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정말로 17달러밖에 안 들었어요. 아니, 팔진 않을 거에요. 그리고 당신에게 만들어 주지도 않을 거구요. 직접 만드세요![1]
모형이나 피규어 등을 제작하는 기법 중 하나. 스크래치빌드라고 쓰면 생소하겠지만 사실 이 글을 보는 위키어들은 어지간해서 스크래치빌드를 다 한번씩은 해 봤다. 초등학교 공작이라든가... 그러니까 알기쉽게 쓰면 자작을 의미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냥 제작자 마음대로 만드는 것이다.
재료에 딱히 구애받는 게 아니므로 하드보드지, 레고 조각, 판금, 플라스틱 쪼가리, 철심, 나무젓가락, 스티로폼, 런너[2]의 남은 부분 등 폐품을 활용하거나 레진을 이용한 부품 복제, 혹은 아예 레진 덩어리를 깎아내는 식으로 조형해서 만들어진다. 어차피 프라모델이나 피규어 등은 일반적으로 만든 뒤 채색을 요구하기 때문에 어떻게 만들어도 색칠만 해놓으면 티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모형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정도 실력이 됐다고 생각하면 해보고 싶어하는 것 중 하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어필한다.
이때문인지 서점에서는 스크래치빌드를 위한 제작기법서 등도 팔리고 있다. 이런 기법서의 경우 제작 후 팔아먹는 것까지 생각해서 부품 복제 기술에 대한 설명이나, 예제 모델도 분해 후 부품 복제에 용이하게끔 설계해놓는 경우가 많다. 관심있으면 한번 해 보자.
2000년대 이전에는 나무나 레진으로 원형을 직접 만들고, 진공 성형 기법을 이용해 패널을 만들고 실리콘 복제, 왁스 복제 등 기법으로 복제해 부품을 만들어야 하는 스크래치 빌드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후 산업용으로만 나와 초 고가이던 3D 프린터가 가정에서 살 수 있을 정도로 싸지고 해상도(정밀도)도 높아지고 소재 또한 다양해지면서 3D모델링이나 스캐닝으로 데이터를 만들기만 하면 부품을 그대로 뽑아낼 수 있게 되면서 (3D모델링을 할 줄 알고 3D프린터를 살 돈만 있으면) 누구나 스크래치빌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스케일 모델의 부품은 물론 코스프레를 위한 갑옷이나 무기류, 피규어나 인형 얼굴 등 못 만드는 것이 없다. 물론 3D 프린터로 뽑아낸다고 해도 연마, 세척 등 표면처리, 밑칠과 도색 과정은 그대로이며, 3차원 모델링 능력까지 있어야 하므로 스크래치 빌드 작업의 어려움을 과거보다 낮게 평가할 이유는 없다.
여담으로 스크래치 빌드와는 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 믹스빌드. 다른 프라모델 킷에서 부품을 빼 와서 만드는 행위이다. 위의 스크래치 빌드는 17달러가 들었다고 하는데[3], 믹스 빌드는 시중에 나온 프라모델들을 다수 사서 필요한 부품만 뜯어 쓰거나 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든다(...).[4] 물론 스크래치 빌드와는 또 다르게 난이도는 비교적 간단하다.[5]
[1] 원본의 미니어쳐는 735 달러다(...).[2] 프라모델을 구입하면 처음 플라스틱 부품 쪼가리들이 붙어있는 거대한 틀. 여기서 부품들을 잘라내어 조립한다. 서양에서는 스프루(Sprue)라는 말을 더 잘 쓴다.[3] 대신 판매를 가정한다치면 디자인+재료비(사용 공구 비용까지 포함)+제작기간+인건비를 생각해 17달러로는 안끝난다. 제작자 입장에서만 17달러인 셈이다.[4] 모델러들이 농담삼아 이야히가는 것이 바로 오타쿠식 수학 계산법이라는 "1+1+1=1"이다. 전투기하나를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에 금형연식차이 등을 이유로 브랜드들마다 제품의 부품 편차가 들쭉 날쭉한 경향이 있는데, 이 때에 각 브랜드별로 좋은 부품만 따와서 좋은 부품들 끼리만 섞어만드는 경우는 흔하다.[5] 물론 착각하면 안될 게 섞어만드는 믹스가 0에서 만들어가는 스크래치와 비교해서 어렵지 않다는 것이지 스킬 자체가 간단한 건 아니다. 접착제 만으로는 고정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각 킷에 맞게 별도 가공을 따로 해야 한다. 스케일이나 비율도 다르기 때문에 잘못 만들면 프로포션도 엉망이 되기 일쑤. 결국 이것도 제대로 하려면 깎아내고 새로 맞추고 등등 중노동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