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턴테이블리즘 용어. 턴테이블 위에서 돌아가는 바이닐 레코드를 "긁어서" 소리를 내는 기법이다. 스크래치를 하면, 빠르게 회전하는 레코드를 바늘이 읽어서 긁은 속도와 구간, 샘플에 따라 빠르게 재생/역재생한 소리가 나게 된다. 2개의 턴테이블을 사용하면서 한 쪽에서 비트를 루프시킨 뒤 악기를 연주하듯이 바른손으로 스크래치하는 것이 기본 테크닉.
돌아가는 레코드를 긁었을 때 나오는 소음을 음악에 활용해야겠다는 발상을 떠올림으로써 스크래치를 "발명"한 창시자는 그랜드마스터 플래시의 제자이기도 한 그랜드 위저드 시어도어(Grand Wizzard Theodore). 본인에 따르자면 어릴 적 집에서 큰 소리로 음악을 틀다가 어머니가 "소리 좀 줄이라고!" 해서 엉겁결에 손으로 LP판을 손으로 잡아 멈췄는데, 그때 난 소음을 듣고 "어? 이거 재밌는데?" 싶었던게 스크래치가 발명된 전설적인 계기라고 한다.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인 스크래치도 이 기술명에서 가져왔다.
2. 기법
스크래칭은 기본적으로 판을 손으로 조작하는 것과 믹서의 크로스페이더 등을 통해 음량을 조절하는 것을 통해 이뤄진다. 이런 조작들을 조합함으로써 스크래칭 기법들이 형성된다. 그 명칭은 다들 사람마다 미묘하게 다르게 부르긴 하지만, 다음과 같은 기법들은 턴테이블리스트라고 한다면 반드시 숙달해야할 할 대표적인 예시들에 해당한다페이더를 쓰지 않는 기초적인 기법들은 다음과 같다.
- Baby Scratch[1]
- Scribble
- Tear
- Drop
페이더를 쓰지 않으므로 그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달인들은 이런 제한 따위는 가뿐하게 뛰어넘는 묘기를 보여주고는 한다/.
Qbert가 페이더를 쓰지 않고 스크래치에 도전 |
페이더를 쓰는 기본적인 기법들은 다음과 같다
- Stab
- Chirp
- Transformer
- Flare
- Crab
이런 다양한 스크래치 기법 등을 활용하여 여러 방식으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병기된 명칭은 딱히 확립된 용어들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플레이 스타일은 스크래칭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 스크래치 플레이: 단순히 긁어내는 소리를 리듬/박자에 맞게 쪼개 집어넣는 것. 일반적으로 턴테이블의 스크래치로 "연주한다"는 개념에 가장 가까운 스킬이다. 턴테이블 자체를 하나의 리듬악기로 사용하는 방법.
- 스크래치 샘플링: 여러 사운드가 샘플링된 바이닐 레코드를 사용하여 스크래치 사운드에 집어넣는 방식 보통의 악기소리가 아닌 영화의 대사나 효과음 등을 주로 사용한다. 짧은 스크래치 말미에 랩구간이나 영화 대사 등이 흘러 나오게 하는 방법이다. 이것도 적당히 긁다가 소리를 재생하는 게 아니다. 샘플링 사운드와 비트의 템포가 맞아야 그럴 듯하게 들리므로 기술 구사 전 비트매칭을 일일이 해 줘야한다. 디제이들이 간혹 소리는 안나는데 판을 긁는 제스처를 많이 하는데 이 작업이다. 스피커/앰프로의 볼륨을 끄고 본인의 모니터용 이어폰/헤드셋으로만 소리를 들어 템포를 맞추는 것.
- 비트 스크래치[2]: 드럼 구간만 긁어서 비트를 연주하는 방식 일반적인 드럼 사운드인 쿵쿵 펑펑 과 같은 사운드가 아닌 푸슛푸슛하는 왜곡된 드럼 사운드들이 대체적으로 이 플레이이다. 이것만으로 새로운 비트를 짜내기도 하고 밴드 음악 등에선 다른 드럼 사운드에 이 사운드를 얹어서 사운드를 채우기도 하는 등 용도도 다양하다.
당연히 이런 스타일들이 두가지 이상 합쳐지면 더 어렵고 복잡해진다. 이 부분 때문에 DJ들이 진로를 보통 두가지로 나눠 잡는 경우가 많다. 하나는 샘플링 및 믹스나 비트메이킹 등으로 프로듀서 쪽으로 가거나 아니면 스크래치 연주"만"을 전문으로 하는 스크래쳐 쪽으로 가거나. 록/메탈밴드의 DJ들이 바로 이 스크래쳐들이다. 물론 힙합 유닛에서도 DJ가 두명 있을 시 한 명이 비트 플레이를 담당하면 나머지 한명이 스크래치를 담당하는 식으로 분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3. Ahhhhhh, Fresh!
스크래칭을 할 때는 당연히 스크래치를 하는 샘플이 필요하다. 물론 스크래칭의 의의는 이런 샘플을 다양한 기법을 통해 왜곡함으로써 새로운 소리를 창조해내는데 있으므로 원래 형태는 찾아보기가도 힘든 경우가 많다스크래치 DJ라면 절대 모를 수가 없는 샘플로 "Ahhhhhh, This Stuff is Really Fresh!"가 있다. 그 중에서도 널리 쓰이는건 "Ahhhhhh" 샘플과 "Fresh!" 샘플. 스크래치 초보건 전설적인 턴테이블리스트건 누구든 공을 들여 연습하는 교과적인 샘플이며, 이 단순한 샘플을 갖고 얼마나 다양한 소리를 재창조해낼 수 있느냐는 스크래치 DJ의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참고로 이 샘플의 출처는 Beside의 Change The Beat라는 곡. 정확히 말하자면 이 기묘한 프랑스어 랩이 끝나고 제일 마지막에 문제의 샘플이 나온다. 전설에 따르면 보코더 뒤 목소리의 주인공은 해당 곡의 프로듀서인 Fab 5 Freddy의 매니저인 Roger Trilling이라고. 하여간 덕분에 역사상 가장 많이 샘플링된 곡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그 곡명을 들으면 다들 어리둥절해하는 곡이기도 하다.
Beside의 Change The Beat. 문제의 샘플은 3분 37초부터 나온다. |
한편 레코드를 잡는 자세 등의 제한은 없고 DJ가 각자 편안한 자세를 찾아 연주할 뿐이다. 그래서 DJ마다 스크래치를 하는 자세는 조금씩 다르다. [3]
4. 장비
전통적으로는 최소한 한 대의 턴테이블, 크로스페이더가 달린 믹서 그리고 음원이 담긴 레코드가 필요하다. 특히 스크래치를 하는데 유용한 샘플들을 담고 있는 배틀 레코드(Battle record)가 자주 쓰이고는 한다. 그리고 자연히 흠집이 나고는 하는 레코드는 물론이거니와, 믹서의 크로스페이더 및 턴테이블의 바늘 등 여러 다양한 부품들은 소모품이기에 제대로 된 전통적 장비를 갖추고 DJ 생활을 영위하는데는 막대한 공간적, 경제적 비용이 든다. 2000년대를 기준으로 다른 DJ들은 전통적인 턴테이블에서 CDJ, 디제이 컨트롤러 등 전자 장비로 넘어갔지만, 대부분의 턴테이블리스트들은 전통적인 장비를 고수했다. 턴테이블을 '연주'해야 하는 입장에서 CDJ나 디제이 컨트롤러 등은 근본적으로 '손맛'이 달랐기 때문.[4] 피아니스트들이 디지털 스테이지 피아노보다는 전통적인 피아노를 선호하는 것과 마찬가지.전통적인 턴테이블 브랜드 중 강호로는 테크닉스(Technics)가 있으며, 그중에서도 전설적인 기종으로 Technics SL-1200이 있다. 그외에도 레인(Rane), 스탠턴(Stanton), 파이오니어(Pioneer)도 유명한다. 한국에서는 그중 파이오니어가 유독 많은듯.[5]
다만 2010년대에 디지털 바이닐 시스템(digital vinyl system, DVS), 즉 전통적인 턴테이블을 그대로 쓰되, 특수한 양산형 레코드를 써서 노트북에 담긴 음원을 턴테이블에 연동시키는 시스템이 보급된 이후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손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레코드를 사모으고 싸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 만큼, 턴테이블리즘계에서는 DVS가 곧 대세가 됐다. DMC 등 턴테이블리스트 대회도 마찬가지. DVS 시스템의 대표 브랜드로는 세라토(Serato)가 있다. 나아가 전통적인 턴테이블 바늘을 블루투스 바늘로 대체하는 기술이 개발되는 등 스크래치 DJ를 위한 신기술도 계속 개발중이다.
또 다른 발전 방향으로는 이른바 '포터블리스트(portablist)'의 대두가 있다. 턴테이블, 믹서, 레코드, (DVS의 출현을 기준으로) 노트북 등 각종 장비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대신, 크로스페이더 기능이 추가된 턴테이블 한 대와 레코드 한 두장만 간단히 '포터블'하게 들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간편히 스크래치를 한다는 컨셉. Vestax QFO 등 기존에도 이런 장비들이 있기는 했지만,[6] 2010년대 이후 가격을 확 낮추고 45 rpm 7인치 레코드에 특화한 모델들이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DMC에서도 '포터블리스트 챔피언십'이 출범하는 등, 점점 하나의 고유한 장르로 인정받는 추세. [7]
Numark PT-01 Scratch 시연 영상 |
2020년대 기준 포터블 턴테이블의 강호로는 누마크(Numark)와 리룹(Reloop)이 있다.
[1] 스크래치 기술 중 가장 기초로 박자와 리듬감각을 연습하는 용으로 많이 연습한다. 드럼으로 치면 타이어나 패드를 놓고 박자연습을 하는 스트로크와 같은 개념.[2] 스크래치 드러밍이라고도 한다.[3] 다만 어떤 자세를 취하든 플래터에 힘이 많이 가해지는 자세는 추천되지 않는데, 이는 레코드의 정교한 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4] LPDJ보다 CDJ의 계열이 플래터 돌아가는 감각도 다른데다가 구간잡기가 힘들다는 단점 때문. 특히 소형 컨트롤러의 경우는 턴테이블에 속하는 플래터가 아예 안돌아가기 때문에 LPDJ 특유의 테크닉을 구사하기 힘든 것도 있다. 정신적인 면 때문에 쓴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 손맛차이 때문에 고집하는 거다, 심지어 CDJ쓰는 일렉 디제이들한테도 스크래치 배우고 싶다고 물어보면 다수가 "턴테이블로 연습하라"고 답해준다. CDJ나 컨트롤러라고 다 연습에 괜찮은 것도 아니고 그나마 기술에 특화된 제품군이 따로 있을 정도로 아직 턴테이블리스트들 상대로는 턴테이블이 수요가 남아있다.[5] 일렉기타로 치면 PRS니 ESP니 많지만, Gibson이나 Fender와 같은 회사의 판매량에 비하면 화력이 딸리는 것과 같은 이치.[6] 베스탁스(Vestax)는 일본회사 특유의 막강한 장인정신을 최대한 발휘한 회사로써, 턴테이블도 턴테이블이지만 DJ 믹서로 모든 스크래치 DJ들의 사랑을 받은 전통의 강호였으나, 애석하게도 2014년에 도산했다. 중고품은 여전히 고가로 거래되는 편이다.[7] 다만 기존의 투덱기반 바이닐 디제잉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에 접근성이 좋아, 실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대회 등에 출전한다는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