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5 19:50:04

배춧값 폭등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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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원인?4. 파동 그 이후5. 그 외

1. 개요

2010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배추 시세 가격이 정상치를 넘어서 폭등한 사건.

사실 배추를 비롯한 모든 채소류의 가격이 폭등했으나 김장철과 맞물린 배추의 임팩트가 큰 관계로 배추가 대표적이었다.

2. 상세

이 시기 폭염, 태풍(특히 곤파스), 기습 호우 등의 영향으로 배추 한 포기의 가격이 무려 1만 5천 원까지 폭등했다. 얼마나 올랐는지 감이 안 온다면 전년 대비 250%, 즉 3배 이상이 올라간 것이며 당해 정부에서 예상한 배추 한 포깃값이 2천 원에 당해 예상 김장 비용이 작년 대비 4배로 올라갔다. 거기에 대형 김치 제조 회사들조차 제대로 배추 물량을 구하지 못해 1주 만에 25% 가격 상승이라는 강경책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그래서 김치 만들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져 서민들이 한층 더 고통받게 되었는데 농민들이 상인에게 넘기는 배춧값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1]

그래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배추가 비싸다고 하니, 내 밥상에는 양배추로 담근 김치를 올려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이 농림부의 배추 덜 먹기 운동, 양배춧값 폭등[2]과 엮여 "배추가 없으면 양배추로 김치를 담그면 되지!" 라는 뜻으로 전달되어 시장도 안 가보고 드립 친다고 네티즌들은 반발하였다.[3] 대중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곡해하였다는 일부의 의견이 있지만 정작 배춧값이나 양배춧값이나 둘 다 크게 오른 상황에서 배추 대신 양배추를 올리라는 건 양배춧값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반증밖에 되지 않는다. 당시 배춧값은 1포기에 1만 2000원이었고 양배추는 1포기에 1만 원이었는데 일반적으로 한 포기의 크기는 배추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을 고려하면 단위 무게당 가격은 양배추가 더 비싸다. # 결국 네티즌들이 지적한 대로 이명박 대통령은 제대로 시장 물가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맞다.

고정된 급식비가 주어지는 군 급식도 폭풍을 맞았는데 배추가 들어간 메뉴가 삭제되었고 불가피한 경우 무로 대체되었다. 배추김치는 사라지고 깍두기로 대체되었으며 심지어 볶은 깍두기깍두기 찌개 (...)가 식단에 올라갔다. 대학교의 구내식당 중에도 양배추 김치가 나온 곳이 있었는데 이게 영 맛이 없다 보니[4] 그냥 깍두기나 내줄 것이지 이게 뭐 하는 짓이냐는 학생들의 구시렁거림을 들어야 했다. 상술했듯 양배추라고 크게 싼 것도 아니었다 보니.

3. 원인?

정말 중간 상인이 문제인지, 날씨 탓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 배추 농가나 배추 상인의 수는 매우 많다.
  2. 배추 수요는 배추 생산량이나 경기 변동, 날씨 변화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즉, 돈 좀 더 벌거나 비 좀 더 온다고 배추김치를 수십 포기씩 더 먹거나 덜 먹지는 않는다.
  3. 가격 변동은 매우 극심하게 이뤄지고 있는 반면 대형 유통망에서의 가격은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

1번 항목은 중간상 농간이 그리 강할 수 없다는 간접 근거고 2번은 가격 변동이 공급 측 원인일 가능성을 시사하며[5] 3번은 입도선매 등 선물 거래로 거래하는 경우보다 저렴하게 구매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바 당시의 가격 변동은 중간상의 농간 등이 아니라 정말로 예측되지 못한 공급량의 변동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였다. 단 현지에서 당시 판매되는 가격보다 심각하게 높은 가격의 시세가 매겨지고 있다는 점이나 현지에서도 배추를 제때 팔지 못해 고심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이런 물량 변동에 겹쳐서 중간 상인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더 보기 위해 높은 가격을 책정했을 공산은 존재한다.[6]

폭등의 원인으로 중국 역시 홍수 피해를 크게 입으며 중국산 배추의 수입량이 급감했다거나 4대강 변의 비닐하우스가 보상을 노리고 대거 철거된 후라 하우스 채소류의 소출이 줄었음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거기에 아직 가을 김장철 배추는 본격 출하되지 않았는데 괜히 태풍 때문에 가격이 엄청 오른 데다 언론의 설레발과 시민들의 사재기 본능 등이 겹치고 겹쳐서 이런 파동이 생겼다고도 할 수 있다.

4. 파동 그 이후

배춧값이 오르면서 농민들이 배추를 많이 심고, 월동 배추나 겨울 배추가 출하되기 시작하고, 가격이 오르면서 수요가 축소되고, 중국산 배추가 싼값에 판매되고, 정부가 배추 사재기에 대해 조사를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의 요소가 겹쳐 2010년 10월 중순부터는 배춧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0년 10월 29일에는 마침내 중국 배추가 창고에서 썩어갈 지경이라는 기사마저 떴다.

결국은 식당도 안 하면서 괜히 언론의 설레발에 설레서 1만 원 가까이 주고 배추를 산 소비자들만 손해 본 셈.

5. 그 외

대부분의 잎채소류가 가격이 올랐으나 추석 직전에 한 단에 4,000원이었던 시금치가 이후에는 1,800원대로 추락했다. 그 와중에 거품은 늘 존재한다.

태풍폭염으로 인한 피해인 만큼 건물 내 습한 지역에서 기르는 콩나물이나 숙주나물, 버섯 등의 가격은 평균치 수준이었다. 오히려 버섯은 추석 연휴까지 이어진 다습한 기후 덕분에 수확량이 늘어 송이, 능이 등 채집 버섯류는 대풍을 이루었다.

당시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에서는 시민 편의를 위해 대관령 고랭지 배추를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저가(3포기 9800원)에 판매하기도 했는데 이 컨셉은 청담역에서 2012년 9월까지 운영되었던 장터열차로 계승되었다.


[1] 원칙적으로 밭떼기 거래 같은 선물 거래는 이 사건 같은 폭등 상황에서는 농부가 턱없이 낮은 가격에 배추를 파는 계약이 되지만 반대로 폭락하게 되면 농부가 비싼 가격에 배추를 파는 계약이 된다. 그런데 보통 한국에서 벌어지는 밭떼기 거래는 중간 상인은 정확히는 선물 거래 계약이 아닌 옵션 계약을 맺는다. 즉, 상인은 폭락 상황에서도 채소를 사는 리스크를 지는 게 아니라 옵션 가격만큼만 손해 보면 되는 셈. 결국 농민 쪽은 폭락해도 손해가, 폭등해도 손해가 된다. 그리고 이런 폭등 상황에서 이득을 보는 쪽이 아무래도 중간상일 수밖에 없다.[2] 당시는 이미 양배추가 배추보다 비쌌다.[3] 앞뒤 말 자르고 부각시킨 건 언제나 그렇듯이 청와대 관계자였다. 문제는 2010년 당시 모든 야채 가격이 폭등한 상태라 배추 가격이나 양배추 가격이나 비싼 건 매한가지였고 이러한 상황은 채소류 전 부분에서 생산량에 차질이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명박으로선 나름 국민감정을 고려한 발언이었겠지만 여론이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았다.[4] 양배추 항목에도 나와 있지만 양배추 김치는 '잘 담그면' 맛있다. 급식 등에 나오는 양배추 김치는 대량 생산을 하다 보니....[5] 즉 약간의 생산량 변동에도 가격이 극심하게 변할 수 있다. 경제학 원론 참조.[6] 사실 공급 감소의 원인은 확정되진 않았다. 경작지 면적의 감소가 문제인지, 경작 농민들의 외도(…)로 인한 생산성 하락이 문제인지, 기후 이변이 문제인지, 기타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하지 않다. 경작지 단위당 생산량이 증가 추세이므로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여러 가지를 시사하는 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