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지역 갈등/아시아
1. 서말레이시아(말라야) vs 동말레이시아(사라왁, 사바)※
그닥 알려지지는 않지만, 사실 한국의 '전라디언'이나 '개쌍도'는 저리 가라이고, 스페인 못지않은 수준이다. 대게 서말레이시아(주 11개, 연방특별시 2개)와 동말레이시아(주 2개, 연방특별시 1개) 간의 갈등이지만, 서말레이시아 안에서도 나름의 지역감정은 존재한다. 문제는 말레이시아의 지역감정은 정치적 대립과 인종, 문화간 대립이 교묘하게 섞여있어 더 복잡한 양상이다. 종교적 대립이나 정치적 대립은 주로 서부와 동부간의 대립이지만, 인종적 대립은 서부 내에서도 심하면 심하다.일단 종교적 대립을 보면, 서말레이시아의 경우는 평균 인구의 50% ~ 60%가 무슬림이다. 반면 동말레이시아의 경우는 평균 30%가 기독교인이며, 특히 동부의 사라왁은 유일하게 기독교인이 대부분인 주이다.[1] 그러나 사라왁은 기독교 중심임에도 무슬림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고, 사바는 아예 무슬림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하지만 나름 정치적 대립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정치적 이유와 함께 설명하겠다. 원래 사라왁과 사바는 말레이시아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으나, 1963년 싱가포르와 함께 말레이시아에 가입했다. 하지만 둘이 말레이시아에 가입한 것은 사실 싱가포르 때문이었으며, 심지어 사바의 총리(한때는 총독)였던 툰 푸아드 스테픈스는 싱가포르의 총리였던 리콴유와 친구 관계였다.
어쨌건 10년 동안은 영어를 사용하고 기독교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존의 상태를 그나마 유지시켜 주었다. 물론 홍콩이나 마카오 같은 특별행정구도 아니고 중국 국내의 자치구처럼 자치를 하지도 않는 엄연한 말레이시아의 행정구역이라 1973년 10년이 이미 다 되고 나서는 기존상태를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 때부터 본격적인 수난이 시작되는데 마침 서부에서는 말레이화를 명목으로 중국인과 인도인 등을 차별하고 외국인을 '쫓아내는' 수모가 벌어지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게 동부에서도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라왁과 사바의 공용어가 갑자기 말레이어로 바뀌고, 차츰 말레이인[3] 우대가 시작되면서 원주민인 카다잔, 이반[4] 등의 반발이 심했다. 게다가 기독교 중심이던 이들에게 이슬람이 전도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여기에 강제개종의 의혹이 있었다는 것이다. 폭로된 바에 따르면, 뇌물로 유도하며 개종시켰다던가, 심지어는 개종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던가...
1976년 6월 6일
사바의 서부, 브루나이 근교에 있던 라부안이 연방정부로 넘어가고, 1990년 일련의 정치 테러로 중앙정부가 사바 지역 정치인들을 대규모로 탄압하는 사태가 벌어져, 문제는 더 심해진다. 그리고 이제, 동말레이시아의 정치도 지역정당이 아닌 본토의 정당들이 활개치는 실정이다.[5] 사실 말레이시아가 나름의 독재국가인데다 이들의 분리주의가 썩 알려진 편도 아니라 이들의 상황을 잘 알 순 없지만, 자칫하면 아군과 협력해 무장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하튼 이러한 점은 곧 종교적 대립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독교 단체인 SIB는 이슬람 전도를 막으려는 시도를 한다는 게 밝혀졌고, 한 외국인 학생의 폭로에 따르면 어느 카다잔 출신의 기독교인 과외선생이 무슬림 전체를 테러리스트로 막 매도하는 발언들을 본인에게 했다는 게 밝혀졌다는 점.
그리고 인종문제는 서말레이시아 내부 자체에서도 흔한 일인데, 특히 말레이인과 중국인간의 대립이 그렇다. 원래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인의 땅이었지만, 중국인들이 대거 밀려든 뒤 나라의 실권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대립이 시작되어, 5.13 사건과 같은 최악의 폭동까지 일으켰다. 싱가포르가 쫓겨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말레이인을 우대하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는데, 제2의 아파르트헤이트. 문제는 이 타겟이 아무련 관련 없는 외국인들한테도 쏠리면서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실제로 직원을 구할 때 대놓고 '자국민만 받겠다'고 써놓는 경우는 말레이시아 말고 없다. 이는 곧 '외국인 사절'의 뜻이고, 아예 '외국인 사절'을 대놓고 적어놓는 경우도 흔하다.[6] 게다가 대학들의 불편한 위치 등으로 학교 앞에 집을 빌려 사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내국인 학생에게만 빌려주겠다'고 적어놓는 것도 흔하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철수가 늘어나고 있고, 나중에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들이 말레이시아를 대놓고 욕하고 보이콧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이 것은 곧 지역감정의 큰 원인이 적용된다.
이러한 문제로, 중국인 중심의 피낭 주는 한국의 평양과 유사한 위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라도나 함경도보다 더 낙인이 찍혀, 오죽하면 피낭이 싱가포르처럼 쫓겨날 것이라는 얘기까지 있다.
서부와 동부가 서로 욕하는 건 흔에 빠진 일이고, 사실 쿠알라룸푸르 한복판에서(서부) 동부 방언(예: 사라왁 방언, 사바 방언)을 사용하는 건 그리 문제삼지 않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잘못하면 현지에서 먹던 밥상이 제삿상이 될 수도 있다.[7] 그러나 그 중에서도 사바는 서부에 많이 동화돼서 그런지, 너무 그럴 일은 없으니 다행.
외국인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종종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중국계들에게 말레이어를 쓰는 것이다.[8] 아무래도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비영국계에게도 영어를 쓰는 등의 특징 때문인지 말레이시아에서도 중국인들은 말레이어를 쓴다고 오해를 하는데, 동부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서부에서는 잘못하면 끝장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서부에서 중국계 친구들에게 말레이어를 쓴다, 그러면 그들은 처음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가, 나중에는 절교한다. 때문에 영어나 중국어, 차라리 한국어를 쓰는게 낫다. 이 점을 주의.
추가로, 한국의 반도인(한반도 주민)이 제주도를 갈 때는 문제가 없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서부인이 동부를 가려면 별도의 입국 허가가 필요하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2. 수도권(쿠알라룸푸르, 슬랑오르) vs 탄중푸트리(조호르)
근래에 떠오른 새로운 지역감정.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부유하고 그야말로 말레이시아의 중심인 쿠알라룸푸르 일대와 제2의 도심인 조호르바루 일대 간의 대립이다.원래 조호르는 15세기 포르투갈의 침공으로 믈라카가 함락되자 이때 쫓긴 세력들이 남부의 조호르로 피신하면서 대대적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19세기 페락에서 주로 일하던 탄광촌들이 지금의 쿠알라룸푸르 일대에 어마어마한 자원이 발견되었음을 알고 이쪽으로 밀려들면서 대대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고로 말레이시아의 제1의 도시를 넘어 수도로서 명실공히 떠올랐다. 뭐 그렇다고 하지만,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는 민족주의적 공통점 때문에 처음에는 둘이 싸울 리가 없었다.
그러나 조호르의 경우는 싱가포르와 바로 붙어있는 문제가 있는데 1965년 싱가포르가 원치 않게 쫓겨나고,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면서 말레이시아에는 다소 위협이 되었다. 결국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조호르바루 일대에 "탄중푸트리"라는 대규모 도심을 건설하면서 급격한 발전을 이루어, 풀라우피낭의 조지타운을 뺨치고 제2의 도시로 떠오른다.
쿠알라룸푸르의 경우는 외국인 투자 및 경제, 금융의 중심지로 자발적인 발전과 성장을 이루는 데 반해 조호르바루의 경우는 싱가포르에 사실상 의존하는 상태이다. 게다가 광부들의 노력과 피땀으로 발전한 쿠알라룸푸르와는 달리 조호르바루는 싱가포르가 발전하니깐 이에 따른 질투심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발전했다... 뭐 이런 식이다.
당연히 쿠알라룸푸르가 제1의 도시이자 명실공히 수도로서 그 위상은 막강하고, 쿠알라룸푸르와 그 주변에서 쓰이는 말은 이제 전국에서 통용되며 모르면 걍 간첩인 꼴이다. 반면 조호르에서 쓰는 말은 근래에는 싱가포르 방언에 크게 물이 들면서, 쿠알라룸푸르 쪽에서는 "너네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라고 묻는 식. 오죽하면 "조호르는 당장 우리나라에서 나가라"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까지도 있다.
3. 수도권(쿠알라룸푸르, 슬랑오르) vs 피낭 섬(풀라우피낭)
풀라우피낭의 주도인 조지타운은 근래에는 조호르바루에 밀려 제2의 도시라고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위상은 쿠알라룸푸르 다음으로 제2이다. 1957년 말레이시아 최초의 특별시가 되었고 당대에는 말레이시아의 최대 도시라고 할 수는 없어도 정치적 위상만큼은 제1이었다.그런데 1972년 쿠알라룸푸르가 특별시로 떠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위협을 받았고, 싱가포르가 쫓겨난 것도 인종문제 때문인데 여기가 바로 그 다음의 대상이 되었으니 나름의 갈등이 생기는 건 어쩌면은 당연지사. 2015년 조지타운뿐 아니라 풀라우피낭 주 자체가 특별시로서 인정을 받았지만 얼마 안 된 이야기라 그런지 피낭 자체를 도시로 표기하는 지도들은 없다.[11]
두 지역간의 대립은 한국과 비교하자면 서울과 평양간의 대립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왜냐하면 두 지역이 그렇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 쿠알라룸푸르는 외국인들도 많이 유치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데 반해 풀라우피낭의 경우는 되려 외국인을 쫓아내려는 뻘짓들이 지속적으로 행해지면서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쪽에서 나름 개방적이고 높은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풀라우피낭을 "네오나치", "파쇼"라고 부를 정도.
게다가 인종문제도 엮여, 일부 말레이인 우익들은 "칭크들이 판치는 피낭은 당장 우리나라에서 나가라"라고 떠들어 대기도 한다. 뭐 한때는 싱가포르처럼 독립하기를 원했다는 얘기도 있으나 검증할 방법도 없고... 하지만 적어도 피낭 사람들은 독립을 원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4. 서부(직할시 2개 및 주 10개) vs 북동부(클란탄)
북동부에 고립되어 사실상 따로 노는 동네라고도 불리는 클란탄의 골수적인 성향에서 생긴 지역감정.1990년 이래 클란탄은 이슬람 근본주의 정당인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PAS)가 집권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정권을 내놓은 적이 없다. 이웃한 트렝가누만 해도 한때 집권한 적은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라고.
이 클란탄의 골수적인 성향은 타 지역에서도 눈엣가시로 간주되기도 하는데 사실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적용하기는 하나 클란탄은 상대적으로 그 범위가 넓다. 예를 들어 클란탄에서는 남녀가 줄을 따로 서야 하고, 같은 벤치에 앉을 수도 없으며, 여성의 권리가 다소 제약을 받는다. 타 지역에서는 이러지 않는다.
여하튼 이러한 골수적 성향이 떠오른 계기 중 하나가 바로 후두드. 굉장히 잔인한 처벌법으로 이슬람 내에서도 논쟁을 부르는 처벌인데 클란탄에서는 도입하려고 했으나... 연방정부가 거절하여 실패했다.
[1] 중국인 중심이라 싱가포르와도 비교되는 피낭도 무슬림이 대부분이다.[2] 브루나이가 말레이시아에 가입하려다 만 것도 이 때문이다.[3] 정확히는 브루나이계 말레이인으로, 서부의 말레이인들과는 문화적으로 같지만 엄연히 다른 민족이다.[4] 보르네오 지역 원주민은 계통적으로는 말레이인보다는 저 멀리 마다가스카르 쪽에 더 가깝다.[5] 참고로 사라왁은 나라 전체의 여당인 UMNO가 유일하게 진입하지 않은 지역이다. 물론 친여 성향의 정당이 존재하긴 하지만.[6] 근데 이건 대한민국에서도 흔하다.[7] 사라왁 방언은 마치 한국어의 제주도 방언처럼 표준어와 너무 차이가 나서, 외부인이 알아들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긴 하다. 대표적인 동부 방언을 보면, 말 끝에 'bah'를 붙이고, o가 u로 바뀌거나 e가 i로 바뀌는 현상이 일어난다. 반면 서부 방언의 경우는 단어를 끝내는 a나 ah가 e로 바뀌고, 'mahu'와 'cuba' 대신에 'nak'을 쓴다. 그리고 영어를 많이 섞어 써 인칭대명사는 걍 영어를 쓰고, 외부인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문법을 아주 망가뜨린 슬랭을 많이 사용한다. 본래 이는 동부 방언은 브루나이 방언에서, 서부 방언은 믈라카 방언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지만, 한국말로 따지면 동부 방언은 쉽게 말해서 남부 지방 방언이고, 서부 방언은 걍 북한말이다.[8] 반대로 중국계가 다수이고 말레이계가 최대 소수민족인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인들이 말레이계들에게 중국어를 쓰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9] 중국 홍콩의 영주권과 비슷함.[10] 남한이 생각하는 북한 정권과 같은 격.[11]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미 이전부터 피낭 자체를 하나의 도시로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