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25 00:06:37

유용미생물 보급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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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종교단체가 퍼뜨린 EM…국내선 지자체, 의사가 '홍보'"
JTBC 뉴스 2024. 03. 17 보도
"일본에서 온 미생물에 수백억 쏟은 지자체...그 정체는?"
JTBC 뉴스 2024. 03 .11 보도

1. 개요2. 효능에 대한 주장3. 진실: 유사과학 및 사기4. 원예 분야에서5.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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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유용미생물(effective microorganism), 약칭 EM(EM발효액)은 '유용한 미생물을 모아 놓은 발효액'이라고 주장되는 화합물로, 일본의 신흥 종교 단체를 통해 퍼진 유사과학의 일종이다. 이것이 1990년대 이래 한국에 도입된 후 별다른 검증도 없이 의사 및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소개, 보급되고 관련 설비 및 제품 조달에 세금까지 투입된 정황이 2024년에야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었다.

2. 효능에 대한 주장

흔히 EM발효액이라는 명칭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의 히가 테루오[1]가 개발했다. 환경에 유익한 80여종의 미생물을 배양하여 만든 미생물 복합체로서 유용미생물들이 활동하면서 곰팡이균과 같은 유해한 미생물의 번식이나 활동을 억제하는 원리라고 하며 일부 지자체에서 사용하거나 주민들에게 무상보급하고 있다.

3. 진실: 유사과학 및 사기

개발자 히가 테루오는 EM이 지진피해를 감소시키고 조류독감 등 사악한 것을 물리치며 학교에서 왕따가 없어지게 한다고* 과학과 관련이 먼 주장을 했다.

80여 종류의 미생물(선옥균)을 엄선, 배양하여 만든다고 선전하지만 선옥균이라는 분류 자체가 근거없고 추상적이며 비과학적이다. 개발자와 판매자 모두 어떤 미생물을 사용하는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으며 그나마 공개된 미생물은 유산균효모이미 그 존재가 알려진 것들로 특별할 것이 없다. 히가 테루오가 뭔가 획기적인 미생물을 발견했다면 그는 EM의 효능을 선전할 게 아니라 그 신종 미생물의 발견자로 자신의 이름을 올려야 정상이다. 종류가 아니라 비율 등 다른 것이 문제라고 해도 그 원리는 어떻게 되는지 설명은 전혀 없거나 허황된 수준이다. 당장 개발자 히가 테루오부터가 자신의 저서에서 "미생물들에 의한 소생력에 대한 감수성이 강화된다"고 서술해 놨다. 게다가 배양액이라고 시중에 팔리는 건 그저 당밀이다.

오카야마현 환경보건센터는 1997년에 "EM균은 수질 정화에 좋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실험용 정화조에 EM균을 넣은 후 600일 동안 관찰했지만 EM균이 없는 정화조와 처리 능력이 같았다. 히로시마현도 2003년에 비슷한 보고를 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 보도 번역.) 해당 기사에서 키쿠치 마코토(菊池誠) 오사카대 교수는 "그 원리는 물리적으로 넌센스" 라며 "만능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비과학적"이라고 했다.

수질 정화뿐만 아니라 농촌 수확량 증대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곁가지 치듯 늘어난 '효능'들의 대부분도 근거가 없다.

"어디어디에서는 성공했다는 보고가 있더라!" 따위의 상투적인 소개/홍보 문구가 붙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EM을 뿌렸더니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지, 그게 정말 EM 덕택에 그런 효과를 거둔 것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대조실험은 어땠는지 제대로 분석/보고된 게 없다. 진짜로 악취가 줄고 몇몇 지표가 개선되더라도 그게 다른 외부요인 탓일 수 있다. 안 되면 네 탓, 잘 되면 내 덕. 즉,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실은 별 의미 없는 결과가 나왔지만 분석할 때 관찰자/연구자의 편견이 개입된 탓일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EM뿐만 아니라 효소나 건강식품 열풍 등 대부분의 유사과학이 "과학적으로 실험해 보니 효과가 있더라! 누군가는 몇 개월 써보니 효과를 봤더라! 어느 지자체에서는 성공했다!"며 붙이는 실험 또는 보고가 이렇다.

마찬가지로 EM을 활용한 제품의 효과라고 광고하는 것도 장삿속에 불과하다. 화장품에 미생물을 잔뜩 첨가해봤자 피부에 어떤 영향을 더 미칠 리가 없고, 화장품에는 어차피 변질방지를 위해 산화방지제 및 방부제가 들어간다. 화장품법 제13조에서는 전부 또는 일부가 변질되거나 변패된 물질로 된 화장품(제3호)과 병원미생물에 오염되었거나 오염된 것이라고 인정되는 화장품(제4호)은 판매하거나 판매의 목적으로 제조·수입·보관 또는 진열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2]하고 있어서 진짜로 화장품 안에 미생물이 살아 숨쉬고 있다면 '오염되거나 변질된 화장품'이므로 그 자체만으로도 불법이며 오히려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웹툰 유사과학 탐구영역 73화에서도 다뤘다. EM에서 주장하는 선옥균은 자연에서의 부패/발효 과정에서 흔히 발견되는 미생물뿐이며 획기적인 효능을 가져올 과학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4. 원예 분야에서

간혹 텃밭이나 화초를 가꾸는 원예가들이 EM발효액 시비로 효과를 보았다는 경험을 이야기하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플라시보 효과도 아니고 신기한 일도 아니다.
  • 일단 EM발효액은 쌀뜨물로 만든다. 쌀뜨물에는 비료의 3요소 중 2번째인 인 함량이 풍부해서 원래 발효 없이 그냥 화초에 비료 삼아 주곤 하던 음식 부산물 중 하나다. 인은 식물의 생식생장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요 원소이니 발효를 했든, 안 했든 주면 열매나 구근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 유용미생물이라는 개념 자체는 농업 분야에 있다. 예를 들어 농촌진흥청에서 발행한 농업기술길잡이 서적에도 특정 유용미생물을 사용했을 때 수량이 증대된 실험 결과가 기술되어 있다.
파일:농업기술길잡이96_양파-2018-p61.jpg
물론 위 자료에는 제대로 대조군도 있고 두루뭉술한 선옥균 따위를 사용한 것도 아니다.
  • 한국과학기술정보원에 게제된 논문에서는 쌀뜨물 발효 전후의 일반 성분 변화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는데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질소 형태 중 하나인 암모니아태 질소가 7배 증가했다고 한다. 즉, 발효가 비료의 질소 성분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텃밭을 가꾸는 중이라면 EM발효액을 사용하면 식물이 잘 자라기는 할 것이다. 물론 그게 꼭 EM발효액이어야만 하냐면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돈 안 드는 인산질 비료를 주고 싶으면 역사와 전통대로 쌀뜨물을 희석해서 뿌리자. 원래 EM이니 효소니 하는 것들이 대유행을 타기 전에는 인터넷을 검색하면 쌀뜨물을 희석해서 주라는 최선은 아닐지 몰라도 정상적이기는 한 글이 곧잘 나왔지만 쌀뜨물 EM발효액 관련 블로그 포스트나 신문기사가 범람하는 바람에 다른 글은 찾기 힘들어지고 말았다.

5. 관련 문서


[1] 1941년 오키나와현 출생으로 류큐대학 명예교수이며 국제EM기술센터 센터장이다.[2] 총 호기성생균수는 눈화장용제품류 및 어린이용제품류의 경우 500 개/g(mL) 이하, 기타 화장품의 경우 1000 개/g(mL) 이하이고 대장균(Escherichia coli),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은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