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85년에 데이빗-샌디 쿡 부부와 웨인 후이젠가[1]가 공동으로 설립한 기업이다. 한때는 북미의 비디오 대여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하여 전성기 때는 미국 전역에 체인점 3천여 곳 이상 있었고, 캐나다와 일본 등에서도 진출해서 세계적으로 매장 9천여 곳을 보유하기도 했으며, 미디어 대기업인 바이어컴이 1994년에 84억 달러에 사들인 적도 있다. 다만 월마트처럼 고객을 배려한다는 명분으로 비디오 판매 전에 검열을 해서 내놓아 일선 영화인들의 반발을 사기도 하는데, 영화 <올리버 스톤의 킬러>는 올리버 스톤 감독이 검열을 거부하는 바람에 판매 자체가 막혔다. 해당 사례는 이원복 교수의 시사만화 <현대문명진단> 1996년 8월 26일자 '팔고 싶으면 내 말을 따르라!' 편[2]에서 다루었다.
하지만 21세기가 시작하면서 DVD의 발달로 비디오 대여점이 쇠퇴하기 시작했고[3], 2000년대까지는 어찌어찌 버텼으나 결국 2010년 연방파산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으며, 2011년 위성방송 기업인 디시 네트워크에서 인수, 2014년까지 매장 1,700개 중 300개가 폐쇄되었다. 현재는 VOD 상표로 쓰인다.
2019년 기준으로 남은 매장은 단 한 곳으로 오리건주 벤드시(市)에 있다. 그토록 흔했지만 지금은 최후의 블록버스터라는 특별함 때문인지 반쯤 관광 명소가 되었다.
살아 있는 블록버스터 대여점을 추적한 크리스 스턱만의 영상.
제임스 롤프의 영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2022년 10월 넷플릭스가 이 마지막 블록버스터 매장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공개했다. 아래 단락에 나오는 두 회사 간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넷플릭스의 티배깅 혹은 부관참시가 아니냐는 농담이 나오는 상황. #
거기다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았는지 1시즌만 방영되고 취소되면서 한층 더 애매해진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2. 넷플릭스와의 악연?
아이러니하게도 블록버스터 몰락은 대표적인 VOD 기업인 넷플릭스의 탄생과 연관되어 있다. 넷플릭스의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블록버스터에서 대여한 비디오를 늦게 반납해 40달러의 연체료를 물게 되었고, 이에 불만을 품다가 넷플릭스의 기반이 되는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또한 넷플릭스가 설립 초창기인 2000년에 블록버스터에 자사를 5천만 달러에 지분 49%를 인수할 것을 제안했으나, 블록버스터 측에서 이 제안을 거절한 일도 있었다. 그리고 10년 뒤인 2010년 블록버스터는 파산을 선언했다. 이는 한때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대기업'의 반면교사로 자주 인용되었다.그러나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사실은 그 때 두 기업들의 상황이다. 당시 넷플릭스는 VOD 서비스는 없는 우편 비디오 대여 회사였을 뿐더러 유통망과 인지도도 거의 없었다. 반면에 블록버스터는 맥도날드만큼이나 마을마다 지점이 있었고 가격에서도 넷플릭스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다. 미국의 비디오 대여 시장을 독점하던 블록버스터로서는 영세한 규모의 동종업계 후발주자를 인수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당시 미국은 인터넷을 ADSL도 아닌 느려터진 모뎀으로 전화선을 이용해 썼기 때문에 VOD 서비스는 시기상조로 여기는 것이 정상이었다. 또한 동시기 애플 TV의 전신인 티보도 선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서비스 역시 걸음마를 뗀 것에 만족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디즈니 역시 비슷한 사업을 시도했으나 혹평만 들으면서 사업을 금방 접었을 정도로 기술과 인프라 면으로 부족함이 많았던 시기였다.
블록버스터가 매장을 통한 비디오 대여에 집착하다가 파산한 건 아니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는 넷플릭스와 같이 우편 DVD 비디오 대여 서비스와 그와 연계된 인터넷 비디오 대여 신청 서비스로 경쟁 구도를 이뤘다. 이 시기에는 넷플릭스의 임직원들이 블록버스터가 내놓는 여러 전략들[4]에 엄청나게 시달리다가, 블록버스터 때문에 회사가 문을 닫는거 아닌가 하고 진지하게 걱정했을 정도. 당시 CEO였던 존 안티오코(John Antioco)는 매장을 통한 비디오 대여 사업이 사양길이라는 판단으로 인터넷 비디오 대여 신청 서비스를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존 안티오코는 2005년 비디오 대여 연체료 정책을 없애는 치명적인 실수도 저질렀는데, 이로 인해 연체료 수입이 사라지고 손님들이 제때 비디오를 반납하지 않기 시작하면서 회전율이 크게 떨어진 데다가, 고객들이 신작 비디오를 빌리러 매장에 왔다가 빈손으로 나가는 경우가 급증하면서 매출액이 급감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게다가 Total Access라는 월 구독료를 받고 무제한으로 비디오를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계획했는데, 이사회가 반대했다. 존 안티오코는 결국 연체료 정책 폐지와 Total Access 서비스 계획으로 인해 2007년 이사회에 의해 쫓겨났고, 후임으로 이사회에서 세븐일레븐에서만 근무해 CEO가 된 제임스 키스(James Keyes)를 선임했다. 그러나 그의 오판 때문에 블록버스터는 망했다.
당시 제임스 키스는 세븐일레븐 출신 답게 매장에 집착했고, 블록버스터 비디오 대여 상점을 음식점이 갖춰진 복합 쇼핑 공간으로 확장하는 계획을 밀어 붙였다. 이미 비슷한 전략을 시도하려고 했다가 크게 데였던 전임 CEO 존 안티오코는 '이제는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온라인 사업이 미래다'라는 적절한 판단으로 궤도를 수정한 상황이었는데, 이사회는 이를 반대했던 것이다. 안티오코가 퇴임 직전까지 제임스 키스에게 설득 작업을 벌였으나, 그와 이사회가 추진하는 사업 정책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미 '무비 갤러리' 등의 동종 비디오 대여 프랜차이즈 기업은 줄줄히 파산한 상황이었으며, 주유소나 편의점, 마트, 맥도날드, 약국에까지 비디오 대여 자판기를 입점한 '레드박스'라는 기업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었다. 그러나 블록버스터는 기존의 방식에 집착했으니 결과는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결국 블록버스터는 유능한 직원들이 다 떠난 데다가, 제임스 키스가 복합 쇼핑 매장 사업에 투입한 과도한 지출 때문에 파산했다.
훗날 당시 이사회 인원 중 하나였던 칼 아이칸은 회고에서 "이사회가 키스를 CEO로 선임한 게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소매업 전문가로 오프라인 매장을 훌륭하게 경영했지만, 디지털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그는 "안티오코의 전략을 키워나갔다면 넷플릭스의 맹공을 막아냈을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우리는 회사가 너무 많은 돈을 잃고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중단시켰다."고 해명했다.#
이때 CEO가 바뀌지 않았으면 넷플릭스의 미래, 더 나아가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의 판도가 지금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