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쉽게 말해 잘 먹고 잘 사는(잘 지내는) 것.국립국어원에서는 순우리말 '참살이'로 순화했다. 하지만 목을 베어 죽인다는 뜻의 참살(斬殺)이라는 단어가 연상되기 때문에 사실상 사어에 가깝다.
2. 설명
영문 위키백과의 Well-being어원은 물론 영어의 'well-being'[발음]이지만, 후술할 2000년대의 웰빙 열풍 이후 한국에서 쓰이는 '웰빙'이란 단어는 그 의미와 용례에 있어서 원어인 well-being과는 큰 차이가 있게 되었다.
원어인 'well-being'은 '안녕(安寧)' 내지는 '복지'[2]라는 뜻으로, 예를 들어 다음 영어 문장 "The new invention had positive influence on the people's overall well-being"은 "그 새로운 발명(품)은 사람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3] 즉 신체, 정신적으로 잘 지내는/잘 사는 정도 또는 상태를 의미한다.
긍정심리학 계통에서는 '안녕감'으로 번역하며, 특히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은 2000년대 이후로 심리학계에 급부상하는 핫 키워드 중 하나이다.
한국에서 불었던 웰빙 열풍을 영어로 설명할 때는 '웰빙'을 한국어 단어로 보고, 영어 'well-being'이 아니라 한국어를 로마자로 그대로 옮긴 'wellbing'[4]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의 용례(말하자면 콩글리시)임을 구분하기 위해 일부러 발음을 그대로 로마자로 표기하는 것.
실제 우리가 생각하는(?) 웰빙(한국식)에 가장 가까운 영단어는 'wellness'이다. 그래서 건강 식품을 'health food' 내지는 'wellness food'라고 한다.
3. 한국에서의 변질
2003년 이후로 웰빙 열풍이 불어 소위 '웰빙족'을 겨냥한 의류, 건강, 여행, 식품 등 각종 상품에 이어 잡지까지 등장하고, 인터넷에도 많은 웰빙 관련 사이트가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유사 웰빙 상품들이 너무 많아져서 개나 소나 '웰빙'이란 이름을 붙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인스턴트 커피에 폴리페놀 좀 넣고 '웰빙 커피' 운운하거나, 기존 제품에 녹차나 클로렐라를 첨가하여 녹색을 띤 제품 등을 웰빙 제품이라고 광고하거나 하는 식. 당시를 풍자한 만화 패스트푸드 업계에도 웰빙 바람이 불어 각종 채소를 넣은 웰빙 버거 등을 출시했지만, 판매율이 처참해 결국 웰빙 열풍이 한 물 가기도 전에 전부 단종되었다. 이는 패스트푸드점을 들리는 목적이 애초에 웰빙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기름진 정크푸드를 먹기 위해서라는 점을 간과한 까닭으로, 마케팅을 배우는 사람들에겐 중요한 학술 자료다.이러다보니 웰빙 열풍이 상업적으로 변질되면서 현대 산업사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아름다운 삶을 산다는 '웰빙'의 원래 목표(?)는 퇴색되었고 '웰빙'이라는 이름이 붙은 제품은 상술만 가미되었지 비싸고 질은 별로 좋을 것도 없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얻고 배척 받았다.
이러한 웰빙 열풍은 방송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대표적으로 스펀지 2기 시절에 '알아야 산다'에서는 식품 첨가물 그 자체를 이 세상에서 퇴출해야 하는 것인 양 몰아붙이거나 따지고 보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법한 내용을 과장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을 계속해서 되풀이했다. 자세한 건 관련 항목 참조. 특히 MSG가 몸에 나쁘다는 일설도 이 코너에서 처음으로 부각되었으며 이러한 음모론은 이후 먹거리 X파일로 이어졌다. 문제의 핵심은 명확한 근거 없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 것이었지만, 당시 웰빙 열풍으로 인해 사람들이 웰빙, 건강에 대해 관심이 컸기 때문에 이러한 방송 행태는 파급력이 컸다. 이러하듯 현대 의학과 과학을 부정하고 사이비 건강론을 맹신하는 계층을 일명 웰빙맘, 웰빙 주부라는 멸칭으로 조롱당하기도 한다.
오히려 웰빙 열풍의 소재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한 예로 목기나 목재 외장재는 특성상 흠집이 생기기 쉬워 미생물 등이 번식하기 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유기물질로 된 소재를 제대로 관리 못하기 때문에, 통념과는 달리 오히려 금속이나 합성수지 제품이 더 건강에 나을 수도 있다. 또한 이런 소재는 코팅이 벗겨지거나 변형이 오면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환경적으로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4. 역사
1980년대 중반의 유럽에서 시작된 슬로푸드(slow food) 운동, 1990년대 초에 느리게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등장한 슬로비족(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 부르주아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추구하는 보보스(bobos) 등도 웰빙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웰빙'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때는 2000년 이후의 일이다. 이전에도 다양한 형태로 육체적·정신적 삶의 유기적 조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있기는 했지만, 이러한 움직임과 삶의 방식, 문화를 포괄하는 단어로서의 '웰빙'은 2000년 이후에나 등장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쯤을 기점으로 웰빙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2010년대 이후로는 쓰임새가 점차 적어지더니 2010년대 말에 들어와선 사실상 사어가 되었다.
이후 소확행, 워라밸 등의 신조어가 부상했는데 이는 관념적이고 정신적인 웰빙을 계승한 단어라 볼 수 있다.
5. 기타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는 그의 저서 '가짜영어사전' 개정판에서 '웰빙'을 가짜영어 항목에 추가하며 긴 설명을 붙였다. 저자는 '웰빙'은 본래 '안녕'이라는 평범한 뜻일 뿐인데도 여기저기 헤프게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웰빙 열풍에 질린 사람들은 이에 대한 반발로 'ill-being'을 들고 나오기도 했는데, 쉽게 말해 건강 따윈 개나 주고 맛있으면 장땡이라는 마인드. 트랜스 지방은 기본이고 탄수화물·지방·단백질 간의 밸런스는 개판이며 한 끼 열량이 1000 kcal에 육박해도 맛있으면 그걸로 된다.
우습게도 가난한 나라 서민들이 어찌 먹고 살만하다면 그들이 먹는 식단은 웰빙인 경우가 허다하다. 방부제며 인스턴트 같은 것을 모르고 살거나 그런 것들이 엄청 비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콩고에서 서민들이 주로 즐겨 사 먹는 빵은 첨가제가 일절 안 들어가고 자연산으로만 만든 그야말로 진정한 웰빙. 하지만 현지 아이들은 이 빵을 지겨워하며 값이 10배가 넘는 빵집의 빵들을 먹어보고 싶어하는데, 이 빵들은 선진국이나 한국에서도 자주 보는 그런 빵들이라고 한다.
결국 웰빙이란 것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먹을 것을 골라 먹을 수 있는 풍족한 환경에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이야기. 이를 반증하듯 대침체 이후로 대한민국에서는 웰빙 열풍이 사그라들었다. 오히려 저렴하게 때울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듣기에는 좀 이상할 수 있지만 상당히 진지하게 제기되고 있는 논제로, 이런 관점을 두고 웰다잉(well-dying)이라고 부른다.
의외로 미국에서도 엣킨스 다이어트라고 해서 한국의 웰빙열풍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던적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탄수화물을 멀리하는 운동법이다..물론 사이비 과학 내지는 사이비 종교나 다름없던 한국의 웰빙열풍보단 나았다.다만 이 운동의 여파로 트윙키를 만들던 회사가 큰 타격을 받아 망해버림과 동시에 미국을 대표하는 과자브랜드 하나를 아예 없애버릴 뻔해서 이것도 도긴개긴이다.(…)
6. 관련 문서
[발음] 한 글자 '빙'이 아니라 별개의 음절인 '웰 비-잉' 정도로 발음된다.[2] 사회 제도로서의 복지말고, 원 의미로서의 복지.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 참고[3] 예를 들어 열악한 오지에 물과 전기를 쉽게 끌어오는 발명품이 소개되어 사람들의 삶이 한층 나아졌다든지.[4] 철자가 틀린 게 아니다. 'being'의 발음은 /bi:ɪŋ/(비-잉)으로 이중 모음인데, 현대 한국어에는 장단음의 구별이 없고, 저런 이중 모음도 없기 때문에 한국어식으로 '웰빙'이라고 하면 영어 화자들은 당연히 'wellbing'이라고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