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media (storytelling)
1. 개요
트랜스미디어(transmedia)의 접두어 '트랜스(trans)'는 주로 '~을(를) 넘어서 / 초월한' 등의 뜻으로 번역할 수 있다. 즉 트랜스미디어는 '매체를 초월한'이란 뜻이며, 그런 까닭에 매체의 산물인 스토리텔링과 주로 엮여 매체 간의 제약과 간극을 넘어서 진행되는 스토리텔링인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과 사실상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1]스토리텔링의 경우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부터 기존 작품의 영상화 및 무대화 등 여러가지 방향으로 미디어 믹스가 이루어졌으나, 후술하겠지만 전통적인 미디어 믹스와 트랜스미디어는 차이가 있는 편이다.
2. 상세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공식적으로 정의하고 주장한 인물은 헨리 젠킨슨(Henry Jenkins, 2008)이다.[2] 그에 의하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는 조건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들을 통해 공개가 이루어지며, 각자의 이야기가 전체적인 세계관에 분명하고 가치 있게 연결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대체적으로 미디어 믹스는 다중의 미디어, 동일한 스토리라인으로 전개되는 반면 트랜스미디어는 다중의 미디어, 다중의 스토리들의 결합으로 구성되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둘 다 창작의 여지를 남겨둔다는 점은 같기 때문에 미디어 믹스도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한 가지 갈래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트랜스미디어는 스핀오프와는 유사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3]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과는 같은 듯 다르다. 다미디어 다스토리텔링 형식인 것은 공통점이지만 전자는 모든 이야기들이 결합되어야 완결성을 띠고 있으며 따라서 부분은 불완전하다. 하지만 후자는 개별적인 이야기, 결합된 이야기 모두 독립적이고 완결된 이야기의 형식을 띠고 있다. 전자가 직소퍼즐에 비유된다면 후자는 레고블럭과 같다고 보면 된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각종의 미디어와 콘텐츠들이 유통하고 범람하는 시대에 생겨난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아직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고 생소한 개념이며, 국내에서 대중들에게는 아직까지 원소스멀티유즈(osmu) 스토리텔링이 더 익숙하지만 osmu와 트랜스미디어는 스토리텔링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둘의 공통점은 여러 가지 미디어를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osmu가 동일한 스토리를 다루는데 반해, 트랜스미디어는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동일한 세계관에서 다르게 발생하고 있으며 스토리간의 결합과 분리가 용이하다. 여러가지의 이야기들이 서로 다른 미디어를 통해 전개되어지고 있다. 트랜스미디어의 사례로는 해외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 [4]와 스타워즈, 스타트랙 시리즈를 들 수 있으며, 국내에는 윤태호 원작의 미생,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최근에 정의된 개념이지만 그 이전에도 셜록홈즈나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등 이와 유사한 전개의 작품들이 존재하였다.
트랜스미디어는 또 두가지 항목으로 세분화되는데 하나는 동기식, 또 하나는 비동기식이다. 전자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개발단계부터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것이고 후자는 원작이 개발할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후 여러 스토리로 확장되는 사례를 말한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개념 중 하나는 원천서사이다. 원천서사는 미디어와 스토리의 유통이 시작하게 되는 첫 지점이고 또 다른 서사와 매체를 연결 시켜주는 중앙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스토리의 설정과 준거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와 이야기가 확장되면 될수록 동일 주인공, 동일 전개의 선형적인 틀이 변형되며 곧 무의미해지게 된다. 이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프리퀄, 시퀄, 리부트, 스핀오프, osmu의 특징이 모두 버무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트랜스미디어의 스토리라인은 순환적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넓은 시야에서 본다면 일정한 시작점도 종착점도 없이 사용자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자신의 의문을 해결하는 형태를 취한다. 한마디로 동일한 주인공, 일정한 서사의 틀을 거부하는 콘텐츠이다.
종래의 미디어를 즐기는 사용자는 수동적, 선형적으로 향유하곤 하였지만 앞에 비하면 트랜스미디어는 더욱 폭넓게 사용자가 스토리와 미디어에 개입하는 빈도가 높아진다. 여기서 미디어의 전환, 스토리라인의 확장, 세계관의 확장, 혹은 분절이 이루어진다. 이런 과정에서 사용자와 제공자의 경계점이 모호해지며 제공자가 향유자가 될 수 있으며 그 역이 성립할 수 도 있다.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은 성공한 한가지 스토리에서 그대로 미디어를 순차적으로 옮겨가는 특징을 가진다. 미디어가 이동할 뿐 이야기의 주인공과 주된 사건은 그대로 유지된다.
반면에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여러 미디어 플랫폼을 통하여 동시다발적으로 스토리와 콘텐츠들이 이동하는 구조를 취한다. 또한 끊임없이 확장하고 분화되는 특징을 가지며 이야기의 시간적 순서나 이야기를 이끄는 주체, 제공자와 사용자간의 경계가 의미가 없다. 끊임없이 돌고 도는 유목민적 성격의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osmu 전략에 비해 훨씬 다양한 플랫폼 진입과 서사의 진행이 가능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지만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꼭 장점만이 있다고는 할 수 없으며 단점 또한 명백하다. osmu의 사용자들은 동일한 주인공과 정해진 서사를 통해 익숙하고 안전한 스토리를 즐길 수 있으며 이러한 스토리라인은 충성도 높은 독자층이나 팬덤을 만들어내기 좋은 형태이다. 하지만 트랜스미디어는 앞의 사례에 비해 미디어나 스토리 주인공, 제공자와 사용자 등의 변동이 이루어지다보니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여러 스토리와 미디어,사용자와 제공자가 뒤섞이는 과정에서 팬덤이 여러 층으로 나뉘는 건 물론이고 여러 제작자가 합류하면서 스토리에 대한 기본 설정이나 전개가 뒤죽박죽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투자자의 관점에서도 osmu보다 훨씬 더 많은 자본과 회사, 제작진간의 협력과 연계가 필요하다.
3. 사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 활용된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콘크리트 유토피아[5]
- 마블 코믹스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 DC 코믹스
- 스타워즈 시리즈
- 스타트렉
- 매트릭스 시리즈
- 마리카에 관한 진실[6]
- 선을 위한 음모[7]
- 명탐정 코난 시리즈[8]
- 미생(2012)[9]
- 방탄소년단
- 설국열차(2013)
-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 데스노트 [10]
- 트랜스포머 시리즈
- 석유없는 세상
- 해리포터 시리즈 [11]
- 심슨 가족
[1] 동화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A는 애니메이션으로 별주부전을 보고 있으며 B는 책으로 심청전을 읽고 있다. 그런데 A는 별주부전의 토끼와 자라가 용궁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인당수에 빠지려는 심청이를 발견하게 된다. 한편 B는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용궁으로 가라앉는 삽화에서 A의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한 용궁과 같은 곳이 등장한다. 즉, 두 이야기는 등장인물과 사건이 다르면서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이다. 크로스오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것 말고도 비슷한 사례가 바로 생각날 것이다.[2] 엄밀히 말하면 '트랜스미디어'라는 용어 자체는 1991년에 문화연구가 마샤 킨더(Marsha Kinder)가 먼저 사용하였다. 젠킨스는 2008년에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고 정의한 의미에서 시초라는 것이다.[3] 이 둘의 공통점은 같은 세계관으로 연결되었지만 다른 인물들이 다른 사건으로 스토리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핀오프는 트랜스미디어와는 달리 굳이 미디어 간의 전환과 이동을 전제하지는 않는다. 또한 트랜스미디어는 스핀오프와는 달리 원작과 파생작의 구분에 엄격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려 한다.[4] 우리가 알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 헐크, 블랙위도우, 호크아이 등의 히어로들은 각기 개별적인 스토리와 독자적인 활동무대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서로 다른 작품이자 미디어이지만 이들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며 유사시 서로 만나서 활동하기도 한다. 즉 마블은 독립적인 히어로 작품들이 유기적으로 모여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형성하는 이야기의 대표주자이다.[5] 트랜스 미디어를 마케팅 요소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이다. 작품 속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와 전대미문의 재난 이후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아파트인 '황궁아파트'를 배경으로 입주 신청을 진행하는 ARG 형태로 제작되었다. 제작은 리얼월드에서 진행했으며, 홈페이지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6] 스웨덴에서 제작된 드라마이다. 50여분짜리 드라마에서 20살 마리카가 결혼 후 실종되는 내용인데 드라마가 끝난 후 토크쇼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한 여자가 '마리카의 모델은 자기 동생이며 실제한 인물을 차용하는 것이 문제다.'라며 논란을 벌였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픽션이었다. 시청자들은 사실 허구인지 알았으나 허구와 실제의 그 경계를 즐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실종된 마리카 찾기의 과정이 순차적인지라 트랜스미디어가 아닌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대체적으로 이야기의 순서와 관계없이 사용자들의 진입점이 다양하다는 점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7] Conspiracy For Good, 이하 CFG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은데, 잠비아 마을의 학교 선생인 나디아는 자신의 학생들을 위하여 영국의 시민단체에게 잠비아에 도서관을 설립하도록 요청한다. 그러나 도서관을 설립하려는 자리에 송유관을 세우려는 대기업 블랙웰 브링스의 방해를 받게 되고 나디아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도서관을 지을 수 있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선생님이 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해 악의 기업과 맞서는 허구적인 이야기, 즉 픽션에 불과하였지만 이러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제로 잠비아에는 도서관이 설립되었다고 한다. 픽션에 불과한 이야기가 결과적으로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실제로 트랜스미디어의 체험 이후 잠비아의 차타이카 마을에 도서관이 설립되었다. 또한 10,000권의 서적이 기부되었으며 50여명의 여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기도 하였다.[8]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 이른바 야이바와 괴도키드와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함이 밝혀졌다. 또한 게임으로는 또다른 탐정 만화인 김전일 소년사건부와 호흡을 맞추었으며 극장판으로는 루팡 3세 시리즈와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함을 보였다. 다만 원작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 제작할 의도는 없었다.[9] 원작은 웹툰이었으나 이후 극장판이나 드라마 등 다른 미디어로 확산되었다. 이중 미생 프리퀄은 등장인물인 장그래, 안영이, 오과장, 김대리, 한석율, 장백기의 과거 이야기를 10분 내외의 모바일 드라마로 다루었으니 미디어와 서사의 전이가 모두 이루어진 샘이다.[10] 출판만화가 원작이고 애니메이션, 극장판, 뮤지컬 등으로 미디어 확산이 이루어졌다. 단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관계는 전반적인 서사의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어 OSMU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극장판에서는 주인공이외 주변인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렇게 보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고 보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지만 미디어의 전환으로 스토리와 주인공이 변경된다는 것을 보면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특징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11] 본래 이 작품은 osmu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하지만 작가가 수용자의 참여를 이끌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포터모어'가 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