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8 06:53:16

로키산메뚜기

로키산메뚜기(로키산맥메뚜기)
Rocky Mountain locust
파일:Melanoplus spretus.jpg
학명 Melanoplus spretus[1]
Walsh, 1866
<colbgcolor=#fc6> 분류
동물계(Animalia)
절지동물문(Arthropoda)
곤충강(Insecta)
메뚜기목(Orthoptera)
메뚜기과(Acrididae)
멜라노플루스속(Melanoplus)
로키산메뚜기(M. spretus)
멸종위기등급
파일:멸종위기등급_절멸.svg
파일:로키산메뚜기.jpg
복원도

1. 개요2. 북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악명3. 멸종4. 기타5.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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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북아메리카에서 서식했던 메뚜기의 일종이다. 한국의 밑들이메뚜기와 가까우며, 같은 속의 빗살무늬미주메뚜기는 한국에 유입되어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되었다.

평균 크기 2~3cm인 흔하고 평범했던 메뚜기. 로키산맥의 동쪽에서 자주 발견이 되었으며 대개 높고 건조한 곳에서 서식했다. 사실 몬태나 주에서부터 콜로라도 주네브래스카에 이르기까지 미국 서부에서는 그야말로 없는 곳이 없었다. 심지어 캐나다에도 있었을 정도다.

2. 북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악명

파일:Grangers_vs_Hoppers.jpg
미국의 만화가 헨리 워렐(Henry Worrall, 1825-1902)이 묘사한 캔자스 농부와 로키산메뚜기의 사투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정착할 때 백인들은 이 로키산메뚜기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 그러나 개척민들이 별 생각 없이 농사를 짓자 농경지에 이 메뚜기들이 습격해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놈들은 식물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먹을 수 있었고, 심지어 철새처럼 대규모로 이동하는 습성도 있었다. 원 서식지의 식물을 다 먹어버려서 땅이 황폐해지면 무리를 이끌고 비옥한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개척민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농경지는 혹독하고 건조한 고지대에서만 살던 이 메뚜기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밥상이었을 것이다.

1873년부터 1877년에 이상범람을 보여 농경지를 습격했고 약 2억 달러 이상 피해를 입혔다. 그 당시는 아직 달러 금화가 멀쩡히 통용되고 있을 시기였으므로 현대의 물가로 환산하면 훨씬 크다. 당시 1달러 금화를 2023년 환율의 달러로 환산하면 약 28.9달러 정도였으니 로키산메뚜기의 피해액은 약 57.8억 달러, 한화로는 무려 약 6.9조 원이나 된다.[2] 1870년 기준 미국의 GDP(PPP 기준)[3]가 1990년 환율로 125.5억 달러, 2023년 환율로 288.6억 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국 GDP의 무려 15~20% 이상의 피해를 입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메뚜기 한 무리는 19만 8천 평방마일을 뒤덮을 수 있었는데, 이는 캘리포니아 주 전체 크기보다 컸고 콜로라도 주 전체 크기의 2배였다. 해당 무리는 2조 5000억마리 남짓에 무게는 2700만 톤이었다고 추정한다. 종 전체가 아니라 무리 하나가 그 정도였다.

1800년대 말 미 서부를 배경으로 한 자전적 소설 초원의 집에서 그 무시무시함이 잘 묘사되어 있다.

당시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물자 운송수단인 증기 기관차도 이 메뚜기 떼들 때문에 운행 마비가 되는 경우가 잦았다. 메뚜기 무리들이 선로에 내려앉아 있다가 바퀴에 깔려죽기 시작하면 그 사체 때문에 바퀴가 미끄러져 헛도는 공전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관사 운전원들은 선로에 모래를 부어서 마찰력을 높여 기관차를 움직이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4]

이렇게나 큰 피해를 입히니 당시 메뚜기를 죽이는 전용 장치까지 개발될 정도였다.

3. 멸종

이처럼 19세기까진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음에도 20세기 들어 갑자기 멸종됐다. 위에 설명된 1877년의 재앙이 있은 지 불과 30년도 안 되어 증발하듯 사라졌다. 살아있는 개체가 마지막으로 채집된 때가 1902년이다. 북미대륙에 백인들이 이주한 지 300여년, 미국을 세운 지 126년 만의 일이다. 예전엔 일부는 무리를 이루지 않고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남은 표본과 DNA를 비교해 본 결과 확실한 멸종으로 본다.

멸종의 원인은 알 수 없다. 산란지인 강둑·평원지대를 메우고 개간하는 공사 등으로 인한 서식지의 파괴로 멸종하지 않았겠느냐란 가설이 있을 뿐이다. 군집이 관찰된 해에만 일시적으로 그런 평원에 모여 산란했기 때문에 이 가설도 신빙성은 썩 높지 않다.

이 메뚜기의 멸종으로 안 그래도 사냥으로 고통받던 에스키모쇠부리도요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4. 기타

  • 로키 산맥에 있는 메뚜기 빙하(grasshopper glacier)에 메뚜기들의 사체로 이루어진 지층이 있는데, 이 사체들이 로키산메뚜기라고 추정한다.
파일:grasshopper glacier in rocky mountains.jpg}}} ||
로키 산맥의 메뚜기 빙하에 쌓인 사체들#
아직도 지층을 파헤쳐 보면 미라화된 메뚜기의 사체를 건져낼 수 있는데, 한둘도 아니고 시체로 지층이 이루어질 정도였으니, 이들의 개체수가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특정 빙하 앞에 대량의 메뚜기 사체들이 있는 지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 본 결과, 메뚜기 무리를 인도하는 선두가 방향을 잘못 잡아서 로키 산맥에 갇혀 있다가 추운 폭풍에 의해 모두 동사해 버렸다는 가설이 지지받는다.
  • 이 생물이 멸종한 것을 예시로 들며 모기도 사람이 노력하면 멸종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메뚜기는 오로지 북아메리카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북극에서부터 남극까지 전 지구에 모조리 퍼진 모기와는 서식지의 범위가 비교도 안 된다. 애초에 상술했듯 로키산메뚜기의 멸종 원인도 인간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5]
  • 비록 로키산메뚜기는 허무하게 멸종했지만, Melanoplus속의 다른 메뚜기는 여전히 팔팔하게 살아남아 미국 농부를 괴롭히고 있다. 특히 Melanoplus devastatorMelanoplus differentis가 황충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악명 높은데 M. differentis는 '빗살무늬미주메뚜기'라는 이름으로 국내에도 들어와서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5. 관련 문서



[1] 라틴어로 'spretus'는 '멸시', '경멸'을 의미하는 단어다.[2] 사족으로 남북 전쟁 당시 보병 한 명의 월급이 13달러였는데, 이를 1865년 기준으로 두면 2023년 환율로는 242달러도 되지 않는다.[3] 미국 달러 기준 PPP는 GDP와 같다.[4] 현대의 열차도 선로와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모래를 뿌리는 살사(撒沙)장치를 사용한다.[5] 인간이 이들을 없애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은 맞지만, 이 행위가 멸종에 대한 직접적인 이유인지 간접적인 이유인지 알 수 없다.[6] 캐릭터의 모티브가 로키산메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