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PÉE. FONDÉE EN 1839, Sainte-Suzanne[1] |
1. 개요
캐리지 시계는 19세기 초 프랑스에서 여행용으로 개발된 휴대용 시계로 "carriage"라는 이름은 당시 마차에서 걸어두고 사용하는 등이 바람에 꺼지지 않게 보호하던 케이스와 닮았다는데서 유래됐다. 주로 마차 등의 이동수단을 이용해 여행을 하던 왕족이나 귀족들이 이동 중에 사용할 것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다.1.1. 상세
최초의 캐리지 시계는 1812년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나폴레옹 1세를 위해 발명한 것으로, 케이스의 재질은 보통 황동에 금도금을 한 것이 많았으며 간혹 황동에 은도금을 입히거나 은 합금 등으로 제작한 시계도 있었다. 케이스의 형태는 보통 크게 사각형과 타원형의 형태로 나뉘며 상단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고 정면을 포함해 좌•우 측면, 후면, 상부에 유리 재질의 창이 있어서 내부의 무브먼트를 볼 수 있게 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드물게는 그림이 그려진 도자기 패널로 장식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캐리지 시계의 기계적인 특징으로는 "플랫폼 이스케이프먼트"[2]가 있으며, 보통 케이스 상단의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다. 이는 밸런스와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한 것으로 이동중의 다양한 환경에서도 정확도를 유지하며 기존의 부피가 컸던 "진자 브래킷" 시계를 대체한 것이었다.1.2. 배경
많은 사람들은 초창기에 제작된 시계는 추로 움직이는 진자를 통해 작동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진자의 사용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갈릴레오가 구상했지만, 네덜란드의 수학자였던 "크리스티안 하위헌스"[3]가 처음으로 진자를 효용성 있게 시계의 속도 조절 장치로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은 1657년이 되어서였다.기록된 가장 오래된 추 구동 방식의 기계식 시계는 1283년 영국 베드퍼드셔의 던스터블 수도원에 설치되었다. 이 시계 에는 원시적인 구조의 밸런스 휠인 폴리오트 를 구동하는 "버지 이스케이프먼트"[4]가 있었다. 버지 이스케이프먼트는 13세기 유럽에서 발명되었으며, 이 발명을 통해 최초로 기계적인 방식으로 구동하는 시계가 개발되었다. 던스터블 수도원 시계의 유일한 목적은 정기적으로 종을 울려 수도사들에게 기도 시간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기계식 시계가 발명된 후 수세기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을 교회나 시계탑에서 종이 주기적으로 울리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구분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기술이 발전하며 15세기에는 가정용으로 점점 더 많은 시계가 만들어졌다. 시계를 소유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점차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시계가 편리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기존의 추 낙하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계는 휴대하기에 실용적이지 않았으므로 동력을 위해 "메인스프링"[5]을 사용하는 장치가 개발되게 된다.
누구도 최초의 스프링 구동 시계의 발명자나 기원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메인스프링으로 구동되는 가장 오래된 시계는 "부르고뉴 시계"[6]로, 현재 독일 뉘른베르크의 게르마니셰 국립박물관[7] 이 소장중인 화려한 금박 챔버 시계가 있다. 기록에 따르면 이 시계는 1430년경 부르고뉴 공작 필립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코미노 데 폰테비코"[8]라는 시계 기술자가 1482년에 쓴 편지 에는 "... 황동 통에 고정된 강철 리본이 있고, 거기에 내장선이 감겨 있어... 퓨지를 당겨야 한다 ."라고 언급되어 있다. 이것은 메인스프링에 대한 아주 이른 시기의 언급일 뿐만 아니라 "퓨지"[9]에 대한 언급이기도 하다.
스프링 구동 시계와 시계의 문제점은 스프링이 제공하는 힘 또는 토크가 일정하지 않고 스프링이 동력을 방출함에 따라 토크가 감소한다는 점이다. 시간 유지 구동계는 결코 완벽한 등시성[10]이 아니므로 속도는 구동력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이는 특히 17세기에 "밸런스 스프링"[11]이 도입되기 전에 사용된 원시적인 "버지"와 "폴리오트"[12] 유형의 이스케이프먼트에서 그러했다. 따라서 초기 시계는 메인스프링이 작동하면서 점차 속도가 느려져 시간이 정확하지 않았다. 아마도 1400년에서 1450년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기계 천재가 발명한 퓨지는 스프링 구동 시계에 등장하여 무브먼트에 일정한 동력을 공급했다.
부피가 큰 무게추 대신 움직이는 메인스프링이 동력으로 사용되자 점차 휴대할 수 있는 여행용 시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여행용 시계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프랑스의 루이 11세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것으로, 루이 11세는 여행할 때마다 이 시계를 가지고 다녔다고 하며, 크기는 옷 소매에 숨길 수 있을 만큼 작았다고 한다. 15세기 후반부터는 이탈리아, 독일 뉘른베르크, 체코 프라하, 아우크스부르크, 프랑스 등의 지역에서 스프링 구동 시계가 시장에 등장했으며, 여행용 케이스에 별도의 알람 장치와 같은 부가기능을 특징으로 한 시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17세기에는 "몽트르 드 카로스"[13]라고 부르는 시계가 영국과 프랑스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둥글고 뚱뚱하면서 손 바닥을 가득 채우는 큰 회중시계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문자판의 크기는 5~6인치[14]사이였으며, 알람 기능이 특징이었고 나중에는 어둠 속에서도 시간을 알 수 있도록 "리피터"[15]가 달린 것도 많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에 개발된 시계들 중 어떤 시계도 정확한 시간을 유지하지는 못했으며,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시계가 정확한 시간 측정기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된 것은 밸런스 스프링이 발명된 이후였다. 밸런스 스프링은 네덜란드의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독립적으로 개발했고, 영국의 "로버트 후크"[16] 역시 1658년, 아니 그 이전에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시계 기술자들은 문자판 위에서 오직 시침만을 사용했는데, 이는 당시 기술의 한계상 부정확한 장치에서 분 단위까지 표시하려는 것은 무의미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시계의 정확한 시간 유지를 위해서는 밸런스 스프링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였기에 밸런스 스프링은 사실상 모든 종류의 기계식 시계에 있어서 완전한 게임 체인저나 다름없었다. 그동안 사람이 수시로 보정하지 않으면 몇십분이 차이날지, 몇시간이 차이날지 신뢰할 수 없었던 시계 기술이 갑자기 24시간 동안 대략 5분 이내의 오차범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큰 기술적인 진보 이후 18세기와 19세기에 휴대할 수 있는 시계는 상류층을 중심으로 점점 더 실용적인 물품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1700년대 직후에 휴대용 시계가 작은 여행용 "브라켓 시계"[17]와 겹쳐졌다. 대부분은 당시 브라켓 시계를 그 모습 그대로 축소한 모형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졌다. 영국 시계 제작의 아버지인 "토마스 톰피온"[18]은 이러한 시계를 평생 3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스위스의 고급 탁상시계 제조사 L'epee(레페) 社(사)에서 20세기에 제작된 캐리지 시계로 알람 기능과 리피터 기능이 탑재되었다. 코린토스 양식의 기둥과 프리즈가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2] Platform Escapement. 밸런스 휠과 이스케이프먼트 휠이 같은 금속 판 안에 장착되어 하나의 부품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특징이다.[3] Christian Huygens. 생몰년도: 1629년-1695년[4] Verge escapement. 최초의 기계적으로 구동되는 이스케이프먼트 시계의 속도 제어에 사용되었다.[5] Mainspring. 스프링 강으로 만든 얇은 금속 리본 형태의 토션 스프링으로 기계식 시계의 동력원이 되는 부품. 원통 안에 말려 있다가 서서히 풀리면서 동력을 제공한다.[6] Burgundy Clock.[7] Germanisches Nationalmuseum.[8] Comino de Pontevico. 15세기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시계 기술자로 주로 만토바 지역에서 활동했다.[9] Fusee. 기계식 시계의 부품으로 나선형으로 홈이 나있는 원뿔 모양의 풀리이며,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메인스프링이 내려갈 때 불균일한 당김을 균등하게 하여 시간을 맞추는데 사용되었다.[10] 진자의 주기가 진폭과 상관없이 일정한 성질[11] Balance spring. 기계식 시계의 밸런스 휠에 부착된 스프링으로 시계가 작동할 때 밸런스 휠이 공진 주파수로 일정하게 진동하도록 해서 시계의 톱니바퀴가 회전하는 속도를 조절하여 바늘의 이동 속도를 제어한다.[12] Verge, Foliot. 버지는 1200년대부터 사용된 원시적인 이스케이프먼트로 1500년대 밸런스 스프링으로 구동하는 회중시계가 등장하기 전까지 시계의 속도 제어에 사용되었으며, 폴리오트는 버지와 함께 사용된 원시적인 밸런스 휠 이다.[13] montres de carrosse. 휴대할 수 있는 초창기의 시계로 원시적인 회중시계의 형상을 가지고 있으며, 대체로 크기가 큰 제품이 대부분이었다.[14] 12.7cm-15.24cm[15] Repeater. 시계의 단추를 누르면 현재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16] Robert Hook. 생몰년도: 1635년-1703년 영국의 자연 철학자이자 박물학자이자 과학자.[17] Bracket Clock. 17세기-18세기 사이에 제작된 나무로 된 케이스를 가진 고전적인 휴대용 탁상 시계로 당시 주로 최고급에 해당하는 흑단, 황동, 거북이 등 껍질 등의 재료로 제작되었다.[18] Thomas Tompion. 생몰년도: 1639년-1713년 영국의 시계 제작자이자 기계공으로 영국 시계의 아버지로 여겨질 정도로 영국 시계 기술의 기반을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