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5 01:40:58

S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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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해외의 사례

1. 개요

대한민국 공군에서 개발, 운영하는 활주로 제설작전용 장비. 명칭의 SE는 말 그대로 Snow Equipment의 약자. 주로 별명인 마징가, 코끼리 라고 한다.

2. 상세

퇴역한 항공기의 엔진을 상용 화물차대[1]에 얹어서 만들었으며, 제트엔진에서 나오는 브레스트 파이어열풍으로 쌓인 증발시켜버린다. 눈이 녹는 정도가 아니라 이 뽀송뽀송해진다. 덕분에 끔찍하게 넓은 활주로도 한나절이면 모두 치울 수 있다고 한다. 활주로에 눈이 내리는 날이면 가장 먼저 출동하며 새벽에 그 소리를 들은 공군 장병들에게 '오늘은 제설을 해야 하는구나X발' 라고 느끼게 해준다. 사진에 나온 양방향 중장비를 경량화시켜 소형 엔진으로 바꾸거나 단방향으로 분사하는 차량도 있으며, 활주로보다 좁은 주기장 제설에 투입되기도 한다.

참고로 중형 SE-88은 운전석이 정면과 후면 2개가 존재하는데, 제설 작업 시에는 분사구 쪽이 정면이다. 이는 항공기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연료차량이 뼈대가 된 기존 차량의 정면부에 연결되기 때문에 그렇다. 트랜스퍼케이스가 기존 차량의 반대 방향으로 되어 있어서 차량의 정면으로 주행하면 후진이 된다.[2] 그리고 수동변속기 차량이기 때문에 숙련도가 높지 않은 초급 간부들이 반클러치로 운전하다가 클러치를 태워먹는 경우가 매우 잦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눈이 내릴 때 제설작업을 해서 생기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눈보라 맞아가면서 트랜스미션을 내리고 클러치 디스크와 압력판을 교환해줘야 한다.

고온 고압의 바람으로 눈을 치우는 특성상 열풍이 직접 닺지 않는 가장자리는 녹은 눈이 전부 얼음이 된다. 이때는 사람이 일일이 곡괭이로 깨서 제거해야 한다. 그래서 허허벌판 활주로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칼바람을 맞으면서 망치로 얼음을 콩콩 찍어서 깬다. 또한 눈의 연무를 만들기 때문에 이 눈들이 근처 온갖 기물들에 다 달라붙어 얼어 이것을 제거하는 것도 고역이다.[3]

장비의 운용 자체는 항공기와 관계없는 부서에서 전담하지만 항공기 엔진을 장착했다보니 기관중대가 정비를 담당한다. 다만 다양한 구성품의 복합체이기 때문에 정비에는 다양한 부서들이 투입된다. 다만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진 덕트를 일일이 용접해서 사용하는데 항공기에서 배출되는 가스는 상대적으로 고온고압이기 때문에 수명이 그리 길지가 않다. 그래서 제설 한번하고 나면 그만큼 정비 측면에서 고생하게 된다. 또한 항공기 엔진을 쓰기 때문에 연료 소모가 심하다. 그래서 탱크로리 비슷하게 생긴 연료차량을 따로 대동하고 다닌다. 소형은 탱크로리에 엔진을 올린 수준이다.

그래서 비용 대비 효율성은 그리 좋지 못하다. 전투기 엔진을 장착해서 연료는 일반 경유나 휘발유가 아닌 항공유를 사용하며, 제작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연간 운용비는 민간업체서 판매, 운용하는 제설차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설효율로 따지면 비슷한 수준이다. 그래도 시간 대비 효율성이 매우 뛰어나서 공군에서 계속 운용하고 있다.

크기도 크지만 SE-88은 항공기가 아니기 때문에 넣어둘 만한 격납고가 없을 수도 있다.[4][5] 결국 바깥에서 찬바람이나 눈보라를 맞아가며 정비를 할 수밖에 없다. 정말 유용하게 쓰이는 장비지만 오래된 퇴역 제트엔진을 사용하다보니 고장이 매우 잦은 편이라서 정비사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장비 하나의 제설 능력은 몇 십~몇 백 명 수준이기 때문에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 항공기 작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제때 작업을 끝내야 한다.

과거 F-4F-5이 주력이던 시기에는 일선에서 퇴역한 F-86 세이버의 엔진인 J47을 장착해 제설차를 제작했다. 2015년 시점에서는 두 가지 형식이 존재한다. F-5 엔진을 사용한 J85를 장착한 소형 제설차와 F-4 팬텀의 엔진인 J79를 장착한 중형 제설차가 있다. 중형 제설차는 주로 활주로의 제설을 소형 제설차는 작은 크기를 살려 유도로와 주기장의 제설에 사용된다. 더 강한 J79 엔진이 장착된 SE-88은 그레이트 마징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십 년 후 F-15KF-16이 퇴역할 시기에는 F100 엔진으로 만든 마징카이저SE-88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SE-88이 다닐 수 없거나 중요도가 떨어지는 기지내 도로는 보통 공병대대에서 중장비로 밀어버리고, 중장비가 들어가지 않는 곳은 인력을 동원한다.[6]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공병대대 중장비 뿐만 아니라, 차량에 도저날을 장착하는 등의 방법으로 치우게 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데, SE-88은 대한민국 공군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고유 장비다. 어느 공군 부사관이 88년에 고안한 창안품으로 제식명 SE-88인 것도 개발한 해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과거 미군이 알래스카그린란드 같이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 사용하던 제트엔진제설차를 한국형으로 바꾼 것이다.[7]

3. 해외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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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얼음의 고장 러시아에도 비슷한 장비가 있다. # SE-88과 같은 원리로 쌓인 눈을 제거하는데, 이쪽은 퇴역한 MiG-15의 킬모프 VK-1 엔진을 트럭에 장착해서 쓴다고 한다.[8] 민간 공항에서 사용하다보니 특별한 제식명칭은 붙어있지 않은 듯 하며, 활주로 제설 이외에 항공기 제빙(除氷) 작업에도 투입된다.

제설용 장비는 아니지만 이 장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 진 것이 big wind라는 별칭을 가진 산불 진압용 소화장비이다.[9] 헝가리에서 만들어진 장비로 MiG-21Bis의 엔진인 Tumansky R-25 2개를 T-34 전차의 차체(걸프전 이후에는 T-34 차대 대신 T-55차대로 교체)에 얹어 만들었다. 미군에서 제조사와의 계약으로 도입하여 걸프 전쟁 당시 이라크군이 철수하면서 방화한 쿠웨이트 유전을 소화한 적이 있다.#



[1] 현대 트라고, 현대 메가트럭이 주 베이스다.[2] 팬텀 엔진을 장착한 중형급 이상은 제설 작업 시에는 후진으로 움직여야 한다.[3] 특히 이 눈의 연무가 활주로 내에 국지적인 안개를 만들 때가 있다! 이럴 때는 항공기상관측병이 고생하게 된다.[4] 타이어나 기타 부속품에 외부 물질(F.O.D) 위험 등 여러 이유로 항공기가 아닌 기타 장비를 정비용 격납고에 입고시킬 수 없다. 물론 이것도 부대에 따라 달라서 격납고에 중형 두 대를 넣어두는 곳도 있다.[5] 부대에 따라 다르지만 비상출격을 해야 하는 방공대기소에서는 소형급으로 1기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FOD 우려가 있더라도 비행대기선에 진입할 때 이물질 제거작업을 하고 들어가기 때문이다.[6] SE-88와 중장비도 공병대대에서 운영하는데 인력이 따로 필요할 때도 공병대대에서 차출된다.[7] 사실 이와 같은 제설장비는 방위산업체 입장에서는 상품성이 없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만 필요하니 수요가 적다. 어차피 만드는데 대단한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아서 따로 구매할 필요없이 직접 만들어 쓰는 것이다.[8] F-86과 MiG-15가 한국 전쟁 항공전에서 라이벌 관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묘해진다.[9] 엔진으로 만든 기류로 물을 넓은 면적으로 날려 불을 꺼버리는 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