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3 10:45:30

룸펜


1. 개요2. 상세3. 사용 예4. 놈팽이의 어원

1. 개요

Lumpen

보통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과 노숙자 등 사회 최하계층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룸펜이라는 용어가 성행한 것은 진짜 노숙자나 사회 최하계층이 아니라 빈곤한 지식인의 자조적 표현으로 사용되면서부터다. 이는 현대 인터넷 은어인 "잉여"로 거의 완전하게 대치할 수 있을 정도로 뉘앙스가 가깝다.

2. 상세

이 말의 유래는 카를 마르크스인데 정확히는 1850년에 마르크스가 발표한 글에서 사회 최하층인 빈민, 부랑자, 창녀 등을 일컫는 말로 룸펜프롤레타리아트(lumpenproletariat)라는 말을 만든 것에서 유래했다. 룸펜프롤레타리아트의 룸펜은 독일어에서 누더기, 부랑아를 의미하는 단어인 lump에서 유래했다. 마르크스가 말하는 룸펜프롤레타리아트는 그의 계급론에서 나온 것으로 이들은 하류층이지만 프롤레타리아트라고 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혁명기에 독재정권과 부르주아들의 열렬한 파수꾼이 돼서 노동자 계급혁명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 경고는 파시즘의 득세와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의 집권으로 현실이 되었다.

이후 이 말은 다양하게 쓰이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에 많이 배웠음에도 그 지식을 쓸 데가 없는 슬픈 지식인들이 스스로를 비하하는 말로 쓰이기도 했다. 특히 1930년대 경성에서는 이런 종류의 룸펜이 대거 양산되었는데 이 세대가 공부할 시기는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대라 고학력자에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정작 졸업하고 보니 대공황의 여파로 일본인조차 취업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3. 사용 예

채만식의 소설 〈레디메이드 인생〉이 룸펜 지식인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 표현되는 룸펜의 모습은 청년실업이 심각해진 현재의 취준생, 공시생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염상섭의 소설 삼대 초반부에도 김병화가 자신을 '고등 룸펜'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 야인시대의 등장인물인 신마적한용운의 연설을 들은 후 눈물을 흘리며 매일 술이나 퍼마시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면서 룸펜이라 자조한 바가 있다.그리고 만취한 상태에서 또다시 난동을 부리고 술집 점원을 두들겨 팬다 김이수, 눈물의 곡절도 전형적인 일제강점기 지식인 룸펜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1]

부잣집에서 놀고먹는 인생을 사는 종자들에게도 이 말이 쓰였는데 특별히 이런 종자들은 룸펜 부르주아라고 불렸다 카더라.

1970-80년대 운동권에서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대학생들을 룸펜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오늘날에는 극좌에서 강남좌파, 패션진보를 비난할 때 룸펜 진보라고 칭하기도 한다. 사실상 원래 뜻과 상관 없이 그냥 잉여를 가리키는 운동권 계열 용어로 정착한 듯 하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인터넷을 통해 사업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일정한 직업이 없고 일할 의욕이 없는 상태로 인터넷에서만 활동하는 잉여들과 니트족들이 룸펜에 해당된다.


이 단어를 임창정의 슬픈 혼잣말 뮤직비디오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도 많다. 노래방에서 줄창 등장하는 임창정의 뮤직비디오 중 하나인데 아래에 링크한다. 5분 46초 쯤에 해당 단어가 등장한다.

4. 놈팽이의 어원

지식층에서 사용되는 룸펜이라는 단어는 서민층에서 놈팽이로 변형되어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확실치 않다.# '놈'에 ‘지팡이’나 ‘곰팡이’의 '팡이'가 붙어 놈팡이가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나 '지팡이'는 '짚다'+'앙이', '곰팡이'는 '곰피-'+'앙이'가 결합된 것이라고 한다. 일 안 하고 노는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이며 대학(원) 졸업 후 취직하기 전까지 졸업했다는 말을 함부로 꺼냈다간 놈팽이로 남들에게 파문당하고 사이가 안 좋아지므로 절대 안 된다. 취업난이 심화되는 관계상 대학 이후의 졸업은 취업해야 대접받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1] 신마적, 김이수 모두 고학력 지식인임에도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대상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며 술에 찌들어 살고 있다. 그나마 차이점이라면 신마적은 말 그대로 날건달이지만 김이수는 꽤 괜찮은 고급주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