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9 12:10:59

폴릭세네

트로이 왕가 (프리아모스 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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Πολυξένη / Polyxena

1. 개요2. 일대기3. 대중 문화에서4. 여담5. 관련 문서

1. 개요

트로이공주.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 왕비의 막내딸.

이름의 유래는 "많은 손님을 맞이하는 여자".

2. 일대기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이 헥토르의 시체를 아킬레우스로부터 되찾아 오고 장례식을 치르는데, 장례식이 끝나고 오빠의 무덤 앞에서 서럽게 우는 폴뤽세네를 아킬레우스가 보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1] 아킬레우스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그녀에게 청혼을 하자, 폴뤽세네는 그가 헥토르와 트로일로스 등 사랑하는 오빠들을 죽인 원수라는 사실에 복수를 다짐한다.[2][3] 아킬레우스는 둘이 결혼하면 그리스와 트로이가 화해하는 데 자신이 앞장서겠다고 맹세하고 폴뤽세네는 이를 받아들인다.

폴뤽세네는 바로 이 사실을 파리스에게 알린다. 파리스는 아폴론으로부터 아킬레우스의 약점을 알게 되었기에, 아킬레우스가 폴뤽세네를 찾아왔을 때 기둥 뒤에 숨어있다가 독이 묻은 화살로 그의 발뒤꿈치를 맞힌다. 아킬레우스는 죽어가면서 둘을 저주하는데 결국 파리스는 아킬레우스에게 했던 짓을 필록테테스에게 그대로 당했고, 폴뤽세네는 트로이 함락 후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에게 산제물로 바쳐진다.[4]
내 도시를 함락한 그대들 아르고스인들이여, 나는 자진하여 죽겠어요. 아무도 내 몸에 손대지 마세요. 나는 용감하게 내 목을 내놓겠어요. 제발 나를 자유롭게 놓아주고 죽이세요. 내가 자유민으로 죽도록 말예요. 사자들 사이에서 노예라고 불리는 것은 공주인 나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니까요.
-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헤카베》547~552 (천병희 역)
폴뤽세네는 노예로 사는 것보다 차라리 제물로 바쳐지는 것을 행운으로 여겼고,[5] 마지막까지 두려움 없이 공주로서의 품위를 지켰다고 한다. 네오프톨레모스에게 처녀의 몸으로 죽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네오프톨레모스는 그대로 폴뤽세네를 단검으로 죽여버린다.[6][7] 죽고 난 뒤에는 아킬레우스의 무덤에 순장되었다고 한다.

3. 대중 문화에서

3.1. 웹툰 《카산드라

파일:폴릭세네.jpg

트로이공주로 순진하고 철없는 성격이라 카산드라헬레네의 여론조작에 쉽게 놀아나는 트로이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아폴론 신에게 청혼을 받았다는 카산드라의 이야기와 아프로디테 여신에 의해 맺어졌다는 헬레네와 파리스의 이야기에 열광하기도 한다. 워낙에 꿈과 희망에 부풀어 사는 성격인지라 따따부따 잔소리 하는 카산드라와는 자주 싸우는 것 같지만 자매들에게 있을 수 있는 갈등 수준인듯. 폴릭세네 딴에는 탑에 갇힌 카산드라를 챙겨주긴 하는 것 같다. '언니는 내가 챙겨주는 게 당연한 모양이다'라고 투정하는 걸 보면...

'순결하고 집안 좋고 재산 많고 어리고 아름답고 나만 바라보는 여자'가 좋다는 아킬레우스의 이상형 그 자체로[8] 저 대사가 원전 신화대로 아킬레우스와 엮일 것에 대한 복선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원전대로 엮인다 하더라도 스토리 상의 인과관계에 의해 둘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 지는 불명.

어쩌면 가족과 여론에 쉽게 놀아나는 일반 트로이 국민, 작중 사회적 약자인 여자라는 속성들을 종합해 볼 때 카산드라가 궁극적으로 지켜줘야 하는 존재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아킬레우스가 고국 프티아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입수한 프리아모스가[9] 헥토르의 유해를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직접 아킬레우스의 진지로 찾아가 스스로 딸 폴뤽세네를 바치면서 원전대로 아킬레우스와 엮이게 된다.

프리아모스가 아킬레우스에게 헥토르의 유해를 돌려받는 대가로 바친 여인들 속에 섞여있는 모습으로 아킬레우스와 처음 만난다. 프리아모스는 네가 왜 여기에 있냐고 놀라지만 당연히 이 모든 게 일부러 아킬레우스의 이상형인 폴뤽세네를 데려다 놓은 프리아모스의 계획이었다. 아킬레우스가 첫눈에 반해 전쟁을 끝내는 대가로 폴뤽세네에게 청혼했다는 원전 신화를 비틀어서 프리아모스가 적장인 아킬레우스가 자신의 딸에게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 보통 왕들이 쓰는 가장 평화롭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이용하면서 헥토르의 유해를 돌려받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 아킬레우스와 혼인 동맹을 맺고자 폴뤽세네를 이용한 것으로 나온다.[10] 그러나 아무리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라지만 결국 프리아모스 입장에선 아들을 죽인 원수에게 딸을 팔아넘기는 것과 다름없었다.[11]

아니나 다를까 자기 취향에 딱 들어맞는 폴뤽세네를 보자마자 관심을 보인 아킬레우스는 프리아모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헥토르의 유해를 돌려주는 건 물론 고국으로 돌아가는 계획까지 철회하고 바로 폴뤽세네와 결혼하기로 결정한다.[12] 당연히 그리스측은 물론이고 아킬레우스라면 치를 떠는 트로이 왕실도 이 소식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결사 반대한다.[13] 이렇게 그리스와 트로이 전체가 완전히 난리가 난 가운데 정작 이 모든 아수라장의 장본인인 폴뤽세네는 아킬레우스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지금까지 본 왕자들과는 달리 이야기 속에 나올 듯한 분이었다며 아킬레우스와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거냐면서 철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다(...).

그리고 카산드라를 찾아가 예언을 부탁하는데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카산드라는 눈물을 흘리고 폴뤽세네를 부추긴 배후가 누구인지 추궁한다. 이후 언니에게 괜히 갔다, 아버지와 오빠가 죽을지도 모른다니 어쩌란 거냐면서 설마 언니의 예언대로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한다. 이후 아킬레우스가 트로이로 들어와 자신을 보쌈해간 일로 흉흉한 소문이 도는 와중에 실제로는 아킬레우스가 자신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찾아왔음을 알고 행복해하고, 이후 실제로 자신이 아킬레우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라는 카산드라의 충고를 듣고 애쓴 끝에 데이포보스에게 이를 털어놓아 데이포보스가 아킬레우스를 죽이려는 생각을 철회하게 만든다. 그러나 헬레네의 계책으로 파리스와는 대화할 시간을 가지지 못해 파리스가 아킬레우스를 암살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한편, 헬레네에게 조종당해 자신도 모르게 아킬레우스의 음료에 독을 타 아킬레우스의 사망에 간접적으로 일조하게 된다. 아킬레우스가 사망하자 큰 상심에 휩싸여 방에 틀어박히며 파리스와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아 만남을 전면 거부하는 상황에 이른다. 이와는 별개로 트로이 내에서는 폴뤽세네가 실제로는 아킬레우스를 죽여 헥토르의 원수를 갚으려고 했다는 식으로 소문이 퍼진다.

결국 트로이가 멸망하자 원전처럼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에게 끌려가 아킬레우스의 무덤에 산제물로 바쳐져 죽는다. 독자들은 폴뤽세네의 결말에 안타까워하지만 조국과 가족을 잃고 적군의 노예가 되는 삶은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폴뤽세네의 성격상 죽기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을테니 차라리 제물로 바쳐지는 게 더 나은 선택지였다.

3.2.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파일: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폴릭세네.jpg
파일:폴릭세네.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jpg
홍은영 버전의 폴릭세네

홍은영 작가가 그린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자주색 머리에 푸른 눈을 지닌 미녀로 나온다. 서영 작가가 그린 신판에서는 분홍색의 긴 머리를 가진 미녀로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 세계관에서 인간들 중 공인된 최고 미녀인 헬레네보다 더 예쁘다는 평가가 많다.[14][15]

아킬레우스의 전차에 매달린 헥토르의 시신을 보고 쓰러진 올케 안드로마케를 부축해주면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13권에서 헥토르의 장례식이 열리고 다른 가족들과 함께 슬퍼하는데, 장례식에 몰래 참석한 아킬레우스가 그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16] 이후 헥토르의 무덤에서 헌화하던 도중 정탐을 나온 아킬레우스와 대면하고, 그가 정체를 밝히자 내 오빠들을 죽인 그 아킬레우스라며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곧 그와 사랑에 빠진다. 아킬레우스가 자신과 결혼해주면 그리스의 장군들을 설득해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되찾겠다며 청혼하자, 자신을 사랑한다면 내일 저녁 트로이 근처에 있는 팀블레의 아폴론 신전에서 결혼 약속을 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하필이면 오빠 파리스에게 말하고 아킬레우스와 폴뤽세네의 결혼으로 헬레네를 돌려보내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파리스는 이를 막기 위해, 몰래 아폴론 시전에 잡입하여 아킬레우스와 폴뤽세네가 결혼을 서약하는 순간 아킬레우스의 약점인 발 뒤꿈치에 화살을 쏜다. 파리스의 독 화살을 맞고 쓰러진 아킬레우스를 보고 경악하며 그를 부축하지만, 그 순간 나타난 파리스가 폴뤽세네의 손목을 붙잡아 끌어내려고 한다. 아킬레우스는 곧 죽는다는 말을 듣고 오빠가 한 짓이었냐면서 놀라고, 형제들의 원수를 갚았을 뿐이라는 파리스에게 자신은 아킬레우스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안 된다고 거부당한다. 파리스에게 끌려가면서도 아킬레우스를 부르며 울부짖는다.

구판에서는 후일담이 나오지 않았으나, 신판에서는 아킬레우스의 무덤에 산 제물로 바쳐졌다는 후일담이 나왔다.

3.3.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

파일:네오프톨레모스&폴릭세네-초등 인문학.png 파일:myths_info28_08.jpg
네오프톨레모스와 함께 폴릭세네의 죽음

* 26권: 오빠 헥토르를 죽인 아킬레우스를 해치려고 하지만 아킬레우스는 폴뤽세네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하면서 오디세우스에게 부탁해 폴뤽세네와 결혼하게 해 주면 전쟁에서 물러나겠다는 제안을 전하게 한다. 그러자 폴뤽세네는 나라를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 파리스와 짜고 아킬레우스를 처단한다.
  • 27권: 트로이아가 함락될 때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 어머니 헤카베 왕비, 막내 폴리토스와 함께 있었지만, 아킬레우스의 아들인 네오프톨레모스에게 눈앞에서 아버지와 동생이 살해되고, 어머니와 함께 네오프톨레모스에게 강제로 끌려간다.
  • 28권: 트로이아가 함락되고 네오프톨레모스 앞에 끌려와 강제로 무릎을 꿇는다. 네오프톨레모스는 네 어미와 다른 이들은 노예로 끌려갈테지만 폴뤽세네 너는 그런 기회도 없을 거라며 너로 인해 아버지 아킬레우스가 죽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당당하게 아킬레우스는 죽어 마땅한 자였으며 자신 또한 그를 죽인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네오프톨레모스가 폴뤽세네를 죽여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죽여야겠다면 죽이라며 나 폴뤽세네는 누구의 노예도 되지 않는다며 당당함을 보인다. 어머니 헤카베가 자신을 걱정하며 울자 오히려 자신 때문에 울지 말라며 위로한다.[17] 이후 마지막 소원으로 자신을 자유인으로 죽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추가로 당신들에게 간청하는 사람은 노예가 아닌 공주 폴뤽세네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라고 선언한다.[18] 이후 자신을 걱정하는 어머니 및 다른 이들에게 자신은 저승에 가서도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다며, 죽음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도 스스로가 아닌 다른 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씨를 보인다. 이 행동에는 그리스 병사들조차도 감동하며 폴뤽세네를 살려주면 안 되냐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초조함을 느낀 네오프톨레모스는 단번에 폴뤽세네를 베어버린다. 하지만 폴뤽세네는
    "나 폴릭세네는 노예가 아닌 자유인으로 죽노라. 마지막까지 트로이아의 공주로서 품위를 지킬 테야!"

    라는 말을 남기고 마지막 순간까지 공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명예로운 죽음을 맞는다. 나레이션도 폴뤽세네가 얼마나 명예로운 인간인지 설명했다. 아무 죄 없는 폴뤽세네의 죽음은 그리스 영웅들이 신들에게 벌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된다.

여러모로 원전 신화처럼 트로이 공주로서의 품격과 당당함을 갖춘 인물이며 대부분의 매체에서는 생략되는 공주로서의 품위를 굉장히 잘 표현했다. 아킬레우스와의 사랑 이야기는 유명하지만 일부러 파리스와 결탁하여 아킬레우스를 죽게 만들고 트로이 멸망 후 아킬레우스의 무덤에 제물로 바쳐지는 최후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특히 마지막 28권의 대사는 거의 명대사 수준. 나레이션으로도 폴릭세네의 품격과 명예를 표현했을 정도다.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의 폴뤽세네야말로 원전 신화의 묘사를 하나도 빠지지 않고 정확하게 고증했다.

또한 아킬레우스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이라고 묘사되는 대부분의 매체와는[19][20] 달리 이 만화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헥토르를 비롯한 자신의 형제들을 죽인 원수라 여기고, 아킬레우스가 자신에게 반해서 청혼하자 겉으로는 나라를 위해 전쟁을 멈추고자 아킬레우스의 청혼을 받아들이는 척하며 뒤로는 파리스와 합심해 죽일 말큼 아킬레우스를 증오하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온다. 애초에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랑하는 큰오빠를 죽이고 시체까지 능욕한 원수를 향한 훨씬 정상적이고 현실적인 반응이다. 네오프톨레모스에 의해 산 제물로 바쳐지는 순간까지 비굴해지지 않고 용기를 내어 아킬레우스는 죽어 마땅한 자였고 그를 죽인 걸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일갈할 정도.

3.4. 그 외의 작품

파일:Troy-Rose Byrne.jpg
  • 영화 《트로이》에서는 브리세이스랑 역할이 합쳐진 것으로 각색됐다. 이름과 아킬레우스의 포로가 된 건 브리세이스가 모티브고 트로이의 왕족이라는 신분과 아킬레우스의 죽음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폴릭세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배우는 로즈 번.

4. 여담

  • 트로이의 공주들 중 가장 유명한 이 중 하나지만, 그리스 신화의 문헌 중에서도 가장 저명성이 높은 원전으로 뽑히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히기누스의 《이야기》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아폴로도로스의 《도서관》에서는 언급되었다.
  • 어째선지 작품을 불문하고 대중 문화에서 등장할 때마다 당대의 가장 아름다운 여자인 헬레네나, 프리아모스의 딸들 중 가장 아름다웠다는 언니 라오디케[21]보다 더 아름답게 묘사되는 경우가 흔하다. 유명세에 비해 막상 서사 내에서의 역할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은 헬레네, 마이너 단역이라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라오디케와 달리, 폴뤽세네는 아킬레우스를 파멸시킨 여자라는 드라마틱한 요소를 갖춘 인물이라 그만큼 중요도가 부각되어서 그럴 것이다.
    원전의 언급을 따르더라도, 헬레네나 라오디케에겐 못 미칠지언정 폴뤽세네 또한 대단한 미인이었을 것은 틀림없다. 부계로는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트로이 왕가의 직계, 모계로는 아폴론도 홀린 헤카베의 딸이고, 폴뤽세네 본인은 온갖 남신들이 앞다퉈 구혼할 만큼 아름다웠던 테티스의 아들이자 신화에서 공인된 미남이며 심지어 난폭한 전쟁광이기까지 한 아킬레우스를 첫눈에 사로잡아 "저 여자와의 결혼을 위해 전쟁을 포기하겠다"고 말하게 만들 정도였으니.

5. 관련 문서


[1]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13권에서 헥토르의 장례식에 참가한 아킬레우스가 슬퍼하는 폴뤽세네를 보며 우는 모습이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죽은 헥토르 입장에서 보면 자길 죽인 사람이 자기 장례식장에 와서 다들 슬퍼하는 와중에 눈물을 흘리는 여동생을 예쁘다고 반하면 혈압이 오르고도 남을 것 같지만.[2] 폴뤽세네 입장에서 아킬레우스는 자기 오빠들을 죽인 건 물론, 큰 오빠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에 묶어 성벽을 돌면서 능욕한 사람이다. 이 광경을 본 가족들을 비롯한 트로이인들은 통곡했고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아예 기절했다. 아버지 프리아모스가 적진에 찾아가 사정해서 겨우 헥토르의 시신을 찾아왔는데, 폴뤽세네 입장에서 아킬레우스는 원수가 따로 없고 어떻게든 복수하고 싶었을 거다. 그런데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인 게 파트로클로스의 복수라는 걸 생각하면 말 그대로 복수가 복수로 이어지는 셈.[3]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기록도 있고 홍은영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서로 사랑에 빠졌다는 이 설을 채택했다.[4] 폴뤽세네를 제물로 바쳐야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고 하거나 아킬레우스의 망령이 나타나 폴뤽세네를 자신의 제물로 바치라는 이야기도 있다.[5] 폴뤽세네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이 조국은 멸망하고 가족들과 생이별하여 적군의 노예 및 노리개로 전략해 죽을 때까지 학대당하는 비참한 삶을 사느니 죽는 게 낫다. 언니 카산드라도 트로이 멸망 후 아가멤논의 노예가 된 뒤 그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 손에 살해당하는 미래를 알게됐지만 노예로 사느니 죽는 게 낫다며 입 다물고 죽었다.[6] 물론 네오프톨레모스가 이를 무시하고 아버지에게 제물로 바치기 위해 강간했다는 일부 전승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예술작품도 있다.[7] 대부분의 전승에선 그냥 악독하게 묘사했지만, 에우리피데스의 "헤카베(헤쿠바)"에선 폴뤽세네를 죽일 때 잠시 망설였다고 한다.[8] 부유함으로 정평이 난 트로이의 공주인데다 심지어 일개 후궁이 아닌 왕비 헤카베 소생의 적녀이며 카산드라 다음 가는 트로이 최고의 미녀다.[9] 이 사실을 프리아모스에게 직접 전해준 건 파리스. 사실 파리스는 아킬레우스에게 상대도 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죽기를 각오하고 혼자 떨어진 아킬레우스 진영을 야습해 아킬레우스를 죽이고 헥토르의 유해를 되찾아서,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질려고 했지만 프리아모스는 피를 흘리는 것보다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 먼저이니 자신이 직접 아킬레우스를 찾아가겠다며 그보다 더 냉혹한 계획을 세운다.[10] 이미 프리아모스는 파리스를 자식으로서 아끼긴 해도 살기 위해 버리는 패로 취급하며 메넬라오스와의 결투에서 파리스의 죽음까지도 각오하는 냉정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이는 폴뤽세네라고 해도 다를 바 없었는데 몸종을 가장해 함께 아킬레우스를 찾아 온 파리스가 폴뤽세네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자 직접 막아서면서 스스로의 의지로 폴뤽세네를 바쳤다는 것이 확정된다. 헬레네조차 프리아모스를 두고 정이 많지만 냉정하고 단호한 사람이라고 확신할 정도.[11] 해당 화의 베스트 댓글도 "이미 죽은 사람의 유해를 위해 산 자를 바친다"였다.[12] 폴뤽세네를 처음 보자마자 넋을 놓아버렸고 이후에도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그리스 전체를 적으로 돌릴 걸 걱정한 오디세우스가 당장 결혼을 취소하라고 충고해도, 바로 거부하며 자신이 결혼하는데 아가멤논의 허락따윈 필요없고 자신을 적으로 돌려도 그에 상응한 대응을 하겠다며 만약 덤빈다면 원하는 대로 다 죽여주겠다고 경고한다.[13] 오빠인 헬레노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데이포보스는 아예 헥토르 형님을 죽인 그 빌어먹을 놈을 사위로 받아들인다니 아버님께서 실성이라도 하셨냐며 절대 인정 못한다고 발광한다. 어머니 헤카베 역시 간신히 헥토르의 장례를 치르게 된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아들을 죽인 원수를 사위로 삼아야 한다는 소식에 절망하고, 다른 여인들마저 이건 진짜 말도 안되는 혼사라며 다른 왕자님들이 가만히 있겠냐면서 폴뤽세네 님은 지금 어떤 심정이시겠냐고 수군거린다.[14] 아킬레우스의 어머니가 신들도 결혼하고 싶어 다투었던 아름다운 테티스인데, 그런 아킬레우스가 첫눈에 반하고 전쟁을 포기할 정도면 엄청난 미녀이긴 하다.[15] 위 이미지처럼 홍은영의 폴뤽세네 디자인이 누가 봐도 공을 들인 게 보일 정도로 예쁜 것도 있지만, 정작 인간들 중 최고 미녀인 헬레네의 디자인은 미묘한데다 캐릭터성도 평이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16] 눈물을 흘리는 폴뤽세네를 바라보면서 참으로 아름다운 처녀라며 슬퍼하는 모습이 더 예쁘다고 감탄한다.네가 죽인 오빠 때문에 우는 여자한테서 그게 할 소리냐[17] 이에 헤카베는 트로이의 공주를 죽이다니 신이 두렵지도 않느냐고 외친다. 물론 네오프톨레모스는 나도 이 여인 때문에 아버지를 잃었는데 왜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 거냐며 받아치지만. 한편으론 이 장면을 통하여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의 복수를 위해 헥토르를 죽이고, 폴뤽세네는 헥토르의 원수를 갚기 위해 아킬레우스를 죽게 만든 거라는 걸 생각하면 결국 복수는 복수를 낳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셈이기도 하다.[18] 이 행동에는 네오프톨레모스조차 감탄했을 정도였다.[19] 국내의 대표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 서적인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이렇게 나온다.[20] 실제로 원전 신화에서 그리스 장수와 사랑에 빠진 트로이의 공주는 폴뤽세네의 언니 라오디케다. 라오디케는 테세우스와 파이드라의 아들인 아카마스와 사랑에 빠져 사생아까지 낳았으며, 무니토스라 이름 지어진 이 아들은 트로이 전쟁 당시 헬레네의 몸종으로 트로이까지 따라와 있던 증조모 아이트라(테세우스의 어머니)가 양육했다.[21] 사실 애초에 트로이 왕가에 미남미녀가 많기로 유명하다. 폴릭세네의 아버지 프리아모스도 키가 크고 당당한 미남이란 언급이 있고 어머니 헤카베와 언니 카산드라도 아폴론을 사로잡을 정도의 미인이었으며, 오빠 파리스는 신화 공인 당대의 가장 잘생긴 인간 남자였고 그 외에도 프리아모스와 헤카베의 자식들은 하나같이 미남미녀라는 언급이 있다. 그럼에도 호메로스는 공식적으로 라오디케를 트로이의 공주들 중 가장 미인이라고 두 번이나 — 일리아스 3권에서 "프리아모스의 딸들 중 제일가는 미인", 6권에서 "헤카베의 딸들 중 가장 아름답다" — 공인했다. (다만 일리아스 13권에선 이 타이틀이 카산드라에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