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27 18:05:18

약식동원



1. 개요2. 한국의 약식동원3. 약선4. 여담5. 관련 문서

1. 개요

[ruby(藥, ruby=약)][ruby(食, ruby=식)][ruby(同, ruby=동)][ruby(源, ruby=원)]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말로, 의식동원(醫食同源)[1]이나 식약동원이라고도 한다. 동양 의서에서는 반드시 나타나는 개념으로, 음식을 음양관계오행설과 함께 신토불이를 적용하여 사람은 태어난 고향 땅의 음식을 먹어야 하며,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현대에야 그냥 그런 얘기이지만 전근대 시기에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못먹어서 생기는 질병이 많았기 때문에

약식동원의 사상에 따라 음식을 먹는 것을 약선이라고 하며, 동아시아의 음식 문화는 대부분 약식동원 사상에서 유래한 조리법과 재료의 조화를 엿볼 수 있으며, 특히 한식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이 점이 더욱 돋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식당에서 음식의 '효능'을 강조하는 안내판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정서와 관련 있다.

다만 이런 정서는 동아시아권만 아니고 서양권이든 동남아권이든 남아시아권이든간에 공통점으로 존재하는 것이었고, 푸드 패디즘이라는 용어도 존재할 정도이다. 다만 현대에는 고갈로리 음식 섭취량이 위낙에 많이 늘어나다보니 보통은 기름기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멀리하고 야채 음식나 기름기가 적게 들어간 음식을 많이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2. 한국의 약식동원

동양 철학에는 항상 음양오행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생로병사 역시 그 영향을 받는다고 강하게 믿어왔다. 그렇기에 동양 의학에서는 약재 역시 음양과 오행을 따지고, 그것을 환자의 병세에 따라[2] 처방하는 경험론적 의술이 시행되었다. 여기에는 수술과 같은 외과적 의술도 있었는데, 13세기 초에 쓰여진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 이라는 의서에는 외과 수술에 대한 가이드가 기술되어있어, 자상을 꿰메는 법, 지혈하는 법, 지혈에 좋은 약재 등이 나와있었다.[3] 이러한 내용은 동의보감에도 기록될 정도로 유서가 깊게 전해내려왔으나, 효를 으뜸으로 하는 유교 사상에 입각한 조선왕조가 들어서면서 신체발부 수지부모에 의해 외과적 의료행위가 절멸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외과적 의료행위는 침, 뜸, 부황과 같이 매우 간접적이거나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으며, 그나마 종기의 농(고름)을 짜내는 정도가 가장 유명한 외과적 수술이었다.

그렇게 외과가 빠진 자리를 채운 것이 약식동원이다. 외과적 수술이 발달할 수가 없는 환경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었다. 첫째는 아프지 않도록 잘 먹는 것이고, 둘째는 아픈 것을 낫기 위해 잘 먹는 것이었다. 똑같은 약식동원 사상이 있는 중국과 일본에 비하여 한식에서 유난히 약식동원 사상이 더 드러나는 것은 위와 같은 사연이 있는 것이다.[4]

3. 약선

약식동원의 사상에 따라 음식을 먹는 것으로, 약선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1. 아프지 않도록 음양오행에 맞추어 조화롭게 잘 먹는 것.
  2. 아픈 것을 낫도록 음양오행에 맞추어 살릴 것은 살리고 죽일 것은 죽이는 것.

전통 한식을 보면 고명을 이용하여 오방색을 맞추는 노력을 볼 수 있는데, 이것 또한 조화롭게 먹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었고, 보기에만 좋을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각 음식의 음양과 오행에 따라서 상극인 음식은 함께 차리지 않는 등의 모습도 보여왔다. 물론 지금이야 크게 의의를 두지 않을 뿐더러, 영양학이라는 학문이 정립된 이후에는 사실상 사장된 부분도 많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과거에 사용하던 기준을 없애는 것이지, 약선의 목적 자체는 현대의 웰빙, 다이어트, 식이요법과 다를 바가 없다. 같은 시기[5] 귀족의 식탁을 선망하여 서민들조차 육류요리가 주가 되던 유럽의 식탁보다도 개념적으로 진보한 개념이었으며, 그것을 검증하거나 지속적으로 관찰할 능력이 부족하여 근거가 있는 학문으로 정립하지 못하였을 뿐, 먹는다는 행위로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그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4. 여담

우리가 사용하는 양념 역시 한자어 약념(藥念)에서 유래한 것으로,[6] 맛과 간을 보다라는 의미의 약(藥)과 조미료라는 뜻의 념(念)이 합쳐진 것이다. 맛과 간을 좋게하는 행위를 약을 짓다고 부르던 것이고, 맛과 간을 좋게하는 조미료를 약념이라 부른 것이다.

5. 관련 문서


[1] 의사, 의료 할때의 의를 사용한다.[2] 신체 각 부위별로도 오행이 있었다. 체질과 관련한 사상의학은 조선 후기가 되어야 나온다.[3] 당장 1세기 무렵 인물인 관우만 해도 독화살에 맞은 팔을 화타가 절개하여 독을 긁어내는 내용이 나온다.[4] 물론 일본에도 슌(旬)이라고 하여, 최상의 맛과 영양을 위해 제철 음식을 먹는다는 사상이 있지만, 미식에 더 가까운 사상이다.[5] 14~16세기[6] 번역박통사(飜譯朴通事, 1515)