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18 03:27:07

LTCM

롱텀 캐피탈에서 넘어옴
1. 개요2. 시작3. 전개4. 위기5. 결말6. 여담7. 관련 서적

1. 개요

롱 텀 캐피탈 메니지먼트(Long-Term Capital Management L.P.)


1994년에 채권중개회사 사장 존 메리웨더와 블랙-숄즈 모형의 창시자 숄즈가 힘을 합쳐 만든 투자전문회사. 기본적으로 전세계 채권의 프리미엄/디스카운트를 이용한 차익거래 펀드였으며 출시 3년만에 30배의 수익을 거두는 등 월 스트리트에서 승승장구를 하던 투자전문회사였다. 1998년 러시아 채권에 대한 과도한 매입 상태에서 러시아모라토리엄으로 파산했다.

2. 시작

LTCM은 존 메리웨더(1947 ~ )를 주축으로 1993년 설립된 회사이다. 메리웨더는 블랙-숄즈 공식을 낳은 로버트 머튼과 마이런 숄스 같은 스타들을 파트너로 영입하였다. LTCM은 이와 같은 수학적인 분석을 무기삼아 채권의 차익거래를 주로 하는 회사였다.

차익거래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어떤 채권이 다른 채권과 구조적으로 비슷한 가격의 움직임을 보인다 하자.[1] 그러면 이 두 채권간에는 어떠한 관계가 존재하므로, 한 채권을 통해 다른 채권의 '상대적 가치'를 추정 가능하다. 이 때 차익거래의 기회가 존재하는데, 채권간의 가격 차이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벌어졌을때 저평가된 쪽은 매수, 고평가된 쪽은 매도하고, 나중에 가격격차가 줄어들면 이윤을 남기는 방식이다.

이러한 거래는 교과서에 나오는 무위험 차익거래가 아니고 비슷한 자산들을 가지고 일종의 베팅을 하는 것이다. 둘이 비슷했으니 가격이 좀 달라져도 결국 다시 비슷해질거라는 가정인데, 이 가정이 항상 맞는게 아니기 때문에 무위험 거래라고 하면 안된다.

통상적인 차익거래로는 수익이 수십 bp 수준으로 낮은 수준이나 LTCM은 이것을 레버리지 (즉, 돈 빌려 투자하기)를 통해 20~30배로 높여 수백bp(수%)를 수익을 거두었다. 다만 이렇게 하면 반대로 손실도 수십배가 되어 한 순간에 망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정교한 수학적 모델을 통해 LTCM은 이 리스크를 최소화하였다고 생각하였다.

폐쇄형 펀드로 시작한 LTCM은 연 2%의 고정 수수료에 이익의 25%를 수수료로 떼어갈 정도로 비싼 펀드였다. 1994년 2월말 본격적인 운용을 시작한 LTCM은 1,000만 달러짜리 SPARC 워크스테이션에서 나오는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매를 했으며 초기 투자자본금은 12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

3. 전개

1994년 앨런 그린스펀의 경기과열에 따른 금리인상과 맞물려 LTCM은 펀드를 오픈한지 2개월인 5월에 7.9%라는 매우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였다.[2] 그 해 LTCM은 연 28%의 수익률을 올렸다. 1996년 LTCM의 자산은 자본금의 30배가 넘는 1,400억 달러에 달하고 있었고 미국내 펀드 중 가장 많은 자산을 운용하기에 이르렀는데, 2위인 피델리티 마젤란 펀드보다 2배 이상 큰 규모였다. 당시 LTCM은 6억 5,000만 달러 상당의 주식파생상품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은 상태였다.

첫 3년은 최고로 잘 나가는 펀드로서 명성을 떨쳤으나, 점점 수익률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차익거래라는 것에 대해 다른 투자은행들이 처음엔 좀 생소해 했지만, 감을 잡기 시작하면서 LTCM 따라하기를 시전하였고, 경쟁에 의해 예전만한 수익을 낼 수 없었다. 이에 LTCM은 레버리지를 올려서 수익률을 유지한다. 한마디로 돈을 빌려서 투자 규모를 늘렸다는 소리다. 이 때문에 뭔가 잘못 돌아가기 시작하면 피해가 수십배로 커질 위험을 안고 있었다. 1998년 즈음엔 LTCM의 규모가 1000억 달러를 넘어가는데 자기 자본금은 5%도 안되었다.

4. 위기

때마침 1998년 동남아시아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하였는데, LTCM의 모형은 이 정도의 대규모 위기를 감안하지 않았었다. 사실 이런 폭락이나 폭등은 모형에 넣기 힘든 것이, 몇십년에 한번이나 올까말까 하니 경험치가 쌓일 수 없기 때문이다. 모형이란 결국 과거에 일어난 경험을 토대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금융위기에 접어들면서 여러 자산 가격들이 폭등 내지 폭락을 거듭하는 동안, 괜찮다고 생각해서 실시한 차익거래들이 손실을 보게된다. 차익 거래가 되려면 비슷한 자산들이 비슷하게 움직여야 되는데 위기에서 그럴거란 보장이 없다. 일례로 1998년초 LTCM은 대량의 주식 변동성을 공매도 하는데 모형에 의하면 변동성이 너무 높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그 판단이 맞겠지만, 여기서 큰 손실을 입었다.

LTCM은 어금니 꽉 물고 만회할 건수를 찾다가 러시아 채권이 너무 저평가 되었다는 신호를 포착한다. 따라서 러시아의 채권을 대규모로 매수하고 반대 급부로 일본 채권을 매도하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저력을 일개 모형따위로 잴 수는 없었다. 소련의 붕괴와 옐친의 삽질로 인해 러시아 경제는 파탄나고 있어 러시아 채권 가격은 떨어져갔고, 반대로 일본이나 미국 채권 가격은 계속 올랐다. 그러나 LTCM은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더라도 IMF의 도움으로 해결될 것이라 보고 우량 국가의 채권을 더 팔아 그 돈으로 러시아에 더욱 몰빵한다.

대망의 1998년 8월 17일 월요일, 러시아는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를 선언하였다. 러시아 채권은 휴지 조각이 되었고, LTCM 은 미화 1천억 달러의 부채를 남겨둔 채로 파산을 선언한다. 결국 LTCM은 연방준비제도(Fed)에 자금요청을 하였다. 1천억 달러($100 billion)은 당시 한국 GDP의 1/3 가량되는 엄청난 액수였기 때문에, LTCM이 넘어가면 금융계에 큰 충격이 올 것은 분명하였다. 요약 만화

5. 결말

앨런 그린스펀은 위의 사태를 조율하면서 9월 29일 금리를 인하를 하면서 수습을 하려고 하였으나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결국 미 연방은행 (Fed)가 나서서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대형 투자은행들에게 5억 달러($500 million)정도의 삥을 뜯어 LTCM에 주입해 주게 된다. 이 돈으로 당장 급한 마진콜 부분을 해결하고 이미 투자한 자산은 동결하였다. 몇 달이 지나 러시아 문제가 나아지면서 LTCM은 숨을 돌렸고, 금융 위기가 가시자 LTCM은 다시 수익을 내기 시작한다. 이후 발생한 수익으로 원조받은 자금에 대한 반대 급부는 모두 지급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래서 메리웨더와 숄즈는 이후로도 다른 펀드를 통해 펀드매니저 활동을 하였다. 이들은 세계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6년 은퇴했다. 그리고 메리웨더는 LTCM 청산 이후에 재기를 위해 본인의 이름을 건 자산운용회사를 만들어서 정확히 이와 같은 펀드를 레버리지만 반으로 낮춰서 운용했다가 세계금융위기를 맞고 완전히 넉다운이 되고 재기는 커녕 아예 은퇴하게 된다.

위 문단을 보면 알겠지만, LTCM이 잘해서 마지막에 수익이 난게 아니다. 유동성 위기를 저런 식으로 메꿔주는데 엔간한 차익거래 펀드가 수익이 안날 수가 없다. 인디언 기우제처럼 수익 날 때까지 자금 지원해주는 상황에서 월 스트리트에서 그걸 못살리기가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경제에 주름살 간다고 Fed가 지원을 한 것이였으나, 미국 금융계에 대마불사라는 대단히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이 꼴을 본 다른 대형 투자 은행들은 세게 베팅하다가 망해도 Fed에서 살려준다는 경험을 또렷히 기억하게 되었고, 2009년까지 모기지 시장에서 그대로 실천한다. 게다가 LTCM 파산시에 뻗대고 돈을 내지 않는 은행들이 몇 있었는데, 이들이 유독 2009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철퇴를 맞았다는 점을 들어 괘씸죄가 적용되었다는 주장도 있다.[3] 이래저래 운용자들의 학문상의 업적에 비해, 실제 적용에서는 여러 씁쓸한 뒷맛을 남긴 사건이다.

이 사건이 투자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다 잊더라도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투기)'의 위험성은 결코 잊어선 안된다. 거시적 경제의 흐름과 그 방향은 어느 누구도(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숄즈 정도의 천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따위의 것이 절대 아니다. 자신이 넉넉히 감당 가능한(ROA, ROE 등의 개념을 모른다면 공부부터 하자) 수준을 넘어선 레버리지는 수십년의 공든 탑을 단 며칠만에 날려버릴 수 있는 정말 무서운 양날의 검이다.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거나 예상할 수 있다는 착각 때문에 레버리지를 일으켰다가 영원히 시장에서 퇴출된 사례는 지금 오늘날에도 발에 채이는 수준으로 많다. 대부분의 역사적 폭망사례들은 거의 반드시 레버리지가 선행되었다.

6. 여담

  • 소규모 헤지펀드들의 집합체인 바우포스트 그룹의 세스 클라만은 LTCM의 차입거래 규모가 커 작은 실수로 인해 펀드의 자산 대부분을 잃을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7. 관련 서적


[1] 예를 들어 러시아 1년 국채의 가격과 러시아 5년 국채의 가격 사이에는 (기간 차이로 인한 리스크를 제거해준다면) 어떤 일정한 관계가 성립할 것이다.[2] 채권 펀드의 수익률은 채권이라는 상품의 특성상 주식형 펀드에 비해 변동성이 낮은 편이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이 금리라는 것이 급격하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가 급격하게 변하면 경제에 악영향이 오기 때문에 거의 모든 국가들이 금리를 안정적으로, 서서히 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3] 금융위기 초기에 구제금융 못받고 얄짤없이 날아간 베어 스턴스(Bear Sterns)는 LTCM 구제 금융에 돈을 내지 않았고,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역시 규모에 비해 적은 돈을 마지못해 냈다.[4] 가장 좋은 것은 관련된 서적 및 논문을 보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번역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으므로 영문 원전을 추천한다.[5] LTCM의 전 공동 창업자인 빅터 하가니가 LTCM의 실패 교훈을 바탕으로 투자 규모 결정에 대해 쓴 책이다. 2023년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원서 제목은 "The Missing Billionai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