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8-19 06:16:05

약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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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한국의 약식동원3. 약선4. 여담5. 관련 문서

1. 개요

[ruby(藥, ruby=약)][ruby(食, ruby=식)][ruby(同, ruby=동)][ruby(源, ruby=원)]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말로, 의식동원(醫食同源)[1]이나 식약동원이라고도 한다. 동양 의서에서는 반드시 나타나는 개념으로, 음식을 음양관계오행설과 함께 신토불이를 적용하여 사람은 태어난 고향 땅의 음식을 먹어야 하며,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약식동원의 사상에 따라 음식을 먹는 것을 약선이라고 하며, 동아시아의 음식 문화는 대부분 약식동원 사상에서 유래한 조리법과 재료의 조화를 엿볼 수 있으며, 특히 한식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이 점이 더욱 돋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식당에서 음식의 '효능'을 강조하는 안내판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정서와 관련 있다.

다만 이런 정서는 동아시아권만 아니고 서양권(특히 남유럽[2])이든 동구권이든 동남아권이든 남아시아권이든 중동권이든, 아프리카든 간에 정도와 구체적인 표현 방식은 달라도 유사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도 건강에 신경쓰는 사람은 열심히 신경쓰기 때문에 해당국가의 대중매체에서도 건강에 좋은 음식이 무엇이니 따지는 기사들이 많이 작성되고 올리브유가 건강에 좋다느니 요구르트가 몸에 좋다느니 호밀빵이 몸에 좋다느니 훈자식 식단이 몸에 좋다느니 하는 것도 다 여기에서 비롯된것이다, 미국도 그동안 음식과 건강의 상관 관계를 무시했다는 반발과 이에 대한 반감에서 등장한 푸드 패디즘이라는 용어도 존재할 정도이다. 다만 미국은 고칼로리 음식 섭취량이 위낙에 많이 늘어나다보니 보통은 기름기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멀리하고 야채 음식나 기름기가 적게 들어간 음식을 많이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미국의 초코 튀김 같은 이야기를 듣고 컬처 쇼크를 느끼며 미국인들의 췌장이 선천적으로 튼튼하다는 주장이 밈으로 소비되기도 하나 실제로 그런 건 아니고 건강을 워낙 안 따지다보니 선진국 주민 치고는 수명이 꽤 짧은 편이고[3], 서양인이라도 지중해성 식단을 먹는 사람들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장수한다. 미국에서도 이런 식단의 건강을 잘 따지는 동아시아계들은 실제로 수명이 평균적인 미국인은 물론 모국보다도 긴 경우가 많다.

2. 한국의 약식동원

동양 철학에는 항상 음양오행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생로병사 역시 그 영향을 받는다고 강하게 믿어왔다. 그렇기에 동양 의학에서는 약재 역시 음양과 오행을 따지고, 그것을 환자의 병세에 따라[4] 처방하는 경험론적 의술이 시행되었다. 여기에는 수술과 같은 외과적 의술도 있었는데, 13세기 초에 쓰여진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 이라는 의서에는 외과 수술에 대한 가이드가 기술되어있어, 자상을 꿰메는 법, 지혈하는 법, 지혈에 좋은 약재 등이 나와있었다.[5] 이러한 내용은 동의보감에도 기록될 정도로 유서가 깊게 전해내려왔으나, 효를 으뜸으로 하는 유교 사상에 입각한 조선왕조가 들어서면서 신체발부 수지부모에 의해 외과적 의료행위가 절멸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외과적 의료행위는 침, 뜸, 부황과 같이 매우 간접적이거나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으며, 그나마 종기의 농(고름)을 짜내는 정도가 가장 유명한 외과적 수술이었다.

그렇게 외과가 빠진 자리를 채운 것이 약식동원이다. 외과적 수술이 발달할 수가 없는 환경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었다. 첫째는 아프지 않도록 잘 먹는 것이고, 둘째는 아픈 것을 낫기 위해 잘 먹는 것이었다. 똑같은 약식동원 사상이 있는 중국과 일본에 비하여 한식에서 유난히 약식동원 사상이 더 드러나는 것은 위와 같은 사연이 있는 것이다.[6]

3. 약선

약식동원의 사상에 따라 음식을 먹는 것으로, 약선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1. 아프지 않도록 음양오행에 맞추어 조화롭게 잘 먹는 것.
  2. 아픈 것을 낫도록 음양오행에 맞추어 살릴 것은 살리고 죽일 것은 죽이는 것.

전통 한식을 보면 고명을 이용하여 오방색을 맞추는 노력을 볼 수 있는데, 이것 또한 조화롭게 먹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었고, 보기에만 좋을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각 음식의 음양과 오행에 따라서 상극인 음식은 함께 차리지 않는 등의 모습도 보여왔다. 물론 지금이야 크게 의의를 두지 않을 뿐더러, 영양학이라는 학문이 정립된 이후에는 사실상 사장된 부분도 많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과거에 사용하던 기준을 없애는 것이지, 약선의 목적 자체는 현대의 웰빙, 다이어트, 식이요법과 다를 바가 없다. 같은 시기[7] 귀족의 식탁을 선망하여 서민들조차 육류요리가 주가 되던 유럽의 식탁보다도 개념적으로 진보한 개념이었으며, 그것을 검증하거나 지속적으로 관찰할 능력이 부족하여 근거가 있는 학문으로 정립하지 못하였을 뿐, 먹는다는 행위로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그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4. 여담

우리가 사용하는 양념 역시 한자어 약념(藥念)에서 유래한 것으로,[8] 맛과 간을 보다라는 의미의 약(藥)과 조미료라는 뜻의 념(念)이 합쳐진 것이다. 맛과 간을 좋게하는 행위를 약을 짓다고 부르던 것이고, 맛과 간을 좋게하는 조미료를 약념이라 부른 것이다.

5. 관련 문서


[1] 의사, 의료 할때의 의를 사용한다.[2] 영미권은 이런 정서가 전통적으로 약한 편이었다. 심지어 영국 음식 문서에서 보듯 아이에게 나쁜 음식을 먹여서 자제력을 키운다는 유행이 전근대 시절에 존재하기도 했다.[3] 식단을 바꾸면 수명이 10년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4] 신체 각 부위별로도 오행이 있었다. 체질과 관련한 사상의학은 조선 후기가 되어야 나온다.[5] 당장 1세기 무렵 인물인 관우만 해도 독화살에 맞은 팔을 화타가 절개하여 독을 긁어내는 내용이 나온다.[6] 물론 일본에도 슌(旬)이라고 하여, 최상의 맛과 영양을 위해 제철 음식을 먹는다는 사상이 있지만, 미식에 더 가까운 사상이다.[7] 14~16세기[8] 번역박통사(飜譯朴通事,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