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1-10 20:14:04

크산티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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Ξάνθιππος
Xanthippus

1. 개요2. 행적

1. 개요

스파르타 출신의 용병대장. 제1차 포에니 전쟁에서 벼랑 끝까지 몰린 카르타고 사령관으로 부임해 바그라다스 전투에서 마르쿠스 아틸리우스 레굴루스가 이끄는 로마군을 격파했다.

2. 행적

폴리비오스에 따르면, 카르타고에 고용된 그리스 출신 신병들 중 스파르타 용병 지휘관 크산티푸스는 카르타고 측의 병력과 기병, 전투 코끼리의 숫자를 점검한 뒤 동료들에게 "카르타고군은 충분히 로마군을 물리칠 전력을 갖췄다. 그러지 못하는 것은 로마군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장군들이 무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의 이야기가 널리 퍼지자, 카르타고 정부는 크산티푸스를 소환했다. 크산티푸스는 자신에게 지휘권을 준다면 로마군을 물리쳐 주겠다고 약속했고, 어떻게든 로마군을 물리치고 싶었던 카르타고인들은 그를 믿어보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반면, 아피아노스는 카르타고 당국이 처음부터 크산티푸스를 지휘관으로 초빙했다고 밝혔다.

크산티푸스는 겨울 동안 군대를 철저하게 훈련시키고 조국을 멸망 위기로 몰아놓은 로마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겼다. 많은 카르타고인들은 처음에는 외국인이 최초로 자국군을 지휘하는 것에 불만을 품었지만, 크산티푸스의 철저한 훈련 방식과 능수능란한 지휘력을 보고 그라면 로마군을 물리칠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명령에 복종했다. 이윽고 기원전 255년 봄이 오자 카르타고군이 카르타고 시에서 출발해 로마군을 향해 접근했다. 폴리비오스에 따르면, 카르타고군은 보병 12,000명, 기병 4,000명, 코끼리 100마리의 전력을 갖췄다고 한다. 레굴루스 역시 이번 전투에서 대승을 거둬 카르타고를 재기불능으로 만들기로 마음먹고 출진했다.

크산티푸스는 중앙에 카르타고 시민들로 구성된 호플리테스를 배치했고, 좌익과 우익에 용병대와 시칠리아 베테랑들을 배치했으며, 양익에 기병대를 배치했다. 또한 최전방에는 100마리의 전투 코끼리를 배치했다. 이에 맞서는 로마군은 최전방에 경무장 부대를 배치하고 로마 군단병을 전통에 따라 하스타티-프린키페스-트리아리의 3개 대열로 편성했다. 다만 이전 전투들과는 달리 상당히 밀집된 형태를 취했는데, 이는 전투 코끼리들을 뚫고 전투력이 떨어지는 카르타고 시민병들을 제압해 승부를 보려는 것이었다. 500명의 로마 기병은 양 측면에 배치되었다.

이윽고 전투가 개시되자, 크산티푸스는 전투 코끼리들을 적 군단병들에게 돌격시켰다. 로마 병사들은 칼로 방패를 연신 두들겨서 코끼리들이 겁먹게 만들려 했지만, 코끼리들은 이를 무시하고 빽빽히 모인 로마 병사들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일부 군단병들은 코끼리병들을 회피한 뒤 카르타고 시민병들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대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돌진한 터라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데다 조국을 기필코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불사른 시민병들이 필사적으로 싸우는 바람에 오히려 압도당했다. 한편 500명의 로마 기병들은 압도적인 숫자로 밀어붙이는 적 기병들에게 금세 격파되었다.

이윽고 로마군의 거의 모든 전열이 무너졌고, 승기를 잡은 카르타고군에 의해 사방에서 포위되어 일방적으로 학살당했다. 오직 좌측면에서 적 용병대를 패퇴시킨 2,000 군단병만이 전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레굴루스 외 500명의 장병 및 장교들은 포로 신세로 전락했으며, 나머지는 모조리 살육되었다. 폴리비오스에 따르면, 카르타고군의 사상자는 800명 뿐이었다고 한다.

폴리비오스에 따르면, 크산티푸스는 카르타고를 구원한 뒤 카르타고 장군들의 질투와 중상 모략에 직면하자 해를 입기 전에 카르타고를 떠났다고 한다. 디오도로스 시켈로스에 따르면, 크산티푸스는 카르타고인들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고 많은 보물을 배에 실은 채 스파르타로 돌아갔지만, 도중에 카르타고인들이 몰래 뚫어놓은 구멍에 물이 들어와 배가 침몰하면서 사망했다고 한다. 아피아노스에 따르면, 카르타고인들은 크산티푸스에게 많은 선물을 주고 스파르타로 돌려보냈지만 선원들을 매수해 그와 스파르타 동료들을 죽이고 배 밖으로 던지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요 사료인 폴리비오스의 <역사>에는 이에 대한 이야기가 없고 이집트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3세가 시리아의 이집트군 사령관으로 크산티푸스를 임명했다는 기록도 있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카르타고인들이 크산티푸스를 해쳤다는 이야기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