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1882년 발표한 희곡
입센의 4대 문제작 중 하나이다.[1] '진실을 말하려는 소수 vs 이익을 지키려는 다수 중 누가 옳은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19세기 후반에 쓰여진 작품임에도 그 시대에는 개념조차 거의 없었던 환경오염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각색한 버전을 한국에도 2016년 공연한 바 있다. 시대와 배경은 21세기의 베를린으로 바뀌었으며, 주인공은 인디 밴드를 하는 힙스터로 바뀌었다.
중국에서도 공연했으나 당국에 의해서 '사회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당했다.
1.1. 줄거리
- 1막
시장과 민보 주필 호스타트는 마을 온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온천의 발견으로 인해 최근 3년간 마을은 놀라운 발전을 보였다. 호스타트는 온천의 기초를 마련한 것은 바로 스토크만이며, 그가 온천의 뛰어남에 대해 다룬 논문을 <민보>에 실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린다. 이에 시장은 온천 발전의 주역은 바로 자신이라 주장하며 발끈한다.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질 듯하자 스토크만 부인은 호스타트를 식당으로 들여보낸다. 잠시 후 스토크만과 아이들, 그리고 스토크만의 친구이자 선장인 홀스텔이 들어온다. 시장은 스토크만이 <민보>에 호스타트가 말했던 논문을 싣기를 원하지만 스토크만은 때가 아니라며 거절한다.
시장이 집에 돌아간 후, 스토크만의 장녀 페트라가 퇴근길에 편지를 받아 스토크만에게 전달한다. 그 편지에는 건강에 좋은 줄로만 알았던 온천이 알고 보니 전염병균 소굴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조사해 왔던 스토크만은 대학의 화학자들을 통해 온천수에 대한 정밀 분석을 의뢰했었고, 그 분석 결과가 지금 편지로 도착한 것이다. 스토크만은 시장에게 이 사실을 전하려 하고, <민보> 역시 이 사실을 보도하기로 약속한다. 스토크만은 자신이 이 고장을 위한 행동을 했다는 것에 대해 기쁨을 느낀다.
- 2막
이어서 시장이 찾아온다. 시장은 비밀 조사를 문제삼으며, 도수관 공사를 다시 하기 위해서는 2년이라는 긴 시간과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는 점을 들어 결국 그 공사는 마을을 폐허로 만들고 말 것이라 경고한다. 그리고 기존의 도수관 시설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로 스토크만과 시장은 격렬한 의견 대립을 보인다. 스토크만은 유익한 생각을 다른 이에게 전하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 하지만, 시장은 민중에게는 새로운 사상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관례대로 원만하게 다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스토크만이 온천 관련 소문에 대해서 부인하며 자신들을 옹호하는 공식적 발표를 해줄 것을 요구한다. 스토크만이 복종을 거부하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겠다고 하자 시장은 스토크만을 온천장 소속 의무관의 자리에서 파면시킬 것이며, 스토크만의 주장이 그와 그의 가정에 불행을 안겨 줄 것이라 경고한다.
- 3막
스토크만이 나간 후 시장이 인쇄소를 찾아와 도수관 공사를 위해 드는 20만 크로네라는 돈을 시가 부담해야 하고 그것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과 온천장 폐쇄로 인한 주민들의 손실, 마을의 이미지에 입히는 타격 등을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는 그들을 시장 편으로 돌리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갑자기 스토크만이 다시 인쇄소를 찾아오고, 시장은 잠시 몸을 숨긴다. 잠시 후 스토크만 부인이 인쇄소를 찾아온다. 가정 문제로 부인과 언쟁을 벌이던 중, 스토크만은 시장의 모자를 발견하고 시장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시장 편에 서게 된 호스타트와 빌링, 아스라크센은 스토크만의 주장을 신문에 싣지 않겠다고 하며 시장의 원고를 받아든다. 스토크만이 자비로 원고를 인쇄하려 하지만 아스라크센은 이를 거부하고, 이에 스토크만은 민중을 모아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지만 시장은 그 누구도 장소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한다. 이들의 지나친 태도에 분노한 스토크만 부인은 남편을 돕기로 다짐한다.
- 4막
발언권을 얻은 스토크만은 자신이 본래 말하려 했던 온천 문제는 극히 사소한 문제였으며, 지난 며칠간 그가 발견한 중대한 발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바로 이 사회가 허위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사회에서 진리와 자유의 진정한 적은 유력자들이 아닌 바로 다수의 민중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결코 정의의 편이 아니며 쉽게 선동당하고 휘둘리는 어리석은 인간이라는 스토크만의 말에 시민들은 고함을 지른다. 스토크만은 민중이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진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뿐이며, 좀더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소용이 없다. 이어서 그는 다수란 참다운 민중이라 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재료이자 길들여지지 않은 동물이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다수에게 <민보>와 같은 신문이 갖는 역할은 민중의 향상이 아니라 도리어 민중을 타락시키는 것이며, 그렇게 세워진 허위의 사회라면 차라리 멸망하는 것이 낫다고 외친다. 이를 듣던 한 시민이 그를 민중의 적이라 지목하자 이를 아스라크센이 이어받아 스토크만을 민중의 공공의 적이라 선언한다.
스토크만에게 몰텐 킬이 다가와 스토크만이 연설 중 말했던 온천 문제의 원인이 되는 공장이 자신의 공장을 지칭하는 것인지를 묻는다. 스토크만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몰텐 킬은 경고를 한 뒤 자리를 뜬다. 또한 홀스텔이 타는 배의 선주는 홀스텔에게 다가가 민중의 적에게 집을 제공한 책임을 묻는다. 자기 소유물을 자유로이 쓴 것이라 답하는 홀스텔에게 그 선주는 그의 방식을 따르겠다고 말한 뒤 사라진다.
- 5막
시장은 스토크만의 해고 통지를 가져와서는 당분간 이 고장을 떠난 뒤 후에 돌아와 사과를 하면 다시 자리를 찾게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몰텐 킬이 유산의 상당한 액수를 스토크만 가족에게 넘기려 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스토크만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그가 유언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가 시장을 비롯한 세력가들과 손을 끊은 것을 몰텐 킬이 좋아한다는 스토크만의 말에 시장은 '네가 유산을 얻어내기 위해 이 일을 준비한 것이구나!'라고 화를 내며 나가버리고 스토크만은 그런 시장을 경멸한다.
시장이 나간 뒤 몰텐 킬이 들어와 자신이 사들인 온천장의 주권을 보여준다. 그것은 스토크만이 앞으로 온천의 오염 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자신의 가족들을 향해 칼을 겨누는 일이 될 것을 의미한다.[2] 공장을 경영해 온 자신의 가문이 비난받는 것을 원치 않았던 몰텐 킬이 택한 방법이었다. 몰텐 킬은 이것을 받지 않는다면 그나마도 다 자선사업에 기부해 버리겠다고 한 뒤 떠난다.
이어 호스타트와 아스라크센이, 몰텐 킬이 온천의 주권을 모두 사들여 스토크만에게 넘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토크만의 집을 찾는다. 그들은 스토크만이 온천 문제를 내세웠던 것이 모두 이를 위한 것이었다고 추측하며, 앞으로 <민보>에 그의 글을 싣고 적극 후원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속셈이 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스토크만은 모두 내쫓아버린다.
스토크만은 하녀를 시켜 몰텐 킬에게 거절 의사를 전달하도록 하고, 마을을 떠나지 않을 것을 맹세하며 가장 강한 개인으로서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하면서 극이 끝난다.
1.2. 등장인물
- 토마스 스토크만: 주인공. 온천장 소속 의무관. 젊은 시절에 쓸쓸히 떠돌이 생활을 했기에, 현재 정착하면서 누리고 있는 풍족하고 안정적인 삶에 행복을 느낀다. 자신이 알아내는 새로운 사실이나 생각들을 신문 등을 통해 알리곤 하며 그것이 자신의 고장과 시민들을 위한 일이라 여긴다. 온천장 발달의 기초를 닦았으며, 온천장이 병균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알리려 한다. 하지만 그가 평소에 아껴 왔고 그의 뜻을 따를 것만 같았던 이들은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그의 편에는 가족들과 정치에 관심이 없던 홀스텔만이 남는다. 진실을 묻으려 하는 시장과 그의 허위에 휘둘려 진실을 외면하는 민중들을 보면서, 다수의 민중을 악이라 규정하고 민중의 적이 되기를 자처한다. 그리고 강인한 개인이 되어 그들과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한다.
- 카트리네 스토크만: 스토크만의 부인. 남편이 온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를 알리려 하는 것과 달리 그녀는 그가 가정을 생각하며 한 발 물러서기를 바란다. 하지만 스토크만을 따를 것만 같았던 이들이 등을 돌리고 시장의 편에 서게 되자 남편의 지지자가 되기로 마음을 바꾼다.
- 페트라: 스토크만의 맏딸. 야학에서 교사로 근무한다. 어머니와 달리 진취적인 성격과 사고를 가진 여성이다. 아버지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스토크만의 연설 소동이 있고 난 뒤 학교에서 면직을 당한다.
- 에일프: 스토크만의 장남. 아직 어린 학생.
- 몰텐: 스토크만의 차남.
- 페텔 스토크만: 스토크만의 형. 마을의 시장 겸 경찰서장, 온천 관리 위원회 의장. 평소 스토크만을 지원해왔지만 형제로서의 의리가 아니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기 위해서였다. 평소 스토크만이 보이는 행동들을 탐탁지 않게 야겼다. 그에게 민중은 적당히 다스리면 되는 존재로 여겨지며, 온천의 기초를 닦은 것이 스토크만이라는 말에 자신 또한 한몫을 했다며 발끈할 정도로 명예를 중시한다. 온천의 문제점을 알아낸 스토크만이 이를 알리려 하자 이것을 막기 위해 경고를 하고 자신에게 복종할 것을 강요한다. 스토크만이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자 신문사 사람들과 시민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 몰텐 킬: 스토크만의 장인. 가죽 공장을 경영하는 대부호다. 사위 스토크만이 온천의 문제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사소한 문제라 여기면서 그것으로 세력가들을 굴복시키기를 바란다. 하지만 온천의 오염이 자신의 공장과 관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자신의 돈을 다 털어 온천장 주권을 사고 이것을 스토크만에게 넘겨 자신의 가문이 입을 타격을 면하고자 한다.
- 호스타트: <민보>라는 신문사의 주필. 빈민 출신으로, 민보를 인수하면서 기득권층에 맞서 싸울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정의를 위해 일을 하는 듯하지만 시장의 말에 넘어가 스토크만에게 등을 돌리고 연설 때 그가 옳지 않음을 주장한다. 연설이 끝난 뒤 스토크만에게 다시 찾아가 민보에 글을 실어 줄 것을 요청하지만, 그 속내에는 스토크만이 받게 될 유산으로 자신들이 얻을 이득에 대한 관심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스토크만은 거절한다.
- 빌링: 신문사 기자. 스토크만을 민중의 벗이라며 따랐지만, 시장에게 설득당한 뒤에는 그와 반대편에 선다.
- 홀스텔: 스토크만의 친구. 선장.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삶을 사는지라 마을의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스토크만이 시장에 대항해 연설을 하고자 했을 때 아무도 집을 빌려주지 않자 기꺼이 자신의 집을 내준다. 이로 인해 면직을 당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크만이 집이 없는 신세가 되자 자신의 집에 머물도록 해준다.
- 아스라크센: 인쇄소 주인. 일을 처리할 때 절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온천 문제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는 다수의 시민을 대표해 스토크만을 후원하겠다고 나서지만 시장에게 설득당한 뒤에는 스토크만의 연설이 시장의 뜻대로 흘러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연설이 끝난 뒤 호스타트와 함께 스토크만에게 찾아가 <민보>에 글을 실어 줄 것을 요청하지만, 그 속내는 결국 똑같았다.
1.3. 기타
이 작품은 두 개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첫번째는 입센이 알고 지내던 젊은 시인의 아버지 이야기. 그의 아버지는 1830년대 어느 온천의 의무관이었는데, 그곳에 콜레라가 창궐하는 것을 알게 되어 그 사실을 공표하자 온천은 대목을 놓쳤고 분노한 시민들이 집에 돌팔매질을 해대 그곳을 탈출해야 했다고 한다. 두번째는 신문에서 본 노르웨이의 한 화학자의 이야기인데, 시의 척박한 재정을 돕는 데 인색했던 한 회사를 비판하며 연설을 해온 그가 그 회사의 총회에서 연설을 하려 하자 의장이 이를 저지하고 다수의 참석자들이 이를 거들어 소란을 일으키며 그의 시도를 막았다고 한다. 입센이 이 일을 접한 시기는 전작 <유령>에 대한 거센 여론이 있을 때여서, 1년 만에 발표한 <민중의 적>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여겨지며 실제 작품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나온다.이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나뉘었다. 입센이 작품을 통해 비판하려 했던 정당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유령>을 비판하는 기사에 대한 각색물일 뿐이라며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이썼다. 반대로 주제와 형식, 기법 등에 대해 극찬하는 이도 있었다. 민중에 대한 비판에 거부감을 가질 줄 알았던 시민들은 진실을 말하는 스토크만의 등장에 환호했다. 작중 스토크만이 대중을 경멸하고 개인을 신봉했음에도 작품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