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작가 곽재식의 2014년 출간 소설로, 곽재식의 두번째 장편 소설이자, 첫번째 역사 장편 소설.이번에도 전작 모살기 때 처럼, 우리 민족이 짱이다, 민족의 위대한 영웅을 보여 준다 등등의 의도와 아무 상관 없는 소설로, 대신에 재미와 감동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편. 단적으로 이 소설의 배경은 광개토대왕 시기인데, 주인공이 광개토대왕이 아니고 역으로 고구려군의 공격을 받는 바람에 발생한 피난민들이나 그 주변 인물들이다.
2. 내용
간단하게 내용을 설명하면, 가야의 관리인 하한기가 역적질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끌려 온 출랑랑, 사가노 두 사람에게 판결을 내리기 위해 조사를 하면서 두 사람의 사연을 듣는 것이 이야기의 80%이고, 나머지 20%는 두 사람에게 사형 판결을 내린 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 출랑랑은 고구려와의 전쟁에 아버지를 잃은 집안의 딸이고, 사가노는 고구려군을 피해 피난 온 백제 부자의 노비인데, 두 사람이 어쩌다가 역적질을 했다는 죄로 붙들려 오게 되었는지 하는 내용을 다룬 것이다.한 두 명의 인물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던 곽재식 소설치고는 상당히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서로 어울려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형식. 크게 주인공은, 출랑랑, 사가노 두 사람이고, 하한기, 여당아, 염한, 편발희 정도가 주요한 조역. 역할이 있는 등장인물 중에 사가노와 같은 노비에서부터, 하한기와 같은 중하급 관리, 갈로, 맹광 같은 장군, 이시품왕 같은 작은 나라의 왕, 아신왕, 광개토왕과 같은 대국의 왕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개성적이고 비중이 높은 인물은 단연 여자 주인공인 출랑랑이고, 여러 계층의 인물들의 행동이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서로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그게 역사와 역사에 희생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뤄내는 것이 기막힌 재미를 준다.
역사적인 배경으로는 백제 아신왕 때 고구려에게 반격을 시도했다가 대패한 400년대 초의 전쟁이 중요하게 나온다.[스포일러]
3. 등장인물
- 하한기 - 가야 일대에 위치한 다라국 지역의 관리. 재판을 맡고 있어, 사가노와 출랑랑을 조사하게 된다.
- 사가노 - 남자 주인공. 요리사. 노비. 백제에서 피난 온 주인, 협지를 따라왔다가 소동에 휘말린다.
- 출랑랑 - 부잣집 딸이 었으나, 도적 두목이 된 여자. 실질적인 주인공.
- 협지 - 사가노의 주인. 백제의 부자였으나, 병역기피를 하려고 도망친다.
- 염한 - 백제에서 도주하는 사람들을 알선해 주는 업자의 부하.
- 편발희 - 백제에서 도주하는 사람들을 알선해 주는 업자의 부하, 나중에 염한과 결혼한다.
- 여당아 - 용녀의 사조직인 용원당의 칼잡이. 칼솜씨가 뛰어나 출랑랑을 잡으려 한다.
- 아신왕 - 실존인물. 백제의 임금. 광개토왕에게 당한 굴욕을 갚으려고 전쟁을 준비한다.
- 용녀 - 실존인물. 가락국의 부자. 배를 많이 갖고 바다를 장악하고 있어서, 가락국의 실세가 되려 한다.
- 허공 - 용녀와 대립하는 가락국의 유력자. 이 사람이 살해 당하고 사가노와 출랑랑이 자백하는 게 소설 시작이다.
- 갈로 - 실존인물. 고구려의 장군. 백제와 고구려의 국경을 지키고 있다.
- 맹광 - 실존인물. 고구려의 장군으로 백제와 고구려의 국경을 지키고 있었으나, 다른 전쟁 때문에 전출된다.
- 이시품왕 - 실존인물. 가야 지역의 임금. 존재감은 미미한 듯.
- 광개토왕 - 실존인물. 고구려의 임금. 자주 언급은 되나 직접 등장은 하지 않고 있다가 맨 마지막에 한 번 등장한다.
4. 이모저모
- 지금까지 곽재식의 모든 출간 소설은 거울(웹진)에 실렸거나, 나중에 실리거나, 최소한 실렸던 것을 개작한 것들 뿐이었는데, 이 소설은 처음으로 거울(웹진)에서 전혀 볼 수 없는 내용이다.
- 지금까지 곽재식 소설들은 대부분 남자 주인공 중심의 이야기였는데, 이 이야기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분량은 비슷하지만 여자 주인공이 훨씬 더 주도적인 인물이라서 단연 여자 주인공 중심의 이야기라는 점도 특징.
- 첫번째 장편 소설 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가 전작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와 유사한 살짝 근미래 배경의 모험담이었다면 이 역적전은 모살기와 유사한 삼국시대 배경의 역사물. 곽재식이 트위터에서 첫 장편 소설의 제목을 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로 한 것이 전작과 운율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세 글자 짜리 한자어로 제목을 붙인 것 역시 전작 모살기와 운율을 맞춘다고 그렇게 한 듯.
[스포일러] 작중 아신왕이 후연과 짜고, 고구려가 후연과 치고 박는 틈을 타 뒤치기를 계획하는데, 고구려가 백제의 사주를 받은 후연과 전쟁을 벌이게 되면서 남쪽 국경을 지키던 갈로와 맹광 역시 북방 전선으로 투입되고, 이 때를 노린 아신왕이 'ㄲㄲㄲ 고구려 장수들이 다 후연이랑 싸우러 올라갔으니 아무도 없겠지? ㄲㄲㄲ'하며 군사를 일으킨다. 그러자 고구려에서는 '그래? 그럼 내가 직접 막지 뭐.'하며 광개토왕이 직접 내려와 아신왕을 박살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