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7-14 19:25:29

번데기 집단 식중독 사건

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사건 사고 관련 서술 규정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개요2. 상세3. 사건의 원인과 그 후4. 기타5. 외부 링크

1. 개요

1978년 당시 일어났던 번데기에 의한 집단 식중독 사건.

2. 상세

1978년 9월 26일 오후, 서울특별시 도봉구 상계동(현 노원구), 미아동(현 강북구), 성북구 정릉동 지역에서 번데기를 직접 사먹거나 부모가 사준 번데기를 먹은 28명의 어린이들이 심한 경련과 복통, 구토 등의 증세를 일으켜 병원에 입원, 이들 중 4명이 사망하였고 24명이 중태에 빠지는 일이 벌어졌고 같은 날 경기도 파주군 교하면 오도리에서도 번데기 행상(이중식, 당시 67세)이 마당에 널어놓은 번데기를 몰래 가져다 먹거나 나누어 먹은 어린이 8명과 부모 1명 등 9명이 같은 증세를 일으키며 실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들 중 어린이 4명은 숨지고 5명은 중태에 빠지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입원한 어린이들의 치료를 맡은 전문 의사들은 이 사건을 식중독 증세는 아니라고 지적하였다. 성바오로병원 양만규 소아과장 "환자들이 전신마비, 의식장애, 동공축소 현상을 일으키며 입에서 분비물을 내는 것으로 볼 때 세균 감염에 의한 일반적인 식중독 증세가 아닌 파라티온 등 농약이나 독극물 중독에 의한 증세로 보인다"고 말하였고, 경기도립 금촌병원 의사도 "환자들이 일반 식중독 증세와는 다른 약물중독 증세를 보여 일단 농약중독으로 보고 대응치료를 한 결과 2명이 다음날 오전 퇴원하였고 3명도 호전되고 있어 농약중독 사고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9월 29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수사 결과 '독극물 중독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후 2명의 어린이들이 추가로 사망하였다.

9월 28일 경찰은 생사공장에서 열차편으로 넘겨받은 문제의 번데기에서 심한 화공약품 냄새가 나는 것을 알고도 소매상들에게 그대로 판 혐의로 중간도매상 홍순식을 식품위생법 위반 및 중과실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번데기를 납품한 중앙생사 공장 및 번데기 마대를 화물열차에 적재한 영주역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번데기가 화공약품에 접촉되었는지 여부를 수사하였다.

하지만 조사 결과 엄청난 문제가 드러나게 되는데...

3. 사건의 원인과 그 후

이 모든 원인은 맹독성 농약파라티온[1]을 보관한 포대에 번데기를 담은 것이였다. 당시 번데기는 "밀봉해야 하는 식품"이 아니라 시중에서 파는 여러 채소들처럼 일반 농산물로 취급되었다. 따라서 농사에서 흔히 쓰이는 포대에 담아 운반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문제는 이 포대가 농약을 보관한 포대였던 것.

이들이 먹은 번데기는 모두 구멍가게나 행상들이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의 중간도매상 홍순식(당시 27세)으로부터 받아 팔아왔고, 문제의 번데기는 도매상 곽동윤(당시 45세)이 9월 25일 오후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면 삼계리에 있던 중앙생사 공장에서 정부미 마대에 담긴 번데기 9자루를 구입, 다음날 홍순식에게 넘긴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 후 경찰은 이 사건의 관계자를 체포했으며 이 이후 불량식품[2]이라면 백안시하던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불량식품의 무서움을 설파, 그 수요가 급격히 하락해 한동안 다슬기라든가 냉차, 뽑기, 쫀디기같은 또다른 길거리 식품이 철퇴를 맞고 암흑기에 빠져들었다.

양잠 농가 입장에선 매우 억울한 사건인데, 중간에 유통할 때 농약을 보관했던 포대에 번데기를 담아서 농약이 묻은 것이므로 원재료 번데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 사건 때문에 번데기는 한동안 불량식품이란 누명을 써야 했다. 사실 번데기 항목을 봐도 알 수 있지만, 누에는 벌레고 농약은 벌레 죽이는 독약이다. 게다가 누에는 독극물에 대한 내성이 매우 낮아 담배 농가에서 부는 바람만 맞아도 전멸할 정도로 약하다. 즉 원재료 번데기 자체는 농약 성분이 섞여있을 수가 없고, 이 식중독 사건은 전적으로 유통 과정의 문제였다.

4. 기타

  • 사망자 중 김주용 군(당시 6살)은 아버지 김희철 씨(당시 44세)가 시장에서 사준 번데기를 먹고 2시간 뒤 복통, 구토 증상을 일으켜 아버지가 2시간 25분 동안 11곳의 병원을 돌아다녔으나 '손이 모자라다', '병실이 모자라다', '진료를 해줄 상황이 아니다' 등의 핑계를 대면서 진찰을 거부하는 바람에 결국 김 군은 진찰 한 번 못 받고 다음날 새벽 1시 40분 경 농약중독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이후 아버지 김 씨도 반년 뒤인 1979년 3월 21일에 농약 음독자살로 아들의 뒤를 따르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5. 외부 링크



[1] 1940년대 개발된 강력한 에스테르계 살충제로 강한 독성 때문에 DDT 등과 함께 1970년대 이후 사용이 금지되었다. 식약처 독성정보제공시스템 참조.[2] 물론 번데기 자체가 불량식품인 것은 아니다. 이 경우는 번데기 보관의 위생문제 때문에 불량식품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