지연신관식 수류탄도 인간이 만든 물건이므로 단점이 있다.- 지연시간의 불안정
원래 제대로 만든 지연신관은 5초의 지연시간이 있다. 하지만 이 시간은 기온과 습도등에 의해 변화가 가능하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에서는 더운 기후 때문에 0.5초 정도 신관이 더 빨리 기폭한다고 상정하고 던졌으며, 장진호 전투시에는 너무 추워서 수류탄이 불발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게다가 지연신관의 제조과정에서 모든 신관이 정확하게 똑같은 지연시간을 가지게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교범에서도 지연시간을 4-5초라고 기록하고 군인들은 3초에 터진다는 말을 하는 정도이므로 신관이 제대로 만들어진 경우라도 지연시간에서 1-2초의 차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수류탄/일본군처럼 지연신관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 다면 안전핀을 뽑는 순간 터지거나 안전손잡이를 놓는 순간 터질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물건이 된다.
- 투척거리의 허실
지연신관식 수류탄은 투척거리의 증대를 위해 계란형이나 구형 모양을 취하는데, 문제는 투척거리의 기준이 일어서서 야구공 던지듯이 투척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투척법은 가장 멀리 수류탄을 던지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십자포화가 작렬하는 가운데, 좁은 참호 내부에서 던지거나, 포복한 상태에서 던지는 경우에는 거의 사용이 불가능한 방법이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막대기 끝을 잡고 던지는 막대형 수류탄이 더 우월한 투척거리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 발화확인 불가
지연신관식 수류탄은 안전손잡이가 풀려서 헤머가 작동돼서 지연신관에 불이 붙더라도 외부에서는 전혀 알아볼 수 없다. 그래서 공포의 더블클릭[1]이 일어난다. 더블클릭이란 현상은 주로 미숙한 신병이 수류탄 안전핀을 뽑은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안전손잡이를 잠깐 놓쳤다가 다시 잡는 경우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수류탄은 발화했으나 본인을 포함한 모두가 모르는 상태이므로 몇 초 뒤에 갑자기 터져서 본의아닌 자살에 팀킬까지 벌어지는 대형사고가 된다. 그래서 더블클릭이 무서운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소련제 수류탄처럼 안전손잡이가 부실한 경우에는 휴대중이나 투척 대기중에 안전손잡이가 그냥 통째로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설령 안전핀이 그대로 박힌 경우라도 신속한 동작으로 최대한 멀리 던져야 살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이런 경우에는 방심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 하다가 수류탄이 터져버리며, 경우에 따라서는 주변에서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대형참사로 이어진다. 미국제 수류탄처럼 안전손잡이가 튼튼한 경우에도 방탄복 내부에 수류탄을 넣어서 휴대하다가 안전핀이 마찰로 빠지면서 대형참사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종류의 문제점은 타이머가 달린 전기신관등을 도입하는 등 돈을 많이 투자하면 대부분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기초적인 무기며 많은 수량이 사용되는 수류탄에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 개량할 필요성은 높으신 분이 보기에는 비용대 효과면에서 상당히 적다.
그래서 완벽한 조치는 아니지만 지연신관의 제조품질을 향상시키고, 군인들이 받는 수류탄 투척 훈련을 강화시키며, 더블클릭이 일어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안전클립이라는 또 하나의 안전장치를 추가하는 조치가 진행되었다. 여기에 더해서 투척거리 문제는 유탄발사기를 대량도입하여 장거리는 유탄발사기가 담당하고, 수류탄은 근거리 투척으로만 쓰는 방식으로 진행중이다.
다만, 발화확인을 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제1차 세계 대전에서 나타난 사례인 적군이 수류탄의 발화유무를 확인하고 미리 대피한다는 것 때문에 아직 특별한 장치가 도입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사용자 스스로가 주의해야 한다.
6. 평가
비록 앞서 언급한 단점은 있으나 장점이 압도적이며, 무엇보다도 성능에 비해서는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21세기의 기준에서도 수류탄이 기존의 화약을 사용하는 이상 지연신관식 수류탄이 수류탄의 주종에서 벗어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1] 대한민국 육군에서는 이를 밀킹이라고 칭하고 있다. 훈련소에서 교범 따위를 보면 이에 대해 서술하고 있으며 절대로 다시 잡는 일이 없도록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