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크랙(crack)은 축구에서 대치상태를 깨고 경기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선수를 의미하는 단어로, 게임으로 치면 게임 체인저에 해당된다.2. 정의
스페인어권에서 사용되는 단어로 스페인어 사전 영어 단어 'crack'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며 스페인어 발음은 '끄락' 정도 된다. 원어에서 크랙은 축구 실력과 더불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에이스 선수를 일컫는 단어이다.정식적으로 그 의미가 한 범위로 좁혀진 축구 용어가 아니라, 팀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선수를 의미하는 단어이기에 다양한 용례로 사용될 수 있다. 비슷한 경우로 월드클래스가 있다.
유기적인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유지하는 팀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물처럼 촘촘한 수비로 수비를 통과하는 패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른바 버스를 두대 세우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공을 가진 쪽에서도 종패스를 집어넣기 어렵기 때문에 횡패스만 계속 하면서 지리한 대치구도가 상대방 골대 앞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이 구도를 ‘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크랙이다. 크랙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은 대치 상황에서 드리블 돌파, 침투, 슈팅을 시도하며 팀의 사기를 상승시키고 찬스를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존재 자체가 전술이 되는 크랙은 강팀에 있어서 매우 필요한 존재이지만, 자칫 그 한 선수에 너무 의존하여 팀이 위기에 빠지는 역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공격 전술의 부재를 크랙형 선수가 가려주고 있다가 크랙 선수가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에 빠지면 팀 자체가 참사가 나는 경우도 생각보다 흔한 편이다.[1]
상대의 수비 진형 안으로 파고드는 위험한 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선수들은 파울을 당할 일도 많고 잔부상도 많이 입는 편이다. 크랙으로 평가받는 네이마르 역시 허구한 날 부상을 당해 유리몸 조롱을 당했을 정도고[2], 첼시에선 날라다니던 아자르 역시 레알 이적 후 부상이 한꺼번에 터져 순식간에 먹튀 선수로 전락했다. 반대로 말하면 메시 등처럼 강철몸이거나 최소한 부상을 적게 달고 다니는 경우 버틸 수 있는 플레이 스타일이라 볼 수 있다.
3. 대표적인 선수들
우선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스페인어권 나라나 기타 지역들과 한국, 일본 등 일부 지역에서 연상되는 크랙의 개념이 조금 다른 편이다.한국에서 크랙은 경기 내에서의 영향력보다는 전술적인 측면에서 크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조직적인 팀플레이에 따른 전술을 기본으로 하는 축구에서 그러한 전술적 흐름을 깨버리는, 팀플레이가 아닌 한 명의 선수 그 자체가 전술로서 성립되는 선수를 크랙이라고 부르는 것. 따라서 주로 동료의 도움 없이 수비수 한두명은 가볍게 제껴낼 수 있는 드리블 능력과 주력, 혼자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슈팅, 빈틈을 놓치지 않는 시야를 동시에 갖고 있는 선수들에게 이 단어가 흔히 사용된다.
특히 이 중에서도 드리블 능력이 강조되는 편이다. 때문에 후술된 크랙들 중 뛰어난 공격수지만 드리블 능력이 상대적으로 특출나진 않은[3] 선수들은 크랙으로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아무래도 축구에서 골을 넣는 것도 희열을 주지만, 드리블 능력으로 몇명 제끼는 것은 또다른 희열을 주기 때문에 쉽게 말해 팬들에게 보는 맛, 임팩트를 주기 때문에 드리블 능력만 매우 강조해 크랙 취급하는 사람도 적잖다.
반면, 스페인어권이나 기타 지역에서 사용되었던 일례들을 살펴보면, 이는 무조건 드리블러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밑에 예시된 선수들처럼 어떤 선수든 (골키퍼조차도)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팀의 승패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한마디로 팀의 에이스를 가리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만 공격을 주도하여 득점을 만들어내는 플레이를 주로 하는 선수들이 팬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남기고 에이스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더 많이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인상깊은 공격 포지션 선수들이 주로 크랙이라고 칭해진 것이다.
크랙으로 언급되는 선수들은 개인마다 주관적 생각은 있겠지만, 2020년대 기준 킬리안 음바페, 모하메드 살라, 라민 야말, 자말 무시알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필 포든, 플로리안 비르츠, 부카요 사카, 하파엘 레앙, 제레미 도쿠,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마이클 올리세 등이 거론되는 편이다. 과거 선수들 중에선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디에고 마라도나,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카카, 네이마르 주니오르, 프랑크 리베리, 아르연 로번, 에덴 아자르, 가레스 베일, 사디오 마네 등이 크랙으로 불리거나 불릴만했다. 물론 이중에서도 급은 나뉜다.
K리그의 크랙이라 할만한 선수로는 에닝요, 몰리나, 레오나르도, 히카르두 로페스, 말컹, 세징야 등이 있었다. 국내 선수 중에선 안정환, 이천수 등이 그런 스타일을 추구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월클급이라고 보긴 어려웠고,이들이 활약한 2000년대 기준으론 크랙이란 말 자체도 잘 안쓰이던 시절이다.[4] 2010년대 초반 영국 프리미어 리그 볼턴 원더러스에서 활약한 이청용이 이전 한국축구에서 보기 힘든 수준의 드리블링을 지닌 유형의 윙어로 크랙 플레이를 자주 연출했다. 2020년대 기준으론 드리블 능력이 출중한 이강인 등이 크랙 기질이 있다고 거론되는 편이다.
[1] 대표적으로 19-20 바르셀로나가 있었다. 당시 세티엔 감독은 세부 전술 없이 메시한테만 거의 모든 걸 의존한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마침 참사가 났다.[2] 다만 이건 크랙이라 그렇다기보단 네이마르가 걍 부상을 달고 사는 유리몸이었다.[3] 이런 경우 주로 드리블보단 치달 등 빠른 주력으로 선수를 제끼는 유형이 많다. 아님 슈팅으로 아예 끝내 버리거나. 물론 크랙 중 주력도 되는 경우엔 둘 다 애용하기도 한다.[4] 당시엔 판타지스타란 말이 더 많이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