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8 08:03:17

스캐너 다클리

1. 개요2. 줄거리3. 작품에 대하여4. 제목에 대해5. 영화화

1. 개요

A Scanner Darkly (스캐너를 통해 보듯 희미하지만)

미국의 SF 작가 필립 K. 딕의 1977년 장편 SF 소설과 이 소설을 영화화한 2006년 미국 영화의 제목이다.

파일:attachment/AScannerDarkly(1stEd).jpg

2020년 1월 23일에 폴라북스에서 번역했다.

2. 줄거리

주인공은 밥 악터라는 이름의 마약 남용자로, 다른 마약 남용자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한다. 그러나 사실 그의 정체는 "물질 D"라는 마약에 대한 잠입수사 임무를 맡은 경찰 마약반의[1] 비밀요원 프레드(가명).[2] 물질 D는 사용자의 뇌를 서서히 파괴하여 결국 폐인으로 만드는 지독한 마약인데, 환각성이 엄청난 데다 중독성도 강하여 일단 중독되면 인생 퇴갤 확정인지라 큰 사회적 문제이다.

물질 D를 만들어 파는 자들은 그 정체를 아무도 알지 못하는 비밀 집단인데, 막강한 자금력과 파워를 가져 물질 D를 수사하는 요원들은 정체가 드러날 경우 틀림없이 죽거나 매수당한다. 그래서 "프레드"같은 마약반 요원들은 다른 남용자들은 물론이고 다른 마약반원들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만 한다.

결국 밥/프레드는 물질 D에 중독되고, 뇌손상의 재활을 위해 뉴패스(새로운 길)[3]라는 재활기관에 수용되는데, 사실 이 기관이야말로 바로 물질 D의 제조자로, 뇌손상을 입은 재활환자들을 이용해 물질 D의 원료가 되는 식물을 재배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프레드가 이곳에 수용된 것도 사실 마약반의 작전이었으며(프레드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른다), 밥/프레드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거의 잃었으면서도 추수감사절에 그를 찾아올 친구들(마약반 비밀요원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본능적으로 원료 식물을 신발 안에 감추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3. 작품에 대하여

생계를 위해 빠른 속도로 날림으로 작품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필립 K. 딕이지만, 이 작품은 예외적으로[4] 긴 시간에 걸쳐 집필하였다.

이 소설은 필립 K. 딕의 자서전격인 작품으로, 실제로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중독자였던 필립 K. 딕의 경험이 생생하게 담겼다. 필립 K. 딕의 다섯번째 아내 테사 딕에 따르면, 밤새 글을 쓰고 새벽에 그것을 읽으며 흐느끼는 필립 K. 딕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때문에 이 작품은 공동생활을 하는 마약중독자들의 모습과 언어 습관, 그리고 중독과 금단 증상으로 괴로워하는 그들의 모습 등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필립 K. 딕 자신이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일들은 내가 실제로 보고 겪은 것들"이라고 말했을 정도.

4. 제목에 대해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고린도전서 13:11~12 (개역개정)

여기 등장하는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see through a glass, darkly)"를, "스캐너를 통해 보는 것처럼 희미하나"라고 바꾼 것. 여기서 스캐너는 작중에 나오는 경찰의 탐지기를 가리킨다.

소설의 후반에 주인공 밥/프레드의 이런 독백이 나온다.
스캐너는 진짜로 무엇을 보는 걸까? 인간의 머리 속? 아니면 마음 속?
옛날에 쓰던 패시브 적외선 스캐너나 최신형 큐브타입 홀로스캐너는 사람의 안을 뚜렷하게 들여다보는 것일까?
아니면 어둠침침하게?
뚜렷하게 들여다보는 거라면 좋겠다. 왜나하면 요샌 나 자신도 내 안을 들여다볼 수가 없으니까.
나에게는 오직 어둠만이 보인다. 밖도, 안도 모두 어둡다.
스캐너는 나보다는 좀 낫길 진심으로 빈다. 왜냐하면 스캐너도 내가 보는 정도밖에 보지 못한다면, 우린 전부 저주받은 거니까. 그래서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그나마도 잘못 알고 있는 채로 죽어갈 거니까."

이처럼, 고린도전서의 화자[5]와 소설의 화자는 결과적으로 정 반대의 상황에 이르게 됨을 볼 수 있다. 고린도전서의 경우는 "지금은 희미하게 보지만 나중에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는 희망을 담은 것이고, 스캐너 다클리의 경우 주인공은 결국 물질 D의 금단 증상으로 자의식을 거의 전부 잃어버리는 것으로 끝나기에...

5. 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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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장편 연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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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A-Scanner-Darkly-2006-poster-439x650.jpg

파일:attachment/2_a_scanner_darkly_movie.jpg



영화는 원작에 매우 충실하면서 완성도도 높다. 소설을 보지 않았다면 이 영화만 봐도 될 정도. 흥행은 그다지 성공하지 못해 약간 손해를 보았으며, 평은 좀 엇갈리는 편이긴 한데 IMDb 7.1점, 메타크리틱 관객평 7.7으로 괜찮은 편이다. 감독은 리처드 링클레이터.

원래 감독은 유빅을 영화화하고 싶었으나, 판권을 못 얻어서 포기했다가 프로듀서의 제안으로 스캐너 다클리를 선택했다고 한다. LA를 배경으로 하지만 정작 촬영은 감독 고향이기도 한 텍사스 오스틴에서 6주 촬영하고 캘리포니아 풍경을 합성했다. 촬영은 비교적 짧게 끝났음에서도 정작 애니메이팅에서 난항을 겪어서 1년 이상 걸리는 좌절스러운 경험이었다고 한다. 예고편을 만들기 위해 크런치까지 해야 했다고.

DV 영상[6]로토스코핑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금단 증상으로 겪는 환각이나 스크램블 수트의 기묘한 위장효과 등을 잘 묘사하였다. 동 감독의 단편 영화 <Waking Life>에서 호평받은 기법을 장편에 적용한 것이 스캐너 다클리다.

출연진도 화려하여, 키아누 리브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위노나 라이더 등의 유명한 헐리웃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배우들의 인생사를 보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위노나 라이더는 약물 남용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며[7], 키아누 리브스는 전 여친(제니퍼 사임)과[8] 친구(리버 피닉스)를 마약으로 잃은 경험이 있다. 또한 내추럴 본 킬러 등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한 우디 해럴슨도 출연했는데, 이 사람은 대마초 합법화의 지지자로 활발한 활동을 한다.

제59회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되었는데, 당시 링클이레터가 만든 패스트 푸드 네이션이 같은 해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레드 카펫을 두 번이나 밟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키아누 리브스가 AMA 도중 인상 깊었던 출연작으로 꼽았다.

현실과 몽상을 오가는 내용이라서 그런지 스코어의 대부분이 라디오헤드 노래로 채워져있다. 심지어 멤버인 톰 요크의 솔로곡도 하나 들어있다.


[1] 미국에선 마약 관련 범죄를 담당하는 DEA가 경찰과 독립된 기관인데, 이 소설에서 프레드의 마약반은 경찰 산하 조직으로 묘사된다. DEA가 1973년에 신설된 기관이니, 작가가 이 작품을 집필할 때 DEA의 존재를 몰랐던 것일 수도 있고 또 정말 경찰의 산하 조직(일반적으로 narc 혹은 narcotics라고 불리는)으로 묘사하려 한 것일 수도 있다.[2] 마약 남용자 동료들이 부르는 이름 밥이 본명, 경찰이 아는 이름 프레드가 가명이다. 현실에서 마약 관련 잠복수사를 할 경우 수사관이 마약 남용자 등 범법자들에게 자기 정체를 감추는 것과 정반대로, 스캐너 다클리에서는 잠복 수사관이 경찰로부터 자기 정체를 감춰야 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다. 물질 D를 수사하는 요원들은 마약반 내에 본명이 알려지면 목숨이 위험해지기 때문. 그 이유는 아래 물질 D의 설명에 나온다.[3] 영어의 path는 길이라는 뜻도 있지만 사이코패스처럼 "○○병자"라는 뜻도 가질 수 있다.[4] 또 다른 예외가 대체역사소설의 효시격인 높은 성의 사나이와 흘려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5] 고린도서의 저자는 사도 바울이지만, 여기서의 화자 '나'는 사도 바울 본인이라기보다는 그냥 '사람'이나 '크리스천'을 지칭하는 비특정적 일인칭 주체이다.[6] 쓰인 카메라는 파나소닉 AG-DVX100[7] 다우니 주니어는 유년기 때부터 온갖 약물을 접했다 30대 후반에 가까워져서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다우니 주니어에게는 조디악과 함께 재활을 거치고 안정기에 들어선 도중 나온 영화다. 라이더는 절도 사건 당시 약물 검사에서 진통제를 복용한 사실이 밝혀졌는데 일반적인 경우에 처방 받을 수 있는 적정량의 처방이 아니었다. 자세한 건 각 배우들의 항목 참조.[8] 제니퍼 사임의 직접적 사인은 자동차 사고나, 원래 약물중독자인데다 사임이 사망한 날 마릴린 맨슨이 사임에게 마약을 줬다는 주장이 있다.(실제로 사임의 모친이 맨슨을 이 때문에 고소했다) 사고 당일 사임은 파티에 참석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맨슨이 대리기사를 붙여 집에 보냈는데, 어찌된 일인지 사임이 도중에 운전대를 잡았고 그 결과 사고를 내 사망했다. 사고로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는 않았기에(새벽 시간이었으며 주차된 차 두 대에 충돌했다) 그냥 검시 없이 사고로 처리했지만, 정황으로 볼 때 마약에 취한 상태였을 거라는 것이 중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