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03 20:23:10

누비 갑옷

퀼티드 아머에서 넘어옴
1. 개요2. 설명

1. 개요

갑옷의 일종. 천으로 만든 의복에 두터운 솜, 양털, 헝겊 부스러기, 혹은 여러 겹의 아마포(리넨)를 채워 넣어 두텁게 만든 천 갑옷이다. 이 갑옷 위에 무두질 된 가죽을 덧 입는 경우도 있었다(padded). 갑옷을 만들 만한 질 좋은 천은 만만치 않게 비쌌고 갑옷의 전장이나 습환환경에서의 마모를 막기 위해 가죽옷을 덧입은 것이다. 특히 습해 갑옷이 잘 상하는 영국에서는 타르칠한 가죽으로 방수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갬비슨(Gambeson) 혹은 강비종(Gambison), 패디드 잭(Padded Jack) 등으로도 불렸다. 이 갑옷이 정말 많이 나오는 게임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에서는 '강베송'으로, 킹덤 컴: 딜리버런스에선 갬비슨으로 번역됐다.

2. 설명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450px-Chud%C3%B3w_2006_-_Bitwa_03.jpg
리인액트먼트에 등장한 갬비슨의 레플리카.

누비 갑옷이 사용된 사례에서 알려진 것 중 제일 오래된 것은 기원전 4세기 스키타이인 기병이 솜을 누빈 갑옷을 입은 것이다.

두껍게 누빈 옷을 독립된 갑옷으로 사용한 것 중 제일 유명한 것은 서구권의 갬비슨이다. 갬비슨은 10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13세기에 널리 사용되었다. 사슬 갑옷의 내피 역할로[1]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사실 12세기 초까지도 내피로 겹쳐 입은 일은 없었다. 11세기~12세기 동안에는 갬비슨과 체인메일은 서로 독립적인 갑옷이었다. 갬비슨을 체인메일의 내피로 입은 것은 중무장화가 더욱 진행된 13세기의 일이다. 그 때에도 가난한 농민 병사들의 경우는 갬비슨만 입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사정이 살짝 좋다면 잭체인을 함께 착용하기도 했다.

재료의 특성과 특유의 수수함 때문에 유물로 남거나 타피스트리 기록으로 남은 경우가 상당히 드물며[2] 유물과 기록을 토대로 갬비슨은 최소한 10세기 후반에는 유럽에 존재했던 것이 확인되며, 적어도 12세기 중반부터는 갬비슨과 체인메일을 같이 착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누비옷 자체가 기원전 35세기 부터 존재했을 정도로 오래된 기술이기에 그 이전부터 갬버슨, 혹은 그와 유사한 누비 갑옷이 유럽에서 사용되었으리라는 추론도 존재한다.

중세 판타지 등지에서는 흔히 방어구의 티어를 가죽 갑옷 - 사슬 갑옷 - 판금 갑옷 비슷한 식으로 나누지만, 역사적으로 중세 유럽에서는 가죽 갑옷은 손목 부위 등 신축성이 필요한 일부 부위를 제외하곤 거의 쓰이지 않았으며, 갬비슨이 훨씬 자주 쓰였다.

심지어 당시에 쓰이던 아마포를 여러 겹 넣은 갬비슨이라면 절삭 방어력, 관통 방어력이 가죽으로 만든 갑옷보다 우월하며, 유지/보수도 단순하고, 아마를 재배하는 것으로 충분한 수량을 뽑아낼 수 있어 저렴하기까지 했다. 금속 갑옷에 비해서도 양호한 방호력을 지니기에 특히 관통 방호력 문제에서 리벳이 벌어져 갑옷이 분해될 수도 있는 체인 메일을 상당히 잘 보완해준다. 또한 의외로 참격에 대해서 매우 높은 방어 효과를 발휘한다.[3] 다만 갬비슨의 방어력은 재질이나 겹친 천의 수에 따라 크게 달랐다. 단독으로 쓰이기 위해 만든 갬비슨은 못해도 18장, 심지어 32장이나 되는 천을 겹쳐 사용했다. 갬비슨이 어느 정도 방호력이 있었느냐 일반화 하기는 어렵다.

중세 시대엔 외부는 퀼티드 아머로 보이지만 속에 체인 메일을 넣어 두거나 브리건딘[4]처럼 속에 갑찰이 들어가 있기도 했다. 일상 의복으로 보이면서도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주로 고위층이 착용했다.[5][6] 이러한 갬비슨은 초기형 총기에 대해서 약간의 방탄 능력을 제공했다.

갬비슨은 고위층이 속옷 위에 입은 일상 옷으로 변하여, 더블릿으로 진화한다. 일상용 더블릿은 그냥 방한용 조끼나 자켓 수준이고, 군용으로는 관절 부위에 체인 메일을 덧댄 형태로 변형된 아밍 더블렛이 갑옷 안에 받쳐 입는 의복으로 착용되었다. 플레이트 아머의 무지막지한 방어력 덕분에 아밍 더블렛은 전시대의 갬비슨처럼 두꺼울 필요는 없었던지라 단독으로 방어구로 사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파일:external/home.messiah.edu/gussets.jpg
  • 아밍 더블렛, 관절 부위에는 체인 메일을 덧대었다. 후기에 관절부마저도 철판으로 가리게 되자 체인 부분은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또한 아프리카 여러 지역의 기병들도 누비 갑옷을 즐겨 입었다#.


[1] 사슬 갑옷을 맨 살에 입으면 녹이 묻어 나와 몸에도 좋지 않고 사슬 위로 타격을 받으면 그대로 몸에 박히기 때문에 위험하고, 같은 역할을 하는 조금 두꺼운 일상복보다 방한에도 도움이 된다.[2] 보통 농민 징집병이 무엇을 입었는지나 갑옷 안쪽에 무엇을 걸쳤는지에 대한 묘사는 생략하는 경향이 강했다. 심지어 사슬 갑옷 조차도 자세하게 한땀 한땀 그리기에는 너무 공력이 많이 들기에 간소화해서 그려넣다보니 밴디드 메일, 링메일 따위가 후대 학자들에 의해 발명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3] 날을 잘 세워둔 날카로운 칼이나 펄션은 퀼티드를 잘 베어내지만, 전장에서는 내구도 유지 등의 문제가 있어서 무기의 날을 적당하게 세웠기에 퀼티드도 충분한 방어력을 보일 수 있었다.[4] 서양의 두정갑[5] 살라딘 같은 경우는 전장에서도 갑옷보다는 이러한 일상복으로 보이는 갑옷을 선호했다는 이야기도 있다.[6] 비단 살라딘뿐만 아니라 중동 아랍권의 군대들은 따가운 태양빛에 금속 재질의 갑옷이 달궈지는 걸 막기 위해 사슬 갑옷 위에 천옷을 입어서 본의 아니게 일상복만 입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당시 이들과 싸우던 십자군은 아랍 군대의 이런 겉모습만 보고 갑옷을 입지 않았다고 오판해 '사슬 갑옷으로 중무장한 유럽 기사와 천옷만 입은 아랍군' 이미지가 잘못 알려지기도 했었다. 실제로는 아랍군이 거의 전신에 사슬 갑옷을 둘러서 유럽 기사보다 더 중무장하기도 했고, 유럽 십자군이 돈이 없으면 갬비슨만 걸쳐 입고 오기도 했다. 12세기 말부터는 유럽계 군인들도 갑옷을 햇빛으로부터 가리기 위해 겉에 서코트라는 천옷을 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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