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1-12-12 01:01:15

정부는 우리 화폐에 무슨 일을 해왔는가



1. 개요2. 구성3. 내용
3.1. 제2장3.2. 제3장3.3. 제4장
4. 이후5. 여담

1. 개요

머리 로스버드가 저술한 ≪정부는 우리 화폐에 무슨 일을 해왔는가?(What Has Government Done to Our Money?)≫라는 제목의 책은 1963년에 첫 출판되었다. 이 책은 로스버드가 1962년에 쓴 대작 ≪인간, 경제, 국가(Man, Economy, and State)≫(자유기업원 간), ≪미국의 대공황(America’s Great Depression)≫(1963) 등과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 그가 두 권의 대작을 동시에 저술하면서 화폐금융에 관한 짧은 입문서를 저술했던 것은, 아마도 화폐와 금융에 관한 개론서 수준의 지식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2. 구성

로스버드의 책은 모두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서론으로서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를 질문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화폐는 자유의 원리에 의거해 제조되고 유통될 수 있는가?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화폐도 자유시장이라는 것이 가능한가? 만약 화폐의 제조와 유통이 자유시장에 맡겨지면 그 모습은 어떨 것인가? 화폐와 금융시장을 정부가 간섭하면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가?

이 질문은 현실적으로 매우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의 화폐와 금융시장은 정부의 간섭이 매우 심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화폐와 금융에 관해서 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관점이 필요한 이유를 간략히 제시한다.

3. 내용

3.1. 제2장

제2장에서 저자는 자유로운 사회, 즉 정부의 간섭이 없는 경우에 화폐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설명한다. 그는 먼저 아주 원시적인 사회에서 출발해서 화폐를 사용하는 오늘날의 복잡한 교환경제로 모형을 확장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화폐가 정부의 간섭이나 지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민간들이 찾아낸 것이라는 카를 멩거(Carl Menger)의 발견을 보여준다. 그런 사실을 기초로, 화폐를 사용하면 얻게 되는 개인과 사회의 혜택, 화폐의 단위, 화폐의 형태, 화폐가 민간에 의해 제조되는 과정 등을 설명한다. 그는 또한 민간 제조의 화폐가 사용된 간략한 역사, 민간에서 화폐가 제조되는 경우에 있어서 화폐 공급이 결정되는 과정과 적절한 양의 화폐 공급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이어서 그는 퇴장[1]이라고 비난받는 행위가 사실은 민간이 자신의 현금 잔고를 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개인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행위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장에서 그는 또한 물가 수준을 안정화한다는 개념이 어떤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가를 논증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화폐 보관소인 은행이 부분 지급준비(fractional reserve)라는 사기 행위로 인해 본질적으로 파산할 수밖에 없음을 보이고, 그런 잘못된 제도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경기변동이 발생함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 자유 은행업, 와일드캣은행업이 자유시장에서 발달한 것이 아님을 설명한다. 이 장이 책의 분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의 간섭이 없는 자유시장에서의 화폐와 금융의 역할과 발달을 이해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일 것이다.

3.2. 제3장

제3장은 정부가 화폐와 금융시장을 간섭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하나씩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먼저 정부가 화폐를 독점하는 것은 화폐 발행의 이득을 획득하기 위한 것임을 설명한다. 즉 정부가 화폐의 발행을 독점하는 것은 조세 징수의 다른 형태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발달한 상품화폐가 아닌 지폐 또는 상품화폐의 보증이 없는 지폐는 정부가 새로운 화폐를 무한정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조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위조는 필연적으로 부정적인 경제 효과를 발생시킨다.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은 재화의 일반적인 가격 상승을 유발하지만 소득 재분배 또한 초래한다. 인플레이션에 의한 소득 재분배는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낸다. 인플레이션의 부정적인 효과는 무엇보다도 경제 계산을 왜곡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비즈니스는 손실과 이익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재화들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과 시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윤과 비용의 계산이 부정확하게 되고 그런 부정확성은 경제 계산을 왜곡시킨다. 이러한 잘못된 경제 계산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잘못된 투자로 이어진다. 인플레이션의 다른 치명적인 문제점은 그것이 경기변동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때 앞에서 지적한 경제 계산의 왜곡이 물론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화폐의 창출이 무한대로 진행되면 최악의 경우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 현실화된다. 이제 국가의 경제제도가 모두 무너진다.

사실 정부가 화폐 발행의 독점을 통해 자신의 수익을 획득하는 데는 교묘하고 매우 긴 과정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 방법이 화폐 제조의 독점이다. 자유시장에서 발달한, 민간에 의한 화폐 제조는 이제 금지된다. 그다음 단계는 변조다. 화폐 제조의 독점을 통해 민간 발행의 상품화폐를 강제적으로 빼앗고 그다음 단계로 정부는 그 상품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법, 즉 변조를 실시한다. 변조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복수 화폐 간 교환 비율을 고정하고, 그런 고정은 필연적으로 그레샴의 법칙을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그 점에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레셤의 법칙은 그 의미가 정확하지 않다. 다음 단계로 정부는 부분 지급준비를 통해 자신의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민간은행들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중지하는 것, 즉 지급 중지를 허용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자신이 지폐 또는 상품화폐의 보증이 없는 지폐를 발행하는 비즈니스를 독점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중앙은행업이다. 중앙은행업은 상품화폐가 가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기능을 제거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 최종적으로 정부는 금본위제 또는 상품화폐본위제를 포기하고 불환화폐인 지폐를 발행한다.[2]

또한 로스버드는 각국이 지폐본위제를 채택하면서 각국 지폐 간에 그레샴의 법칙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보여준다. 이 장의 마지막에서 로스버드는 화폐가 자유시장 원리를 적용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것이라는 주장이 틀렸음을 간략하게 보여준다. 오히려 화폐와 금융에 관한 과거의 역사는 정부가 긴 시간에 걸쳐서 자유시장에 한 단계씩 개입해 왔고 화폐와 금융제도를 철저히 통제해 왔다는 것이다.

3.3. 제4장

제4장은 서양 화폐제도가 어떻게 붕괴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자유시장에 발달한 고전적인 금본위제로부터 시작해 1973년 지폐의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기까지의 서양 화폐제도와 그 결과 각 국가 간의 교환제도의 변천을 보여준다. 물론 이 장의 설명은 지나치게 간략하다. 그렇게 긴 기간의 변천을 단 몇 쪽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스버드는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아깝게도 이 책은 1970년대 중반까지의 분석만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지폐제도, 특히 두 나라 간의 교환제도인 고정환율제도와 변동환율제의 문제점을 적절히 지적하고 그 제도들의 미래를 예측한 대목에서는 그의 뛰어난 통찰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는 책의 마지막에서 지폐제도의 미래를 다음과 같이 예측한다. 모든 국가가 지폐를 사용하는 현행 국제지폐제도 아래에서는, 각국이 고정환율제도와 변동환율제 사이를 왕복할 것이라는 점, 국제지폐인 달러의 과다한 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라 미국에서 제조된 재화 가격의 하방경직성, 미국 국내외 화폐제도의 붕괴, 외국과의 경제 전쟁의 발발 등이다. 우리는 지금 그의 예측과 거의 다르지 않은 현상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얼마나 뛰어난 혜안과 직관인가? 그리고 이 장은 국제금융론을 강의하거나 국제지폐제도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비전문가에게 상당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다.

4. 이후

로스버드의 분석이 1970년대 중반에서 끝이 나고 그 이후를 더 이상 다루지 않았고, 1995년까지 생존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개정을 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 아쉬운 점이다. 비록 1970년대 중반 이후에 제도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후에 로스버드는 화폐와 금융제도에 대해 이 개론서보다 더 상세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책을 출판한 바 있다.

로스버드는 1995년에 작고했고 이후 15년 정도가 흘렀다. 그의 사후 상당히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포함된 내용은 거의 틀린 것이 없다. 그러나 화폐의 적정 공급량에 대해서는 이후의 연구자들에 의해 그의 서술이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 비록 화폐의 적정 공급량에 대한 이 개론서의 서술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화폐의 적정 공급량은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로스버드도 그 점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상품화폐의 공급이 증가하는 것은 화폐적인 측면에서는 사회적 혜택이 없고 비화폐적인 측면에서 혜택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점은 그의 스승인 미제스[3]도 유사한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윌리엄 바넷과 월터 블록(Barnett II and Block)은 2004년 간행된 논문에서 어떤 이유로 화폐의 수요가 증가하면 화폐의 공급이 증가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이득이 되고, 반대로 화폐의 수요가 감소하면 그에 따라 화폐의 공급이 감소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화폐의 적정 공급량은 철저히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4]

5. 여담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라는 용어는 화폐 재고의 증가와 감소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학문 세계의 토론과 일상생활 모두에서 말이다.

그러나 케인시언 혁명을 거치면서 두 용어의 의미는 근본적으로 변했다. 1950년대에는 인플레이션은 가격들의 일반적인 상승을, 디플레이션은 가격들의 일반적인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고착되었다. 그러나 로스버드와 미제스는 1950년대 이후에 사용된 두 용어의 정의가 과학적 토론에서는 부적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주장에 따라 로스버드는 이 개론서에서 과학적 토론에 더 적합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로스버드의 책은 화폐와 금융에 관한 입문서로서 독자에게 간명하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제공한다. 비록 입문서이지만 우리가 현실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폐와 금융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매우 유용한 것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로스버드는 정부가 화폐와 금융제도에 간섭을 하면 일어날 결과를 풍부한 역사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런 분석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화폐와 금융제도에 대해서도 간결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책은 1963년에 첫 출간된 이후에 여러 번 간행되어 자유시장에서의 화폐와 금융제도에 관한 입문서로서 미국에서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 꾸준히 팔리고 있다.
[1] 退藏, hoarding[2] 상품화폐본위제는 민간이 상품화폐를 본위 화폐로 사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금본위제는 민간이 상품화폐의 일종인 금을 본위 화폐로 사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폐본위제는 정부가 법률로 지폐를 본위 화폐로 사용할 것을 강제한 제도다. 정부가 본위 화폐를 지정하면 상품화폐본위제와 금본위제도 엄밀한 의미에서 화폐 발행의 자유시장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세 가지 제도가 어떻게 변천했는가는 이 책에서 다룬다.[3] 오스트리아 태생의 미국 경제학자. 화폐가치를 효용이론에 둔 화폐이론체계를 완성하고, 화폐적 경기이론의 전개에 공헌했다. 경제계산론 분야에서는 사회주의 제도에는 가격기구에 의한 합리성이 없으므로 사회주의 계획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4] 화폐의 적정 공급량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는 윌리엄 바넷과 월터 블록의 <On the Optimal Quantity of Money>(<Quarterly Journal of Austrian Economics>, vol. 7, no. 1, Spring 2004) pp.39∼52을 참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