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3 00:12:59

천리행군

1. 개요2. 실효성 논쟁3. 여담4. 대중매체에서

1. 개요

완전군장을 갖추고 약 400km를 걷는 대한민국 국군행군 훈련.

1974년 특전사에서 처음 실시한 것이 그 유래로#, 그 뒤 다른 정예부대들에 전파되었다. 이순자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에 의하면 제1공수특전여단장이 된 전두환이 직접 고안한 훈련이라고 한다.[1]

대개 1주일 정도에 400km를 걸어야 하는데[2], 보통 사람이 걷는 속도는 시간당 4km. 일반 행군시 걷는 속도도 시간당 5km 정도로, 이 속도로 걸으면 1주일 정도에 끝낼 수 없기 때문에 빠른 걸음으로 행군해야 한다.[3]

게다가 특전사는 적진 깊숙히 침투해서 짱박혀 작전해야 되고 추가보급을 받기도 매우 힘들기 때문에, 특전사의 군장은 일반 보병과 비교할 수 없이 무겁다. 특전사에서는 단순히 행군만 하지 않고 내륙전술훈련이나 산악훈련 등을 마치고 복귀하면서 천리행군을 하기 때문에, 내륙전술훈련 때 걸은 것까지 더하면 700km 이상 나오기도 한다. 단순히 주구장창 걷기만 하는게 아니라, 걷던 도중에 작전지역에서 총 쏘고 전술하고 뛰어다니다가 퇴출 이후에는 또 걸어서 행군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특전사 여단에 처음 전입 온 하사들은 대부분이 장기복무를 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천리행군을 하고 나면 생각이 바뀐다. 그리고 여단 막내들은 쉬는 시간에도 이거 하랴 저거 하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물론 인간이 할 만한 짓이 못 되므로 온갖 고생담과 무용담으로 얼룩지는 훈련이다. 발바닥 전체에 물집이 잡히고, 그 안에 물집이 잡혀 짓무르는 정도는 예사다. 1998년 4월, 특전사 천리행군 중 비가 온 후에 봄인데도 갑자기 체감온도가 영하 30도로 떨어지는 기온급변 때문에 민주지산에서 6명이 얼어죽는 제5공수특전여단 동사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어지간한 훈련보다 많이 위험하다. 장거리와 전술취침(야숙)에 따른 체력부담, 긴 행군기간에 따른 불확실성, 웬만큼 빡센 등산로보다 험한 산길로만 다니는 행군로 등 정말 인간한계를 시험하는 행군이다. 전시에는 더 극한 상황에서 부대가 이동할 수 있으므로, 유사시에는 이러한 훈련경험이 부대 전투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부 부대에서는 천리행군을 한 번 할 때마다 전투복에 약장을 단다고 한다. 1번은 전투화 모양, 2번은 거기에 날개가 달리고, 3번 참가하여 3천리 행군을 완수하면 금빛 날개 달린 전투화 약장이라는데, 육군규정에는 천리행군에 대한 부착물 규정이 없다. 부대 자체적으로 달 수는 있어도 공식적인 약장은 아니다. 약장은 대대장급 이상의 지휘보직을 하거나 해외로 파병했거나 전투에 참전했거나 특정행사에 참여했거나[4] 훈장을 받았거나 국방장관급 이상의 표창을 수여받았거나 해야 달지 천리행군으로 다는 약장은 없다. 휘장과 약장을 착각했을 수도 있다. 휘장은 공수훈련 통과해도 달기 때문이며, 육군은 정복을 잘 안 입는데다 신병 수료 후 전투복에 계급장으로 포제 약장을 주기 때문에, 부대마크와 명찰 외 모든 포제 부착물을 약장이라 부르는 멍청이들이 종종 있다.

복무기간을 잘 타서 아예 안하는 대원이 나오기도 한다. 천리행군이 끝난 직후 자대배치를 받은 경우인데, 이러면 다음 천리행군 때는 대개 전역휴가다.

행군 완주시 포상휴가를 지급받는다. 중도에 탈락했더라도 일정거리 이상 행군하였다면 외박이나 외출을 받기도 한다.

2011년부터 신병교육에 보병 후반기 교육 3주가 새로 편성되면서 천리행군을 훈련에 넣는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그건 빠졌다(...).[5]

유사품으로 북한에서 실시하는 배움의 천리길이 있다. 똑같이 400km를 행군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남한의 천리행군은 성인한테 시키지만 이 쪽은 애한테 시킨다.(...) 따라서 북한 쪽이 훨씬 더 악질. 다만 이래도 북한에서는 인기가 꽤 있다. 일단 배움의 천리길에 참여하는것도 모범생이나 돈있는 학생들이 주로 참여하고, 불량학생들은 참가하지 못하며 스펙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2. 실효성 논쟁

특수전 예비역들 사이에서 가장 쓸데없는 훈련을 꼽으라고 하면 등장하는 단골소재이다.

정확히 말하면 천리행군 자체가 쓸데없다기보다는 '효과에 비해 너무 많이 시행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4년 단기복무자 기준으로 아무리 많아야 교육단에서 1번, 자대에서 1번까지 총 2번 정도면 족하다는 의견이 많고, 교육단에서 자격제로 천리행군을 단 1번만 시행하는 게 훨씬 낫다는 여론도 몹시 많다. 그래서 유일하게 긍정적 평가를 받는 특전사령관이라 봐도 무방한 전인범 장군 취임 후 천리행군을 교육단에서 단 한 번 시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천리행군은 실작전에서는 무조건 별도의 침투 수단을 가용해 투입하고 퇴출 작계에나 쓰여야 하는 무리한 방법이다. 만약 천리행군으로 침투하는 부대가 있다면 해당 부대의 작전은 100% 슐리펜 계획 꼴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전사가 그냥 총만 쏘는 부대도 아니고, 적지에서 그 어렵다는 적지종심 게릴라 작전을 담당해 온갖 민사/심리전, 반군양성, 직접타격, 특수정찰, 기만작전, 사보타쥬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부대인데, 어찌 임무수행을 하기도 전에 400km를 걸어서 쓸데없이 에너지 낭비를 하나?

특전사에서 천리행군은 말 그대로 UDT 지옥주와 같은 의미이다. UDT/SEAL에서 지옥주가 무박으로 지옥 같은 훈련을 받듯이, 특전사도 무박 or 수면부족 상태로 전술훈련과 병행해 400~700km를 걸으며 육체/정신적 한계를 극복하고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한 경험을 미리하며 실작전 역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러한 대비경험은 초임대원 시절에 많아야 1~2번이면 충분히 족하다. 근데 현재의 특전사는 이걸 미쳤다고 1년마다 시키니...

UDT/SEAL에서 1~2년마다 반드시 지옥주를 하는 미친 짓을 벌이진 않지 않은가. 게다가 이게 그냥 쓸데없는 것도 아니고, 한번 다녀올 때마다 요원들의 체력에 굉장한 무리가 가서 되려 작전팀의 전투력을 엄청나게 하락시킨다. 쓸모있는 훈련도 천리행군 때문에 못하는데 건강과 체력까지 도리어 나빠지는 백해무익한 상황이다. 이런 걸 굳이 1~2년마다 해야한다고 설치는 똥별들은 천리행군을 왜 해야되는지 의문도 가지지 않고 그저 특전사니까 강해 보여야 된다는 보여주기식 겉치레로 실행하는 무지렁이일 뿐이다.

특전사에서 원래는 1년에 1회 실시했다가 2년에 1회로 바꾸었고, 2000년대 후반 무렵부터 1년 1회로 다시 늘어났다. 그래서 전역자가 늘어났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돌았다. 2013년에 전인범 장군이 특전사령관에 취임한 이후로는, 특전사 후보생들이 자대배치 받기 전 특전교육단 초급반 때 천리행군을 자격제로 시행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군복무 중 거의 매년 해서 특히 장기복무자들에겐 너무 불필요하게 반복적이고 지나친 육체적 소모와 부상, 골병을 가져오는 기존의 정기적인 천리행군 대신, 자대배치 받기 전에 특전교육단에서 한 번만 빡세게 하고 자대에 가서는 안 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전인범 장군은 천리행군 횟수뿐 아니라 방식도 바꾸었다. 마치 지옥주처럼 천리행군 전기간 동안 무박으로 강행군하고 중도포기자는 모두 퇴교시키는, 즉 일종의 엄청 빡센 살아남기식 자격훈련 방식이 되었다. 훈련을 아무리 가혹하게 받더라도 '이번 한 번만 해내면 끝이다.'라는 희망을 품게 하는 편이, '이번에 끝마치더라도 어차피 앞으로도 골병 들 때까지 계속 지겹게 또 하게 될 테니, 장기하려고 했던 원래 계획은 때려치고 빨리 전역이나 해야지.' 하는 마인드가 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자대배치 받고 자대에서도 아직 천리행군을 안 한 기수들은 천리행군을 한 번도 안 했으므로, 교육단에 다시 와서 천리행군을 해야 했다.

2015년에 전인범 사령관이 물러나고 새 사령관이 부임한 이후로는 예전처럼 자대에서도 천리행군을 한다. 새 사령관인 저 양반은 그 당시 천리행군말고도 사제장비 금지까지... 물론 그 당시의 복잡한 상황과 정책형 장교였던 저 사람의 특성상 지금의 똥별들이 하는 것처럼 전혀 이해가 안 가는 정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이후 후임 사령관들과 지휘관들, 즉 똥장교들이 굉장히 악용할 만한 여지가 있는 정책을 여럿 만들었기에 수많은 유능한 엘리트 특전대원들이 대거 전역하는 신호탄이 되어버렸다.

2016년에 <특전사 장병의 천리(400km) 행군이 체력과 면역기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생활환경학회지 23호에 연구논문이 실렸다. 한국스포츠개발원,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소속 연구원 2명이 쓴 이 논문에서는 천리행군에 참가한 장병 중 실험에 동의한 10명을 대상으로 천리행군 참가 전, 참가 후 체력변화, 칼로리 소모를 조사하고 혈액검사를 실시하였다. 이 논문에서 연구한 천리행군은 9일간 총행군거리 427km로 실시하였는데, 주간에는 취침, 야간에 하루 평균 50km씩 걷고 하루를 완전히 쉰 뒤, 2일간은 쉬지 않고 99km를 걸었다고 한다.

논문에 따르면, 천리행군에 참가한 장병들은 행군시에만 하루 평균 3400kcal, 최대 4100kcal을 소모하였다. 행군으로 소모한 칼로리만 측정한 값이라, 저자들은 실제로는 하루에 최소 4500kcal 이상을 소모했으리라 추측하였다. 걸음걸이 횟수는 대략 하루에 평균 4만 보. 행군 1주일 뒤 실험참가자 10명 중 8명이 무릎과 발목, 허리 부상을 보고했으나 몇 주 뒤에는 나았다. 행군 직후 체력검정에서 심폐지구력, 근력, 순발력이 감소하였으며 혈액검사에서 급성 염증반응이 나타났다. 천리행군이 몸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리를 주는지 잘 보여준다.[6]

위에서 3400을 쓴다는 건 (행군으로 소모한) 운동 대사량만 3400이라는 소리로, 평상시의 기초 대사 소모 칼로리 + 3400kcal이 소모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논문 저자들이 '참가 장병들의 실제 하루 소모 칼로리는 최소 4500kcal는 될 것'이라고 서술했다.

위 논문은 단기간의 신체변화와 체력변화만 측정한 것이지만, 관절이나 인대에 가해지는 무리는 장기간 축적되어 만성적인 질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실제 훈련을 받는 군인들의 신체적인 부담과 건강 문제로 훈련의 빈도나 필요성을 두고 논란이 많다. 가뜩이나 시대변화로 행군의 중요성도 점점 줄어드는 판에, 장병의 신체와 건강에 장단기적으로 악영향을 주는 천리행군을 계속 존속시켜야 하는가,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빈도로 실시해야 하는가를 두고 군 전역자들이나 민간,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견이 상충된다.

3. 여담

미운우리새끼에서 박군의 경험담에서도 알려주듯 위에 서술한 대로 천리행군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10리가 4km이므로 1000리는 400km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김희철은 깜짝 놀랐다. 게스트로 나왔던 박군의 특전사 선배인 은하캠핑(박은하)도 박군과 같은 경험이 있었다.

이상민의 말에 의하면 천리행군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가는 거리라 상당히 힘든 행군이라고 한다. 박군은 이에 덧붙여서 함경북도에서 걸어오더라도 강원특별자치도까지는 올 수 있는 거리라고 했다. 참고로, 이상민은 걸어서 지리산을 건넌 경험이 있다.

4. 대중매체에서

  •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초반에서 아라곤, 레골라스, 김리가 선보였다. 540리를 나흘도 걸리지 않아 돌파. 대충 하루 평균 64km를 이동한 것이다. 원작에서 에오메르가 그들과 조우했을 때는 달려온 경로와 시간을 듣고 그대들을 "날개 달린 발"이라고 불러야겠다고 아연실색하였다.
  •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는 케이건의 주특기라고 나온다. 별칭 "하루 하고도 반나절 행군"(...)이며 주된 용도는 곤란한 질문 회피용. 오죽 고됐으면 존재 자체가 병기인 레콘 티나한조차도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고, 륜 페이는 살의를 느꼈을 정도. 그래도 이 행군 덕분에 두억시니의 추격을 따돌렸고, 아흐레 걸릴 거리를 닷새 안에 주파하는 경이로운 결과를 내기도 했다(...)


[1] 초기에는 천리행군이 1년에 두번이었다. 전술종합 천리, 그리고 유격전술 천리. 두 훈련 모두 부대로 복귀하는 행군을 천리행군이라 칭하며, 시기에 따라 유격전술은 천오백리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었음.(기간 2주 소요) 과도기를 거쳐 1980년대 초반쯤에 전술종합에서만 천리행군을 실시하는 걸로 바뀌었다.[2] 부대별로 정확한 기간과 거리는 차이가 있긴 하다. 해병수색대는 천리행군 거리가 400km가 안되고 약 2주간 걷는다.[3] 1980년대에 특전사에서 천리행군을 인간의 능력으로 최대한 빠르게 하면 얼마만에 주파가 가능한지 실험적인 훈련을 실시했는데, 무려 60시간 안에 주파해냈다.# 1984~1990년까지 복무한 '잇빨중사'라는 네티즌의 수기에 의하면 서울 근교의 잇빨대대에서 출발한 팀 중 빠른 팀은 이틀째 낮에 이미 충청남도를 넘어 전라북도로 진입했다고 한다.[4] 88올림픽 약장은 실존한다.[5] 대신 주야간지속행군 40km를 추가로 실시한다. 신병 때 행군만 세 번(...).[6] 혈액에서 염증반응이 나타났다는 것은 천리행군으로 근육이 그만큼 무리하여 움직여 손상을 입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염증이라고 하면 세포가 세균에 감염되어 팅팅 붓는 것을 뜻하지만, 의학계에서는 꼭 세균감염이 아니더라도 다른 이유로 세포가 헐거나 부어도 역시 염증반응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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