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 얼론 ジェットアローン | Jet Al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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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크로니클 소개 이미지 |
1. 개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등장 기체. 주로 'JA'로 줄여부른다. 비디오판 더빙에선 '용비호'로 로컬라이징됐다.일본 정부, 더 정확히는 전략자위대 주도로 건조한 대 사도용 이족보행병기로 개발은 민간 기업체인 일본 중화학 공업 공동체에서 맡았으며, 개발 책임자는 토키타 시로이다.
개발 시점은 불명이지만 보통 병기의 개발 및 건조에는 수년 이상이 소모되는데, 작중에서 건조가 완료되어 테스트를 시작한 시점이 초호기가 막 실전배치되어 사도 3체를 섬멸한 시점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급조품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의외로 에반게리온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시점에 개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 측에서도 첩보나 공식 루트를 통해 네르프의 대 사도 병기인 에반게리온에 대한 정보는 알고 있었기 때문. 이미 같은 용도의 병기를 네르프에서 건조중임에도 일본 정부 측에서 이러한 대 사도 병기를 중복적으로 개발한 이유는 정부와 네르프 사이의 알력 때문이었다.
네르프와 전략자위대 사이에서 대 사도 섬멸의 주도권을 둔 다툼이 당장 1화에서 나왔는데, 사키엘에게 전혀 효과가 없음에도 재래식 포탄과 N2폭뢰를 비롯한 온갖 병기를 전략자위대가 쏟아붓고, N2폭뢰마저 효과가 없자 전략자위대 장성들이 네르프 사령관인 이카리 겐도에게 그제서야 작전권을 이양했다.[1] 때문에 전략자위대는 눈엣가시인 네르프의 도움 없이도 사도를 자체적으로 섬멸할 수 있는 병기가 필요했을 것이며, 실제로도 전략자위대는 제트 얼론 이외에도 시작형 포지트론 라이플을 비롯해 다양한 대 사도 병기를 연구하고 건조해왔다.
하지만 전략자위대가 개발한 대 사도용 병기 대다수는 운용 조건이 터무니없는 수준이거나 완성도가 낮아 실전 배치 자체가 불가능한 결함품이어서 그냥 묵혀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네르프의 대 사도 병기인 에반게리온이 실전 배치되어 사도를 섬멸하는데 있어 그 유효성을 입증하자 조바심이 난 전략자위대는 대 사도 병기를 빠르게 실전배치하려고 했고, 그렇게 개발중이던 미완성품을 끌어와 어떻게든 완성시킨 것이 바로 제트 얼론이다.
2. 특징
- 에반게리온보다 약간 큰 크기의 이족보행형 병기이다.
- 외계생명체인 아담을 복제하여 제작한 인조인간에 장갑과 기계장치를 씌운 것인 에반게리온과 달리 무기물로 제작된 로봇, 즉 기계이며 작중 세계관의 평균치를 벗어나는 기술이 사용되지 않았다.
- 에바와 달리 파일럿이 타지 않고 외부 제어실에서 원격으로 조종한다.
- 원자력으로 움직이며 내부에 핵추진 항공모함에서 사용하는 원자로를 탑재하고 있다. 그래서 엄빌리컬 케이블이 없으면 5분 후 파워 다운을 일으키는 에바와 달리 150일 이상의 장시간 활동이 가능하다.
- 640TB+2048TB 용량의 메모리를 가지고 있다.[2]
- 등 뒤에 삐죽삐죽 튀어나온 부품들은 제어봉이다. 기체를 정지시킬 때 등 속으로 들어간다.
3. 작중 행적
3.1.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세기 에반게리온 7화에서 등장했다. 구 도쿄에서 열린 첫번째 시험기동 당일에 폭주해서 외부의 명령을 거부한 채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설상가상으로 내부 원자로가 노심용융을 일으켜 폭발할 위기에 처한다. 이에 시험기동에 참석한 카츠라기 미사토는 직접 제트 얼론 안에 들어가 원자로를 작동 중지시키기로 한다. 이카리 신지의 에반게리온 초호기가 제트 얼론을 뛰어서 따라잡아 미사토를 제트 얼론 안으로 들여보낸다. 미사토는 토키타 시로가 알려준 프로그램 전 삭제 코드[3]를 입력했지만 명령이 먹히지 않자 인력으로 연료봉을 도로 쑤셔넣으려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폭발하기 일보 직전에 갑자기 프로그램이 혼자서 복구되면서 폭주가 멈춘다.
그러나 미사토의 언급[4]과 겐도에게 보고하는 아카기 리츠코의 발언으로[5] 제트 얼론의 폭주는 경쟁자를 견제하려는 네르프의 음모였다는 게 드러난다. 제트 얼론을 리츠코가 일부러 해킹해서 제멋대로 동작하게 만들었다가 정지시켜서 자신들의 경쟁자가 될지도 모를 제트 얼론 프로젝트를 무마시킨 것이다.
작중에서 리츠코가 토키타와 설전을 벌일 때 AT 필드를 비롯해 네르프 측에서 파고들어갈만한 제트 얼론의 약점들을 그닥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는 AT 필드와 사도, 에반게리온이라는 존재 자체가 네르프의 최고 기밀이기 때문에 정보 유출을 막으려고 언급을 자제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육박 격투전이 벌어질 경우 원자로 동력원의 안전성을 지적하는 리츠코의 타당한 질문에 올바른 답변은 하지 않고 에바의 시간 제한 등 단순한 약점만 거론하며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토키타와 제대로 된 토론이 가능했을 리도 없지만. 그리고 리츠코가 관련 문서를 태워 버리면서 음산하게 웃는다던가, 제트 얼론에게 훼방질하려는 윗선의 계획을 이미 알고 있는 걸로 봐선 어차피 자기들 손에 치워질 놈들이니 더 언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준 것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다만 작중에서 토키타가 병기로써 에반게리온의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꽤나 정확하게 꼬집은 편이다. 파일럿에게 주는 부담과 정신 오염의 위험성, 원인 불명의 폭주, 막대한 수리비, 마지막으로 초법규적 조직으로서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네르프의 행태를 들었는데, 전부 맞는 말이긴 하다. 특히 폭주한 초호기의 흉흉한 모습이 찍힌 사진까지 들고 와서 제어할 수 없는 병기가 말이나 되느냐, 폭주의 원인조차 모르면서 이런 괴물을 제어하겠다는 게 말이 되냐는 등 전반적으로 비아냥대는 무례한 어조였지만 지적만은 정확했다. 하지만 정작 제트얼론도 따져보면 허점투성이 병기라는 것이 아이러니. 결국 토키타는 네르프의 손에 놀아난 것에 불과했다.
제트 얼론 에피소드는 여러모로 블랙 코미디적인 면모가 강한 에피소드다. 일본 정부의 높으신 분들이 실용성이 없는 이 거지같은 물건과 토키타를 뒤에서 슬쩍 밀어주려던 모습을 은연중에 보여주며 경직된 관료들의 권력 다툼, 자존심 싸움, 책임 전가 등을 풍자하고 있다.
3.2.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점상 등장해야 할 에반게리온: 파에서 전개가 대폭적으로 변경되면서 에피소드가 통째로 잘려나가서 등장하지 않았다. 원작의 제트 얼론 에피소드는 라미엘전 직후인데, 이걸 대입하면 시점상 파의 도입부에 등장해야 하지만 작품의 전개에 그닥 중요하지 않은 에피소드인 탓에 잘려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파의 도입부에 나온 에반게리온 가설 5호기와 제3사도의 교전은 일본 네르프의 공작으로 타 기관의 계획이 좌절된다는 전개라서 어느 정도 제트 얼론 에피소드가 반영되었다고 볼 여지가 존재한다.이렇듯 신극장판 세계관에선 제트 얼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추정되었는데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 초반 10분 선공개 영상에서 제트 얼론의 부품으로 추정되는 예비 파츠가 프랑스 파리 지부에서 발견되는 장면이 나왔다. 어쩌면 파~Q의 14년 사이에 제작되어서 운용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네르프 지부에서 발견된 것을 보아 네르프도 개발에 참여/운용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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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 2호기 컨셉 아트 |
이후 새롭게 공개된 에바 2호기의 디자인이 마치 제트 얼론의 장갑을 씌워놓은 형태라 제트 얼론의 부품으로 2호기를 수리한 것이 아닌가 추측되었는데 본편의 "신2호기 JA 리액터 기동"이라는 대사를 고려하면 확정적인 사실로 보인다.
3.3. 기타 미디어
- 코믹스판에서는 잘려서 등장하지 않는다.
- 이카리 신지 육성계획에선 한 컷 위풍당당하게 등장하는데 여기선 리츠코가 해킹을 안 해서 그런지 기동시험이 무사히 끝났다[6]는 신문기사와 해맑게 웃는 토카타 개발주임의 사진으로 등장하고 조바심을 느낀 인공진화연구소가 계획을 서두르는 계기가 된다. 몇 화 후 극중 영화에선[7] 최종병기로 나온다. 신지 왈 엄마가 보러 가지 않을 만 하다고... 그 와중에 몰두하면서 인상 깊게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보고 있는 레이와 소리지르면서 열광하며 밀덕심을 폭발시키는 켄스케는 덤.(...)
- 신세기 에반게리온 2에서는 전투형으로 업그레이드한 버전인 제트 얼론 카이가 나온다.
<nopad> 제트 얼론 改(개수형)컨셉 아트
주요 전투방식은 상반신을 회전시켜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는 것과 한손에 전류를 모아서 고압전류로 공격하는 것. 양산형 에반게리온들과의 싸움에서 네르프 측 에바들을 보조하며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의 성능을 지니고 있다. 다만 에바들처럼 전투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며, 에바들을 상대로 역시나 한계가 있었는지 결국 중간에 반파 상태가 되어 물러서게 된다.
- 에반게리온 ANIMA에서는 제트 얼론의 발전형인 4식 통합 병기 '아카시마(あかしま)'가 등장했다. 하지만 외견은 원본과 전혀 닮지 않았으며, 원본과는 달리 유인기로 나온다. 변형 기능과 비행 기능도 있어서 신지의 부러움을 샀다. 크기는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절반 정도로 소형화됐다. 동력원은 제트 얼론 改와 마찬가지로 N2 리액터지만 대량의 냉각수는 필요하지 않다.
4. 평가
4.1. 대 사도용 병기로서
작중에서 묘사되었던 대로 병기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실전에 투입되지도 못하고 폐기된 실패작이다. 사도전에 투입할만한 최소한의 성능치도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이며 애당초 설계사상부터 글러먹었다.우선 원자로 탑재를 문제로 들 수 있다. 제트 얼론만한 덩치의 거대로봇병기를 구동시킬 동력원으로 원자로 이외의 마땅한 방법이 없었을 수 있으나, 아무리 그래도 거대 괴수와 몸싸움을 벌여야 하는 병기에 방사능 누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원자로를 탑재하는 건 너무 위험한 선택으로 보인다. 차라리 핵폭탄을 날리면 방사능량이 적기라도 하지, 제트 얼론의 원자로가 손상된다면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때와 비슷한 초대형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작중에서도 제트 얼론 발표회장에서 리츠코가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8]
물론 방사능 유출 문제는 현실에서도 원자로를 탑재한 군함들이 버젓이 운용되는 걸 보면 감수 못할 문제까진 아니다. 게다가 작중 세계는 애시당초 세컨드 임팩트의 여파로 인한 국제정세 파탄으로 전면적 핵전쟁도 이미 일어난 세계라 거기에 원자로 하나가 터질 위험을 더 얹는 정도는 생각보다 사소한 일일 수 있다. 대 사도 전투는 패배하면 인류멸망으로 직행하므로 국소적인 방사능 누출은 후순위가 되기도 할 것이고 말이다. 추가로 작중의 발달한 기술력을 통해 현실보다 방사능 대책이 잘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방사능 오염을 100% 해결할 기술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제트 얼론의 작전 지역이 제한된다는 문제는 피할 수 없긴 하다. 작중 인류가 국소적인 방사능 오염을 받아들일만한 사고관을 가졌다고 해도, 그 국소적으로 오염될 장소가 제3신동경시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방사능을 무시할 수 있는 사도와 달리 인류는 방사능 오염 지대에서 활동이 심각하게 제약되므로 1순위로 방어해야 할 제3신동경시가 방사능으로 오염되는 사태는 감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 사도는 순식간에 제3신동경시 지척까지 접근하므로 제트 얼론을 무리 없이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은 극히 적을 수밖에 없다.
저만한 거대 병기가 150일 동안 무충전 상태로 운용 가능하단 점이 대단하긴 하지만 이건 애초에 대 사도 병기로서는 하등 쓸모없는 기능이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사도와의 전투는 길어봤자 한 시간을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에바와 사도의 싸움은 집단전이 아니라 개인전의 형태이고, 따라서 전쟁에서와 같이 전선을 형성하며 밀고 밀리면서 시간을 잡아먹는 게 아니라 결투처럼 단기전으로 흘러간다. 사도 측에서도 목표가 직관적인 데다 너무 오래 끌면 인간들이 수백 개의 N2 미사일로 공격하거나 자폭하는 등 죽기살기로 미친 짓을 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여타 괴수물처럼 민간에 난동을 부리는 대신 최단시간 내에 침입을 성공시키려 하는 관계로 더더욱 싸움이 길어질 이유가 없다.
장기간 무충전 운용 기능은 기지를 떠나서 상대를 습격할 기회를 노리는 잠수함 같은 은신 기습 병기에게나 필요한 기능이지, 정해진 고정 목표를 습격하는 적을 요격하는 데엔 불필요한 기능이다. 전략자위대 입장에선 인류 최강의 병기인 에반게리온의 단점으로 물어뜯을만한 게 5분 배터리 운용밖에 없어 그런 언론플레이를 한 걸로 보인다.
물론 에바의 가동 시간이 너무 짧은 건 사실이기에, 150일이라는 기간에 초점을 두지 말고 작전 중 파워 다운을 일으키는 문제가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추면 이 점은 분명 확실한 장점이다. 기존의 대 사도 병기인 에바의 짧은 가동 시간은 작중 몇 번이나 사도전에서 패배할 뻔한 치명적인 문제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다만 에바 역시 엄빌리컬 케이블이 있으면 외장 전원으로 계속 기동이 가능한 데다, 혹여 끊어지더라도 주 전장인 제3신동경시 곳곳에 예비용 충전소가 구비되어 있고 유사 시에는 지하로 도피해서 충전 후 재출격하면 되는 등 어느 정도 대책은 있기에 전력 문제만으로 제트 얼론의 효용성을 주장하기엔 손색이 있다. 아무 리스크라도 없으면 모를까 상술한 바와 같이 방사능 유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에바의 배터리 방식보다 무조건 낫다고 보긴 힘들다.
무엇보다 제트 얼론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도의 AT 필드에 대응할 수단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고 AT 필드를 두른 사도에게 통상병기로 유의미한 피해를 입힐 수 없다는 건 작중 내내 묘사되고 있다. 에반게리온은 사도처럼 AT 필드를 형성할 수 있기에 사도의 AT 필드를 침식·중화시켜서 무효화하는 것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지만, 제트 얼론은 그런 방법을 쓸 수 없어 순수하게 화력으로만 승부해야 한다.
작중의 통상병기 중 AT 필드 중화 없이 화력만으로 AT 필드를 뚫고 데미지를 준 것은 N2 폭탄과 포지트론 라이플뿐인데, N2 폭탄은 사키엘 전과 이스라펠 전에서 사도의 표피를 일부 소각하는 정도의 데미지밖에 못 줘서 시간을 버는 수준에 그쳤으며, 포지트론 라이플의 경우 라미엘 전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긴 했지만 일본의 모든 전력을 끌어와야 겨우 쓸 수 있는 물건이라 고작 원자로 하나 내장된 제트 얼론에 탑재할 수 있는 병기가 아니다. 억지로 운용하려면 매 전투 때마다 야시마 작전을 방불케 하는 일을 벌여야 할 텐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깨질 게 자명하고, 그렇게까지 하더라도 라미엘처럼 고정형 표적이 되어주는 사도는 극히 드물어서 휴대할 수도 없고 연사도 불가능한 포지트론 라이플은 대부분의 전투에선 제대로 쓰기 힘들다.[9]
공격만이 아닌 방어도 문제다. 순수 기계병기라서 AT 필드를 생성할 수 없는 제트 얼론은 그저 장갑만 믿고 사도의 공격을 받아내야 한다. 물론 에반게리온도 사도전에선 AT 필드가 중화되는 탓에 장갑으로 방어하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사도도 AT 필드로 방어하지 못하므로 동등한 조건 하에서 맷집 싸움을 벌일 수 있다. 이와 달리 제트 얼론이 사도와 싸우면 AT 필드를 중화시키지 못하므로 상대만 무적 치트를 쓰는 꼴이 난다. 심지어 사도는 AT 필드 외의 자체 공격력도 어마무시하므로[10] 제트 얼론의 장갑이 아무리 튼튼하더라도 사도전에선 일방적으로 고철 덩어리가 되고 말 것이다.
작중에서 제트 얼론의 개발자가 AT 필드에 대한 대책이 준비되어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긴 했는데 무슨 대책이었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현대의 핵무기조차 넘어서는 위력의 N2 폭탄도 가볍게 막는 AT 필드를 상대로 대체 어떤 수단이 의미를 가진다는 말인지... 1화에서 전략자위대가 사키엘에게 N2 지뢰를 썼다가 안 통했던 일이 언론통제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도에게 인류의 최종병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사회에 지나친 공포가 퍼질 수 있어서인지, 관료들이 서로 정보 공유를 안 하고 알력 다툼을 벌인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트 얼론 개발자의 태도는 아무리 봐도 AT 필드를 좀 강한 방어막 정도라고 대충 이해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확한 진상을 모른 채 그냥 입털기(...)부터 했거나, 장갑의 내구가 에바보다 위라는 것을 대책이랍시고 말했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한편 기동에 파일럿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점은 인도적으로 보이지만 원격 조종의 고질적인 문제인 해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사도는 물리공격을 주로 하지 전자전을 거는 경우는 없다시피 하기에[11] 단순히 사도와의 싸움만 보면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긴 하다. 하지만 다른 세력에 속한 인간들의 공작으로 쉽사리 무력화되거나 탈취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경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당장 코앞에 사도가 처들어오고 있는데 제트 얼론이 갑자기 해킹당해서 부팅도 안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도와의 싸움에서 지면 인류가 멸망하는데 누가 그런 짓을 하겠냐 싶겠지만 세상에 미친 놈은 많은 법이다. 사도 침공 상황은 아니긴 했지만, 실제로 작중에서 제트 얼론은 이 해킹 문제 때문에 폭망했다.
4.2. 이외의 가능성
에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여러모로 나사 빠진 거대로봇이라는 소재가 재밌어서 그런지, 팬덤에서는 만약 네르프가 제트 얼론을 입수한다면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이런저런 새로운 사용법을 상상해보기도 한다.제트 얼론의 전투력은 못 미더워도 일단 걷고 움직이는 건 잘하니 대량으로 양산해 에바용 팔레트 라이플이나 프로그레시브 나이프를 들려주고 사도의 시선을 끄는 역할을 시킨다거나, 포지트론 라이플을 들고 쏘는 이동식 포대 역할이라도 시키면 어느 정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AT 필드가 없는 만큼 귀찮게 하는 이상의 역할은 못하겠지만 에바 파일럿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준다면 충분히 쓸만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역시 예산. 제트 얼론의 성능이 낮다고 해서 단가까지 낮아보이진 않는다. 에반게리온 몇 대 굴리는 것도 허덕이는 작중 인류가 이런 거대로봇병기를 손쉽게 양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만약 제트 얼론 양산에 예산을 쓰느라 에바 쪽 예산이 줄어들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본말전도.
차라리 전투 기능은 아예 빼버리고 보급병처럼 운용하는 쪽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작중 에반게리온이 겪는 가장 큰 위기 중 하나가 전력을 공급받는 엄빌리컬 케이블이 절단되는 것인데, 아무리 제3신동경시 곳곳에 예비 케이블이 있다지만 급박한 전투상황에서 케이블을 교체할 여유가 없을 때가 많다. 이때 제트 얼론 같은 기동병기가 눈치껏 움직여 에바의 케이블을 교체해준다면 에바의 전투지속력은 엄청나게 높아질 것이다. 이외에 무장이나 탄약을 보급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말이다. 혹여 제3신동경시 외부에서 싸울 일이 생기면 기존과 같은 인프라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제트 얼론의 보급이 훨씬 유용할 것이다. 엄빌리컬 케이블을 제트 얼론에 내장된 원자로와 연결해 에바를 충전하는 것도 가능하고, 이러면 에바는 일종의 휴대용 배터리가 생긴 것처럼 여유롭게 싸울 수 있다.
신극장판에선 별도의 에반게리온 생산 시설이 없는 빌레 측에서 2호기가 상실한 신체 부위를 대체할 사이보그 파츠로서 운영되었는데, 준 사도 수준의 병기인 네르프 측 에바들과의 전투를 잘 견뎌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소 둔중할지언정 에반게리온 파츠로 사용될 정도로 기동성이 좋았으며, 문제의 원자로는 N2 리액터로 교체되어 피격 시 유폭 문제도 제한적이다.[12] 물론 어디까지나 본체인 에바 2호기가 발산한 AT 필드가 기반이 된 결과라는 걸 감안해야겠지만 이걸 보면 TV판에서도 그랬듯 기본적인 완력 자체는 에바에 크게 뒤지지 않고 내구도도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제트 얼론은 그 자체로는 대 사도전에서 쓸모가 없으나 신 2호기의 경우처럼 동체 일부를 에바의 신체 부위로 이식하는 식으로 활용한다면 유용해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신 2호기조차 각성 모드에 들어가자 제트 얼론 파츠를 떼어낸 걸 보면 상술한 방식의 운용 역시 통상적인 전투까지가 한계라고 볼 수 있다.
4.3. 기술적 관점
대 사도용 병기로서는 0점에 가까운 결함품이나, 로봇공학의 관점에서 보면 80m 크기의 수만톤짜리 이족보행형 로봇을 실전용으로 건조했다는 점에서 그 기술력만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역삼각형에 상체가 하체에 비해 앞쪽으로 튀어나와 있기까지 해서 무게중심을 잡기 매우 어려운 구조를 하고 있는데도 주행에 아무 지장이 없으며 초호기와 몸싸움을 벌여도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자세 제어력도 뛰어나다.내부 부품 내구력도 굉장한 편인데 설정에는 자세히 나와있지 않지만 마법 수준의 초기술이 투입되거나 에바 같은 생체병기가 아닌 이상 모터나 각종 실린더, 베어링 등의 전통적인 기계 장치들 위주로 기동될 터인데, 도쿄 즈음에서 아츠기까지 어디 부서진데 없이 잘 걸어간 거 보면 현실의 소재공학으로는 흉내도 못낼 기술력이다.
게다가 초호기가 이 녀석을 막는 데에 꽤나 힘을 썼던 걸 보면 파워도 제법 센 듯 하며 초호기가 붙들었음에도 어디 뜯겨나가거나 구겨지지도 않고 형체를 유지한 걸 보면 외부 장갑 내구도도 굉장한 편이다. 에바의 파워가 드롭킥 한방으로 사도를 도시 바깥의 산 너머로 날려버리거나, N2 폭탄에 직격당해도 1cm도 밀리지 않던 사도를 펀치 한방으로 나가떨어지게 할 정도인데[13] 이것과 거의 맞먹을 정도면 엄청난 수준이다. 물론 이는 원자로가 터질까봐 함부로 밀어붙일 수 없었던 것과, 제트 얼론 내부에 미사토가 탑승하고 있었기에 신지가 제트얼론을 상대로 함부로 힘을 쓸 수 없었다는 점이 크지만, 그래도 초호기의 힘으로도 간단히 멈춰세울 수는 없었단 이야기니 출력 자체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봐야 할 듯.
대 사도용 병기로서 원자로를 탑재하고 150일에 이르는 장시간 운용 능력을 선전하는 건 상술했듯 잘못된 설계사상이긴 하나, 사실 작중 기술력 수준을 생각하면 이 정도 병기를 운용할 수 있는 동력원은 원자로 이외의 대안 자체가 없었을 확률이 높다. 아무리 현실보다 기술 수준이 높은 에반게리온의 세계라 해도 대소멸 엔진이나 축퇴로를 굴릴 정도의 초SF급 문명까진 아니기 때문이다. 에바처럼 배터리 충전식으로 만드는 방안도 있긴 하나 그래서야 에바의 단점을 그대로 공유하는 데다, 에바의 진짜 동력이 충전한 전기가 아니라는 정황까지 고려하면[14] 내장 전원이 5분을 버티긴커녕 기동부터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를 고려하면 작중 인류가 외계의 존재에 의존하지 않고 인류의 순수한 기술력만으로 만들어낸 정수가 제트 얼론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작중 묘사된 내용만 보더라도 퍼시픽 림의 예거와 맞먹을 정도의 기술력으로, 나올 작품을 잘못 고른 비운의 병기인 셈.
5. 기타
- 영어로 'Jet Alone'인데, 무슨 이런 영어가 다 있나 싶겠지만 고지라 대 메가로에 나오는 제트 쟈가의 제트와 제트 쟈가의 원래 이름이었던 레드 얼론에서 앞뒤를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애초에 영어 구성을 고려한 작명은 아니었던 것. 참고로 red alone은 재즈 피아니스트 Red Garland의 솔로 앨범 이름이기도 하다.
- 상술했듯이 제트 재규어에게 이름을 따왔을 뿐만 아니라 채색에 사용된 색도 제트 재규어와 똑같다. 다만 이름과 색상 빼고는 디자인적 유사성은 거의 없다.[15] 제트 얼론과 달리 제트 쟈가는 엇비슷한 크기의 괴수를 머리 위로 들어 던지고 고지라 등 강력한 괴수들하고 어느 정도는 부대끼며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 2차 창작에서는 걸어다니는 원자력 발전소나 대인 광역제압병기로 쓰이는 걸로 나온 경우도 있다. 최고 압권은 마지막 전략자위대 침공 때 내보내서 전자파와 함께 본체에 탑재된 원자로 자체를 무기삼아 방사능 병기로서 전략자위대의 돌입을 원천 봉쇄해버리는 사용법이다. 방사능 오염 탓에 부수지도 못하고 쩔쩔매는데 진짜로 이렇게 했으면 엄청나게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물론 TV판의 제트 얼론은 애초에 네르프의 병기가 아니라 반대로 전략자위대의 병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제트 얼론이 침공 때 처들어왔으면 모를까 네르프가 운용한다는 가정은 현실성이 희박하다. 하지만 신극장판에서 네르프 지부에서 발굴된 것으로 보아, 네르프 쪽에서 에바의 빈 자리를 메꾸거나, 에바의 지원기 용도로 먼저 도입했을 가능성은 있다. 작중에서도 2호기의 대체 부품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 작중 초호기가 폭주하는 제트 얼론을 붙드는 장면은 인터넷상에서는 이미 죽어가는 장르나 컨텐츠에 새로 발을 들이려는 뉴비를 말리는 짤방으로 쓰이기도 한다.
[1] 이 갈등은 해소되지 않다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폭발하는데, 일본 정부의 사주를 받은 전략자위대의 사단이 네르프를 말그대로 몰살한다.[2] 과거의 작품이 미래의 발전을 예측하지 못해서 설정에서 수치를 지나치게 낮게 잡은 경우가 많은데(당장 본작의 포지트론 라이플만 해도 필요 전력량을 너무 낮게 잡았다.) 이쪽은 반대로 엄청나게 크게 잡았다. 다만 현대 사회에서 운용되는 데이터 용량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제트 얼론 같은 로봇이 개발될 때쯤이면 저 정도의 용량이 일개 병기에 탑재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3] '희망'으로, 토키타가 코드를 받기 위해 여러 공무원을 거쳐 받아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일본의 관료제를 풍자하는 장면이다.[4] "'희망'은 누군가에 의해 이미 인위적으로 준비되어 있었다."[5] 미사토의 행동 이외엔 전부 시나리오대로 진행됐다고 말한다. 리츠코는 제트 얼론의 사고와 관련된 시나리오를 거의 다 통보받았으므로 아마 제트 얼론의 해킹과 프로그램 복구 모두 그녀의 손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6] 정확히 말하면 폭주 위험에 처하기는 했다. 시설의 메인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서 셔터가 닫히고 이카리 유이가 통신으로 해결법을 알려줘서 신지와 레이가 환풍구 타고 제어실로 들어가 가동중지 패스워드를 입력하지만 사이렌이 울리면서 제트 얼론의 제어봉이 빠지고 만다. 엑스트라 왈"이대로 가면 다 녹아버릴 수...." 하지만 이카리 겐도가 나서서 "예전에 집에 있는 TV도 이런 식으로 고첬다"라며 컴퓨터를 한대 치는 미친 짓을 벌였는데 이게 정말 고쳐졌다.(...) 당연하지만 개그만화라서 가능한 행보.[7] 여담으로 그 영화 티켓에는 사키엘이 그려저 있다.[8] 물론 상큼하게 씹혔고 리츠코는 대기실로 돌아와서 배포된 관련 자료를 라이터 불로 태우는 걸로 격한 분노를 표출한다.[9] 라미엘 전에 쓰인 시작형 포지트론 라이플과는 달리 별도 설비 없이 운용 가능한 야전용 포지트론 라이플도 작중에서 나왔지만, 역시 위력은 떨어지는지 사도의 AT 필드를 뚫지 못했다. 해당 사도가 우주에 있었다는 악조건은 감안해야겠지만 솔직히 AT 필드의 절대적인 강도에 비하면 거리 차이로 인한 위력 감쇄는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기에, 라미엘의 최상위급 AT 필드를 단숨에 관통한 시작형 포지트론 라이플보다 한참 아랫급의 병기인 건 맞아 보인다. 그러므로 제트 얼론이 이걸 사용한다고 해서 사도에게 유효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10] 당장 작중에 나온 사도들을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사키엘은 떡장갑으로 유명한 초호기의 머리를 관통했고, 샴셸은 채찍질 딱 한번으로 장갑이 떡칠된 제3신동경시의 건물을 양단한 바가 있다. 라미엘은 뭐 말할 필요도 없고, 가기엘은 약간 특수한 환경이었으니 논외. 이스라펠은 내구도는 다른 사도들보다 딸리는 편이지만 이를 보완해줄 재생능력이 있기에 에바한테도 까다로운 상대였다. 게다가 이스라펠도 눈에서 빔 공격과 강철판을 찢어버릴 수 있는 강력한 신체능력을 지니고 있다. 산달폰은 용암 속에 틀어박혀 있었으니 가기엘과 마찬가지로 논외라 할 수 있겠고, 막말로 사도도 아니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최약체인 마트리엘도 인류 최대의 요새인 지오 프론트의 장갑판과 에바의 장갑을 녹이는 산성액을 발산하는 능력이 있다. 직격하면 네르프 본부가 통째로 날아간다는 사하퀴엘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이로울은 좀 특수한 방식의 공격이었으니(애초에 에바를 이용해 격퇴하지 않은 특수 케이스) 논외. 레리엘은 디랙의 바다로 흡수한다는 방어력이 의미없는 공격방식을 지니고 있었고(네르프 본부에서 대놓고 "얘 잡을 방법 못 찾음!" 선언을 내린 케이스다. 물론 폭주한 초호기가 씹고 잡았지만.) 바르디엘은 그냥 금속덩어리인 제트 얼론이 침식을 버틸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제르엘은 휴지팔로 에바의 몸뚱아리를 두부처럼 썰어대는데 제트 얼론의 장갑이 에바보다 두껍더라도 큰 차이가 날 정도로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나마 아라엘을 상대론 무인기라서 정신 공격이 안 통한다는 장점이 있다. 아르미사엘은 TVA에서는 무생물과 융합이 가능한지 묘사되지 않아 애매하지만 코믹스에선 듀얼 소우와 융합한 바 있어 결국 침식공격은 못 버틸 듯하다. 타브리스는 본체가 약해서 할만해 보이지만 AT 필드가 넘사벽이라 제트 얼론이 무슨 짓을 해도 생채기조차 낼 수 없으며 타브리스가 가볍게 AT 필드를 투척하는 것만으로 폭발사산할 것이다.[11] 이런 방식의 공격을 한 건 이로울이 유일했다. 그리고 이로울도 본부에 먼저 물리적으로 침투한 다음 해킹을 시도했지 아예 원격으로만 해킹을 시도하진 않았다.[12] AAA 분더의 N2 리액터 피격 시 유폭은 그 크기에 비해 상당히 작았고, 무엇보다 N2(Non - Nuclear) 체계인 만큼 방사능 유출 문제가 없다.[13] 물론 AT 필드에 화력이 다 깎이는 통상병기와 달리 에바는 AT필드 무력화가 가능하기에 통상병기와 에바의 물리력을 곧이곧대로 비교할 순 없다.[14] 에바가 충전한 전기를 주 동력으로 삼는다면 폭주 시 전력고갈 상태에서도 움직이는 걸 넘어 오히려 더 강해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15] 그나마 비슷한 게 있다면 웃는 입 모양을 연상케 하는 얼굴 정도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