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홍염의 성좌의 등장인물.2. 설명
대부호의 살비에 마델로의 외동딸로 빼어난 미모를 지닌 오페라 여가수.2.1. 작중 행적
수도 브란 카스톨에서 용모뿐 아니라 마음씨도 천사 같이 곱고 "천사의 목소리"를 가졌다고 말해지는 인기 절정의 프리마 돈나이다. 여주인공 로웨나 그린의 소꿉 친구이자 베스트 프렌드... 이긴 한데 초기분의 텍스트를 보면 아주 친하게 생각하지는 않아보이는 듯한 서술이 있다. 하지만 유릭에게 츤츤대는 모습을 보면 에닌에게 시큰둥한 것도 어느 정도는 로웨나의 반골 기질 때문일수도 있으나 불명.[1]정확히 말하자면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데다 부잣집 딸이라 좋은 말만 듣고 좋은 대접만 받고 살면서 불행을 겪은 적이 없다 보니 세상 일이 모두 아름답게 보이고 세상 사람들을 모두 선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무명 여가수로 벌이도 시원찮은 형편에 병든 어머니 모시고 사느라 등골이 휘는데다 친아버지인 그레이브 경과 그 부인에게 온갖 험담과 모욕을 당하고 사교계에서는 악의어린 소문에 시달리는 로웨나의 처지를 고려해주지 못한다. 게다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놀라운 능력까지 겸비. 알렉산더의 성에서 아버지에게 모욕을 당하고 돌아온 로웨나에게 다음날 찾아와서는 '네가 아버지 싫어하는 건 알지만 가족들 사이에 용서 못할 일이 어디 있니' '그레이브 부인도 좋은 분인데 네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서로 마음을 열고 사랑하면 세상은 좀더 행복해질 거야' 등등 로웨나 입장에서는 복장 터지는 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러나 악의가 없다는 것은 로웨나도 알고 있고 뭐든지 좋게만 보는 그녀의 성격에 익숙하기 때문에 대놓고 화내지는 않고 '그래 네가 그렇다니 노력해 볼게'라고 적당히 둘러대고 돌려보냈다. 이런 그녀에 대한 로웨나의 평가는 "쟤는 내일 세계가 멸망한다고 하면 '우리 모두 우리의 죄를 사하여 달라고 함께 기도합시다.'라고 말할 아이야. 뭐,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2]
학창 시절 집안이 파산했을 때 빚을 갚아준 알렉산더 란슬로 백작을 흠모하고 있다. 백작 역시 에닌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고 선물도 안겨주는 등 에닌에게 잘해 주었기 때문에 에닌은 백작 역시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알렉산더 란슬로 항목에서 알 수 있듯 백작은 전혀 그렇지 않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녀를 이용했을 뿐이다.
노래도 잘하긴 하지만 지나치게 원 패턴에 곱기만 한 목소리라 듣다보면 좀 심심한 구석이 있다고 한다. 작중에서 평가되는 바로는 무대에 올라간 뒤로 5분간은 최고. 그 뒤로는...
그 원인은 역시 연기력 부족. 로웨나가 대역을 한 바티스타를 본 관객들 앞에서 다시 그녀가 바티스타를 공연했을 때의 반응이 시원찮았던 이유가 이것이다[3]. 화려한 데다 풍부한 로웨나의 연기에 비해 고운 음색만 내세우는 에닌의 연기는 지나치게 심심했던 것. 지나치게 이른 나이에 스타가 되었고 그 때문에 스타일이 하나로 고정되어 버린데다, 아버지가 싸고도는 바람에 경험치가 안 쌓여 연기력이 도무지 늘지를 않는다고 한다. 고정적인 클래식 레퍼토리에서는 항상 히트를 치지만 그 외에는 그닥인 모양. 그러나 어떻게든 딸을 띄워주고 싶은 살비에 마델로의 자식 사랑(...)덕에 그녀의 스타일에 안 맞는 공연은 라인업에서 빼서라도 반드시 그녀만을 주연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 카스틸리야 오페라 극장 운영주 트래비스 카트슨의 두통거리이다.
그래도 그녀의 노래 실력은 확실한 진품. 5분 뒤에는 곧바로 지루해지지만,그래도 그 5분간은 최고의 노래를 들려준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그녀의 미모와 부, 그리고 극장의 대주주인 살비에 마델로의 딸이라는 것 때문에 실력이 평가 절하되고 있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 로웨나가 본 바로는 노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뒤에서는 피터지도록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적당한 재능과 더불어 꽤나 노력가인듯. 트래비스 카트슨의 평가는 '누구나 아는 것을 가장 아름답게 부른다'. 또한 로웨나가 강렬하고 압도적인 목소리라면 에닌은 구슬프고 애절한 목소리[4]가 장점. 카스조 극단의 레오노라 카스조가 로웨나는 아직 덜 다듬어진 상태라 이야기하는걸 보면, 로웨나와 비교되던 에닌은 연기력은 떨어져도 노래 자체는 이미 완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아버지 살비에 마델로가 싸고돌지 않았다면 연기력을 더 키우고 인생의 경험을 쌓으면서 로웨나 같은 개성파와는 다른 모범적인 명가수가 될 자질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너무 온실속에 자란 바람에 역풍을 맞으면 멘탈도 쉽게 무너지고[5] 행동에 깊이감이 없는 것이 단점.
처음에는 철없고 순진한 탓에 답답하긴 해도 근본은 선량하고 친절한 아가씨였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점점 눈치 없는 행동과 악의 없는 민폐가 늘어나고 착하다는 성격도 자체적인 자기합리화를 동반한 착각과 둔감함이 어우러져 나타난 대외적 모습으로 묘사되게 된다. 자신의 오해로[6] 아자렛 랜든 부인에게 모욕을 주고는 나중에 오해였다는 것이 밝혀지자 어느새 '난 잘못 없는데 로웨나가 오해를 하는 바람에 랜든 부인이 모욕을 당했다'고 자기 합리화를 마치고는 아자렛 아주머니에게 사과했냐고 물어보려는 로웨나에게 되려 '아자렛 부인에게는 아직 사과 안 했니?'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그 예. 게다가 그런 오해를 조장한 것이 클로디유라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클로디유가 알렉산더 백작에게 접근하는 것도 흑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친구로 지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전자는 몰라도 후자는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본인만 모른다.
거기다 로웨나가 아직도 미하일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서 로웨나 앞에서 미하일에게 '옛날 로웨나가 나한테 너랑 사귀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더라'란 이야기를 해버리고, 그 소동이 커져서 황색언론에 '친구의 남자를 빼앗은 요녀', '실은 남자를 밝히는 내숭덩어리' 등등 온갖 스캔들에 시달리게 되자[7] 로웨나가 의도적으로 자길 나쁜 년으로 만드는 소문을 낸다고 생각하고 그녀를 원망하기도 한다.
이런 면은 알렉산더 란슬로 백작과 그 양딸 블랑쉐와 교제하면서 블랑쉐에 의해 어느 정도 유도된 부분도 있긴 하다. 로웨나도 '전에는 눈치없긴 해도 이렇게 사람을 상처 주는 아이는 아니었다.'고 이야기했고. 사실 에닌이 친 가장 큰 사고는 파난 공연에서 빈민가로 나갔다가 납치되어 반군의 인질이 된 일인데, 이것도 블랑쉐가 아양을 떨며 나가보자고 조른 탓이다. 위의 사건에서 로웨나가 자기를 모함한다고 오해한 일도 블랑쉐가 바람을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외에 아자렛 랜든 부인과 알렉산더 란슬로 백작의 사이를 오해하고 아자렛에게 이에 대해 따진 것도 클로디유 데지레의 공작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원래 성격이 순진하고 사람을 잘 믿다 보니 주변의 악의 넘치는 인물들에게 잘도 이용 당하고 있다.[8] 그리고 그에 비례해 로웨나의 마음 고생 몸 고생도 늘어난다.[9] 어느새 곁에 있는 로웨나는 왠지 에닌의 하녀나 장신구 비슷하게 취급되어 에닌이 친 사고의 뒷수습을 하거나, 변명을 해주고 있다.
아버지가 니콜라스 추기경의 심복으로서 저지른 부정에 대한 문서를 자신이 직접 찾아내 유릭 크로반에게 넘겼다.[10] 그 결과 아버지가 범죄자로 쫓기게 되면서 니콜라스 추기경에게 타격을 주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마델로 집안은 완전히 몰락하게 된다. 사실 서류를 넘긴 직후까지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주변의 칭찬과 레반투스 대공의 치하를 받자 자신을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않고 정의를 실천한 선량한 소녀'로 생각하고 꿈을 꾸는 기분에 빠져 있었으나 공연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빚쟁이들이 돈 될 만한 건 전부 쓸어가 쑥대밭이 된 저택을 보고는 현실을 깨닫고 망연자실한다. 그러다 이내 알렉산더 란슬로 백작을 떠올리고 그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지만 애초에 에닌을 복수의 도구로 이용할 생각뿐이었던 백작이 그녀를 도울 리 없다. '착한 일을 했잖아요. 그러면 보답을 받는 거잖아요.'라며 도움을 청하지만 백작이 '보답을 바라고 착한 일은 한 건 아니잖니? 원래 어른이 착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따른단다. 너는 자신의 선택으로 선행을 했으니 이제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버텨라'라는 말로 그녀의 요청을 거절하자 몹시 충격을 받는다.
"제가 가난하고 비참하게 살아도 상관없나요? 저를 사랑하지 않으세요?"
"전혀."
"전혀."
거기다 백작의 양녀 블랑쉐에게 '네가 백작님께 말 좀 해주렴. 너 날 좋아하지 않니?'라고 부탁했다가 '아뇨. 전 언니를 정말 싫어해요.'라는 말을 듣고 재기불능의 상태가 된다. 블랑쉐와 백작입장에서는 에닌을 좋아할 이유가 전혀 없다. 목소리나 외모에 흔들릴 사람(?)들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살비에 마델로라는 것이 가장 큰 단점. 오히려 이들에게 에닌이란 살비에가 그토록 사랑하는 딸이라는, 즉 살비에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도구로서의 가치밖에 없었다.[11]
자신이 호감이 있었고 그들도 자신에게 호의가 있다고 한치의 의심 없이 믿었던 인물들이 자신의 불행에 대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동정조차 보여주지 않는데다, 도움을 요청해도 '내가 그럴 이유가 없잖아?'라며 거절하고, 블랑쉐에 이르러서는 사실 그녀를 싫어하지만 일부러 호의를 가장한 것이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이 시점에서 그녀의 정신은 절찬리 붕괴 중. 너덜너덜한 정신상태로 집으로 돌아와 그래도 마지막까지 곁에 있겠다고 한 친구 로웨나 그린에게 위로를 듣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닌은 끝까지 자존심을 앞세우며 로웨나를 인정하지 않고 '난 이제 너처럼 가난하고 비참하게 살아야 한다. 너처럼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라는 독설을 퍼붓고는 탑에서 몸을 던져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에 로웨나는 에닌이 죽고 나자 '늙어죽을 때까지 옆에 있어줄 줄 알았다.' 며 안타까워했다.
2.2. 평가
세상 물정 모르는 지나치게 철없고 순진한 성격과 착한 심성과 별개로 로웨나와 관련한 부분에서 발휘되는 쓸데없이 높은 독선과 자존심, 거기에 비롯된 악의 없는 민폐들 때문에 이 소설에서 가장 (특히 로웨나의 팬들 입장에선) 짜증과 불만을 유발하지만 동시에 가장 비참한 말로를 맞이한 불쌍한 인물.부잣집 딸 특유의 가식과 위선이 없는, 말 그대로 착하고 순수한 심성과 빼어난 미모를 지닌 아가씨지만 그에 비해 현실 감각이나 눈치가 지나치게 없고, 남에게 휩쓸리기 쉬운 성격이었던 것이 최대 단점으로, 이 단점을 고스란히 다 가진 채로 온갖 암투와 음모가 넘쳐나는 홍염의 성좌에 등장한 게 문제였다. 원래부터 아버지의 과잉 보호로 인해 과하게 온실 속 화초 같은, 즉 상황 판단이 느린 데다, 좋게 보면 착하고, 나쁘게 말하면 이기적인,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믿고 주변의 조언은 다 무시해버리는 철딱서니 없는 어린 아이 같은 면이 있었다.
제대로 컸다면 이럭저럭 선한 면을 간직한 처녀로서 아자렛 랜든, 혹은 어머니처럼 살짝 모자라도 착하고 온화한 여성으로 클 수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것만 시켜주며 온실 속의 화초처럼 그녀를 오냐오냐 키운 아버지 살비에 마델로가 알렉산더 란슬로 백작과 엮이며 제대로 인생을 망치고 자살했다. 사실 에닌이 작중에 겪은 고난 중 절반 가량은 아버지의 죄를 대속한 것이라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점. 아버지의 비밀 문서를 그토록 생각없이 넘긴 것도 아버지가 더 이상 미움받지 않길 바랐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동시에 아버지의 죄를 자신이 짊어지는 것이 억울하다는 뉘앙스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아버지를 잘못 만나 불쌍하다기 보기엔 어려운게 에닌에게는 로웨나의 충고와 조언을 조금이나마 귀를 기울였다면 피할 수 있었던 고난들이 매우 많았다는 점. 로웨나의 조언을 무시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대처했더라면 아버지의 고난과는 별개로 그럭저럭 괜찮은 결말을 맞았을테지만, 로웨나 관련으로 유독 불필요한 자존심과 고집을 부려가며 그가 해주는 말들을 한 귀로 듣고 흘러넘기는 과오만 반복하고 사태만 악화시켰다.
물론 클로디유 데지레나 블랑쉐의 영향이 없다곤 할 순 없지만 기본적으로 로웨나를 가난한 평민이라고 은근슬쩍 무시하고, 자기보다 아래로 보며 하대하는 마음이 내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순간까지 로웨나를 무시한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지 않고 끝까지 인정하지 않은 채 "난 너처럼 가난하게 살기 싫다."며 로웨나를 우회적으로 가난한 계집애라고 비난하고 자살하는 등, 에닌 개인의 실책과 잘못도 만만치 않게 크다. 에닌이 억울하게 죽은 것 자체는 당연히 살비에 마델로와 그녀를 도구로 이용하고 몰락시킨 알렉산더 백작을 비롯한 주변 원수들의 죄지만, 끝까지 자길 배신하지 않고 곁에 남아준 유일한 친구인 로웨나가 내민 마지막 구원의 손길마저 뿌리치고 자살한 것은 엄연히 에닌 본인의 선택이다.
결과적으로 나쁜 의미로든 좋은 의미로든 그릇된 아버지의 과도한 애정이라는 잘못된 육아방식 탓에 남들 다 성장할 때 어린아이다운 순수함과 옹졸함을 버리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피터 팬의 비틀린 패러디와 같은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그녀를 지켜주던 아버지가 파멸하고 그녀 스스로가 성장해야할 때 그 성장을 거부하고 영원한 아이로 남기로 선택해버린 것까지 그러하다.
3. 개정판
구판에서는 '기본적으로는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지만 싸고도는 아버지 탓에 현실 감각이 심하게 떨어지는데다, 귀도 얇고 멘탈도 아주 약한 아가씨' 정도였다면, 개정판에서의 에닌은 보다 악의적인 면이 있다. 모든 상황을 극단적일 정도로 자기 좋을대로만 해석해 받아들이는 데다가, 가장 큰 문제는 에닌 자신은 '주인공'이고 주변 모든 사람은 다 '조연' 혹은 자신의 상대역 정도로 생각점한다는 점이다.[12] 특히 그중에서도 가난한데다가 아버지에게도 버림받은 로웨나는 자신을 빛내주는 조연이라고 생각할 뿐 동등한 친구 관계로 여기지 않는다.[13][14]물론 에닌의 성격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물론 그 전에도 눈치는 많이 없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친절한 성격이었다.[15] 다만 이 '친절한 성격'이라는 것도 애초에 미묘한 부분이 있는게, 로웨나에 따르면 에닌은 사랑을 받는건 당연해도 사랑을 주는 법은 잘 모르는 타입이다. 그렇다보니 에닌의 친절은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기 기준'으로 하는 것이어서 항상 상황과 미묘하게 비껴나갔다.[16] 또한 에닌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흉내내곤 했는데, 에닌의 많은 행동들은 유명인사 또는 연극이나 책 속 인물들의 행동을 피상적으로 배낀 것 뿐이었다. 에닌의 친절이 바로 그런 맥락으로, 그녀의 친절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위한 것이라기 보단 '친절한 자신'에 초점이 맞춰져있고, 상대방은 그저 그녀의 상대역 혹은 조연에 불과할 뿐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아버지 살비에 마델로가 망할뻔 하여 빚쟁이들이 음악원 기숙사까지 쳐들어와 옷가지까지 쓸어간 상황에서 알렉산더 란슬로 백작이 기적처럼 나타나 아버지의 사업적 고난을 해결해 주자 그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그 사건 이후 에닌은 그때의 고난은 자신이 '주인공'이기에 겪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자신은 주인공이기에 다시 고난에 처하더라도 언제든 운명처럼 '왕자님'이 나타나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 믿게 되었다.
워낙 어화둥둥 자라서인지 이기적인 면이 있다. 그리고 그 이기적인 면은 예의 '모든것을 자기 좋을대로만 해석하는' 극강의 자기합리화와 합쳐져 자주 로웨나의 복장을 터지게 만들곤 했다. 클로디유 데지레와 어울리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아자렛 랜든을 알렉산더 란슬로 백작에게 꼬리치는 여우 취급을 하질 않나, 블랑쉐의 꼬드김에 넘어가 아직도 반란 도당이 설쳐대는 파난의 빈민가를 비싼 옷을 둘둘 두르고 오밤중에 쏘다녀 납치를 당하거나, (우연히 지나가던 이 사람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로웨나까지 위험해질 뻔 했다.) 그렇게 친 사고를 수습하느라 진땀 뺀 로웨나를 '무대'를 갈취하기 위해 에닌을 공격하는 나쁜애로 몰아가질 않나, 같은 오페라단 직원들 앞에서 로웨나의 치부를 망설임 없이 공개해버리기까지 로웨나 한정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게 바로 에닌이다. 오죽하면 유릭 크로반마저 로웨나가 에닌과 엮이면 그다지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정도.
또한 신분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 살비에 마델로의 부는 제국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힐 수준이지만, 그의 신분은 평민이다. 에닌 역시 오페라 가수로서 사랑받고 있긴 하지만 막상 평민이라는 신분 탓에 귀족들에게는 배척받고 있었다. 그러한 지점에서 에닌을 더욱 자극한것이 '황실 극장' 공연과 그 공연이 성사되도록 추천해준 동부의 귀족 코지마 쿤드리와 명실상부 서부의 여왕 레반투스 대공의 존재였다. 그녀는 단순히 돈많고 예쁜 오페라 가수를 벗어나 '귀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17] 추측이지만 로웨나에게 알게 모르게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부분 때문인것으로 보인다. 가난한데다 아버지에게도 버림받고, 어머니마저 미쳐버렸다고 내심 무시하고 있는 로웨나의 아버지가 명목상이라도 '후작'인것 역시 그녀를 자극하는 포인트였을 것이다.[18]
게다가 그런 컴플렉스와 더불어 후반부에 가서는 블랑쉐의 꼬득임에 넘어가 로웨나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19] 사실상 거의 피해망상 수준이다. 거기다 이전부터 은근히 로웨나를 무시해 왔던 것이 합쳐져 결국 살비에 마델로가 몰락 한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닌을 도우려는 로웨나에게 막말을 퍼붓고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구판에 비해 초반부터 자신이 필요할때만 로웨나를 찾는 묘사가 늘어나고, 자기 중심적인 모습이 더욱 강조된데다, 구판에서는 복수를 위해 에닌을 이용하는 것이 꽤나 노골적이었던 알렉산더 란슬로 백작이 개정판에서는 비교적 조심스럽게 상황을 다루고 있어 에닌의 극단적인 모습이 더욱 눈에 띄게 되었다. 물론 에닌의 최후가 본인의 나쁜 점에 비해 아버지의 죄가 엮여 과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 건 사실이지만, 에닌의 행적을 보면 어느정도는 자업자득에 가깝다.
4. 기타
- 목소리 자체는 곱지만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 다에의 라이벌 칼롯타 기우디첼리에게서 모티프를 따온 듯 하다. 단, 여왕처럼 화려한 음색은 로웨나에게, 크리스틴의 맑고 순수한 음색은 에닌에게 교차되어 녹아들었다.
[1] 사실 에닌에게 제대로 된 친구는 로웨나 하나 뿐이라는 언급도 있다. 반면 로웨나는 극단에서도 추종자가 꽤 많은 편.[2]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룸메이트 미하일은 로웨나에게 "그리고 넌 '어차피 다 죽을 텐데 호들갑 떨 필요 있어?'라고 말할 위인이지. 그리고 그건 나쁜 거다."라고 말했다. 완전히 정반대인 두 사람이 가장 친한 친구인 걸 불가사의로 여기는 모양.[3] 초연 당시에도 관객석에서는 에닌이 누구랑 결혼할까 등 공연과 무관한 잡담들이 오갔다. 그나마 카바냐 코로뉴 한 명이 좋아죽으려 했지만 카바냐는 원래 오페라광이라...[4] 에닌의 노래를 도와주던 로웨나의 반응이나, 바티스타 공연 후 이안 블로드의 평가에서 공통적으로 구슬프다는 표현이 나온다.[5] 이안 블로드의 혹평을 듣자 멘붕해서 몇시간 동안 끙끙 앓다가 로웨나에게 연습을 도와줄 것을 부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나 이후나 로웨나가 오히려 이안을 찍어누르는 것과는 극과 극.[6] 이것은 클로디유 데지레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유도한 면도 있다.[7] 안타깝지만 언론이 이렇게 극살스러운 이유는 에닌 본인 문제보다도 살비에의 딸이기 때문이었다. '남의 인생 등쳐먹으며 뽑아낸 돈으로 키운 딸' 포지션이라 언론이 물어뜯기 좋은 먹이인 것.[8]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말엔 잘도 넘어가면서 정작 가장 친한 친구라는 로웨나의 말은 안 믿어주는 점이 그녀의 민폐.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그녀의 성격 탓인 것 같다. 스캔들 사건에서 블랑쉐의 말을 믿은 것도 블랑쉐는 '에니 언니는 아무 잘못 없고 로웨나 양이 나빠요'라고 말해준 반면 로웨나는 '그날 네가 잘못한 게 맞긴 하잖아'라고 말했기 때문.[9] 빈민가에서 납치되었을 때는 로웨나 역시 덩달아 봉변당할 뻔하고, 간신히 도망치니 이번에는 시녀 노릇하라고 끌려간다. 게다가 아자렛 부인에게 쳐들어갔을 때는 뒤따라가 말리느라 진땀을 뺐고 결국에는 정신 차리라고 뺨까지 쳐야했다.[10] 이러한 상황을 만든것 역시 블랑쉐.[11] 물론 에닌과 마찬가지로 로웨나의 아버지 역시 그의 원수인 토마스 그레이브 경이지만, 그는 로웨나를 버린 딸로 생각하고 있고 어머니 밀드레드가 (사심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어쨌든 백작을 구하려고 했던 것, 그리고 코지마 쿤드리가 그녀의 후원자가 된 것 등으로 인해 로웨나는 복수에서 제외. 백작이 에닌과 달리 로웨나의 성격에 호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12] 알렉산더 란슬로는 주인공인 자신을 구하러 오는 '왕자님'이라고 생각한다.[13] 로웨나와는 어린시절 마그레노에서 살던 시절의 친구로 로웨나와 에닌이 마그레노를 떠나며 큰 접점없이 살다 황실 설립 음악원 성악부의 학생으로 다시 만나 다시 친해진 사이이다.[14] 알렉산더 란슬로 백작과 로웨나에 관한 이야기 나누던 중 백작이 로웨나에 대해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자 말도 안 된다는 듯 반응했다.[15] 일례로 로웨나가 졸업 축하 파티에 입을 드레스가 없어 고민하자 선뜻 자신의 드레스를 선물로 주었다. 문제는 그 드레스가 에닌이 며칠전 꽤나 유명한 자리에서 입은 것이라 학교 학생들이 다 '에닌의 드레스'라는 점을 알고있다는 점이었지만. 배려심이 좀 (많이) 없었을 뿐 그래도 의도 자체는 친절이었다.[16] 로웨나를 향한 에닌의 친절이 다 이런식이었다. 자신이 입던 드레스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준다거나, 가난한 로웨나의 사정을 모두 앞에서 거론하며 연극표 같은것을 주는 등.[17] 제국에서 가장 쓸모없고 화려하기만한 존재인 '황후'와 '황태자'를 '귀한 사람'이라며 동경하는 것만 봐도...[18] 로웨나의 친권이 어머니에게 있고, 로웨나는 그레이브 경을 전혀(!) 아버지로도 가족으로도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에닌은 보고 싶은것만 보고, 듣고 싶은것만 듣는다. 홀라그로 성에서 그레이브에게 모욕을 당한 로웨나에게 '그래도 가족인데' 같은 소리를 하는 에닌이니...[19] 헨리 카밀턴의 후원회 공연도, 파난 섬에서의 대타 공연도 모두 로웨나가 자리를 탐내 벌인 일이라 여기고 있다. 심지어 로웨나에게 너는 내 옆의 조연에 불과한데 왜 주연인 자신의 자리를 탐내려 하냐는 식으로 천연덕스럽게 묻기까지 하며 진심으로 로웨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